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부회의 여름은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종갓집에서
언제 : 2015. 7. 20.(월) ~ 21.(화)
어디로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종갓집, 전망대, 퇴계종택, 경상북도 산림과학 박물관
누구랑 ; 육부회 여섯부부
흔적
여섯 부부가 함께하다 보니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날짜를 몇 번이나 조율하여 겨우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날짜를 얻었다.
장소도 여러번 바뀌었다. 최종 낙찰된 곳은 올 해 회장을 새로 맡은 수화님 님의 노력으로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종갓집을 마련했다.
공영주차장에 모두 모여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에 출발했다.
첫 번째 경유지는 안동에 있는 월영교다.
월영교는 2003년에 개통된 안동호에 놓인 목책교로 국내 최장의 목책으로 된 인도교이며
다리 한가운데에는 월영정(月映亭)이 있다.
월영교란 명칭은 <다음>백과사전에 의하면 시민의 의견을 모아 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가 이곳으로 온 인연과
월곡면, 음달골이라는 지명을 참고로 확정되었다고 얘기하며
또한 이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고자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 미투리 모양을 이 다리 모습에 담았다고도 한다.
오늘로 두 번째 월영교를 건넜지만, 이렇게 고귀하고 숭고한 의미가 새겨져 있음은 이제사 알았다.
고작해야 뷰파인더에 들어가는 풍경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 여행은 의미부여가 쉬 전달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여섯 부부도 이 월영교를 건너며
그들의 고귀한 사랑을 음미한 채 새로운 인생의 장을 펼쳐 나가기 바란다.
월영교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원이 엄마' 테마길이 나온다.
1586년 이응태가 31세의 나이로 숨지자, 그 애절하고도 절절한 마음 어이할 길 없어
시리도록 아픈 그리움을 한지에 담아,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 만든 미투리 한 짝을 시신과 함께 봉안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저버리고 먼저 간 이응태는 그러한 아내의 심정을 헤아린 듯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400년이 넘는 세월을 미이라로 살았다.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숭고했으면 하늘도 아내의 사랑을 저버린 채 차마 이응태를 저승으로 데리고 갈 수 없었나보다.
'원이 엄마 테마길'은 그런 길이다.
두 분의 사랑을 귀감으로 후세 사람들도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가라고 '상사병(love bottle)'이란 코너도 만들어 놓았다.
다른 곳과는 달리 자그마한 병 속에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는 글을 적어 넣도록 만들었다.
기발한 발상이다. 자물통으로 꽉 채워 놓는 것도 좋지만, 상사병에 넣으면 훼손되는 일 없이
오래도록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의 소망이 살아 있을 것 같다.
원이 엄마 테마길을 걷는 길은 월영교에서 법흥교로 이어지는 2km 정도의 데크로 조성된 호반나들이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대략 3/4 정도 걷다가 되돌아 왔다.
꽉 짜여진 일정은 없었지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 뒤돌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동댐의 명소로 각광받는 월영교를 탐방한 후 우리는 안동 구시장으로 갔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안동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안동찜닭을 먹기 위해서다.
찜닭 동네는 그야말로 온통 닭판이다.
1박 2일 촬영팀, 전원주가 다녀 간 곳, 각종 방송사가 스쳐 지난간 흔적이 찜닭보다 더 크게 부각되어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야할지 대략난감이다.
다행히 우리는 안동찜닭하면 일가견이 있는 박대감의 소개로 박대감이 안동오면 단골처럼 찾는 곳에 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두 부부가 함께 갔던 닭집이다.
안동찜닭과 함께 점심을 먹고, 우리는 안동호를 따라 숙소로 곧장 이동했다.
가면서 보는 안동호는 그동안 태풍과 장마로 인해 비가 내려 물이 어느 정도 차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물에 잠겨 있던 지층의 흔적은 계단처럼 다 드러나 있고,
바닥엔 잡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것으로 보아 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듯 하다.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이 우리가 하룻밤 묵을 숙소다.
매표소를 지나니 바로 앞에 '종갓집', '사랑채', '처갓집', '외갓집'이란 숙소가 늘어 서 있다.
우리가 묵을 종갓집만 기와로 덮여 있고, 나머지는 모두 초가 모양이다.
종갓집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방이 모두 5개다.
우리가 모두 12명이니 방은 충분하다.
주로 콘도를 이용하다가 한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에 오니
옛추억이 아리삼삼한지 모두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나도야 물론 이런 분위기가 훨씬 좋다.
행동 반경이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지 성냥갑 쌓아 올린 구조물 속에 들어 앉은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니 방 내 방 할 것 없이 여장을 정리하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일행들이 쉬는 틈을 이용하여 카메라를 들고 주변 탐색에 들어갔다.
숙소 바로 아래 조그마한 호수가 있고, 호숫가 주변으로 부들과 털부처꽃이 보인다.
화단에 심어 놓은 범부채와 봉선화, 맨드리미, 기생초 같은 원예용도 있었지만
산에 다니다보니 주로 야생에 터를 잡고 자라는 풀과 나무가 더 좋아 가급적 야생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호숫가 주변을 맴돌며 부들과 털부처꽃이랑 잠깐 놀았다.
