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오늘 유학산의 봄은 어디까지 왔을까?
■ 언제 : 2015. 3. 28.(토)
■ 어디로 : 칠곡 다부동 유학산
■ 누구랑 : 수화니 님 부부랑
흔적
유학산의 봄은 어디까지 왔을까? 자못 궁금하다. 궁금하면 길을 나서야지. 그래서 수화니 님 부부랑 봄바람도 쇨 겸 유학산을 다녀 오기로 했다. 작년 꼭 이맘 때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비가 실실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학산 산행을 했었고, 같은 해 삼복더위에 홀로 여름 꽃을 찾아 산행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아내랑 다부동에서 도봉사로 내려간 적도 있는 만큼 유학산은 나름대로 나랑은 인연을 맺고 사는 산이라 할 수 있다.
작년 이맘 때 동아리회원들과 함께 갔을 땐 다부동에서 올라 꽤 먼 거리를 힘들게 산행한 기억이 역력하다. 그래서 홀로 여름 꽃을 찾아 떠났을 땐 아예 도봉사에 주차를 하고 도봉사를 좌로 돌아 올라갔더니 산행길이 훨씬 수월했다. 해서 오늘은 수화니 님 부부랑 힘든 다부동 코스보다는 도봉사 코스가 적절할 것 같아 도봉사를 기점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오늘 유학산을 찾은 이유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로지 작년 이맘 때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산행을 하면서 예기치 않게 조우했던 올괴불나무에 조롱조롱 매달린 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다 구름이 온 산을 덮어 시야가 무척 흐렸음에도 마치 6·25 격전의 현장에 꽃다운 나이로 숨져간 병사들의 원혼을 달래 듯 올괴불나무에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을 봤던 것이다. 구름이 가득한 깊은 산 속의 가녀린 나무에 핀 꽃은 흡사 병사들의 넋이 꽃으로 피어 유학산의 봄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난,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작년 3월 29일 갔으니 작년보다 하루가 빠른 오늘이면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것도 전년도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본 것이 아닌 오늘은 날씨가 쾌청할 정도로 맑으니 수줍은 듯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청초한 꽃을 100% 접신하리라 단언했다.
도봉사에서 오르니 산행길이 많이 수월했다. 애초에 수화니 님 부부는 팔각정에서 능선을 타고 가다 도봉사로 하산하는 짧은 길로 먼저 내려가 냉이도 캐고 쑥도 뜯으면서 우리가 능선을 타고 다부동으로 하산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기로 했다. 그랬는데 함께 어울리다 보니 본인들 의지와 상관없이 먼 길을 내내 함께했다. 정민이 엄마는 다리가 성치 않아 먼 길 가기가 쉽지 않은데 함께 동행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좀은 미안했지만, 그래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잘 걸어 주어 무척 고마웠다. 수화니 님네는 그 덕에 냉이도 봄에 피는 제철 쑥도 뜯지 못했지만...
도봉사에서 팔각정까지만 오르면 유학산 능선길은 대체로 순순한 편이다. 능선을 타는 내내 사통팔달이라 조망권도 아주 탁월하다. 급할 것 없는 우리는 놀며 쉬어가며 유학산에 찾아온 봄빛을 만끽하며 유유자적하게 노닐었다.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면 유학산의 봄이 아직 가까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에 들어오면 계절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만큼 유학산에 핀 들꽃과 나무에 살포시 않은 꽃을 보니 유학산의 봄은 아직 저만큼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만, 불과 1~2주 후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빠른 속도로 봄이 밀물처럼 덮치며, 이내 신록이 무성한 여름으로 내달릴 것이다. 그러나 오늘 유학산에 보이는 봄빛이 이러하니 목표했던 그 꽃을 볼 수 있으려나 심히 걱정이 된다. 어쩌면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진다.
능선 중간쯤이면 보고자 했던 꽃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꽃은커녕 눈꼽만한 꽃눈만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 여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아무래도 오늘 올괴불나무 꽃을 보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기대감을 놓지 않고 한 참을 더 기다리며 갔어도 상황은 매양 일반이다. 이제 기대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다음에 다시 오기란 쉽지 않은데 아쉬움이 컸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 유학산은 다른 목적으로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괴불나무 꽃을 보러 오기는 힘들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꿩 대신 닭이라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837 고지에 오르니 노랑제비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흔한 제비꽃이야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노랑제비꽃을 보자면 그래도 높은 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 귀하지는 않지만, 쉽게는 보여주지 않는 꽃이다. 앞으로 산행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제비꽃을 많이 대면할 것이다. 산행하면서 심심하면 보이는 게 제비꽃이다. 그런데 제비꽃도 집안 내력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자면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산하는 내리막길이 의외로 멀고도 길다. 작년에 우중충한 날씨에 이곳으로 올라왔으니 첫 산행에 동참한 젊은 친구들은 여간 힘들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젊음이 무기인지라 힘이 들어도 잘 버티더니만 유독 나처럼 힘들어 하던 몇몇 사람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급한 내리막길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구절초 같아 보이기도 하고 쑥부쟁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 처음 보는 꽃이 눈에 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가을에 온 산을 뒤덮는 야생화가 아니던가? 이상하다 싶어 사진을 요리조리 찍어 내가 애용하고 의지하는 카페 ‘바람재들꽃’에 문의를 하니 ‘솜나물’이라고 일러준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 더러 보던 꽃이라 이름을 들으니 금방 낯이 익다. 아, 이놈이 ‘솜나물’이었구나. 오늘은 비교적 긴 산행을 하면서 이 친구 이름 하나 건진 것으로 족하다. 그래도 산에 오니 이렇게 소득이 있다.
