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기 부부 4쌍이랑 보현산 봄내음 맡으러~
■ 언제 : 2020. 4. 25.(토)
■ 어디로 : 대구수목원
■ 누구랑 : 권*만 부부, 이*우 부부, 이*훈 부부, 우리 부부(8명)
보자, 보현산을 주로 누구랑 왔더라.
늘 아내하고 내하고 둘이서
아니면 나 혼자
아니, 딱 한 번 동료교사들을 데리고 한 번 왔었다.
이번엔 고교동기 부부 4쌍이다.
보현산은 내 꺼다.
보현산은 나한테 꽃으로 저당 잡혔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한테만 물꼬를 턴다.
네 부부가 함께 했는데 두 부부가 빠져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쁘고 사정이 있으면 못 올 수도 있지만,
함께하지 못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음 기회엔 다 같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훈이 처는 오늘 처음뵈었다.
초면임에도 한 눈에 후덕해 보이고 마음씀이 넉넉해 보였다.
*훈는 복도 많다.
아니 *훈뿐만 아니라 이 친구들 모두 다른 건 몰라도
마나님 하나만큼은 잘 얻은 것 같다.
보현산에 핀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모두 복도 많다.
남정네보다 마나님들이 훨 낫다.
보현산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 왔다가면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잘 없다.
그만큼 산세가 좋고 접근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산 좋아하고 산 타기 어려운 사람은 보현산만 한 산도 없을 거다.
특히 나 같은 사람한테는 더 그렇다.
이번 주는 대체적으로 바람이 잦다.
차를 타고 와 그렇지 보현산 높이가 무려 1,124m에 달한다.
고지대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세다.
우린 천수누림길로 먼저 갔다.
내 생각은 주차장 뒤 야생화 단지를 시작으로 정상으로 갈까했는데
집사람이 오늘은 천수누림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기에 그리했다.
천수누림길로 가는 길은 그저 먹는 길이고,
이 길을 거닐면 천수를 누리는 데 하자없다.
이 길이 왜 천수누림길이고 하니
데크로드로 만든 길따라 숲이 무성하고
무성한 숲속엔 온갖 풀들이 다 자라고 있다.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올라치면 나무에도 꽃망울이 터진다.
밑을 봐도 꽃이요 위를 봐도 꽃이다.
온갖 꽃향기에 취하고 시원한 바람, 파란하늘
게다가 좋은 벗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가히 천수누림길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바람은 심했지만, 모두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마나님들의 얼굴에 봄꽃이 활짝피었다.
화색이 만연한 모습에 갓 피어난 노랑무늬붓꽃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다.
이 길엔 야생화가 지천이다.
봄이 늦은 보현산이라 나무엔 아직 잎이 돋아나지 않았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보현산의 봄은 늦어도 많이 늦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기에 이번엔 일부러 일주일 앞당겨 왔는데
그래도 봄이 늦다.
땅바닥에 붙은 듯 노란꽃을 피운 민눈양지꽃
큰개별꽃과 피나물이 지천이다.
이 길에선 보물이 노랑무늬붓꽃과 보라노랑무늬붓꽃이다.
자세히 보면 노랑무늬붓꽃은 자주 보이지만
보라노랑무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잘 봐야 보인다.
찾으려고 해야 보인다.
어떤 애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근 1700고지 이상을 올라야 보여 주는 애들도 있다.
보고 싶으면 헥헥거리며 올라가야 한다.
솔나리 같은 경우가 그렇지만 고산에만 피는 그런 애들이 많다.
탐사나온 어떤 한 무리의 일행이 꽃사진을 찍느라 열심이다.
이들도 보현산에 보라노랑무늬붓꽃을 찾았나 본데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찍지 못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쉽게 보여 주지 않는다.
난 보현산에 오면 어떤 꽃이 언제 어디쯤 피는지 대충 알기에 어렵지 않게 찾는다.
천수누림길 끝자락에 정자가 하나 있다.
시루봉 아래 있는 정자다.
보현산을 찾는 이들이 쉬었다 가는 보현산 쉼터 역할을 하는 유일한 곳이다.
다른 곳은 마땅히 자리 펴고 쉴 만한 곳이 없다.
물론 아무데나 앉고 싶다면 그런 자리야 푸지기 많다.
정자에 먼저 도착한 마나님들께서
바람이 너무 세 못 있겠다며 내려온다.
이번 주는 어제까지 바람이 심했다.
오늘은 바람이 좀 숙지려나 했는데 그도 아니었다.
더욱이 보현산은 높이가 있어 그런지 바람이 더 심하게 부는 것 같았다.
