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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낙동정맥 트레일 제2구간(분천-양원-승부역 구간) 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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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마와 낙동강물만 유일한 심산유곡

오늘 우리는 20,000보 걸었다.

 

 2부 : 낙동정맥트레일 제2구간 양원에서 승부까지

 

 

■ 언제 : 2014. 4. 5.(토) 식목일(청명)

■ 어디로 : 분천역에서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까지 낙동정맥트레일 제2구간 탐방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구간)

■ 거리 : 분천역 - 4.6km - 체르마트길 - 2.2km - 양원역 - 5.6km - 승부역

(12.4km)

 

 

 

 

 

흔적

 

양원역(兩元驛)은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있는 임시승강장이다. 중부내륙순환열차가 통과하는 역으로 한 때는 정차역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이 지역이 열차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워낙 오지마을이라 무궁화호 취급 역으로 계속 남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양원역은 역 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임시승강장 중 시설을 갖춘 몇 안 되는 역에 속한다.

 

첩첩산중 심산유곡을 흐르는 낙동강 상류를 2시간 넘게 거슬러 올라 분천에서 양원역에 당도했다. 양원역은 분천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자그마한 대합실은 겨울을 찾는 여행객을 위한 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비교적 단순한 모습을 한 채 텅 비어 있다.

 

먼 길 걸어 양원역까지 온 우리는 무엇보다 막걸리가 급했다. 양조장에서 빚었다는 막걸리를 시켜 목마름부터 해소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그런지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힌다. 거푸 2잔을 들이키고 뒤이어 나온 잔치국수 한 그릇 나누어 먹으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단 말인가? 막걸리 한 잔에 마른 멸치 한 마리만 있어도 부족함이 없고 마음은 그저 느긋하고 풍요롭기만 하다.

 

양원역을 떠나자니 분천과는 달리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런 것이 분천역과 승부역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역이 양원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자칫 잘못 생각했으면 정차역에서 제외될 뻔 했던 역이 아니던가? 양원역은 주민들의 끊임없는 염원 끝에 영동선 개통 33년 만인 19884월 작은 원곡마을에 기차가 정차하게 되었다. 이를 학수고대하고 있던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삽과 괭이를 들고 민자역사를 주민 스스로꾸몄다. 이와같이 주민이 힘을 모아 드디어 양원역이 설치되던 날, 양원역에서는 사람도 울고 산천초목도 울고 낙동강도 감격해 따라 울었다고 한다. 정말 가슴시린 애잔함이 베여 있지 않는가?  양원역은 하루 세 번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역이다. 그런 역이 양원역이다. 정차역에서 제외되었다면 너무나 가슴 아픈 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양원역을 뒤로하고 5.6km 거리에 있는 승부역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양원에서 승부로 가는 길은 낙동강 세평 비경길’이라 이름 붙인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난, 분천에서 양원으로 가는 길보다 양원에서 승부로 가는 길이 개인적으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구간은 아기자한 것이 먼거리에 비해 지겨움이 덜한 길이다. 그도 그런 것이 양원역에서 출발하면 산들바람길과 두 번째로 맞이하는 힘든 오르막 코스인 ‘169하늘오름길에 오르고 심마니 둘레길을 따라 아찔아찔바위길과 큰바위 쉼터길을 따라 가는 구간으로 이어져 가는 길이 아기자기하며 지겹지 않고 재미가 있다. 이런 길이라면 얼마든지 걷고 또 걸을 자신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난 분천과 양원을 지나 승부로 가는 길 중에서 169오름길을 지나 심마니 둘레길을 걷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강 따라 병풍처럼 드리워진 단애에 뿌리 내리고 꼿꼿하게 자라는 금강송을 바라보는 재미에 넋을 잃기도 했지만, 그 길을 넘으며 처녀치마도 처음보고 애기괭이눈이랑 서로 모양이 다른 현호색 무리 그리고 비록 꽃은 지고 벌써 씨방이 맺었지만 너도바람꽃도 볼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뭔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으련만 시간에 쫓긴 것이 마냥 아쉽기만 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양원에서 승부로 가는 낙동강 세평 비경길은 참으로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높은 바위틈에 뿌리박고 자라는 돌단풍의 자태도 여느 산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귀티가 나고 계곡에 흐르는 물은 더위가 조금만 더했더라면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 같은 충동을 주는 옥수와 다름없다. 이 길은 오지가 주는 천혜의 비경을 넉넉한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승부역이 바로 나온다. 그만큼 지겹지 않은 길이란 뜻이며 이 길이 곧 이름하여 낙동강 세평 비경길이라 불리는 길이다.

