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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달성군 가창면 주암산 & 최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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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하고 맞아도 될 만큼 비가 슬슬 내리는 날

주암산과 최정산 그 속으로 들어가 홀로 유유자적하게 노닐다.

 

주암산(舟岩山 847m) & 최정산(最頂山 905m)

 

 

■ 언제 : 2014. 6.21.(토)

■ 어디로 : 달성군 가창면 주암산 & 최정산 

■ 누구랑 : 독야청청

주요 지명 소재지

  ▶주암산 소재지 :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

  ▶최정산 소재지 :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오리

  ▶광덕사 소재지 :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190-2      전화번호053-767-2266

  ▶운흥사 소재지 : 대구 달성군 가창면 오리

■ 산행 경로

  가창저수지도로변 광덕사 입구582763배바위주암산 정상(847m)안부KT중계탑

    최정산헬기장운흥사광덕사

  ▶개략적인 거리 : 광덕사 3km 주암산 - 2.3km 최정산(통신기지) - 약 2.8km - 운흥사 –   2.9km 광덕사 (11km)

  ▶운흥사 ~ 광덕사까지 도보 이동 : 2.9km, 43(가창 댐 도로를 따라 이동)

    오2리 마을 버스 승강 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도 되지만 버스 시간이 맞아야 함.

    난, 그냥 걸어 왔음

 

■ 산행 지도

 

 

 

 

 

최정산 개요

  최정산(最頂山)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하고 있는 해발 905m의 산이다. 태백산맥의 지맥인 비슬산맥에 솟아 있으며 비슬산과 비슷한 형태로 비슬산과 형제라고도 한다. 이 산과 통점령 사이에 있는 700m 고지는 국내에서 강원도의 대관령과 함께 스위스 샬레(Chalet)와 같은 형태의 고위평탄면 지형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대구지역에서 유일하게 고랭지 농업과 목축업이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다음백과

 

주암산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광덕사를 기점으로 등로를 타고 올라가면 주암산이 나온다. 주암산은 최정산과 이웃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으며 정상은 배바위라는 평이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두 곳 모두 정상석이 세워져 있지는 않다. 최정산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하여 정상을 막고 있고 주암산은 배바위에 설치된 삼각점이 정상을 대신한다. 최정산과 주암산은 대구 및 근교 지방의 사람들에게 매우 친근한 산이며 이웃한 두 산을 연계 산행하면 하루를 산에서 보내기에 아주 적절한 산이다.

 

 

흔적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최정산은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는 산이다. 처음 갔을 때는 성부장이랑 박부장이랑 MTB에 무거운 몸을 싣고 낑낑거리며 헬기장까지 갔었고, 그 외 꽃 사진 찍으러 차량을 이용해 간 적도 있고, 아내와 함께 운흥사에서 최정산 헬기장까지 오르려다 그만둔 적도 있다. 최정산이야 쉽게 오르자면 굳이 힘들여 갈 필요 없이 차량에 의지해 헬기장까지 가면 그만이다. 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길도 일반 임도에 비하면 넓고 포장도 잘되어 찻길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특히 높은 산에 자생하는 우리 꽃을 찍고 싶은데 여력이 미치지 않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은 차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최정산이다.

 

우리 꽃을 가까이 하고 난 이후 나는 최정산을 심심찮게 찾는다. 그래서인지 최정산에 자생하는 우리 꽃환경을 더러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가보지 않았던 다른 산을 찾지 않고 날씨가 심통을 부릴 것 같은 오늘, 홀로 최정산을 일부러 먼 길, 힘든 코스를 택해 올랐다. 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는 길이 부담도 없고, 만약 비가 온다면 비 맞을 각오를 하고 구름 속을 홀로 거닐고 싶어 그리 떠난 길이다. 오늘 같은 날씨에 홀로 산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겉 멋이 들거나 뭐 대단한 사색가인양똥폼을 잡고 싶었던것이 아니라 웬지 오늘은 혼자라도 산에 가고 싶었다. , 특별한 일도 그럴만한 이유도 없는데 이젠 습관이 되었는지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산을 찾아 습관처럼 길을 나선다.

