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도요 1
■ 언제 : 2023. 09. 17.(일) ~ 18.(월) 1박 2일
■ 어디 : 서산
■ 누구랑 : 부산 지인 1, 경주 지인 1
■ 탐조 내용 : 호사도요, 새홀리기
귀하고 보기 힘든 호사도요 소식이 뜨긴 떴는데
도대체 일기가 불순한 것이 오늘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틈나는 대로 일기예보를 들여다봤다만
볼 때마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새벽 일찍 사방에 어둠이 가시지 않을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해 동행하기로 했던 지인한테 카톡을 날렸다.
이번에 포기하고 날씨 좋을 때 다음에 가자고
그렇게 메시지 하나로 귀하신 몸 영접하기로 했던 장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해가 뜨고 다시 검색했더니 서산 지역은 날씨가 말짱하다.
이상하다. 그러면 밤새 잠까지 설치며 검색했던 건 뭐란 말인가?
내가 헛것을 보았나 그~참
동행 지인도 그쪽 날씨는 괜찮다며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경주 지인을 모시고 우리 집 앞에 당도하는 시간은 11시쯤
셋이 만나 가벼운 손터치를 하며 의기투합한 후 호사도요가 있는 곳으로 날았다.
가는 길에 군데군데 소낙비가 쏟아지고 하더니 여긴 햇빛이 짱짱하다.
현장에는 먼저 온 차량들이 몇 대 보였다.
귀하신 몸이 있는 곳엔 4대, 주변 또 다른 곳에도 차 한 대가 있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모 조류밴드의 리더와 리더의 지기 한 분이 먼저 와 계셨지만
귀조께서 워낙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라 얘기도 별로 나누지 못하고
간단하게 수인사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가웠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낮 시간에는 활동을 잘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알고 갔지만
귀하신 몸이 어디 있는지 당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먼저 온 분들이 저기 있다는데 어디가 저기인지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 눈엔 띄지 않는다.
수풀 속에 납작 엎드린 채 기동이 없으니 눈에 띌 리 만무하다.
차 시동도 끄고 세 명이 동태를 살피자니 차 안은 덥고 죽을 맛이다.
한두 시간쯤이면 참을 만 한데 네댓 시간을 꼼짝없이 들어앉아 있자니
그야말로 답답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겨우 귀하신 몸을 찾긴 했는데 이건 뭐 숨은그림찾기 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에 살랑대는 수풀 사이로 먼발치에서 인증샷이라도 건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초점 잡기도 힘든다. 초점을 잡아 숨은 그림을 찾았다면 그 자체로 인정받을 만한 솜씨다.
겨우 풀인지 흙더미인지 인증은 했다만 우리 일행은 이 정도로 성이 찰 리 없다.
풀숲에서 나와 움직여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기다렸다만
녀석이 우리 기대를 충족시켜 줄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 차량은 한 대 두 대 더 늘어나고 주변 움직임이 잦다 보니 녀석은 더 꽁꽁 숨는다.
녀석이 하는 짓을 보아 이제 귀하신 몸이니 귀조니 이런 말을 쓰는 것도 성질난다.
이제부턴 이 녀석 저 녀석이다.
해가 거뭇거뭇 넘어가도 녀석은 요지부동이다.
오늘은 이게 한계인 모양이다.
그래도 우린 인증샷을 건졌다고 자위하면서
저 풀숲 사이 숨어 있는 녀석을 퍼즐 맞추듯 찍는 이런 사진이 진짜 사진이라며 호방하게 웃었다.
여권 사진 찍듯 찍는 것보다는 이런 사진이 더 묘미가 있다며
억지춘향이지만 우리 나름대로 조류 사진의 가치를 부여하며 낄낄거리면서 득의양양해했다.
오늘 만족했더라면 늦은 시간이라도 내려갔을 텐데
호탕하게 웃은 웃음은 금방 시건방 떤 것으로 치부되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룻밤 유숙하기로 했다.
당초 그리하자고 왔었지만 녀석이 서산 경제를 위함인지
우리 발목을 서산 바닥에 확실하게 꽁꽁 붙들어 멨다.
숙소에 여장을 풀어놓고 인근 식당으로 가
반주로 세 명이서 소주 두 병, 맥주 한 병을 해치웠다.
한 분은 술을 자시지 않는 분이라 인사치레로 소주 두 잔 거들었으니
맥주 한 병을 가볍게 입가심하고 두 명이서 소주 각 1병을 한 셈이다.
이 길은 늘 혼자 다녔는데
역시 혼자보다는 동행이 있는 게 낫다.
이번 방문은 운전도 내가 하지 않고 얹혀 왔더니
그 역시 편하고 좋기도 하다.
내일 새벽
녀석이 우릴 호사시켜 주어야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오늘 하는 짓으로 봐선 내일도 마찬가지려니 싶은데
그건 모르지.
내일 닥쳐봐야 알 일이다.
오늘은 편히 쉬자.
손떨림이 생겼지만 영상으로 남기는 자체로 의미 부여하며 손떨림 보정도 없이 그냥 올린다.
첫날은 이 사진이 그나마 가장 잘 나온 그림이다. 우리 차가 서 있는 곳에선 욘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차는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다. 뒤로 빠지지도 못하고 앞으로 갈 수도 없다. 중간에 꼭 끼었다.
이 정도 그림을 얻자면 나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오늘 우리 위치에선 이런 사진이 다다. 나름 묘미가 있다.
욘석도 예민하기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다. 찍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저기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보는 내 눈이 더 어지럽다.
네 시간 정도 차 안에 머물러 있으며 딱 한 번 이런 기회를 맞닺뜨렸지만 순식간에 풀숲으로 건너가 겨우 이 사진 한 장을 건졌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천하를 얻은 기쁨을 누린 순간이다.
짜슥! 뭐 하자는 건지? 도무지 움직일 마음이 없다. 눈을 감지 않은 것으로 보아 취침 모드는 아닌 듯한테 아무래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하는 짓이라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한 번씩 돌리는 것밖에 없다. 엄청 경계하는 모습이다.
차 안에 너무 오래 있어 조갑증도 나고 쉬가 마려 잠시 밖으로 나왔더나 갑자기 매가 한 마리 휙 날아간다. 엉겁결에 셔터를 눌러 잡았더니 매가 아니라 새홀리기다.
어떻게 찍다 보니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으로 찍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