 

이제 강물 모퉁이를 한 번만 돌아가면 승부역이 나온다. 우리는 승부역으로 바로 가지 않고 바로 다리 건너 먹거리 촌으로 향했다. 가급적 쉬지 않고 서둘러 온 이유가 바로 먹거리 촌에 있다. 양쪽으로 짧게 널어진 천막촌이 먹거리 촌인데 의외로 한산 한 것이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대략 짐작은 했지만,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식당도 순번제를 정해 한 집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손님이 몇 명 올지는 모르지만 빗장을 몽땅 잠가 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많은 식당 중에 오늘 유일하게 문을 연 천막 식당이 김여사집이다. 아마, 오늘 식당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 김여사님인가 보다. 우리는 김여사집에서 좁쌀동동주를 마시며 마을에 관한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좁쌀동동주가 혀 끝에 사르르 녹아 들어가는 바람에 한 되박 더 시키고 또 한 되박 더 시켜 나물전을 안주 삼아 허기진 배를 우선 채우고 들깨우거지국에 밥 한 술 말아 아예 빈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은 1963~1981년 사이에 승부역에 근무한 김찬빈 역무원이 어느 날 역 주위를 돌아보며 하늘은 넓고 높은데 승부역 주위는 너무나 작고 고요하여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고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고 역사 뒤의 바위에 페인트로 새긴 글이 유명 시인의 글보다 더 유명해 지면서 명실공히 승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표현물이 되었다.

 

승부역에서 예약 시간에 맞춰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가 조금 연착되고 있다. 역사 주변을 서성거리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약한 진눈깨비가 승부역에 휘날린다. 역사가 너무 고요하고 적막한 곳이라 아마 곧 떠나갈 우리가 야속하여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는가 보다. 말짱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진눈깨비를 뿌려대니 곧 승부역에 찾아올 외로운 밤하늘이 싫었나 보다.

 

기차를 기다리다 손끝이 시려 대합실 안에 들어갔더니 먼저 온 부부로 보이는 나그네가 밤을 깍아 인심을 나누고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더니 약차 한 잔을 덤으로 권한다. 약차라더니 종이컵에 말간 술을 한 잔 듬뿍 따룬다. 좁쌀동동주 먹은 뒤 끝이 아직 알싸한 기분으로 남아 있는데 나그네가 권하는 인심을 거부하기 어려워 기분좋게 잔을 훌쩍 비웠다. 그런 후 바로 기다리고 있던 기차에 올라 탔더니 무거운 눈꺼풀이 절로 감긴다.

 

이렇게 승부역에 정차했던 기차는 '세 평' 글귀 비석만 쓸쓸히 남긴 채 무정하게 떠나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기차는 오늘 하루 긴 여정의 양원역과 분천역을 순식간에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도 차창가엔 백두대간 협곡의 바람과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그 길엔 우리가 남겨 놓은 족적이 남아 있었다.  

 

 

 

 

양원에서 승부까지 도보 사진 기행

 

 

양원에서 대략 30분 정도 쉬었다가 철길데크를 따라 5.6km 거리의 승부역으로 향한다. 양원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이 분천에서 양원역 구간보다 걷는 길이 더욱 아름답다. 양원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이 낙동강 세평 비경길이 아닌가. 

 

분천과 승부역의 중간 지점인 양원을 알리는 안내판을 다시 한 번 되새김 해본다.

 

마침 운이 좋게도 O-train이 양원역으로 들어온다. 행운이다. 공허한 철로만 연이어진 길에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좋은 일이다. 

 

빛나리 님의 손 흔드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분천에서 양원 구간은 거의 대부분이 콘크리트 포장길이지만, 양원에서 승부가는 길은 계곡 바로 옆을 따라가는 길이 많다. 그러니 아무래도 포장길이 적어 가는 길이 덜 지겹지만, 그래도 곳곳에 이런 포장길이 나오기는 한다.

