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국관광공사 추천 이달의 가볼 만한 곳 - 경북 문경
한국교육신문 2012-11-26
청운 품은 옛 선비들이 걷던 ‘문경새재’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려 첫발을 디딘 곳은 문경새재 들머리.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바로 거기,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었다는 고
갯길이다.
옛 이름은 조령(鳥嶺)이지만 지금은 새재로 더 알려진, 조선시대부터 낙동강(영남)과 한강(한양)을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이었다.
그 당시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택해야 했는데 이중 새재 코스가 열나흘 걸리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래서 추풍령은 보름길, 죽령은 열엿새길로 불렸다고 한다. 청운을 품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주저 없이 이 길(새재)을 고집한 이유를 알만하다.
아스팔트가 아닌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은 느낌부터 다르다. 뭐랄까, 저 가슴 깊숙이 박혀 있던 조급함이 달아나고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흙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고갯길을 느릿느릿 걷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세상의 시름은 간 데 없고 여유와 아늑함만이 길동무가 되어 준다. 길 숲에 깃든 생명들은 고운 목청으로 길손을 맞아주고 코끝에 달라붙는 나무 향기는 심신에 ‘활력’이라는 선물을 듬뿍 안겨준다.
이렇듯 예스러움이 물씬 풍겨서인지 새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로 꼽힌다.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길은 12.5km. 지금이야 길이 널찍하게 뚫리고 곳곳에 쉼터가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괴나리봇짐을 메고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던 그 옛날 사람들에게는 험하기 이를 데 없는 산길이었을 것이다.
도시 소리 뚝 끊고 자연에 귀 기울일까
우리나라에는 여러 고개가 있지만 대부분 차량들이 차지해버리는 바람에 멋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새재는 사람이 주인이다.
자동차 엔진 소리 대신 청아한 새 소리며 계곡물 소리가 귓가에 머문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새재는 주변에 높다란 산을 여러 개 두고 있다. 동쪽에는 부봉과 주흘산이, 서쪽에는 마폐산과 조령산 능선이 아득히 뻗어 있는데, 그 사이로 조령천이 흐른다. 문경새재 길은 바로 이 조령천과 숲을 끼고 뻗어 있다.
문경새재를 넘는 길은 두 군데. 괴산땅인 조령관(3관문)과 문경땅인 주흘관(1관문)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어느 길로 오르든 새재의 깊은 멋이 우러난다. 어디로 방향을 잡을 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가까운 길을 택하면 된다. 거개의 사람들은 주흘관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번잡함이 한결 덜한 반대쪽(3관문)에서 내려가는 길도 나름대로 좋다.
새재 길로 들어서기 전, 문경도자기전시관에 잠시 들러본다.
예부터 문경은 경기 이천, 전남 강진과 함께 도자기의 본향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문경은 중요무형문화재(사기장 105호)로 지정된 김정옥 씨를 비롯해 전국 도자기 명장 5명 중 3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도예 전통이 깊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토기와 청자, 백자, 근·현대도자기, 수석 등을 볼 수 있고 도자기 실습체험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새재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전통 기와건물인 옛길박물관(054-550-8366)이 있다. 문경의 역사와 자연, 새재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자세하게 훑어볼 수 있다.
폭신한 흙길에 재미를 더하는 사적지
1관문인 주흘관은 남쪽의 적을 막기 위하여 숙종 34년(1708)에 건립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八作)지붕이다. 3개의 관문 중 옛 모습을 가장 잘 지니고 있다.
2관문인 조곡관은 선조 27년(1594)에 신충원이 건립한 것으로 ‘중성’이라고도 한다. 그 후 1907년에 훼손된 것을 1975년에 복원하였다.
조곡관 역시 정면이 3칸 측면 2칸이며 좌우에 협문이 2개 있고, 팔작(八作)지붕으로 돼 있다.
조곡관까지는 천연림이 에워싸고 있어 그윽한 풍치를 보여준다. 왼편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오른편은 수목이 빼곡하다.
