절물오름(절물자연휴양림)
■ 언제 : 2019. 7. 28.(일)
제주 총 체류 기간 : 2019. 7. 25.(목) ~ 7. 30.(화)
아내랑 7. 25.(목) ~ 7. 30.(화), 나는 7월 29일 부장팀과 합류해 7월 30일까지 머무름
■ 어디로 : 절물오름.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음.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절물오름은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이 오름은 두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큰 봉우리를 ‘큰 대나’, 작은 봉우리를 ‘족은 대나’로 부른다.
‘대나’란 이름이 생소하다.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확실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
찾은 내용이래야 ‘절물오름’ 이전에 불렀던 이름이었다는 정도가 다다.
그럼 ‘절물’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음절을 나누어 봤을 때 “절+물”이니 얼핏 절과 물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다.
오름 가까이 절이 있고, 그 절 가까이 약효가 뛰어난 물이 샘솟는다고 해서
절물이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그 절이 어디에 있었고 언제 없어졌는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절물오름으로 가는 길에 약수암이라는 절이 있고,
약수암에서 오름 입구를 지나 ‘생이소리길’로 가다보면
‘큰 대나 오름’ 기슭에서 자연 용출되어 나오는 ‘절물’이라 불리는 약수터가 있다.
그 절과 약수터가 당초 ‘절물’이란 오름의 이름을 얻었을 때
현존했던 곳이라는 사료 역시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절물오름 아래 약수암과 약수터가 있으니
‘절물’이라 칭하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다.
절물오름을 가자면 절물자연휴양림을 거쳐 가는 게 낫다.
삼나무로 우거진 울울창창한 숲을 거닐며 힐링도 하고,
가족이나 단체로 왔을 때 목공예체험장, 실내산림욕체험관 등
각종 시설을 이용해 체험 활동을 하며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휴양림으로 가면 임도 보고 뽕도 딴다.
하지만 자칫 1시간이면 족한 오름을 못 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건 휴양림 자체가 힐링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라 아예 눌러 앉아 버릴 경우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오름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능히 그럴 수 있는 곳이 절물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입구에 있는 안내판을 살펴보니 매끄럽게 포장된 곧게 쭉 뻗은 길이
절물자연휴양림을 북서와 남동으로 양분하고 있다.
절물오름은 매표소를 기준으로 1시 방향에 있다.
현무암으로 깔려 있는 이 길은 245m로 ‘물 흐르는 건강산책로’라 이름 하였고,
개울을 따라 약수암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소리는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고도 남았다.
찬찬히 안내판을 살펴보니 절물오름으로 향하는 길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길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곰곰이 살피다
아내와 난 먼저 삼나무가 울창한 ‘삼울길’을 따라
‘장생의 숲길’ 입구와 ‘목공예체험장’, ‘실내산림욕체험관’을 지나
오름 입구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오름으로 가면서 휴양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보고 시간이 남으면 더 둘러볼 작정이다.
‘삼울길’은 삼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줄인 말이다.
657m 거리에 전봇대보다 키 크고 쭉쭉 뻗은 삼울길에 들어서니
도로를 달구며 작열하는 뜨거운 열기도 여기선 체감이 안 된다.
바깥 기온과는 달리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왜 많은 사람들이 여기로 몰리는지 절로 이해가 갔다.
숲속 곳곳에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웠다.
삼울길 군데군데 우스꽝스러운 장승이 서 있고,
‘실내산림욕체험관’가까이엔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곤충으로 승화되어 있다.
장승과 곤충을 만든 재료는 고사목이거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피해 입은 나무를 활용한 점이 돋보이고,
숲이 가진 다양성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숲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울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제주의 무더운 더위를 식힌 아내와 난
내친김에 ‘실내산림욕체험관’은 어떻게 꾸몄는지 궁금했다.
체험관 안은 너무 시원했다.
비록 에어컨 바람이긴 했지만 삼나무 숲에 있어 그런지
자연 그대로의 청량하고 선선한 바람 그대로를 느꼈다.
나가기 싫었다. 그냥 그 자리에 마냥 눕고 싶었다.
바깥은 혹서다.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린 오늘 무조건 절물오름을 가야 한다.
아쉬움을 머금고 아내와 난 체험관 내부를 빠르게 돌았다.
체험관은 소나무실, 삼나무실, 편백나무실로 꾸며져 있었다.
피톤치드의 향을 내뿜는 대표적인 나무들로 꾸며져 있는 향기로운 공간을
우린 제대로 그 향기도 못 느낀 채 나와 버렸다.
휴양림은 대단한 규모였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일 줄은 몰랐다.