 

이 구간은 계곡을 흐르는 강물 곁을 따라 가는 길이 많다. 

 

자연 상태의 길을 그대로 걷기 어려운 구간은 이렇게 포장되어 있으나 그리 길지 않다.

 

곳곳에 갈대밭도 더러 나온다.

 

봄바람에 갈대숲을 유유자적하게 거니는 당신은 오늘 세상 누구 부러울 것 없오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벌써 양원에서 1.8km 왔나보다.

 

지금까지 계곡을 끼고 편하게 잘 왔는데 웬 하늘길이 나타나는가? 아마 '169 하늘 오름길'인 모양이다. 

 

먼저 올라가 일행이 힘들게 올라오는 모습을 찍고 있는데~~~

 

철로 위에 짜잔하면서 협곡열차가 등장한다. 아주 절묘한 타임이다.

 

내친김에 철로 위에 꽉찬 열차의 모습도 담아본다.

 

열차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우리 일행만 힘들게 169하늘오름길을 오르고 있네요.

 

169하늘오름길을 올라 심마니 둘레길로 가나보다.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나무 전신주. 요즘 보기 드문 전신주라 보존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이런 나무 전봇대였는데 어느 순간 철탑과 콘크리트로 모두 바뀌었다. 

 

169하늘오름길을 지났고 현재 심마니둘레길을 지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터널을 지나 계속 가야한다. 

 

내가 언제 그토록 많은 산을 다녔어도 이처럼 귀한 '처녀치마'를 직접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친구 한 명 만난 것으로 오늘 장장 15km의 도보 여행은 그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는다. 

 

조금 더 가니 조그마한 지역이지만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내 어두운 똑딱이로 모두 한꺼번에 담을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괜찮은 처녀치마 한 장 건질려고 오토로 찍고 요리조리 감도도 조정해 가면서 찍었는 것이 요 정도다. 그래도 이만한 사진을 얻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썩 흡족하다. 

 

봄이 성큼 다가와 곧 여름이 올 것 같은 계절임에도 여기는 아직 잿빛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기온이 낮은 곳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도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푸른 잎이 돋아 사방을 가리리라.

 

현호색. 처녀치마를 시작으로 이제 제법 야생화가 많이 보인다. 뭐 없나 싶어 첫 걸음부터 끝까지 두리두리 살피며 찾아봐도 별로 눈에 띄지 않더니 이제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와, 드디어 나도 '너도바람꽃'을 만나기는 만난다. 그것도 군락으로 만난다. 그런데 꽃지고 씨방이 맺어 있다. 아쉽다만 그래도 만나서 반갑다. 

 

애기괭이눈도 한창이다. 이 주변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뭔가 좀 만날 것 같은 분위기가 드는데 애써 찾아 다닐 여유는 없다. 아직 승부역까지 갈 길이 멀고 자칫하면 기차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3시 36분 차를 놓치면 7시가 넘어야 된다. 아쉽지만 길섶의 눈에 띄는 친구들만 담을 수밖에 없다. 산에 다니면서 늘 그렇다. 그러다보니 난, 늘 보던 애들만 보고 어쩌다가 오늘같이 운이 좋으면 '처녀치마'와 꽃지고 씨방 맺힌 '너도 바람꽃' 같은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올해 겨울에는 산초나무를 많이 만났는데 이 친구는 혹시 아닌가 했더니 역시 산초나무가 맞는 모양이다.

 

또 다른 현호색도 만나고... 

 

색깔이 분홍빛을 띤 현호색도 만난다.

 

양원에서 169오름길과 심마니둘레길을 지나 3.3km를 왔나보다. 지금부터 승부역까지는 계곡을 따라가는 평탄한 길이다.

 

또 땡볕길 포장도로가 나온다.

 

바위 무더기 옆의 데크 구간은 포토존으로 충분하다.

 

터널이 뚫린 계곡의 바위 틈으로 안전 데크가 설치되어 보행도 자유롭고 걷는 분위기도 좋ㄷ. 

