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도요/뒷부리도요/알락꼬리마도요/좀도요
■ 언제 : 2023. 09. 15.(금)
■ 어디 : 포항, 형산강
■ 누구랑 : 부산 지인 두 분, 경주 지인 한 분과 현장에서 합류
■ 탐조 내용 : 꼬까도요, 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좀도요, 큰재갈매기
요즘 여기도 새가 많이 없다.
올여름 내내 가기도 많이 갔고 찍기도 많이 찍었다.
그래서 당분간 기류 변화가 있을 때까지 근교 중심으로 살살 다닐까 생각하며
조신하게 엎드려 있던 터다.
사실 그랬다. 그런데 분명 그렇게 조신하게 있고자 했는데
또 날아가지 않을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바다오리' 소식이 들렸던 것이다.
'뭔 귀신 코딱지 후비는 소리인지~'
운 좋은 사람은 이미 찍어 조류밴드에 올리기도 했고
올라온 사진은 부러울 정도로 근접촬영까지 한 모습이었다.
이건 어제까지 상황이었다.
오늘 아침 일찍 간 사람들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황망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불운한 소식이다.
타지방에 사는 분들과 이미 만나기로 약정이 되었던 터라
못 볼 확률 100%였지만 녀석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이미 약속이 되어 있기도 했고 혹시 싶은 기대감이 서려있기도 했다.
만약 못 보면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찍을 심산이다.
"없다."
역시나 혹시 했던 기대는 물 건너간 것이다.
아쉬운 대로 좀도요, 꼬까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았다.
이럴 생각으로 왔으니 그럴 수밖에
지인 한 분이 저쪽으로 가면 원하는 녀석이 있을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내가 그쪽으로 가기로 하고 두 분은 반대쪽으로 녀석을 찾아 나섰다.
나는 내가 간 길 끝까지 갔다.
장화를 신었지만 물에 빠져 장화 속으로 물이 다 들어왔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개의치 않고 갈매기들 무리 속을 낱낱이 다 뒤졌다.
늘 그랬듯 재갈매기와 괭이갈매기 일색이다.
알락꼬리마도요 두 마리가 가깝게 접근해도 달아나지 않아 녀석들과 놀았다.
그렇게 놀자니 지인께서 연락이 왔다.
못 보던 녀석이 한 마리 보인다고 오라고 했다.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니 나한테서 거기까진 멀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이라 하니 한 달음에 달려가야 하는데
내가 갈 때까지 있겠지 하는 느긋함이 가는 길에 보이는 새란 새는 다 찍게 했다.
여유로움이 준 충격적인 결과는 새가 떠나가야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당도하니 새는 날아가고 없었다.
뭔 새인지 알아보던 지인은 '북극도둑갈매기'라는 전갈을 받았단다.
이런 변이 있나?
'북극도둑갈매기'라니
그렇다면 바다오리보다 더 귀빈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 새가 아닌가.
오는 내내 쏟아지는 비를 뚫고 고속도로를 달려왔건만
탐조 방향이 어긋나 그만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날아가는 새가 아닌 지쳐 쉬고 있는 엎드린 새를 찍는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일행들한텐 다 운이라 여기고 괜찮은 척 끝까지 느긋함을 보였지만
쓰린 속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루시퍼'가 내민 손을 잡았던 모양이다.
'신의 한 수'가 되어야 했는데 최고의 악수가 된 꼴이다.
두 사람이 찍었던 새를 라이브뷰로 보면서 뭐지 뭐지 하고 있을 때
갈매기는 갈매긴데 처음 보는 시커머죽죽한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내 머리 위로 휙 지나간다.
순간 저 녀석이 바로 그 녀석이다 싶어 셔터를 눌렀지만
초점도 맞지 않고 뒤통수만 찍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사라지고만 것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근을 찾아다니며 수색했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에 가는 길이기도 해 강을 둘러봤지만
흐르는 물은 그 자취마저 쓸고 지나가버렸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좀은 무겁다.
꿩 대신 봉황을 잡을 뻔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어쩌랴.
한 두 번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꼬까도요
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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