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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변산바람꽃/노루귀/복수초, 봄의 전령 삼총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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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보다 빠른 야생화 삼인방을 한꺼번에 만난 기분 좋은 날

그리곤 천년고도 나들이


■ 언제 : 2017. 3. 1.(수)

■ 어디로 : 경북 모처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흔적


정확하게 같은 지역을 6일 만에 다시 갔다.

이번엔 딸아이와 아내랑 함께였다.

올 겨울과 봄방학 때는 아내가 바쁜 일이 많아 혼자 다닌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딸아이가 '엄마, 아빠 오늘은 어디 안 가'라며 묻는다.

아들내미는 멀리 서울에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으니 산이고 여행이고 함께할 여유가 거의 없다.

그래서 딸아이라도 부모랑 어디 가고 싶어하면 우린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래도 이녀석은 부모랑 있다보니 더러 함께 다니는 기회가 주어지곤 한다.


'오늘 시간이 나는 모양이네.'

'어디 가고 싶은 데'

''밀양 만어사나 경주에 가고 싶어'

'그 중 마음이 더 가는 곳은 어디야'

'두 군데 중 어디라도 괜찮아'


'만어사'라, 만어사는 전에 집사람과 함께 다녀온 곳이 아니던가.

밀양에 있는 만어사(萬魚寺)는 46년(수로왕 5)에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전설 속의 사찰이다.

부처님의 감화로 수많은 물고기가 돌로 변했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만어사는

전설을 뒷받침하듯 법당 앞 널찍한 너덜지대에 물고기떼가 변한 어산불영(魚山佛影)이라는

돌더미가 쌓여 너덜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지금도 이 돌을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를 종석(鐘石)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 돌을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는 신비로운 곳이며,

영화촬영과 각종 방송에 등장한 꽤 유명한 절이다.

딸아이는 이런 만어사의 신비로운 역사와 분위기가 좋아 언젠가 가자고 종용했던 곳이다.

우린 빛나리님 부부랑 수화니님 부부랑 이미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난, 솔직하게 경주를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딸아이가 두 곳 중 어디를 가도 괜찮다고 했고, 내 속 마음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그럼 경주로 가자.'고 했다.

마치합의한 것처럼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그래서 정확하게 6일 전에 헛다리 짚은 곳으로 다시왔다.

노루귀랑 복수초는 그동안 많이 보았기에 변산바람꽃을 보고 싶어 다시 온 것이다.

이번에는 꼭  봐야 하는데 어디를 찾아야 할지 마음이 쓰인다.

검색을 해도 대략적인 위치만 나타냈지 정확한 위치를 꼭 집어 나타낸 블로그나 카페는 잘 없다.

왜냐하면 꽃쟁이들은 서식지가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꽃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될까봐 그런 것 보다 꽃을 해치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그런 뜻이 있는 것도 모르고 난, 어쩌다 산에 다니며 뭔가 희귀한 꽃이라도 본 냥이면

그저 기분 좋은 마음에 세세하게 어디에 뭐가 있음을 당당하게 기록에 남기곤 했던 것이다.

그 또한 무지의 소산이었음은 꽃을 좋아하고 난 한참 후의 깨달음이었다.


먼저 지난번에 와 뒤진 곳부터 먼저 뒤졌다.

엿새가 지난 후라 그런지 노란 복수초랑 노루귀는 쉽게 눈에 띄었다.

개체 수도 더 많아졌고 그때 없던 흰노루귀까지 보였다.

복수초도 완전 무르익어 성숙할 대로 성숙해졌다.

같은 꽃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 2월에 얼음을 뚫고 나오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무려 4월에 활짝 피어나는 경우도 있다.

겨울이 한창이고 봄이 멀었음에도 얼음을 뚫고 나온다 하여 복수초를 '얼음새꽃'이라 하지 않던가.


그에 반해 내가 사는 세계 최대 복수초 군락지는 3월이 가고 4월이 다가올 쯤

노란복수초가 만개해 온 산천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이처럼 봄의 전령 역할을 하는 꽃은 지역에 따라 피는 시기가 천차만별이다.

내가 오늘 또 찾아 온 이곳은 봄이 오는 빛깔보다 봄이 더 빨리 오는 곳이다.

당연히 꽃쟁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리라.


내가 오늘 여길 다시 온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변산바람꽃 때문이다.

복수초랑 노루귀는 크게 안중에 없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지난 번과 다름없이 내 눈엔 변산아씨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변산아씨의 생활터전이 여기가 아닌가 보다란 불길한 생각이 드는데

오늘 하루 갈 곳이 많은 아내랑 딸아이는 자꾸만 내려가자고 재촉을 한다.