 

 

 

배경 좋은 곳에 모두 모여 사진을 찍기 위해 늦게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모였으니 한 방 찍어볼까요. 

 

방금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또 포장된 터널길을 터벅터벅 따라간다. 낙동트레일 제2구간은 이런 포장 길이 많이 나온다. 햇살이 따가운 날이면 걷기 힘든 길이다. 오늘 우리는 그래도 비교적 햇살이 약해 걸을만 했으나 더운 여름날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곤란할 것 같다. 역시 낙동정맥트레일 구간은 눈꽃이 만발할 때 기차여행이 제격이라 여겨진다. 

 

포장 길이 지겨울까 봐 포장 길 위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무료하게 걷기만 하다가 출렁다리를 만나 출렁거리며 걸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구만. 

 

포장 길과 계곡을 따라 변함없이 쭉 이어진 길을 걷다가 출렁다리가 나오니 모두 신선한가 보다. 

 

지난 주 칠곡 유학산에서 본 '가는잎그늘사초'.  강가의 돌틈 사이에서 사계절 중 가장 예쁜 자태를 보이고 있다. 

 

낙동정맥트레일 제2구간은 낙동강을 가로 막고 있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의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금강송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 길의 또 다른 특징은 시종일관 콸콸콸 흐르는 낙동강물이 갈증에 목마른 나그네의 발걸음을 시원하게 적셔줌이 좋다는 것이다. 

 

역시 돌단풍은 높은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더욱 볼 품이 있지 않겠나?

 

물가의 돌틈에 자라고 있어 그런지 돌단풍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더욱 싱싱하고 건강하게 보인다. 

 

나그네의 지친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주는 듯 활짝 핀 진달래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우리를 반기고 있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갔어야 하는지 우리는 거슬러 올라가 그런지 갈수록 발걸음이 지친다. 물론 물길을 따라 내려오나 거슬러 가나 이 구간은 별반 차이가 없는 길이다.

 

양원에서 승부로 가는 중간 지점 쯤 되는 것 같다. 이 지점에 오면 낙동정맥트레일 울진구간을 가는 길이 나오는가 보다. 다리가 없으니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물길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그래서 '도하주의'란 푯말이 있는가 보다. 뭐 그리 깊고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모습을 보인다. 가파른 암벽을 기반으로 어쩌면 저렇게 전봇대 처럼 쭉쭉 뻗어 자라는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우리 금강송의 특징이 저런 모습 아니겠나? 

 

또 저 다리를 건넌다. 쉼없이 철교를 건너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건너 그렇게 하염없이 걷는다. 

 

햐, 여기는 사유지가 있네요. 전망 좋은 곳에 있는데 나그네 목이나 축이고 갈 수 있게 문 좀 열어 주시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우리는 전곡리로 가지 않고 승부역 방향으로 가야한다.

 

빈객의 출입으로 인해 어지간히 방해를 받은 모양이다. 길바닥에 큼지막하게 '사유지 출입금지'라고 박아 놓았다. 가지 말지 뭐~~~ 

 

낙동강트레일 구간의 가장 큰 특징은 큰 어려움 없이 유유자적하게 여행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배경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경북 북부 지방이지만 거의 강원도 지역이라 해도 무방한 심산유곡을 이렇게 편한 발걸음으로 유람하듯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그것을 용납한다. 너무 깊은 첩첩산중이라 아마 사람의 발걸음이 그리워 사람이 들어오면 금방 돌아서지 못하도록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은 내주는 것 같다. 

 

여유롭게 다리를 건너 오는 함지박 님  

 

이제 멀지 않은 것 같다. 아무생각 없이 물길 따라 가보자. 

 

물건너 갈대숲이 보인다. 이 구간을 가다보면 갈대숲도 자주 만난다.

 

이제 저기 보이는 철교를 지나면 승부역이 나올 것 같다.

 

갈대도 비슷한 무리가 많아 헷갈린다. 갈대라 맞지 싶어 갈대라 부를란다.

 

철교가 보이는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승부역이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맞네요. 저기 왼쪽에 승부역 먹거리 식당이 보이네요. 이제 많이 지쳤다. 어서 빨리 저기 가서 막걸리 한 사발 벌컥 들이키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기차 탑승 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있게 도착했으니 승부역은 뒤로하고 다리 건너 먹거리 촌으로 먼저 발길을 돌린다. 