 

최정산은 작년에 아내와 운흥사를 기점으로 바로 올라가는 경로를 택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조금 올라가다 보니 숲이 우거진데다 인적마저 뜸해 아무래도 갈 길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운흥사로 다시 돌아와 차를 몰고 반대편 임도로 최정산에 올라 산정에 분포된 야생화와어울리며 원두막 같이 지어 놓은 쉼터에 드러누워 쉬어 간 적이 있었다. 오늘 가보니 그때 가도 됐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만, 그 당시에는 등산로가 잡초로 우거져 길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운흥사가 아니라 광덕사를 기점으로 잡았으니 여기는 운흥사보다 더욱 멀고 험한 길이다. 그럼에도 선답자들의 포스팅을 눈여겨 본 후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일부러 이쪽으로 길을 잡았다. 광덕사를 기점으로 2구간에서 1구간으로 돌아 나오는 쉽지 않은 경로다.

 

광덕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찰을 가볍게 둘러본 후 광덕사 안에 있는 산행 들머리를 찾아 들어갔다. 산행은 시작부터 오르막이더니 곧 가파른 된비알로 이어진다. '아뿔싸 이러면 큰일이다.' 대략 알고는 갔었지만, 광덕사에서 헬기장까지 근 6km에 이르는 먼 길인데 불순한 일기에 시작부터 이러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2km 쯤 올라가니 유일하게 함께 출발했던 젊은 청년 두 명이 나보다 훨씬 먼저올라 가더니 다시 내려오고 있다. 왜 내려오느냐고 물으니 비가 살살 내리고 앞으로 더 많이 올 것 같아 주암산까지도 못가보고 내려온단다. 이거, 상황이 이러하면 나도 이 대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살짝 고민이 된다. 건장한 젊은이도 날씨가 좋지 않아 내려오는데 중늙은이가 뭔 힘이 있다고고집스럽게 계속 강행군을 하겠는가? 상황을 보아 나도 이쯤에서 하산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만, 웬일인지 다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두 청년은 이미 내려갔고 이제 구름이 잔뜩 휘감은 주암산 가는 길은 오로지 나 혼자 밖에 없다. 그런 생각이 드니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쫘악 밀려드는 것이 갑자기 팔뚝에 닭살이 살짝 돋기 시작한다.

 

이제 가창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주암산과 최정산엔 나만 홀로 외롭게 있다. 출발할 때부터 예견했던 일이다. 최정산은 등반을 목적으로 산객이 몰리는 곳이 아니기에 일기마저 고르지 않은 오늘 같은 날 산객이 있을리 만무하다. 임도 포장이 좋아 주로 차량을 이용해 헬기장까지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니 굳이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는 드문 곳이다. 그것을 이미 감지한 나는 오늘 이 산속을 홀로 독백하듯 거닐 생각을 하고 왔다. 그렇게 다부진 마음으로 왔는데 '웬걸' 시작부터 거친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져 사람을 초장부터 녹초로 만든다. 웬만하면 쉬운 길이 나올 것도 같은데 긴 오르막길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

 

어물쩡대며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덧 산 속 깊은 곳까지 올라와 버린 것같다. 이제는 오도가도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오솔길은 나올 생각도 않고 오로지 긴 오르막만 줄기차게 이어진다. 새삼스럽게도 최정산이 이렇게 높고 깊은줄은 오늘에사 처음 알게 되었다. 반대편 임도를 타고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일도 아니더만 가창댐 방면인 광덕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장난이 아니다. 힘이 들어서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는데 비는 곧 내릴 듯 말 듯 얄궂기만 하다. 날씨가 이러면 한시바삐 서둘러야 함에도 난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아니 서두르지 않는다는 표현은 시건방진 표현이고 서두르고 싶어도 서두를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 그래서 난 항상 내 나름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비가 오거나 말거나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말거나 오로지 내 형편에 맞춰 간다.