또 실패하고 그냥 가야하나란 생각에 섭섭함이 밀려온다.


오늘 행차는 딸아이를 위해 왔으니 아쉽지만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자꾸만 뒤꼭지가 간질간질하다.

이젠 가야지 하면서 내려가는데 아쉬움에 괜히 뒤를 한번 돌아봤다.

그런데 그때 카메라를 든 어떤 중년의 사내가 계곡을 건너가는 모습이 보인다.

좀 전에 '혹시 변산바람꽃을 보셨습니까?'라고 물었던 이다.

건성으로 못 봤다고 얘기를 하더니 출입을 막기 위해 막아 놓은 줄을 넘어가고 있다.

순간 번개처럼 뭔가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

먹이를 발견한 헌터의 예리한 촉이랄까 아무래도 하는 짓이 미심쩍은 면이 많아 보인다.


딸아이와 아내를 먼저 내려가라고 손짓하고 슬며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사람을 따라가 봤다.

숲에 가려 안 보이더니 계곡을 건너니 사진을 찍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아하 바로 저기구나' 싶어 가까이 갔더니 웬걸 변산아씨는 간 곳 없고

복수초만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며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싶어 지난 번에 이쪽은 아니지만, 그 반대쪽 산기슭을 샅샅이 뒤져도

전혀 보일 기미가 없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을 있을 택이 있나 싶었다.


중년의 여인 둘이서 열심히 복수초를 담고 있었다.

한 여인이 비탈길에 살짝 미끄러지길래 마침 그 뒤에 있던 내가 팔목을 잡아주었다.

누군가 앞서 변산아씨 얘기를 했는 지, 그 여인이 변산아씨는 바로 위에 많이 자라고 있다며 귀띔을 해 주었다.

'이게 웬 초가지붕에서 수박 떨어지는 소린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위로 올라갔다.

세상에 바로 위에서 삼각대 받쳐 놓고 찍는 사람, 휴대폰으로 찍는 사람

한 두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변산아씨 촬영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 참... 지척에 두고도 그녀를 찾지 못해 그렇게 헤메었다니 어이가 없다.


아내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만족할 만큼의 분량을 다 찍은 후에야 헐레벌떡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면 보니 어떤 여인네가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은 모두가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간

길섶에 선 변산아씨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여인의 시선이 머문 곳엔 변산아씨 딱 한 명이 외롭고 쓸쓸하게 소박 맞은 모습으로 서 있었던 것이다.

자기를 봐 달라고 가녀린 모습을 한채 손짓을 하고 있었건만, 모두 무심한 채 외면해 버렸던 것이다.

그 와중에 묘령의 여인 혼자 유일하게 그와 다정하고 사랑스런 눈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그렇게 십수 년간이나 그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아씨를 만나러 왔던 나는 비록 한 송이지만, 빤히 보이는 길가에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나친 것이

허망한 생각이 들어 딸아이와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걸 알면서도 그 여인에게 말을 붙여 본다.


'어라, 여기도 있었네요.'

'해마다 이 자리에 꼭 한 개체가 피었는 데 작년에는 안 피었더라고요.' 그러면서

23일 날 다녀간 나보다 더 이른 14일날 다녀갔다며 그때 찍은 변산아씨 무더기를 휴대폰으로 보여준다.

참, 어이가 없구만...

저렇게나 일찍이 잔뜩 피어 있는 것을 어딘지 몰라서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헛다리만 짚었다니

어이가 없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오늘은 그래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날이다.

그 여인으로부터 어디에 더 일찍 더 많은 개체가 자라는지

그리고 또 오늘 내 나름대로 어디에 서식지가 있는지 확실하게 알았으니 수확치곤 꽤나 짭짤한 날이다.


오로지 야생화만을 목적으로 나들이 한 경우가 많지 않은 나 같은 경우로 보아

오늘 같은 날은 내게 유별난 날이다.

무려 한 곳에 복수초/노루귀(흰, 분홍)/변산바람꽃까지 시리즈로 만나다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


관산청수(觀山聽水)라  산을 바라보고 물소리를 들으며 지내노라니

이러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까지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觀花美心)



아내와 딸아이랑 함께 해 좋았고, 봄보다 봄을 먼저 알리는

대표적인 봄의 전령 3총사와 함께 해 더욱 기분 좋았던 날



변산바람꽃






노루귀(흰색)


노루귀(분홍)


노루귀





복수초









풍년화





양남주상절리


















감포문무대왕릉












경주 시내 봉황대 가면서 절에서 본 매화. 올 해 처음 본 매화다.



봉황대에 본 산수유


대릉원






첨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