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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봄꽃 찾아 나선 계곡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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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찾은 이곳엔 뭔 봄꽃이 반겨줄래나.

산행이라기 보다는 봄꽃 찾아 떠난 계곡 트래킹이라 봐야겠지.

 

 

■ 언제 : 2015. 4. 4.(토)

■ 어디로 : ?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지난 주, 유학산에 갔다가 기대했던 꽃을 만나지 못했던 터라 오늘 찾은 계곡에서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은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높은 산 깊은 골로 들어갈 마음이 별로 없었다. 아내가 함께 가지 않으려 했다면, 나도 홀로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자주 가던 곳이니 평소에 다니면서 꽃을 주로 봤던 곳까지만 가리라 생각하고 아내랑 함께 움직였다. 오늘 출사한 길은 대략 왕복 4km만 걸으면 웬만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내도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꽃바람 타고 걷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오늘 행차는 그러니까 산행이 우선이 아니라 야생화 탐사가 먼저다. 산행이라 여기기엔 비교적 거리도 짧고 걷는 길도 평범해 산행이라고 같다 붙일 것 까지도 없다굳이 말하자면 야생화 탐사를 위한 꽃바람 트래킹이라면 적당할 것이다.

 

이번 출사길은 연례행사로 자주 다니는 곳이지만, 오늘은 시작부터 기분이 아주 상큼하다. 왜인고 하니 주차하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귀한 꿩의바람꽃을 만났던 것이다. 그것도 오늘 야생화 탐사 내내 다른 장소에서 만나지 못했던 꽃을 출발 시점부터 만났으니 시작이 상큼할 수밖에 없다. 하얀 꽃잎이 활짝 벌어진 채로 제법 많은 개체가 듬성듬성 향기를 내뿜으며 마치 주인을 기다렸다는 듯 반겨 주었다. 수없이 많이 탐방한 곳이지만, 꿩의바람꽃은 오늘 여기서 처음 만났다. 그렇게 찾아다녔건만, 방문할 때마다 적기가 아닌 시기에 찾아 지금까지 대면을 하지 못했나보다. 어쨌든 오늘은 꿩의 바람을 타고 기분 좋은 꽃산행을 시작한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가노라니 포장되지 않은 길섶에 핀 꽃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현호색이 군락을 이룬 채 길섶을 뒤덮고 있다. 얕은 산기슭에도 온통 현호색이다. 모두 같은 듯 다른 모양으로 앞 다퉈 피어 있다. 초입부터 이러니 현호색에 정신을 팔 겨를이 없다. 원체 복잡한 내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라 초반부터 이놈들에게 현혹되어 시간을 죽이다 보면 다른 애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대충 한 두 녀석들만 골라 앵글에 담고 오늘 이 계곡에는 어떤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4월말경이면 병꽃나무가 마치 병정들이 도열한 것처럼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아직은 시기가 일러 병꽃나무는 냄새조차 풍기지 않는다. 뭐가 있을라나 살피며 올라가다 풍경이 좋으면 카메라 연습도 할 겸 매뉴얼 모드와 조리개 모드를 선택해 커맨드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찍어 본다. 물이 많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떨어지는 물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스피드를 조작해 보기도 한다. 아직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 사진이 원하는 대로 잘 나오지 않는다. 숙달이 되려면 나한테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오늘은 어쩌면 천남성, 미치광이풀, 족도리풀 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여기는 시기적으로 봐 좀 이른 것 같지만, 산이 품은 마음을 산에 들어오지 않고는 알 수가 없으니, 일단은 들어가서 봐야 할 노릇이다. 만약, 이 친구들이 아직 이르다면 지금 이곳에는 이 시기에 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은 확실하니 애태울 필요가 전혀 없다.

