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산

명봉산 봄꽃 찾아 홀연히 떠난 산행길

728x90

 

5월 명봉산엔 어떤 봄꽃이 있을까 싶어 떠난 산행 길

 

▣ 언제 : 2013. 5. 6.(월)

▣ 어디로 : 칠곡 명봉산

▣ 누구랑 : 홀로

▣ 코스 : 집-해원사-명봉산 헬기장(정상)-쉼터-농장 철망을 따라 -교회 묘지-우측 저수지가 보이는 마을을 따라-대중금속공고 공사장 마을길로 해서-팔거천을 따라 회귀

▣ 산행거리 : 대략 15Km(집에서부터 출발하여 회귀한 총 거리)

▣ 산행시간 : 대략 5시간 20분 

 

 

흔적

5월 4일 토요일 아침 일찍 형부랑 통화를 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침울해지는가 싶더니 곧 울부짖음으로 들려온다. 한량없이 좋기만 하던 처형이 느닷없이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된 후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단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게 뭔 귀신 싯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어젯밤만 해도 처가에서 만나 함께 나물을 뜯기로 했는데 이게 무슨 괴변이란 말인가? 나도 아내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심장이 펌프질 하듯 요동을 쳐댄다.


지난번 처가 가는 길에 딸내미와 함께 조령산을 둘러보고 갈거라고 이화령휴게소에 들렀더니 이화령휴게소를 기점으로 하는 들머리는 산불예방 기간이라 출입을 금지하여, 이번 처가 방문길에는 꼭 조령산을 다녀갈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처형이 처한 상황이 위중하니 산이고 뭐고 모두 버리고 허급지급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메고 있을 처형을 만나러 가기 바빴다. 언니 생각에 정신줄을 놓아 버린 아내를 달래고 위로하며 딱딱한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듯 달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더니 참말로 다행이고 행운이며 하늘이 내려준 큰 홍복이다. 아마 조상의 은덕을 입었는가 보다. 멀쩡하던 사람이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는데 의식도 온전하고 팔다리가 모두 살아있다. 천만다행이다. 비로소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던 깊은 숨을 내쉬며 동서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위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추이를 잘 살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재발이라든가 불운한 기운이 엄습하지 않기를 학수고대 할 뿐이다.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고 속정이 깊은 분이니 사람의 힘으로 도울 수 없다면 아마 하늘이 도와도 도와 줄 것이다. 조만간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나물 뜯어러 가자고 연락이 올 것이다.


오늘은 울학교 개교기념일이다.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아 멀리가기도 그렇고 해서 내 나름대로 우리지역 ‘주민건강지킴산 2’로 명명한 명봉산을 찾았다. 작년 여름이 깊어 가는 계절과 가을과 겨울이 맞닿은 시점에 찾은 명봉산에서 뜻하지 않은 들꽃을 많이 보아 봄이 무르익어 가는 명봉산엔 과연 어떤 들꽃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되어 명봉산을 찾았다.


명봉산 초입에서 헬기장이 있는 정상까지는 여느 산이나 오가는 길에 흔하게 보던 제비꽃만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특별한 봄꽃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조개나물 정도로 만족하다가 헬기장 너머 동명 가는 길섶에 다다르니 큰구슬봉이와 각시붓꽃 그리고 헬기장 오기 전에 봤던 조개나물이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다. 좀 이르긴 하지만 땅비싸리도 군락을 이룬 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른 산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놈을 만나진 못했다. 물론 등로를 따라 가면서만 봤으니 그 속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다마는...

이번 명봉산 봄꽃 산행은 조개나물과 큰구슬봉이를 본 것 외에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