 

스파밸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니 대략 3km 쯤 올랐나 보다. 아직도 계속 된비알이 이어질는지 걱정이앞섰는데, 다행히 이제부터는 호사로운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으랴마는 특히 오르막길을 힘들어 하는 나로서는 이런 길을 만나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즐겁고 흥이 난다갑자기 발걸음이 경쾌하고 가벼워진다. 나뭇잎이 우거져 비가 떨어져도 견딜만하기에 우의를 입을생각도 하지 않고 조금씩 비를 맞으며 내쳐 걷는다. 도중에 평평한 바위가 있길래 오이도 먹고 딱 한 개가져간 감자도 먹으며 지친 발걸음을 잠시 내려놓고 가기도 했다. 잠깐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구름이앞을 가로막아 시야는 전무하다. 애시당초 조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은 시작부터 내려 놓았던 터다. 그래서 올라오면서 가끔 전망이 트인 곳이 나오면 그때마다 놓치지 않고 가창댐을 조망하며 사진을 몇장 찍어 놓았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오늘 산행은 사방이 꽉 막힌 산 속을 헤매고 다닌 사진 밖에는 없을 뻔 했다.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다행히 더 이상 힘든 길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가창 저수지가 있는 광덕사 쪽에서 주암산을 지나 스파밸리로 빠지는 대략 3km 거리만 각오하고 오르면 나머지3km 쯤은 노래하며 갈 수 있다.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어쩌다가 '소녀의 기도'란 꽃말을 가진 잎이 노루발을 닮았다는 노루발풀이 보이고 노란꽃이 앙증맞은 기린초만 보이더니 갈수록 참조팝나무 군락에 이어 미역줄나무 군락 그리고 가는 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구 마구 자라는 보랏빛 꿀풀 때문에 오히려 걷는 내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야 될 지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 산야를 수놓을 예쁜 산수국은  벌써부터 허드러지게 피어 산객의 마음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가는도중 산수국을 정말 많이 만났지만 산중 높은 곳에서 먼지 한 점 덮어 쓰지 않고 자라는 산수국은 얼마나 깨끗하고 어여쁜지 모른다. 티끌 한 점 없이 싱싱한 보랏빛을 뽐내는 산수국은 보고 또 봐도 지겨울리가 없다. 산수국이 잠시 소홀해 질 때쯤이면 가끔 길게 목을 뻗은 노루오줌과 바위에 달라붙어 자라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바위채송화, 흰 꽃이 송글송글 맺힌 큰까치수염이 여기저기서 강아지 꼬리처럼 늘어뜨려져 바람에 하늘거리며 외로운 산객을 반기고 있다.

 

그러고보니 광덕사에서 주암산 넘어 최정산 가는 길은 반은 힘들고 반은 숲속 편안한 길이다. 스파밸리갈림길까지 3km는 오르막이 힘든 된비알이고 나머지 3km는 비교적 쉽다는 얘기다스파밸리 갈림길까지만 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들꽃 구경에 심취해 최정산 헬기장까지는 금방 도착한다. 비를 맞아가며, 구름이 몸에 닿아 이슬방울이 송글송글 맺혀도 전혀 구애됨 없이 걸었더니 어느 순간 헬기장에 발이 닿아 있다. 포기하고 내려갈까 하는 마음도 여러 번 들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결국 발걸음이 여기까지 다다랐다. 구름이 앞을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헬기장 중심에 들어서니 비로소 주린배가 굶주림을 호소한다. 시간이 무려 3시가 다 되어 간다. 점심이 늦었지만, 하얀 페인트로 칠한 헬기장 표식 중앙에 식탁 대용으로 배낭을 엎어 놓고 밥과 반찬을 얹어 혼자 양반 다리하고 밥을 먹자니 마치 우주만물이 나를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안 먹어도 배가부르다. 이보다 더 부러울 수가 없다. 지척에 있는 군부대도 KBS 중계탑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굳이 볼 마음도 없다. 구름에 가려 시야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데 굳이 보려고 애쓸 필요 뭐 있겠나.느긋하게 늦은 밥 한 술 뜨고 빈 속을 채운 후 운흥사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려간다.