 

우려했던 바대로 위에 열거했던 녀석들은 코빼기도 보일 기미가 없다. 대신 유학산에서 그리도 보고 싶어 했던 올괴불나무꽃을 생뚱맞게 여기서 본다. 그것도 내일이면 가녀린 꽃들이 모두 다 떨어질 태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유학산에서 보지 못한 꽃을 여기서 보게되다니 순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올해는 산행을 하면서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오늘 예기치 않게 조우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시기를 놓치기 전에 어디서든 봐서 다행스러웠다만, 그래도 내 느낌에는 이 꽃은 유학산에서 본 것만 여러 가지로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꽃만 보는 사람이야 별다른 감흥이 없겠지만, 나는 동족상잔의 현장인 다부동 유학산의 전쟁 원혼이 유학산의 올괴불나무 꽃으로 피어 났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작년에 비가 조금씩 내린 우중충한 날씨에 온 산이 마치 포화에 휩싸인 것 같은 안개 속에서 핀, 고개 숙인 가녀린 올괴불나무의 꽃 모양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전쟁의 상흔에 묻힌 우리 학도병과 장병들의 넋이 꽃으로 환생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오늘 여기서 본 것보다 유학산에서의 올괴불나무꽃을 더 보고 싶어 했던 것이리라. 그런 연유에서인지 올괴불나무 꽃은 아무래도 여기보다 유학산이 더 어울릴 수밖에 없다.

 

올라가면서 보지 못했던 그 꽃을 내려오면서 보았네.’ 같은 학교 근무하다 올해 다른 학교로 서로 이동한 장희 부장의 부군이 이별하면서 써 준 붓글씨에 적힌 글귀다. 올괴불나무꽃은 그렇게 봤다. 분명 올괴불나무를 스쳐 올라갔음에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려오면서 봤다. 산은 그런 모양이다. 정성이 다하면 올라가면서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을 내려올 때는 보여 주는 모양이다. 산은 그냥 저냥 즐거움만 가득 안겨 준다.

 

이웃집 카페에서 늘 보던 얼레지나 깽깽이풀, 산자고 뭐 이런 애들도 보고 싶었는데 늘 산길로만 다니는 내겐 이놈들이 잘 나타나질 않는다. 산길 가기 바쁜 처지에 이놈들 보자고 산 속을 누비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 내 형편엔 그저 산행하면서 길 따라 가다가 눈에 띄면 담는 수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기란 아직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수확량은 좋은 편이다. 짧은 길 편한 길 누비고 다녔음에도 꽤 넉넉하게 많은 개체와 만났다. 더구나 산행 위주가 아닌 야생화 탐사 위주라 카메라 조작도 다양하게 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비교하기 위하여 오토, 조리개, 스피드, 매뉴얼 모드를 번갈아 가며 놓고 1장의 사진을 대여섯 번 찍기도 했다. 꿩의바람꽃 앞에서는 무려 십분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 그뿐인가? 내려오면서 시간 여유가 있어 현호색도 종류별로 찾아, 보이는 대로 사진을 모두 찍었다. 똑딱이 둘러메고 1분에 대여섯장 찍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역시 한 가지를 목표로 하고 다니니 여유가 만만하다. 늘 시간에 쫓겨 허우적거리다가 눈에 보이면 똑딱이로 똑딱거리며 찍던 것이 습관이 된지 오래인데 오늘은 비교적 여유로운 촬영 시간을 가졌다. 산행언저리에서 꿩의바람꽃을 만난 것이며, 올라가면서 보지 못한 올괴불나무꽃을 내려오면서 본 것하며, 그 외 애기괭이눈, 남산제비꽃, 이제 막 피기 시작해 앞으로 길가에서나 얕은 산기슭을 온통 노랗게 물들일 산괴불주머니, 예쁜 개별꽃, 호랑버들, 각종 현호색 군단 그리고 마을 돌담에 피어난 예쁜 복주머니 금낭화까지 그야말로 아들내미가 사준 카메라가 호사를 한 날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제대로 마음먹고 자유롭게 촬영을 해 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비록 뜻한 바대로 시원하게 잘 찍힌 것은 아니지만, 어찌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카메라 공부에 더욱 전념하여 꽃 사진과 풍경사진 그리고 인물사진 만큼은 확실하게 찍어봐야겠다.

