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도에서 외연도로 떠난 탐조 기행
■ 언제 : 2021. 5. 9.(일)
■ 어디로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 누구랑 : 아내랑
외연도 탐조 기행
주소 :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1길 64
<지도는 어느 님 블로그에서 펌>
[대천항에서 외연도 가는 길, 대천항에서 53km 2시간 소요]
외연도를 알고 싶어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국내 관광 자원 활용을 위해 진행됐던 ‘가고 싶은 섬’ 시범 사업 일환으로 ‘외연도(보령시)’를 비롯한 ‘청산도(완도군)’, ‘홍도(신안군)’, ‘매물도(통영시)’ 총 4곳을 2011년까지 국비 220억 원을 포함하여 총 45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계획대로 예산을 투입하고 시범사업을 완성했는지 그 여부는 확인한 바 없다. 청산도, 홍도, 매물도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족과 함께 혹은 부부 모임을 통해 다녀온 적이 있는 섬이지만, 외연도란 섬은 금시초문이다. 내가 외연도를 알게 된 건 오롯이 새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조류계에 입문하고 조류에 관해 점점 관심이 증폭하던 차 외연도에 가면 새가 땅바닥에 널렸다는 소문을 듣고서야 외연도란 섬이 있는 줄 알게 됐다. 외연도는 비단 새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가고 싶은 섬’ 중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외연도는 육지에서 까마득히 떨어져 마치 연기에 가린 듯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대천항에서 53km 떨어져 있어 뱃길로만 두 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서해상 끝에 있는 섬이다. 그 만큼 중국과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이 섬은 가깝께 접근해도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로움에 쌓여 있다. 이름과 걸맞게 짙은 해무가 섬을 감쌀 때가 많아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20만 평 남짓한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바다에서 꼿꼿이 솟아오른 세 개의 산 즉 망재산, 당산, 봉화산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산에는 여느 섬과 달리 수많은 상록수림이 덮고 있어 신비함의 극치를 이룬다. 외연도는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의 섬들 중 가장 먼 거리에 있고, 주변에 자그마한 섬들이 나열되어 있어 흔히 외연열도라 부르기도 한다.
<지도는 어느 님 블로그에서 펌>
[여객선 터미널에서 왼쪽이 망재산, 중간이 당산, 오른쪽이 봉화산이다. 아내는 저 길을 혼자서 거의 다 다녔다.]
외연도는 낚시하는 사람, 등산하는 사람, 나처럼 새를 찾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오던간에 외연도는 환상적인 섬이라 한 번 오면 두 번 오기 십상이다. 나는 여기 와 새한테 빠졌고 아내는 풍경에 빠졌다. 내가 새를 찍는 동안 아내는 혼자서 망재산을 시작으로 당산과 봉화산을 다 돌았다. 난 새에 취하고 아내는 외연도에 빠진 것이다.
대천항 인근 ‘환상의 바다리조트’에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6시가 되어 아내가 대천항여객터미널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오늘은 배가 뜬단다. 배표도 끊을 수 있단다. 게다가 날씨마저 좋았다. 바람도 잠잠했고 미세먼지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 모든 게 다 순조로웠다. 아침은 터미널 안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가락국수로 간단하게 때웠다. 밖으로 먹으러 나가는 것도 귀찮았다.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 53km, 두 시간 정도 배를 타야 한다. 새를 만난다는 설렘에 지루함도 금방이다. 선착장에 내린 사람들은 각자 제 갈 길로 갔다. 산행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새 찍으러 가는 사람, 한 배를 타고 왔어도 목적은 제 각각이다.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나도 갈라졌다. 나는 새가 있을 만한 곳으로 아내는 망재산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먼저 선착장 왼쪽부터 훑었다. 오전엔 마을 왼쪽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주변과 봉화산 방향을 탐조하고 점심 먹고 당산을 공략하기로 나름대로 작전을 구사했다. 시작이 망재산 쪽이다 보니 아내는 자연스럽게 망재산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을 땐 봉화산부터 시작해 당산을 거쳐 망재산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아내는 내 생각과 반대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하기야 뭐 외연도에 있는 산은 그다지 높지 않아 어디를 기점으로 해도 상관없다. 문제는 내게 발생했다.