 

운흥사까지 내려가는 길은 2.7km, 차량을 회수하자면 운흥사에서 광덕사까지 또 30~40여 분을 더 걸어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지가 않다.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이 많고 경사가 급해 서둘러 가기도 어렵다. 게다가 가는 비까지 내려 길이 촉촉하니 미끄러워 빠르게 움직이기도 수월찮다. 아직 한 낮인데도 산 속은 구름에 덮여 어둑한 것이 마치 해거름 길 같다. 내 발자국 소리 외에 들리는 소리가 없는 한적한 산길에 갑자기 새소리가 울리니 이름도 모르겠거니와 느닷없이 지저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만 한다. 바람에 꽃잎 스치는 소리만 들려도 촉각이 곤두서는데 갑자기 울어대는 새소리가 아름답기는커녕 오늘은 그저 악역을 담당하는 못된 놈으로 치부된다.

 

어느덧 운흥사에 도착했다. 운흥사에 다다르니 작년에 아내랑 운흥사에서 최정산을 가려다 중도 포기하고 운흥사 경내를 돌아보던 기억이 새롭다. 다시 한 번 더 들어가자니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장길을 따라 가창 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곧장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니 산할매라 적힌 대원사가 있다. 가는 길에있어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잠시 둘러봤다. 대원사로 들어가는 길엔 쥐똥처럼 조그마한 꽃이 하얗게 피어 있고 희고 빨간 접시꽃이 진열한 듯 도열해 있다. 사찰은 조그마한 규모로 잘 정돈되어 있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대충 눈으로 한 번 훑어보고 빠른 시간에 뒤돌아 나왔다. ‘2마을이라 새겨진 도로변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나오니 가창 저수지를 따라 가는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가 나온다. 광덕사까지 가려면 저수지가 끝나는 수문이 있는 지점까지 가야 하는데 족히 30~40분은 도로를 따라 더 걸어야할 것 같다. 시내버스를 기다리자니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겠고 내친김에 긴 저수지를 따라 걸어가기로작정했다. 이 길도 일부러 걷자고 올 이유는 없을 것 같아 일삼아 걷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그러자니오늘 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최정산을 찾아와 꽤 걷는다. 어림잡아 12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가 불순하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길을 나섰는데 의외로 호젓하고 상큼한 하루를 보냈다. 내내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산행이었지만, 아무도 없어 오히려 좋았고 구름이 길을 막아 앞을 가로 막아 더 좋았다. 맑은 날 조망 좋은 산길도 좋지만 어둡고 컴컴한 그리고 우의를 입지 않아도 될 정도의 비까지 살포시 내려 주는 이런 날도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별 생각 없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고 헥헥거리면서 올라가도 되려 혈압은 떨어지는 것 같다. 깜빡 잊고 혈압 약을 먹지 않고 갔다만 혈압 약 먹는 것보다 더 나은 약을 송두리째 마신 것 같은 기분이다. 산은 이런 맛에 다니는가 보다.

 

최정산 그리고 주암산, 대구에 살면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간 이 코스는 한 번은 가봐야 할것이다. 명산을 찾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잘 찾아보면 명산 버금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도 많다. 그런 산이 정말 좋은 산이다. 산이 좋고 나쁨은 본인 입맛에 달려있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대로 산은 변하지 않으니 그 산의 성격에 맞춰 다닐 줄 알면 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산보하듯 다니는 동네에 있는 산이 제일 좋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이 제일 좋을 수도 있다.그날 형편에 맞게 다녀 온 산이 가장 제일 좋은 산이다. 오늘 내가 다녀온 산이 오늘 나한테는 가장 명산이고 그 산에 자리 잡은 절이 대찰이다.

