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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붉은부리찌르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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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부리찌르레기, 오늘은?

파랑새 한 마리와 황조롱이 한 마리는 양념

 

■ 언제 : 2021. 5. 14.(금)

어디로 : 영천 모처

■ 누구랑 : 혼자

 

이 녀석도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다.

유조가 고개를 빼곰 내밀자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아이 둥지 곁엔 아무도 없다.

모두 황조롱이쪽에 모여있다.

그래서 난 여기가 더 좋다.

 

어제는 황조롱이 육추 현장에 30~40명이나 모여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그리 많지 않다.

조만간 넘쳐나리라.

여기도 점점 더 많이 알려져 쪼금 걱정스럽다.

 

오늘은 녀석과 단 둘이 줄다리기를 했다.

나 혼자 있음에도 녀석이 내 눈치를 많이 살핀다.

아지트가 진즉 노출되었음에도 노출된 지도 모르는지

둥지를 드나들 때 마다 심하게 견제한다.

 

적당히 숨어 임계거리를 유지한 채 관찰해도

내가 하는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다.

학자에 따라 견해 차이는 있지만 사람보다 300배나 되는 시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나.

내가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녀석이 날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입에 고운 잎을 물고선 둥지 속을 들어가지 않고 내 눈치만 계속 보고 있다.

벌레가 아니라 어린 잎을 물고 있는 것으로 봐 아직 산란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 둥지 속 알을 깔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것 같다.

대충 상황은 파악됐다.

 

올해 여길 몇 번째 오는지 모르겠다.

녀석이 터전을 확보하기 전부터 왔으니 다섯 번은 온 거 같다.

지금부터 계속 와야 하는데 왜 또 왔는지 모르겠다.

습관인 것 같다.

 

녀석이 생각보다 영악하다.

결이 고운 나뭇잎을 입에 문 채 살짝 숨어 몸을 반만 보여준다.

전모를 보고자 내가 한발짝 움직이면 녀석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또 반만 보여준다.

인증샷 한 방이면 곱게 물러서려 했는데 녀석이 하는 행동이 괘씸해

한 번  붙어보기로 했다.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나고

세 발짝 뒤로 가면 전모를 보여주고

기회다 싶어 망원을 겨냥하면 다시 나뭇잎에 가리고

5분 정도 이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녀석한테 괜히 미안하기도 했지만 희한하게 재밌기도 했다.

 

결국 10여 분간의 결투는 나의 승리로 마감했다.

녀석이 아무리 숨어도 순간 샷은 내가 더  빨랐다.

 

미안했다고 손가락 거수를 하고 곱게 자리를 떴다.

함께한 시간은 10분도 안 걸렸다. 

 

 

 

황조롱이 둥지 옆에 파랑새 둥지가 있다. 이 녀석은 끊임없이 찌르레기를 견제하고 있다. 찌르레기란 녀석은 파랑새의 적수가 못 된다. 늘 집적거리기만 하고 파랑새한테 쫓겨나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또 파랑새 둥지 곁으로 다가와 집적 된다. 그럴 때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파랑새가 벼락 같이 나타나 찌르레기를 물리친다. 저 둥지는 파랑새 둥지다. 작년에도 파랑새가 산란하고 육추를 하던 둥지다. 올해는 찌르레기가 저기에 둥지를 틀려다 어김없이 파랑새한테 밀려났다. 찌르레기가 미련이 남았는지 끊임없이 저 둥지를 탐내고 있지만, 찌르레기는 파랑새의 적수가 아니다. 녀석 건너편 작년에 썼던 곳 주변에 빈주택이 줄지어 있는데 고집만 세고 미련하기만 하다. 

 

오늘 황조롱이는 개구리만 잡아온다. 며칠 전엔 도마뱀, 새, 개구리 등 다양하게 잡아오더니 먹거리가 충분치 않은 모양이다. 지금 한창 먹이 공급에 바쁠 때인데 요즘 하는 짓이 영 태만하기 짝이 없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얼굴 한 번 보기 어렵다. 앞으로 여긴 자주 와야 할 곳이라 오늘은 대충 분위기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이 녀석은 한 달 전부터 보러 왔다. 두어 시간 있었나? 오늘은 곱게 물러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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