외연도에 처음 와 처음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우와!”란 탄성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건 뭐 꽃밭도 아니고 새들이 지천이다. 땅바닥에도 나뭇가지에도 하늘에도 새들이 점령하고 있다시피 한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지금까지 출사 나가 이렇게 호사하긴 처음이다. 그저 “우와”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을 뿐이다. 감탄사만 연발한다.
난, 앞뒤 견줄 요량도 없이 주택가 텃밭에 있는 새들한테 먼저 빠져들었다. 파밭과 채소를 가꾸고 있는 텃밭에도 처음 보는 새가 많았던 것이다. 텃밭엔 쇠붉은뺨멧새부터 쇠밭종다리, 되새가 먹이를 찾아 먹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되새야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많이 보고 많이 찍었다만 대부분 처음 보는 새들이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새가 날아 다닌다. 기막힐 노릇이다.
당일로 온 길이라 재바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마음만 부산하고 행동은 굼떴다. 눈에 보이는 족족 앵글에 담느라 발길은 더디기만 했다.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이 초등학교 주변인 데 거길 너무 아꼈다. 초등학교 주변만 빼고 망재산과 봉화산 곁을 누비고만 다녔다. 이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나한텐 오늘 주어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초등학교 주변은 점심으로 굴정식을 먹고 당산을 올라 촬영하고 내려오면서 마지막으로 갔다. 당산에서도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산을 이루고 있는 숲속엔 온갖 이름 모를 산새들이 난무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온갖 새를 다 봤다. 꼬까참새, 꼬까직박구리, 솔새류, 때까치류, 딱새류, 큰유리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새들 때문에 정신 차릴 여유가 없을 정도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신없이 찍고 있는데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전화기를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섯 통이나 되었다. 새한테 정신을 빼앗기다 보니 전화 소리도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남아 있는 시간은 30분 남짓. 그 사이 시간이 다 가버린 것이다. 부랴부랴 초등학교로 내려갔다. 거긴 아직 여러 사람이 촬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쪽으로 내려오자마자 붉은해오라기 한 마리가 눈에 보인다. 이게 웬 떡~ 오늘 이 녀석을 세 번이나 놓쳤다. 욘석은 산기슭 음습한 곳에 자릴 잡고 있어 쉬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늘 세 번이나 만났지만, 난 욘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접근했다가 갑자기 후다닥 날아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만 했다. 붉은해오라기 복은 없는가 했는데 막판에 선물 같이 욘석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가까이 접근해도 날아갈 생각도 없다. 그랬던 녀석이 아까는 왜 그렇게 놀란 토끼처럼 후다닥 날아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망부석처럼 선 모델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붉은해오라기 옆에 있던 황로가 갑자기 후다닥 날아가길래 찍지 않으려고 하다가 습관처럼 샷이 날아갔는데 그게 집에 와 정리하다 보니 다름 아닌 흰날개해오라기였던 것이다. 이런 호재가 있나 쾌재를 불렀다. 아직 해오라기도 한 번 만나지 못했는데 그 귀한 흰날개해오라기와 붉은해오라기를 동시에 보다니 막판에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다. 힘든 길 왔다고 가는 길 섭섭지 않게 가라고 선물같이 나타나 준 모양이다.
이번 탐조 기행은 내겐 더없는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아내도 신진도와 외연도 탐방에 상당히 만족하며 앞으로 먼 길 나설 땐 어김없이 따라나설 기세다. 좋았던 모양이다. 왜 좋지 아니하겠는가? 아름다운 섬, 우리나라에서 가고 싶은 섬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곳에 왔고, 거길 다 누비고 다녔으니 그만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좋다.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면 쇠뜸부기와 황금새를 못 봤다는 것이다. 황금새는 이래저래 다니다 보면 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쇠뜸부기는 여기서 못 보면 언제 볼지 기약이 없다. 욕심을 다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섬 탐조 기행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본 것만으로도 분에 넘친다. 쇠뜸부기는 또 언제 만날 날이 있겠지. 욘석은 다음을 기약해 본다.