1997년 7월 23일에 개장한 휴양림은
총 300ha 규모에 해풍을 맞고 자란 40~45년생 삼나무가 9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아내와 난 앞서 우리가 갈 코스를 미리 정해 삼나무가 대세인
삼울길을 따라 왔지만 휴양림은 이 길 외에도
건강산책로, 만남의길, 오름등산로, 생이소리길, 장생의숲길 너나들이길 등
가야할 길이 너무 많고 어디로 가던 다 가볼만 한 것 같았다.
욕심은 났지만 아쉽게도 욕심을 낼 형편은 아니었다.
두 눈 꼭 감고 일단 목표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절물오름으로 가는 길에 ‘절물약수암’과 연못이 보인다.
‘절물’이란 이름을 갖게 한 절의 위치가 불명확하다고 했는데
혹시 약수암이 그 ‘절물’이란 이름을 갖게 한 절이 맞는지 궁금해 우선 눈에 보이는 절부터 들렀다.
그러고 보니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오름부터 가려는데 자꾸 다른 곳으로 먼저 간다.
할 수 없다. 가는 길에 있으니 눈에 띄는 곳은 일단 먼저가고 보자는 심산이다.
오름도 그렇게 힘들거나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니 부담도 안 된다.
약수암은 생각보다 아담하고 조용했다.
주변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으나 정작 절은 안온하고 소담스런 분위기였다.
마침 스님 한 분이 나오시기에 나는 내심 상당히 반갑고 기뻤다.
스님께 ‘절물’의 절과 약수터가 현재 여기 있는 이 절과 약수터가 맞는지,
아니면 어디에 있었던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이런저런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가 있었지만,
괜스레 말 걸기도 어색했거니와 스님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관뒀다.
약사암 앞에 작지만 예쁘게 꾸며진 연못이 보인다.
연못 주위를 돌아 절물오름으로 가는데 동박새 한 마리가 저 혼자 바쁘다.
새 사진 촬영을 위해 나름대로 여기저기 다니긴 했지만, 동박새는 제주에서 처음 만났다.
그것도 절물에서 만났다.
반가움에 사진기를 들이댔지만 녀석이 당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을 순간 포착하자니 사진기를 든 내 손도 덩달아 바빠진다.
진득하니 있지 않아 흡족한 촬영은 못했다만 그래도 동박새를 봤다는 희열감은 컸다.
드디어 오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절물오름으로 간다.
바로 가야지 하면서 볼 거 다 보고 는적거리다 이제 진짜 오른다.
제주의 오름을 또 하나 오르는 순간이다.
절물오름에선 뭘 볼지 기대감이 크다.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모 ‘밴드’에 보니
제주 사는 사람 몇몇이 내륙에선 보기 힘든 야생화를 많이 올리던데
그 중 어떤 녀석이라도 하나는 만나고 싶다.
앞서 말했지만 절물오름은 그다지 힘들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오름은 아니다.
한 바퀴 휘돌아 나오는데 1시간이면 족하다.
하지만 나는 넉넉잡아 2~3시간쯤 잡는다.
늘 그랬듯 뭐가 있나 살피며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시간을 넉넉하게 잡을 수밖에 없다.
오름 길은 활엽수림으로 꽉 찼다.
덕분에 이글거리는 땡볕을 피할 수 있어 좋다.
야자수 껍질로 만든 매트를 깔아 놓아 걷기도 좋다.
작열하는 도심지와 비교하면 여긴 낙원이다.
워낙 더운 날씨라 짧은 오르막길에서도 땀이 났지만,
이 땀은 더위에 지쳐 흘린 땀과는 사뭇 다르다.
분화구 능선에 올라서니 갈림길이 나온다.
시계방향으로 돌아도 되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도 된다.
출발점이 중간지점이라 어디로 가던 도긴개긴이다.
아내와 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안내도를 보니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좀 수월할 것 같았다.
왼쪽으로 돌아 170m쯤 내려가면 ‘장생의숲길’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쉬어 가자니 우리가 왔던 길로 한 가족이 나타났다.
4명이 한 가족이더만 헷갈릴 곳도 아닌 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우리도 초행길이었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터라
전망대로 가 원점으로 회귀하는 길을 소상히 일러 주었다.
그랬더니 엄마란 사람이 전망대로 올라가는 오르막을 보더니 지레 질렸는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며 함께 온 식구들과 뒤돌아선다.
여기까지 온 게 아쉬워 만류하며 되돌아 올라가는 길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더 쉽다며,
5분만 올라가면 정말 전망 좋고 길도 좋다는 정보를 줘도 막무가내다.
결국 그 가족은 엄마로 인해 쉽게 내려온 길을 더 힘들게 올라간다.