헬기장에 올라 앙증맞은 정상석을 찍다가 우연히 우선생과 반갑게 조우를 하였다. 우선생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먼저 알아보았다. 우선생은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이래저래 만날 인연이 있는지 잊어버릴 만하면 가끔 만나진다. 게다가 자녀 2명이 우리학교에 다닌다고 하니 인연의 끈이 계속 이어질라나 보다. 우선생이나 나나 산보다는 막걸리 한 잔이 더 정겨운 인생이건만 공교롭게도 두 학교 모두 개교기념일날 산에서 만나다니,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우선생 역시 몇 년 전에 뇌경색이 찾아와 큰일을 당할 뻔 했다. 그 역시 조상이 도왔는지 하늘이 도왔는지 재발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정상인과 거의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 물론 아직 온전치는 않지만 오늘처럼 대 여섯 시간을 산행할 수 있다면 다 나은 것이나 다름없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헬기장 너머 명봉산을 넘으면 항상 먼저 간 친구 놈이 생각난다. 어찌 그리 하늘이 내린 명줄이 짧은지 친구가 간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자기 건강보다 가정보다 친구가 더 좋아 한 평생을 그리그리 살더니 결국 짧고 굵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대구 토박이로 자란 인생이라 몇 명 없는 불알 친구는 이제 2명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야속하게 먼저 간 친구 놈이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먼저 간 친구 놈 아들한테 카톡을 하여 아빠한테 데려다 달랬더니 장사가 바빠 오늘은 짬을 낼 수가 없다. 작은 아들은 현장에 멀리 있다 하니 하는 수 없이 다음 기회에 만나러 가야겠다. 그리운 친구를 만나 막걸리 잔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늘 마음만 그렇다. 다음에 진이랑, 욱이랑 만나면 단 한 번만이라도 그리운 친구와 함께 막걸리 한 잔 꼭 나누고 와야 겠다.


오늘 집에서부터 출발하여 슬그머니 발걸음 띤 것이 산길 8Km와 땡볕길 임도 7Km 남짓 걸었다. 5시간 정도 걸었으니 꽤 걸었다. 산길을 벗어나면서부터 그늘막도 없는 땡볕이라 걷는 재미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우선생을 만나 함께 걸으니 지루함과 힘듬도 모르고 걸었다. 혼자일 때도 좋았지만 오늘은 둘이라 그늘 없는 땡빛을 걷는 것도 그리 지겹지 않았다.

 

 

 

 

 

 

똑딱이로 들여다 본 명봉산 들꽃

 

 

 

집에서부터 걸어 뭔 꽃이 없나 싶어 해원사에 먼저 들렀다. 

 

초팔일을 앞두고 있는 해원사의 앞 마당은 아직은 한적한 분위기다.

 

해원사 여기저기 수박 겉핧기식으로 둘러보고 명봉산으로... 현곡지와 명봉산 정상 가는 첫 삼거리가 나온다. 현곡지 방향으론 잔차타고 넘어 다녔던 적도 있었지. 빨래판 임도를 헐떡거리면서 페달 밟던 기억이 생생하구만.

 

마치 삼지창 처럼 생긴 나무가 있었네. 가끔 다녔는데 어찌 눈에 띄지 않았을까?

 

헬기장 아래 쉼터 가까이 오니 비로소 조개나물이 눈에 띈다. 앞으로 뭣을 더 보여줄라나.

 

 

 

명봉산 정상석. 아담하니 언제봐도 앙증맞고 귀염성 있는 정상석이다. 요사진을 찍으면서 우선생을 여기서 만나 끝까지 동행을 한다.

 

 

등로의 초입부터 많은 제비꽃이 있었지만 명봉산은 낮은 산이라 그런지 올 해 흐드러지게 봤던 노랑제비꽃은 여기서는 볼 수 없다. 이 놈은 뭔 제비꽃인지... 

 

헬기장 너머 오니 각시붓꽃도 자주 눈에 띈다. 

 

명봉산에 큰구슬봉이를 만난다. 여름과 가을 명봉산 들꽃은 많이 보았지만 봄에 처음 만나본다. 그동안 명봉산 찾을 땐 들꽃에 관심이 없었으니 당연히 눈에 띄었을리 있겠나.

 

 

 

 

 

조개나물은 제법 자주 눈에 띈다. 그래도 보는 놈마다 보랏빛 색상이 다르다.

 

소나무 새순이 튼실한 것이 새봄의 완연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오늘은 봉암동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 저수지가 보이는 마을로 내려선다. 가지 않은 길을 가고파 농가가 있는 쪽으로 갔더니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길이다. 농가의 유채꽃이 아직 싱싱함을 자랑한다.

 

포장길을 따라 내려오니 주변 산기슭에 큰개불알풀 천지다. 

 

팔거천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는 왜가리(?)

 

청둥오리도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