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솔딱새의 육추 장면을 보다니 이런 행운이
■ 언제 : 2021. 5. 30.(일)
■ 어디로 : 여기저기
■ 누구랑 : 젊은 친구랑
예기치 않은 행운
탐조 길에 나서 이런 날을 맞이하면 속된 말로 기분 째진다.
쇠솔딱새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말 그대로 '쇠'자가 붙은 자그맣고 귀여운 새다.
밀화부리 육추 장면을 촬영하고 가는 길에 잠깐 다른 장소에 탐조차 들렸다가 이 새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날도 어둑해지고 촬영하기엔 시간도 늦었지만
그 덕에 소중한 탐조물을 얻었다.
재바르게 움직이는 동고비를 보고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젊은 친구가 큰소쩍새 울음소리 같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소리를 쫓아가기도 했다.
보이진 않았지만 높은 나뭇가지 사이로 꾀꼬리의 노랫소리도 들린다.
소리에 홀려 소리를 따라갔다가 헛다리만 짚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주차했던 곳으로 내려가니 젊은 친구가 조용히 날 부르며 저길 보란다.
나뭇가지 위 조그마한 둥지 위에 쇠솔딱새가 육추에 한창이다.
참새만 한 귀한 쇠솔딱새가 먹이를 물고 부지런을 떨고 있다.
내가 소리를 따라 헤메고 있을 때 젊은 친구는 얘를 발견한 것이다.
젊지만 이 친구가 확실히 조류 탐조 계통에선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리고 보니 여긴 우리가 최초 발견자다.
비록 내가 발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왔으니 그와 진배없다.
기분 째진다.
예기치 않은 행운
탐조를 하다 보면 가끔은 이런 날도 있다.
오늘 여기저기 다닌 곳이 많다.
창녕 무심사, 우포늪, 또 다른 한 곳
대부분 헛다리 짚었지만, 소득이 짭짤했던 곳도 있다.
대학 동기 녀석이 '누죽걸산', '나살집죽'이라고 농을 던진 말이 생각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나가면 살고 집에 있으면 죽는다.'
그리고 '본자즐모'라 했던가?
'본인이 자발적으로 즐기는 모든 활동'
날더러 여기에 속한다나.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본자즐모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따지고 보면 세 가지 다 속한다.
오래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