갈림길에서 잘못 빠지면 ‘장생의숲길’로 간다.
그 길도 걷고 싶은 길이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가야하는 길만 바라보고 간다.
제2전망대를 향하여 바로 올라갔다.
갈림길에서 제2전망대까지는 오르막이긴 하나 300m에 불과하다.
분화구순환로를 한 바퀴 돌며 딱 한 번 맞닥뜨리는 유일한 오르막길이다.
너무 쉽게 올라왔기에 괜스레 갈림길에서 되돌아 간 가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분화구순환로도 녹색 터널이다.
절물오름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휴양림에서 시간을 보내니
절물오름을 알고 일삼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다문다문 오름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오름이 내뿜는 숲 향기는 오롯이 우리 몫이 됐다.
한 여름 제주의 어느 오름에 올라 녹색 터널을 걷는 맛은
걷지 않은 자, 그 진중한 맛을 알 리 없다.
우리 부부는 제주에 오면 어디를 가던 오름 한 곳은 간다.
제주 오름은 어차피 퇴직 후 나랑 함께할 동반자다.
제주에 갈 때마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오를 참이다.
전망대 두 곳에 올라 보니 제주를 누리는 풍경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동쪽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가 하면 서쪽으로는 제주에서 제일 큰 하천인 무수천이,
북쪽으로는 제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 그뿐인가? 시시각각 한라산을 덮었다 여는 뭉게구름의 마법을 보고 있자니,
이건 뭐 내가 지금 한라산에 있는 건지 절물오름에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한라의 신비에 넋을 잃었다.
절물오름을 한 바퀴 도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꾸물거리며 다녔어도 채 두 시간도 안 걸렸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내내 살폈지만 기대했던 야생화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실상은 오름을 오르는 것도 한 가지 목적이었지만,
그 오름이 소유한 야생화를 만나는 게 더 큰 일이었는데
그닥 특별한 녀석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꽃을 못보고 휑하니 내려오자니 뭔가 찝찝하다.
허전함도 달랠 겸 갔던 길로 내려오지 않고 ‘너나들이길’로 돌아 나온다.
절물 약수터로 갔다. 절물오름에 와서 약수터를 들리지 않음은
겨울날 따끈한 호빵에 들어 있는 앙꼬를 먹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절 옆에 물이 있어 ‘절물오름’이란 이름을 얻었으니 비록 이 물이 그때 그 물인지는 모르겠으나,
맞을지도 모르니 일단은 약수암 부근에 있는 약수터를 찾아봄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절물 약수는 극심한 가뭄에도 결코 마른 적이 없고 신경통과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는 가뭄으로 인해 동네우물이 모두 말랐음에도 이 물만은 주민들 식수로 사용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고 한다.
게다가 관련기관에서는 수질 검사를 철저히 해 이 약수터를 찾는 이들로 하여금
안전하게 음용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준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 아내와 난 이 약수를 마시지 못했다.
마시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용수로 부적합해서인지 정기적인 수질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인지
뭔 설명이 있었는데 절물오름을 다녀오고 한참 후에 이 글을 쓰는지라
그 이유는 깜박했다.
300ha의 드넓은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길로 나누어져 있다.
이 길을 다 걷자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직 갈 곳 많은 제주라 오름을 목적으로 한 것만도 벅차다.
언젠가 시간이 주어진다면 제주의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서보리라.
그래도 절물오름에 와 무려 11.1km나 되는 ‘장생의숲길’을 제외하곤 있는 길은 다 걸었다.
삼울길을 시작으로 오름길을 올랐고 전망대에서 ‘너나들이길’로 내려왔다.
그리고 약수터를 지나 ‘생이소리길’을 따라 방문자센터로 내려와,
야생화원을 가기 위해 ‘만날의길’을 갔고 물 흐르는 ‘건강산책로’로 회귀했으니
‘장생의숲길’을 제외하고는 다 가본 셈이다.
애초엔 절물오름만 목적으로 삼았는데 의외로 많은 길을 걸었다.
보고 싶고 기대했던 야생화는 못 봤지만 나름대로 길을 걷는 수확만은 짭짤했다.
그것도 큰 힘 든 것도 아니고 쉬엄쉬엄 슬금슬금 재밌게 다녔다.
절물오름은 규모에 비해 별반 힘든 곳은 아니다.
오롯이 길 걷는 재미만을 느끼자면 여기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제주의 오름을 오른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제주의 깊은 속내를 알자면 오름을 올라야 그 참맛을 안다.
오름이 곧 제주이니까!
이번에 또 하나의 제주 오름을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하나하나 오르다 보면 언젠가 제주의 오름을 모두 다 오를 날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