 

아침나절에 산에 갔다가 감감 무소식이니 어머님이 걱정이 많이 되시나 보다. 산 중에 있노라니 몇번 전화가 온다. 가는 길에 어머님께 들렸더니 삼겹살을 준비해 놓고 저녁 준비를 다 해 놓았다. 텃밭에서 갓따온 상추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니 85세의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 엄마가 차려준 밥상 그대로의 맛을 지니고 있다. 밥상이 푸짐하진 않더라도 오랜만에 받아보는 엄마의 밥상이다. 고기는 그만 구워도 되련만 자꾸 굽는다. 덕분에 오늘 고생하며 산에 갔다 온 것은 고만 공염불이 되었다. 그래도 맛있게먹으니 좋아하시는데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먹다먹다 도저히 구운 고기를 다 해치우지 못하고 결국몇 점 남겼다. 이가 좋지 않은 어머니는 먹을 수가 없으니 먹다 남은 구운 고기와 다 굽지 못하고 남은  고기는 집에 가서 먹으라고 비닐에 싸주신다. 텃밭에 농사지은 상추와 갖가지 나물도 함께 담아 주시면서 꼭 버리지 말고 상추에 싸 먹으라신다. 결국 오늘은 애기 때 엄마 젖을 먹듯 노모의 정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사진으로 보는 주암산 & 최정산 산행기

 

 

2구간 광덕사를 기점으로 헬기장까지 5.7km 오른 후 1구간 헬기장에서 3.7km 거리에 있는 운흥사로 하산한다. 그런 후 운흥사에서 광덕사까지 약 3km를 도로를 따라 걸으며 차량을 회수하러 간다.

 

가창댐 도로변 광덕사 가는 길에 차량을 주차한다. 위에 있는 광덕사 주차장에 세워도 될 것 같다.

 

광덕사 입구는 도로변 주차한 곳 바로 위에 있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 광덕사 주차장이 있다. 

 

광덕사 현액에는 최정산광덕사라 적혀 있다.

 

대웅보전의 부처님을 바라보며~~~ 

 

광덕사 전경

 

본존불상을 모신 광덕사 대웅보전

 

범종각. 왼쪽에 포대화상이 있는데 공사 중이라 주변이 어지러워 생략~~~

 

 

광덕사 화장실 있는 쪽에 주암산으로 가는 들머리가 있다. 이 길로 가서 안내도대로 돌아 나오면 된다. 거리가 꽤 멀고 주암산(배바위)까지 3km 정도는 길이 가파르다.

 

안내도대로 주암산을 지나 헬기장으로 가서 운흥사로 내려와 '오2리'가 새겨진 마을 표지석까지 온다. 그런 후 약 3km를 걸어 광덕사까지 가야한다.(광덕사에 주차한 경우~~~)

 

시작점은 5.3km라 표기되어 있는데 위에 있는 이정표에는 거리가 다르다. 조금의 오차는 그러려니 하고 간다.

 

첫 번째 로프펜스가 나온다.

 

주암산까지 3km는 이런 평지가 좀체 나오지 않는다. 계속 오름길로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 길도 30초 쯤 가면 곧 가파른 길이다. 

 

4~5월엔 낙엽 위에 붙어 있는 잎만 보다가 올 해는 처음 꽃핀 노루발풀을 본다. 산행하면서 가장 흔히 보지만 올 해 처음 만난다.

 

이정목 표시가 벌써 안 맞는다. 큰 차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가시도록~~~

 

두 번째 로프펜스. 날씨가 곧 심통을 부릴 것 같다.

 

나무가 기이한 모양으로 꼬여 서로 붙었다.(연리지)

 

올라가다 힘이 들어 조망터가 아니지만 쉴겸 해서 저수지 수문이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 봤다. 여기서 찍지 않았더라면 오늘 산행 중에 이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려울 뻔 했다. 이후로는 안개가 잔뜩 끼어 더 이상 이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세 번째 로프펜스다. 하염없이 올라가기만 한다. 숲 길이라 조망권도 몇 군데 없다.

