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도에선 어떤 새를 볼 수 있을까?
■ 언제 : 2021. 5. 8.(토)
■ 어디로 :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 누구랑 : 아내랑
신진도 탐조 기행
우리집에서 대천항까지 247.0km(3시간 5분), 신진도까지 298.3km(3시간 33분), 대천항에서 신진도까지는 98.2km(1시간 43분) 그리고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는 53km로 뱃길로만 꼬박 2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카카오맵으로 검색해 지도를 살펴보니 출타하기엔 멀어도 너무 멀다. 그래도 여긴 꼭 한 번은 가야 한다. 유부도, 굴업도, 어청도, 외연도 이런 섬들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번은 다녀가야 할 꿈 같은 곳이다. 계획상으론 대천항에서 토요일 아침 8시 배를 타고 입도해 하룻밤 유한 다음 다음날 16시로 배로 나오면 딱 좋겠는데 아쉽게도 배 시간을 예약하자니 내 계획과는 상반된 배편만 남아 있다. 카카오맵으로 검색한 길을 캡쳐해 다시 살펴봐도 갈 길이 구만리다. 3시간 넘게 운전하고 뱃길로 또 두 시간을 더 가야 한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게다가 집사람과 함께 가야하니 만약 일요일 배편이 결항된다면 다음날 출근해야 할 아내가 낭패를 본다. 강행하자니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연도로 가는 인터넷 예약은 가는 날(토) 2시 배편, 오는 날(일) 오전 10시 배편만 남아 있다. 이렇게는 갈 수 없다. 아내가 대천항에 문의하니 인터넷 예매를 못 해도 현장 배표가 있어 가능할 수도 있긴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가 줄을 서서 표를 끊을 수 있을 때 가능할 수도 있단다. 하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단 우리는 대천항으로 출발했다. 운이 좋다면 갈 수 있고 못 가면 차선책으로 신진도를 갈 참이다. 신진도는 신진대교로 연결되어 날씨만 도와준다면 길이 멀더라도 상관없다. 대천항에서 외연도로 가는 배는 아침 6시가 넘어야 결항 여부를 알 수 있단다. 결항할지 안 할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부딪치고 보자는 심산으로 우린 새벽 3시에 길을 나섰다. 지도로 나타난 길을 보니 아찔하다.
[우리집에서 대천항까지 247.0km 지도로 보니 엄청난 거리다.]
대천항에 도착하니 6시 남짓 되었다. 매표소로 달려가 상황을 알아보니 오늘 기상 상태가 좋지않아 출항할 수 없단다. 할 수 없다. 차선책인 신진도로 갔다. 대천항에서 98.2km(1시간 43분) 거리를 또 달려야 한다. 줄곧 운전만 한다.
[대천항에서 신진도까지 98.2km, 1시간 43분 또 달린다.]
오늘 일기는 엉망진창이다. 바람도 불고 미세먼지와 황사 송화가루까지 장난이 아니다. 하늘이 노랗다.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다. 운전하면서 창문도 한 번 못 내렸다. 어쨌거나 신진도까지 왔다. 신진도는 면적 1.678㎢, 해안선 길이 7.0㎞로 정죽반도(程竹半島)의 끝에 있다. 크지 않은 섬이라 탐조하기엔 딱 좋은 섬이다. 여태 보지 못했던 새만 내 눈앞에 나타나 준다면 굳이 외연도행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여긴 생각했던 것 보다 새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안흥초등학교 신진도분교로 가면 상황이 호전될 것 같았으나 거기도 매양 일반이다. 검은딱새랑 솔새류, 쇠붉은뺨멧새 정도가 다다. 남들은 진홍가슴도 보고 황금새와 큰유리새도 봤더만 얘들은 이미 여길 다 떠난 모양이다. 바닷가 부근 산기슭과 새가 있을 만한 곳을 부지런히 다니며 뒤졌건만 딱히 정체를 드러내는 녀석들이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미 유명세를 떨치던 얘들은 모두 다 사라진 채 보이지 않는다.