 

  

먼 길 낙동강 거슬러 왔으니 막걸리 먹으러 갑시다.^^^

 

돌아가지 않는 물레방아와 먹거리 촌 풍경. 물레방아도 돌지 않고 주변이 적막강산인 것으로 보아 우리 일행 외에는 손님이 없을 듯...

 

먹거리촌 입구의 표지석에서 서로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예쁘게 포즈를 취해 보고 

 

나도 예쁘게~~~ 

 

먹거리촌의 규모를 전달하기 위해 전체 모습을 담아본다.

 

요런 조형물도 있고 

 

양쪽으로 늘어선 식당은 오늘 주번 식당만 문을 열고 있다. 비수기라 돌아가면서 한 집 씩 문을 연다고 한다.

 

우리는 단 한군데 문을 연 '김여사집'으로 들어간다.

 

일행은 김여사집으로 들어가고 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변을 돌아보며

 

이런 장승도 본다.

 

 

 

식당 뒷편에서 먹거리촌 규모와 분위기를 다시 찍어본다. 

 

당초에는 육계장을 먹을려고 했었는데 여기와서 들깨우거지국밥으로 바뀌었다. 좁쌀동동주를 곁들이고...

 

손님이 많을 때 육계장을 끓이는 가마솥. 김여사집의 대표 음식인데 요즘 한가로운 분위기라 손님이 거의 없어 개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들깨우거지국밥으로 대신했다. 가마솥에서 끓이는 국밥이 일품이라는데 언제 다시 먹으로 김여사댁에 올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김여사네 소박한 메뉴판. 주인 아주머니가 준비한 밑반찬은 모두 인근 산에서 채취하거나 직접 재배한 사나물이다. 인심 좋은 김여사께서 아낌없이 퍼준다. 게눈 감추 듯 먹어 치우고 또 더 달라고 해도 유쾌하게 그릇 째 비워 주신다.

 

김여사네 집에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승부역으로 가는 길에 돌지 않는 물레방아와 철교를 배경으로

 

지금까지 먼 길 걸어온 게 다소 아쉽긴 하지만, 미련을 떨치고 승부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드디어 우린 모두 봉화의 승부역 철길에 섰다.

 

익살스러운 빛나리 님, 그대가 사진을 제일 잘 찍오이다. 포토제닉상 감이 올시다.

 

관심있는 분 설명을 읽어 보실 것이고 

 

다음에 승부에 오면 석포로 가야할 것이다.

 

 

 

승부역사. 옛 모습은 간 곳없고 새로 깔끔하게 단장을 해 놓았네요.

 

이 돌에 새겨진 글이 명실공히 승부역의 상징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세평에 서른평을 더해 하늘도 땅도 서른 세평 쯤 되나보다.

 

 

아무 것도 없이 외로워 보이는 철길을 바라보며 나그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본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기척이 없다. 얼마나 심심할꼬~~~ 여기에 계시는 분은 아마 도인과 같은 마음으로 지내시리란 생각이 든다.

 

철길 중간에 있는 간이 대합실이다. 갑자기 진눈깨비가 내려 일행은 좁은 대합실로 들어가 추위를 피한다. 대합실 안에는 부부로 보이는 여행객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생밤을 깍아 먹고있다. 넉넉한 마음으로 깍은 밤을 나누어 주며 소주까지 권한다. 기차 시간이 다되었는데 소주를 한 컵 가득 따라준다. 안 먹을 수도 없고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차에 탑승하니 얼떨떨 하다.

 

좁은 대합실 안에는 개그맨이 방문한 흔적이 남아있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차가 승부역에 도착했다. 이제 기차에 몸을 싣고 오늘 하루 정들었던 승부를 떠나야 한다. 

 

지루하고 긴 시간 기차를 타고 영천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영천역에서 동대구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영천역에는 처음 오는 것 같다.

 

영천역에서 동대구행 무궁화 19:09 차를 타고 간다.

 

영천역에서 동대구행 기차를 타기 위해 철길을 가로지는데 어느덧 서산엔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다. 이렇게 오늘도 긴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