 

저수지 건너 앞산 쪽이 구름에 가려 시야가 흐릿하다.

 

가창 일대는 그래도 아직은 보여준다.

 

가창저수지가 보일 때 마다 찍어 둔다. 전망이 더 좋은 곳에서 찍기 위해 아껴 두었더라면 오늘 산행에서 이 그림은 얻지 못한다. 

 

가뭄이라 저수지의 수량이 확 줄어 있다.

 

헥헥거리며 왔는데 아직 1/5도 못왔다.

 

네 번째 로프펜스다. 

 

다섯 번째 로프펜스다.

 

바위에 붙어 있는 부처손도 바짝 말라 있다.

 

흔들바위 인가? 공기돌처럼 생겨 얹혀 있네요. 

 

이제 1km 왔나 보다. 1/5 지점이다.

 

여기 쯤에서 평길이 잠시 나왔던가???

 

1km 쯤 올라오니 본격적으로 구름이 앞을 가린다.

 

길 가에 멧돼지 똥이 있던데 영역 표시인가~~~ 

 

여섯 번째 로프펜스

 

마치 조경을 한 듯 소나무 한 그루가 가창댐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안타깝게도 조망은 전무하네요.

 

첫 쉼처 자리가 나온다. 쉴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잠시 쉬어 간다. 혼자 있으려니 어째 분위기가 으시시 하다.

 

나원 참, 아직까지 4km 남았네.

 

어, 이제 힘든 길은 다 왔는가 싶었는데 아직은 아니다.

 

점점 거리가 줄어든다.

 

노루발풀, 아까보다 꽃은 더 좋은데 잎은 팍 삭았네요.

 

다산왕 나무. 구름이 이불이다. 

 

거리가 많이 줄어 들었다. 제 아무리 멀어도 가다 보면 끝이 나온다. 그게 길이다.

 

앉아 쉬는 것 보다 계속 걷는 것이 덜 무섭다. 이 길에 아무도 없으니 나도 참 요즘 겁을 상실했나 보다.

 

처음으로 대원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출발할 때 함게했던 젊은 친구들은 여기까지도 못오고 날씨가 우려되어 하산해 버렸다. 그러니 지금 이 곳에는 사람이라고는 유일하게 나 밖에 없다. 여기서 갈등이 심하게 생긴다. 대원사로 빠져야 하나 어쩌나 잠시 고민하다가 이제 탄력이 붙을 만큼 붙었는데 예서 말 수는 없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던 길로 내쳐 간다.

 

무늬로 봐서는 물푸레나무 같은데 그렇다면 완전 대박이다. 이렇게 굵은 물푸레나무를 본 적이 있던가? 

 

스파밸리 가는 갈림길이 나오면 이제부턴 살판난다. 된비알이 지속되던 길은 거의 끝나고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편평한 바위에 앉아 잠시 쉬어 간다.

 

창고 같은 곳이 있어 산행길 표식으로 삼을려고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안에서 사람 소리가 나더니 열정적인 기도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오늘 이 산중엔 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인기척도 없다가 갑자기 기도 소리가 들리니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놀랐다. 아마 기도처인 모양인데 이런날 홀로 산행하다보면 산객이 많이 놀라겠다. 그러고보니 몆 발자국 가지 않아 또 한 군데 기도처가 더 마련되어 있다. 고등학교 동기가 암이 걸려 가창 어느 산에 와서 몸을 추스려 많이 나았다고 하더니 아마 그런 곳인가 보다.

 

여기서 가창중학교쪽으로 빠지면 영 삼천포로 빠지는 길이니 무시하고 가창중학교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는가 보다 하고 참고만 하시도록~~

 

일곱 번째 로프펜스를 만난다. 아직까지 오름길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엄청난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던데 이게 은방울꽃 군락지인지 산마늘 인지 잘 모르겠네요.