마사토를 뿌려 매끄럽게 단장한 흙길은 돌멩이 하나 없이 부드러워 맨발로 걸어도 상처 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주흘관에서 조곡관까지는 3km. 중간 중간에 눈길을 끄는 사적지가 즐비하다.
고갯길을 넘나들다 하룻밤 묵어갔던 조령원터, 한 잔 술로 허기를 달랬던 주막터,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는 조곡폭포, 일본인들이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V자로 파놓은 상처 난 소나무, 관찰사들이 이·취임식을 했던 교귀정, 기름틀 모양의 지름틀 바우, 산불을 막기 위해 세워둔 ‘산불됴심’이란 입석도 보인다.
마당처럼 넓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마당바위에 앉으면 머리 위로 주흘산과 조령산이 큰 소리로 호령하는 듯하다.
조곡관에서 새재 정상에 있는 조령관으로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어 고요하지만 눈요깃거리가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물과 키 재기하듯 쭉쭉 뻗어 올라간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는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다.
걷는 즐거움을 이 길에서 누려볼 수 있다. 그렇게 10분쯤 더 오르면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나타난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큰 애기 손질에 놀아난다/ 문경새재 넘어 갈제/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
그 옛날 새재를 오르내리며 불렀던 아리랑 가락이 들려오는 듯하다. 아리랑비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아리랑 곡조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장원급제의 꿈’ 굽이마다 서려
아리랑 비문을 뒤로 하고 쉬엄쉬엄 올라간다.
얼마쯤 올랐을까.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진을 쳤다고 전해오는 이진터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돌로 쌓은 커다란 책바위가 나타난다. 책바위에 얽힌 전설이 흥미롭다.
그 옛날 문경에 살던 한 허약한 젊은이가 병을 잘 고친다는 도사를 찾아가 건강비결을 물었다. 도사는 “당신 집터를 둘러싼 돌담이 몸의 기운을 누르고 있으니 그 담을 헐고 돌을 문경새재 책바위에 옮겨 놓고 정성을 다해 빌라”고 했다.
젊은이는 도사가 시키는 대로 3년에 걸쳐 돌을 책바위까지 나르니 허약한 몸이 튼튼해지고 결국엔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이곳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전설 때문인지 3관문 아래에는 장원급제길이 나 있다.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이 그윽하다.
새재의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은 북쪽의 적을 막기 위해 선조 초에 쌓고 숙종 34년(1708)에 중창하였다. 일부만 남고 불탄 것을 1976년에 홍예문 및 석성 그리고 누각을 복원했다.
조령관에 올라서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파도치는 듯한 주흘산의 봉우리와 조령산이 손에 잡힐 듯 시원스럽다.
‘대왕세종’ 알현할까 ‘일지매’ 만나볼까
새재 도보 여행을 마치고 석탄박물관(www.coal.go.kr 가은읍 왕릉리)으로 간다.
이곳에는 각종 광물과 희귀한 화석, 탄광에서 사용한 장비, 광부들의 생활상 등 석탄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채탄을 하던 갱도는 전시공간으로 변모했다.
문경은 한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탄광 도시였지만 1994년 은성광업소를 끝으로 탄광이 사라지면서 16만 명이 넘던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 흉물스럽게 버려졌던 폐광 자리에는 석탄박물관이 들어섰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 위로는 관광용 자전거가 달린다.
석탄박물관 인근에는 ‘연개소문’, ‘대왕세종’, ‘일지매’ 등 역사 드라마를 촬영한 오픈 세트장이 있다. 세트장에는 고구려궁과 신라궁, 안시성, 요동성 등 고구려 및 신라 시대의 성내 모습이 사실적으로 꾸며져 있다. 매표소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촬영장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구불구불 아찔한 벼랑길 ‘토끼비리’
충주 방면 마성면 신현리에는 경북팔경 중 제 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이 펼쳐져 있다. 기암괴석과 강이 만나 빚어낸 절경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진남교반 휴게소 뒤편의 산길을 10여 분 정도 오르면 1500여 년의 기나긴 세월을 이겨낸 고모산성이 나타난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향해 진격하던 주력 부대를 군사 한 명 없이 만 하루 동안 막아냈을 만큼 난공불락의 요새다.