묻힌 김에 회장님이랑 박대감이랑 휴양림 주변을 거닐기로 하고 막 일어서는데
나머지 머스마들이 막걸리나 한 잔 먹자고 잡아끈다.
이미 두 사람은 내려갔는데 난 그만 죽치고 앉아 카메라를 내려 놓은 채 막걸리를 거든다.
한 병, 두 병, 세 병 저녁도 먹기 전에 먹다보니 박대감이 마실 막걸리 분량까지 다 마셔버렸다.
박대감은 막걸리를 마시는 데... 할 수 없이 나중에 막걸리를 다시 사러갔다.
막걸리를 먼저 마셨으니 이제 짬뽕하지 말고 우리도 막걸리나 마셔야겠다.
풍치 좋은 호반자연휴양림에 들어 앉아 이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무더운 날씨라 그런지 밤새 잠이 쉬 오질 않았다. 잠 좀 푹 잤으면 좋으련만 요즘 잠을 많이 설치는 편이다.
아침 밥상이 종갓집 만찬과 다름없다.
아낙네 여섯이 손발 걷어부치고 나서니 아침상 정도야 가볍게 마련된다.
업무를 분담해서 하니 큰 힘 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일을 한다.
이제 모두 손발이 잘 맞는다.
아침을 두둑하게 먹고 어제 저녁나절 가려다 가지 못한 전망대 방향으로 산책을 나섰다.
걸어가려다 어제 저녁 잠을 설친지라 전망대 앞까지 차로 이동을 했다.
전망대 주변은 세계유교문화선비공원 및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사업과
진입도로 개설로 인하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숙소에서 전망대까지 차로 이동하니 금방이다.
전망대로 이동하는 짧은 둔덕에는 도둑놈의갈고리라 불리는 고삼과 그와 비슷하게 생겨
늘 헷갈리는 활량나물, 파리풀, 아름드리로 모여 있는 미국자리공 정도가 다다.
물론 어디가나 지천인 개망초도 한 껏 물이 올라 있다.
전망대는 꽤 높게 만들어 놓았다. 올라가면서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녹이 슬고 방치된 듯 했다.
전망은 더할 나위 없이 좋더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홍보가 덜 되었는지, 투자에 비해 효용가치가 제로 상태나 다름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청량산을 비롯한 산군이 비록 일부가 구름에 가리긴 했으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안동호가 발 아래 잔잔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한 없이 고요했다.
산과 들을 따라 우리가 지나온 궤적도 마치, 실타래에서 풀린 실이 늘어진 것 처럼 길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동호의 잔물결이 바람에 실려 전망대로 날아오는 오늘 아침 산책길은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숙소로 돌아와 이제 길 떠날 채비를 해야 하는데 오뉴월 무더위에 축 늘어진 개불알처럼 모두 축 퍼져 있다.
12시까지 숙소를 비워야하니 그때까지 일단 쉬고보자.
하룻밤이지만, 종갓집이 좋았는지 떠나는 발걸음이 다소 아쉽다.
숙소를 나서 일단 퇴계종택을 갔다. 퇴계종택 탐방도 할 겸 서부장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과 내가 가고자 했던
퇴계가 명상과 사색을 하며 걷던 계곡을 따라 걷는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언젠가 TV에서 방영한 것을 본 그곳을 걷고 싶었는데 어딘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는데 모두 더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서부장도 나도
날씨도 더운데 더 가자고 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차를 왔던 길로 돌려 나갔다.
차를 돌려 나간 길에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가 될 경상북도 산림과학박물관이 있다.
안동을 지나 이쪽으로 가는 길에 산림과학박물관 건립을 위해 공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마침내 이번 모임을 이용하여 산림과학박물관을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요즘 꽃과 나무에 심취해 있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탐방지였던 것이다.
산림과학박물관은 잊혀져 가는 우리 강산의 산림사료를 영구 보존하거나 학술적 연구를 통하여
산림문화를 창달하고, 산림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물게 살펴보고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산림과학박물관 내부는 건성으로 대충 대충 훓어보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야생에 취해 있는지라 밖에서 피고지는 꽃과 나무를 먼저 보고 싶었다.
이름표가 모두 붙어 있으니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고 익히기에는 가장 좋은 학습장이다.
일행들과 동떨어져 나름대로 부지런히 다니며 촬영도 하고 이름을 익히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내부 전시관에서 일부러 혼자 일찍나와 여기 저기 다니며 이름을 조사한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나무만 일부 보고, 꽃이 있는 곳은 가다가 말았다.
일행들이 차를 몰고 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어디를 가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든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가 여행의 의미를 좌우한다.
우리 모두는 취향이 다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다 다른 듯 하면서 다 똑 같기도 하다. 그러니 함께 어울리는 것이 아니겠나.
어쩌면 모두 함께 어우러져, 길 떠나는 그 자체가 의미며, 길 위에 놓인 인생을 새롭게 갈구하는 것이 아니겠나.
모두들 수고 많았고, 회장님 내외도 여러모로 꼼꼼하게 준비하고
행사를 추진하느라 노고가 많았습니다.
차제에 수고하심에 격려의 인사를 남기며, 아울러 먼 길 안전운행에 수고가 많았던
박대감과 장대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1일차. 안동 월영교
2일차.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종갓집, 퇴계종택, 산림과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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