 

다산왕 NO1. 

 

기린초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이제 서서히 야생초를 좀 보여줄란가?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오고 이제 더 이상 힘든 길은 거의 없다.

 

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더니 참조팝나무가 계단을 올라서니 지천에 널어져 있다. 사방팔방에서 자라고 있어 정신이 없다. 덮어 놓고 찍고 본다.

 

사진이 별로라 볼품이 없는데 실물을 보면 넋이 나갈 정도로 예쁘다.

 

이제 거의 다온 느낌이 든다. 길도 좋고 좋고~~~

 

기린초가 나란히 꽃을 피우고 있는데 앞에 것과 뒤에 것이 자세히 보니 잎 모양이 조금 다르다. 서로 다른 이름이 있나보다.

 

오다보니 주암산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스쳐 지나왔다. 도대체 어디가 배바위라 부르는 주암산인지 갈피를 못잡겠다.  

 

육산이지만, 드문드문 큰 바위무더기가 있어 사진기가 자동으로 발사된다. 다른 산에선 쳐다 보고만 갈 일인데 여기서는 지금 이런 상황이면 누구나 셔터에 손가락이 얹어 질 것이다.

 

요기 노루발풀은 잎도 꽃도 모도 싱싱하다. 내 똑딱이는 조런 조그마한 꽃이 접사가 신통찮다. 그래서 웬만큼 찍고 만다.

 

우와 드디어 미역줄나무를 만난다. 엄청난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요 사진은 참 맘에 든다. 더 갖다대면 사진이 퍼져 보일 것이고 거리가 더 멀어지면 이만큼 건지기 힘든다. 내 카메라는 내가 잘 안다.

 

이제부턴 드문드문 보이던 꿀풀의 행진이 펼쳐진다.

 

무슨 의미인지? 현 지점 위치와 방향과 거리를 나타낸 것 같은데...

 역시~~~???

 

 

꿀풀은 올라갈 수록 보랏빛 색갈도 짙고 개체도 많아진다. 

 

드디어 헬기장까지 400m 밖에 남지 않았다. 오호 쾌재라... 이렇게 기쁠 수가~~~

 

꿀풀은 이제 여기저기 질서없이 난립해 있다. 길에도 중간중간 피어 있어 밟지 않으려고 피해 간다. 그놈들 참~~~

 

쥐똥나무렸다. 싱싱하네.

 

자줏빛 색깔이 참 고운 엉겅퀴다.

 

그 놈참 싱싱하고 파릇파릇하다. 내가 본 꿀풀 중에 가장 튼실한 친구는 영천보현산 천문대에서 본 친구가 최고일 것 같다.

 

이제 다 왔다. 정상은 어차피 군부대 내에 있으니 의미가 없고 최정산은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한다. 헬기장이 있는 길에 당도하니 구름이 장난이 아니다. 

 

이 길로 나왔다. 지척에 헬기장이 있다. 

 

싱싱한 미역줄나무의 꽃이 한창이다.

 

지뢰 외에도 부비추랩 같은 것도 설치되었나보다.

 

KBS중계소 가는 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씨면 산마루에 걸친 운해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온 산을 구름이 덮어 버렸으니 운해가 펼쳐져 있어도 볼 수가 없다. 오늘 산행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놈은 아주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마치 지 놈이 저만큼 키을 키운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다. 

 

현 위치는 헬기장이다.

 

헬기장 바로 코 앞에서 사진을 찍었음에도 헬기장의 모습이 흐릿하다.

 

차가 한 대 있더니 내가 도착해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실실 가버린다. 최정산은 이젠 나의 독무대다.

 

헬기장의 중심에 배낭을 거꾸로 깔고 그 위에 밥과 반찬통을 얹인다. 훌륭한 식탁으로 급조했다. 여기 앉아 밥을 먹고 있자니 우주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 같다.

 

준비해간 밥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운흥사로 내려간다. 여기서 운흥사까지 대략 2.7km, 운흥사에서 광덕사까지 대략 3km 앞으로 근 6km를 걸어가야 한다.