꽃을 보러 산을 가는지 산을 목적으로 꽃을 덤으로 보려고 하는지 요즘 헷갈린다. 어쩌면 꽃을 만나기 위해 산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산을 가면서 외롭지 않으려고 꽃을 벗하는지 선후가 어떻게 되는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60세 정도까지는 산을 우선으로 하고, 산행길에 야생화나 우리나무를 곁에 두고 싶다. 생각이 앞당겨 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산을 우선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행도 다녀보고 산도 다녀봤지만, 그래도 산이 최고다. 산에 가지 않으면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산에 가야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시간도 보낼 수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나에겐 산보다 듬직한 아내가 있다. 늘 곁에서 함께 해 주니 내 마음 속엔 아내가 산처럼 늘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아내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6년이라는 긴 세월을 어찌 혼자 산에 다닐 수 있었겠나. 적어도 아내는 나에겐 산과 같은 존재다. 내게는 아내가 곧 산이다. 아내가 있어야 나도 산에 간다. 60세 까지는 밀어주고 당겨주고 이렇게 다녔으면 제일 좋겠다.
유학산 팔각정
유학산 도봉사. 오늘은 여기가 기점. 다부동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지요. 팔각정까지 대략 30분 정도만 가면 됨. 팔각정에서 유학산 능선길을 경유해 다부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조망좋고 길은 대체로 유순함. 오늘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왔으니 도봉사 경내 탐방은 생략.
도봉사에서 헬기장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계속 오르막길. 헬기장에서 팔각정까지는 불과 몇 백미터
왜관으로 넘어가는 길. 먼발치에 보이는 시야는 흐렸어도 오늘은 날씨가 맑았는데 아무래도 카메라 조작 능력이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
나름대로 조작해도 보이는 것만큼 사진이 별로...
산야가 아직 잿빛이라 그런지 사진이 도통 마음에 안 든다.
사실 오늘은 올괴불나무꽃을 보러 왔는데 여기는 도통 보여줄 생각을 않는다. 요즘은 어딜가나 마을에는 산수유요 산에는 온통 생강나무꽃이다.
유학산 헬기장. 여기서 유학정까지는 지척이다. 햇빛이 더운 날 헬기장에서도 야생화를 많이 봤는데...
헬기장 전경
유학정까지 가면 힘든 과정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제 다부동으로 넘어가야 한다.
유학정에서 한 컷^^^
유학정에서 200m 지점에 도봉사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수화니 님 부부는 여기서 내려가야 하는데 가다보니 우리랑 끝까지 함께 했다. 애초에는 도봉사로 먼저 내려가 쑥도 띁고 냉이도 캐고 할려고 했는데 ㅎㅎㅎ 우리는 여기서 다함께 다부리까지 4.5km를 넘어간다.
보고자 했던 꽃은 간곳 없고 생강나무꽃만 지천이다.
도개온천으로 지나가는 길 좌측으로 채석장이 보인다. 예쁘게도 뭉개났다.
능선을 넘어가는 길은 사통팔달이라 조망이 아주 좋다.
유학산 능선을 넘으니 주변에 있는 산과 길을 한 번 담아본다.
중간쯤 와서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꺼내 배를 채운다. 정민이 엄마가 우리꺼 까지 맛있는 찰밥을 해 왔네요. 감사^-^
다부동 마을 풍경
다른 기능을 사용해 찍어봤더니 다른 느낌이 오네요.
837고지.
U자형으로 늘어진 소나무는 이 고개를 넘는 산우들의 안락의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 고개에 다다르면 늘 이렇게 앉아 쉬어 가지요. 나무는 괴로울려나^^^
보고 싶은 올괴불나무꽃은 간 곳없고,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생강나무...
먼 길 걸어 드디어 노랑제비꽃을 만났다. 지금부터 노랑제비꽃은 심심찮게 만난다.
조리개 우선모드로 놓고 기회 있을 때마다 요리조리 찍어본다.
주로 생강나무꽃과 어울린 하루다.
중앙고속도로와 칠곡 다부면 일대
노랑제비꽃이 자주 눈에 띈다. 생강나무만 보다가 노랑제비꽃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작년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삼각점이 있는 저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지.
노랑제비꽃과 장난하며 보내니 지겨운줄 모르겠다.
이제 다부동전적기념관까지 다 와 간다.
어라 저게 뭐지. 쑥부쟁이처럼 생겼네. 이 봄에 웬 쑥부쟁이지. 에이 아니지 아니야. 알아보니 솜나물이란다. 그리 귀한 친구도 아닌데 오늘 어렵게 만났다.
내려오면서 딱 한군데서 만났다. 오늘 산행 중 얻은 가장 고귀한 녀석이다.
유학산에 핀 참꽃은 색감이 그리 이쁘게 보이지 않더만, 꽃봉우리는 참 이쁘다.
아래는 다부동전적기념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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