마도습지로 갔다. 여긴 뭔가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서린 곳이다. 신진도 탐조의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다. 습지가 매몰되어 습지보다 땅이 더 많긴 했지만, 분위기로 봐 새가 서식하기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막상 와보니 생각만큼 새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현장 분위기랑 상황이 많이 다른 느낌이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리가 없는데... 당연히 신진도 분교 주변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샅샅이 뒤져도 새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렵다. 그래도 분교 주변은 나름 괜찮았는데 여긴 습지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산으로 올라가 뒤졌음에도 새를 발견하기 어렵다. 바닷가 주변에 폐선을 쉼터로 이용하는 괭이갈매기만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맴돈다. "이런, 이러면 안 되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진도의 새들이 무심하기만 하다. 괜히 폐선에 앉아 여유롭게 날갯짓하는 괭이갈매기가 밉살스럽기만 하다.
마도 초입에 있는 횟집으로 가 아내랑 물회 한 그릇씩 먹고 다시 분교 부근으로 갔다. 그래도 거기 형편이 나았다. 하지만 여기도 마도습지 보다 나았지 새가 많이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 당도했을 때 봤던 검은딱새와 노랑눈썹솔새, 쇠붉은뺨멧새가 다다. 하지만 아직 이 정도도 한 번 만나지 못했던 새들이라 좀은 위로가 되었지만, 새벽 3시에 길을 나서 천리 먼 길 달려왔기에 성이 찰 리가 없다. 아쉬움에 산쪽으로 더 올라갔다. 섬휘파람새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오늘 신진도 탐조는 아무래도 여기서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은 여기까지 여행온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탐조하다 보면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이럴 땐 그저 넉넉한 마음을 갖고 그러려니 해야 한다. 탐조 욕심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어찌 여기까지 왔겠는가? 새때문에 태안군에 있는 신진도와 마도를 오지 않았는가? 오늘은 그로 만족하자.
오늘 신진도에서 본 새는 검은딱새 암․수, 노랑눈썹솔새, 박새, 산솔새, 쇠붉은뺨멧새, 참새 그 외 갈매기가 다다. 그래도 신진도에 와 5종이나 종추가를 했다. 길이 많이 멀긴 했지만, 하루에 5종을 추가했다면 그도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이로써 신진도 탐조는 막을 내리고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외연도행은 오늘 기상이 좋지 않아 출항을 못 했지만, 내일은 출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답답할 것 없는 아내는 내일 무조건 배가 뜬다며 대천항 부근으로 가 하룻밤 유하고 외연도로 가잔다. 난, 만약 들어간대도 갑자기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못 나오게 되면 내일 출근해야 될 사람이 은근 걱정되더만, 아내는 내일 날씨 좋다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천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숙소 검색을 하던 아내가 여기 괜찮겠다며 예약해도 되겠냐며 묻는다. 알아서 하라고 하고 부지불식간에 예약한 숙소로 갔더니 생각보다 숙소가 꽤 마음에 든다. 전망 좋은 곳으로 달라고 했더니 리조트동 6층에 자리 잡은 우리 숙소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환상의 바다리조트” 우리가 하룻밤 유한 숙소다. LED 조명 화려한 모텔 같은 곳보다 가성비 좋고 우리 같은 사람 하룻밤 묵기 딱 좋았다. 수산시장과 주변 횟집이 5분 거리에 있고 대천항까지도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다.
숙소에 당도해 여장만 던져 놓은 채 바로 수산시장으로 갔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며 대천항 내음을 맡은 후 기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횟집으로 갔다. 수산시장으로 가 맛있는 횟감을 떠 회 중심으로 실컷 먹을 것인지 잠시 망설이다 그냥 분위기 좋고 맛있어 보이는 횟집으로 갔다. 아들내미가 엄마 아빠 좋은 데 놀러가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큰돈을 보내왔더만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쓰기 뭣해 우린 그 돈을 고스란이 모아 둔다. 필요할 때 되돌려 줄 참이다. 그동안 모아 둔 게 꽤 모였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이 실감난다. 어느덧 긴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회도 맛있었고 주변에 곁들여 나오는 음식도 다 맛있다. 술자리 앉으면 소주 서너 병 정도는 가볍게 처리했는데 이젠 두 병도 벅차다. 어둠이 내리더니 소주잔 속으로 새가 날아들었다.
검은딱새
노랑눈썹솔새
박새. 송충이 잡아 먹는 모습이 신기해 자료로 남겨봤다.
산솔새
쇠붉은뺨멧새
참새. 혹시 집참새이거나 섬참새일지 몰라 담아봤는데 그냥 참새다.
아래는 촉새 암컷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