 

이제 운흥사로 내려 간다.

 

이곳에도 지뢰가 묻힌 지역인가 보다. 물론 제거야 했겠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마 꽃 사진 찍을라고 나물 채집하러 가는 사람은 없겠지. 

 

내려 오면서도 어떤 지역은 한 치 앞도 분간이 안된다. 사진이 좀 이상하다. 이만큼은 아니었는데~~~ 

 

단풍취는 꽃대가 올라올 때가 좋지 꽃을 피워봐야 뭐, 크게 볼품은 없더만...

 

이상하다. 눈 앞에 있는 안개를 찍었는데 사진이 이렇지~~~^^^ 

 

부지런히 내려 가자. 하산 길도 내리막 길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워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 어렵다. 

 

산수국이 참 예쁘던데 눈에 보이는 만큼 안 나온다.

 

이 돌에는 무슨 형태가 보여 찍었는데 영 보이질 않네.

 

 

이 노루오줌은 그래도 본대로 지 색깔이 나왔다. 

 산수국

 

산수국이 멋지게 늘어져 있던데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씨라 사진이 빛을 발하지 못하네~~~

 

 

 

큰각시수염도 더러 보인다.

 

 

운흥사가 가까워 지는 곳에 아직 산딸기가 달려 있다. 한 개 따먹을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운흥사 보이며 이제 산행 마무리 시점이 다 되어 간다.

 

운흥사는 지난 번에 아내랑 한 번 다녀 간 적이 있어 먼발치에서 기념으로 사진만 한 장 담고 그냥 지나친다.

 

산기슭에 빈 자리만 있으면 개망초가 수두룩 빽빽하게 점령하고 있다.

 

운흥사 아래 이쪽이 날머리다. 이제 다 왔다 싶지만, 여기서부터 가창저수지 큰 도로까지 나가야 되고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에서 저수지를 따라 저수지 끝머리까지 가야 한다. 저수지 끝 부분에 광덕사가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광덕사까지 대략 3km 쯤 된다.

 

개망초 군락이다. 빈 터만 있으면 이 놈들이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번식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길섶에 핀 산수국을 또 만난다. 그냥 갈까 하다가 방사선형으로 헛꽃이 핀 모습과 연보랏빛 꽃술이 이뻐 그냥 갈 수 없다.

 

운흥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대원사가 있다. 여긴 뭐가 있나 싶어 산할매라 적힌 대원사 안으로 들어간다.

 

쥐똥나무와 하얗고 빨간 접시꽃이 활짝 피어 대원사 가는 길을 반긴다. 

 

시간이 늦어 공덕교 지나 다리 끝에서 대략 눈으로 둘러 보고 돌아 나온다.

 

 

대원사 전경. 앞 마당이 넓고 시원스럽다.

 

'오2리'라 표시된 이곳은 가창에서 댐을 따라 버스가 다니는 길에 있다. 운흥사와 대원사를 가려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장장 10km 정도되는 산행을 마감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 광덕사까지 대략 2km 정도 거리를 도로를 따라 가야한다. 

 

오2리 마을 표지석 옆의 버스 승강장에 있는 오2리 마을의 유래

 

도로를 따라 걷다가 댐쪽에 조성된 산책로가 있어 이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간다.

 

내려와서 보니 그래도 산정에 구름이 많이 걷혔다. 올라가면서 몇 컷 찍었지만, 아쉬움에 가까이서 몇 장 더 담는다.

 

날이 많이 가물었나 보다. 저수지에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저수지에 늘어진 자귀나무의 색깔이 얼마나 곱던지~~~

 

수문이 보이는 지점까지 내려와야 맞은편에 광덕사가 있다. 

 

늦은 아침 나절엔 차가 3대 있더니 이젠 내 차만 달랑 홀로 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담벼락 아래 피어 있는 파란색깔이 이쁜 수국을 한 장 남고 긴 여정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