 

 

 

 

 

계곡에서 만난 4월 초입에 본 봄꽃

 

 

꿩의바람꽃 꽃말은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덧없는 사랑이다. 순백의 꽃에 어울리지 않는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에 이어 핀다니 위에서 본 너도바람꽃은 아마 꽃이 지고 벌써 씨방을 맺은 모양인가 보다.

 

 

 

 

꿩의바람꽃 옆에 있는 현호색도 잡아보고

 

또 꿩의바람꽃을 찍어본다. 귀하게 만난 반가움에 마음 놓고 셔터를 눌러댄다.

 

 

또 현호색도 찍어보고...

 

꽃잎이 활짝 뒤로 젖혀진 꿩의바람꽃도 담아본다.

 

요기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변화시켜가며 찍어본다.

 

물가에 내려 갔더니 가는잎 그늘사초도 눈에 띄어 담는다.

 

그 옆에는 개별꽃이 바위 위에 예쁘게 피어 있다.

 

물의 흐름도 셔터속도를 조절해 가며 이리저리 찍어본다.

 

셔터속도를 느리게 해 처음 잡아보는 물길이다.

 

옥색빛을 띤 소가 늘 청정한 그림이다.

 

 

 

 

망폭정. 여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은 다 알겠구만. 난, 어디 다녀오면 속속들이 위치를 밝히면서 글을 정리하는 바람에 이제는 가급적 귀한 꽃이 있는 곳은 노출을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예년에 분명 그 자리에서 봤던 그 꽃이 이듬 해에 오면 싹 사라지고 없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했다. 우리의 귀중한 야생화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노출을 금해야겠다.

 

 

 

어제 그저께 비가 온 후라 수량이 많은 편이다.

 

이렇게도 잡아보고...

 

 

 

 

호랑버들

 

오늘은 내려올 때 이 다리를 건너 가까운 곳만 야생화 탐사를 했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분이 다소 꿀꿀한 아내를 다리 중간에 세워 놓고...

 

 

 

 

봄이 오는 산길에는 뭐니뭐니해도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생동감이 있다.

 

 

 

지난 주 유학산에서 그리도 보고 싶어했던 올괴불나무꽃이다.

 

내일이면 이꽃마저 지고 없어질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올괴불나무가 많은데 일부만 꽃이 살아 있고 나머지는 벌써 꽃지고 잎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다.

 

유독 이 녀석만 아직 빨간 꽃술을 머금고 있다.

 

너도바람꽃도 이미 꽃이 지고 없다. 벌써 씨방이 맺혀 있다. 이놈을 보자면 3월초에나 중순경에는 방문을 해야할 것 같다. 

 

죽은 솔방울이 엄청나게 많이 매달려 있다.

 

 

참꽃도 꽃망울을 머금고 있을 때가 더 이쁘다.

 

올라갈 때 아껴 두었던 현호색은 내려갈 때 종류별로 관찰해 찍어본다.

 

같은 듯 다 다른 녀석들이다.

 

남산제비꽃도 보고

 

 

눈여겨 살펴가며 겨우 애기괭이눈도 찾았다.

 

 

 

 

 

둥근털제비꽃도 본다.(?)

 

아래는 모두 서로 다른 현호색 군단이다.

 

 

 

남산제비꽃

 

평상 시 대수롭게 여기던 현호색을 오늘은 마음 먹고 종류별로 찍어본다.

 

 

 

 

 

 

 

 

 

올라올 때 활짝폈던 꿩의바람꽃이 내려올 때쯤엔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꽃잎을 닫고 있다.

 

치산지의 물길을 잡아보기 위해 일부러 흘러 넘치는 물길 앞에 섰다.

 

 

 

산괴불주머니. 앞으로 길가에서 엄청나게 볼 녀석들이다.

 

멀리 있는 참꽃을 당겨 찍었다. 키가 크고 색감도 좋다.

 

마을 돌담 아래 핀 금낭화.

 

 

수령250년 묵은 마을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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