고모산성은 4세기 신라시대에 건축된 석성으로 천하장사인 고모노구와 마고노구가 경쟁해 하룻밤 만에 쌓았다는 전설이 있다.
고모산성 옆으로는 이른바 토끼비리길이 나 있다. 영남대로 옛길 중 가장 험난한 길로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이동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길이 없어져 난감해 하던 중 마침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토천(兎遷)’이라 부른데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아찔해서 겁이 날 정도다.
진남 교반 주변 진남역에서는 왕복 4㎞의 철로자전거를 타볼 수 있다. 석탄을 운반하던 폐선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는데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8시 30분∼오후 4시 30분까지 운행하며 4명이 함께 타는 자전거 1대당 1만5000원(왕복 40분소요)이다. 단체(15대 이상)는 20%, 문경새재유스호스텔과 불정자연휴양림, 문경관광사격장, 문경석탄박물관 이용자는 영수증을 제시하면 당일에 한해 30% 할인해준다.
문의: 진남역 054-553-8300.
흐르는 물도 아까워 … 절경 ‘용추폭포’
산 깊고 물 맑은 문경은 계곡 천국이다.
특히 가은읍 대야산(931m)에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이 있다.
용추계곡에 들면 신선이 따로 없다. 2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는 대야산 최고의 비경으로 꼽힌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암반을 뚫고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용추(沼) 양쪽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다 생겼다는 용비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폭포를 바라보며 대야산 정상을 향해 20분 정도 오르면 망석대 지나 널찍한 암반이 펼쳐진다. 달그림자가 비친다는 월영대다.
이곳 역시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그윽하다. 벌바위마을에서 용추폭포를 거쳐 월영대-밀재-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가장 무난하다. 왕복 5시간 소요.
‘벌바위’란 마을은 뒷산의 바위들이 벌집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용추계곡과 붙어 있는 선유동계곡은 하나의 바위로 이뤄져 있다. 대야산과 둔덕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을 따라 1.8㎞에 걸쳐 펼쳐진 선유구곡은 그 자체가 선경이다.
신라 말 학자인 최치원은 이곳을 자주 찾아 절경을 즐겼다고 한다.
이밖에 농암면의 도장산(828m) 자락에는 쌍룡계곡이 있다. 청룡과 황룡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웅장한 바위와 절벽이 태고의 자연미를 자랑한다.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 교통편
▶ 자가용
-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나들목-문경새재
-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나들목-충주(3번국도)-수안보-이화령터널-문경새재
-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나들목-점촌(문경시)-문경읍(3번국도)-문경새재
▶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점촌시외고속버스터미널 매일 수시 운행. 약 2시간 소요. 점촌이나 가은에서 벌바위(용추계곡)까지 하루 6회 시내버스가 다닌다.
◆ 맛집
문경은 약돌을 먹여 키운 돼지고기가 유명하다. 약돌은 문경에서 나는 화강석 돌로 갈아서 사료와 함께 돼지에게 먹이면 고기의 육질이 부드럽고 영양가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새재 입구와 문경읍내에 새재할매집(571-5600), 약돌샤브샤브(556-7192), 문경약돌한우타운(1588-9075), 새재초곡관 문경약돌돼지(571-2020) 등 약돌돼지 전문점들이 여럿 있다. 묵밥 맛이 좋은 소문난 식당(572-2255)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진남교 주변에 있는 진남매운탕(552-7777)은 메기, 꺽지, 피라미 등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 숙박
호텔킹마트(문경읍 온천2길, 571-5558, 굿스테이 업소), 대야산자연휴양림 (가은읍 용추길, 571-7181), STX리조트(농암면 청화로, 460-5000, www.stxresort.com), 불정자연휴양림(문경시 휴양림길, 552-9443, www.mgbjforest.or.kr) 등. 문경읍내의 문경온천은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곳이다, 황토색 빛깔을 띠는 칼슘 중탄산천은 류마티스, 피부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경온천(572-3334), 문경종합온천 (57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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