대천항으로 돌아가는 뱃길이 뿌듯하다. 가만히 앉아 가노라니 왼쪽 가슴이 많이 쑤신다. 어제 신진도 마도습지에서 오르막 풀밭에 미끄러져 다친 왼쪽 갈비뼈 있는 가슴이 욱신거린다. 어제 왼쪽 가슴에 멘 쌍안경이 넘어질 때 갈비뼈를 상하게 한 모양이다. 그 갈비는 일전에 골프 레슨 받을 때 한 번 다쳤던 곳이다. 오늘 온종일 무거운 사진기를 둘러메고 촬영할 때도 욱신거리고 많이 아팠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프다고 촬영을 포기할 순 없었다. 아픔을 참고 사진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통에 다친 갈비뼈 부위가 더 상한 모양이다. 3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이 걱정이다. 불편하면 아내가 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냥 내가 운전했다. 평소 장거리 운전을 꺼려하는 아내한테 운전대를 맡기기도 그랬고, 실은 옆에 타고 가는 것 보단 직접 운전하는 것이 덜 지겹기 때문이다.
내륙에서 보기 힘든 미조와 나그네새를 본 기쁨에 갈비뼈가 상한지도 모르고 왔다. 오늘 내가 외연도에서 본 새는 자그마치 이만큼이나 된다. 이 정도면 양쪽 갈비뼈가 다 나가도 괜찮다. 이까짓 아픔쯤이야 오늘 만족도에 비할 바 아니다.
개똥지빠귀, 검은딱새 암․수, 검은딱새 성조 암컷 여름깃, 꼬까참새, 노랑가슴솔새, 노랑눈썹멧샛 암․수
노랑눈썹솔새, 노랑딱새 암․수, 노랑할미새, 노랑배솔새사촌, 되새 암․수
때까치(넓은이마홍때까치, 홍때까치, 노랑때까치), 밀화부리 암․수, 붉은해오라기, 쇠밭종다리
쇠붉은뺨멧새, 쇠솔딱새, 연노랑눈썹솔새, 유리딱새, 제비, 제비딱새, 종다리, 꼬까직박구리, 바다직박구리 참매(추정), 촉새 암․수, 촉새 아종, 큰유리새 암․수, 황로1회겨울깃, 황로, 흰날개해오라기
흰눈썹긴발톱할미새, 흰눈썹황금새, 흰배멧새
총 43종 탐조 그 외 흐릿하게 찍히고 이름마저 알 수 없던 새 다수
외연도에서 처음 만나 종추가 한 새 총 33종
새 촬영 장소에 오면 으레 난 아내와 갈라진다. 나는 새를 찍느라 아름다운 섬풍경을 마다하고 새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가고 아내는 섬 힐링에 들어간다. 멀고 먼 섬에와 내가 누리지 못하는 걸 아내라도 대신 누릴 수 있어 위안이 된다. 나는 내륙에서 보기 힘든 많은 새를 봐서 좋고, 아내는 아름다운 섬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더 좋다. 일거양득이다. 그래서 난 멀리갈 땐 항상 아내를 대동한다. 아름다운 비경을 새 찍느라 다 둘러보지도 못하니 대신 아내가 즐기고 행복을 누리면 그건 곧 나의 기쁨이니까.
개똥지빠귀
검은딱새
꼬까참새
노랑가슴솔새(추정)
노랑눈썹멧새
노랑눈썹솔새(추정)
노랑딱새 암컷
노랑딱새 수컷
노랑머리할미새(추정)
노랑배솔새사촌(추정)
되새 암컷
되새 수컷
되새 수컷
때까치(넓은이마홍때까치로 추정)
때까치(홍때까치로 추정)
때까치(노랑때까치로 수정)
밀화부리 수컷
밀화부리 암컷
붉은해오라기
쇠밭종다리
쇠붉은뺨멧새
쇠솔딱새
연노랑눈썹솔새(추정)
유리딱새
검은딱새
제비
제비딱새
종다리
꼬까직박구리
바다직박구리
촉새(아종으로 추정)
촉새(수컷)
큰유리새(암컷)
황로1회겨울깃(노랑부리백로가 아닌가 했는데 황로 겨울깃으로 확인됨)
황로
흰날개해오라기
흰눈썹긴발톱할미새로 추정
흰눈썹황금새
흰배멧새
뭔가 했는데 개똥지빠귀로 확인됨
얘도 많이 헷갈렸는데 검은딱새로 확인됨
촉새(아종으로 추정)
촉새
노랑눈썹솔새
개똥지빠귀(얘도 개똥이로 보기엔 좀 그랬으나 개똥이가 맞는 걸로 확인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