정자 옆 전망 좋은 시루봉에 가 사진 촬영을 하고 정상으로 갔다.
바람이 불어 8명이 밥 먹을 자리 마련하기 쉽지 않다.
좋은 자리 마련하려다 결국 정상 너머 풀숲 적당한 곳에 자릴 잡았다.
명당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앉은 자리가 명당이다 생각하고
각자 준비한 먹거리를 펼쳤다.
네 식구가 짐보따리를 풀어 놓으니 이거 뭐 진수성찬 부럽잖다.
김밥에다 떡이며 과일까지 없는 게 없다.
이 정도면 사또 상 부럽지 않다.
모두 오손도손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갖는다.
자고로 먹는 게 남는 것이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 내려가니 이내 주차장이다.
난, 거기서부터 할 일이 많은데 다른 이들은 너무 싱겁다.
꽃밭에 왔는데 혼자 놀기가 그랬다.
여긴 경상권에선 귀한 나도바람꽃 군락지다.
예상대로 나도바람꽃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고,
다른 데선 다 지고 없는 꿩의바람꽃도 아직 튼실하게 피어 있었다.
다른 식구들이 마음 넉넉하게 기다려 주고 있었지만, 마음은 급했다.
후다닥 찍고선 일행들과 합류했다.
모두 좀 싱겁단다.
그럴 수밖에... 먼 길 와 싱겁게 끝내자니 좀은 아쉬운 모양이다.
권회장은 건너 보이는 면봉산까지 가잔다.
하지만 모두 가기엔 그렇고 다시 조금이라도 더 걷는 게 나을 것 같아
숲속체험길로 안내했다.
그 정도 돌아나오면 그나마 적당할 것 같기도 했다.
여기도 크게 힘든 곳이 아니니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갈수록 좋다.
가다보면 위에서 못 보던 꽃도 볼 수 있을 게다.
다만 *훈이가 요즘 다리가 불편해 걷는 게 좀 그랬지만,
그래도 이 정도 걷는 건 괜찮지 싶어 그리 안내했다.
보현산은 힐링 산행이다.
산행 코스는 본인에게 맞추면 된다.
더 걷고 싶으면 코스를 더 길게 잡으면 되고
편하게 걷고 싶으면 편한 길을 선택하면 된다.
모두들 오늘 하루 괜찮았는지 모르겠다.
마나님들까지 모시고 온 길이라 조금 마음이 쓰인다.
보충도 할 겸 폐교된 두마초등학교로 갔다.
두마리산촌생태마을인데 난, 보현산에 오면 꼭 여길 들린다.
내 고향도 아닌데 괜히 고향 같은 생각이 들고 편안함이 깃드는 곳이다.
보현산에 왔으니 일행들한테 여길 보여 주고 싶었다.
*
*훈이가 좀 불편했겠지만, 뒷풀이 장소를 칠곡 매천수산시장으로 정했다.
가격도 적당하고 횟감이 싱싱해 여기가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토요일이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려 왔던 감정을 터뜨리느라 그랬는지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엄청나게 밀려있다.
오도 가도 못 할 판이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하고 자주 애용하는 횟집에 가 회를 장만했다.
회는 가격대비 풍성했다.
*태는 뒤풀이 장소로 오라고 전화했더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일이 생겨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박작가는
데리고 있는 랑카 직원과 함께 합류했다.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싶더만, 요즈음 술 마시는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나이가 있어 그런지 모두 건강을 많이 챙긴다.
나도 누구보다 더 건강을 챙겨야 할 것 같은데 아랑곳 하지 않는다.
박작가가 한 잔 하더니만 오늘따라 이빨 치료하느라 술도 못 먹고
*훈이와 나 그리고 박작가 직원인 랑카 직원 세 명만 마신다.
뒤풀이가 끝나고 가까운 커피숖으로 가 차 한 잔씩 했다.
차는 권회장이 샀다.
이제 우리 문화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술보다는 차 문화로 끝을 맺는다.
세태의 흐름이며 우리한텐 장족의 발전이다.
정자 옆 시루봉
나도바람꽃. 이 녀석이 보현산의 보배다. 드문 드문 있는 것이 아니라 지천이다.
박새와 이웃한 나도바람꽃
흰괭이눈인가 뭔 괭이눈인데 이 녀석도 볼 때마다 정확한 이름을 찾아야 한다. 찾기가 귀찮다.
꿩의바람꽃이 아직까지 피어 있다. 여긴 올 때마다 이맘 때쯤 핀다. 여기 봄이 그만큼 늦다는 얘기다.
훈이가 다리도 허리도 불편한데 끝까지 참석해 주어 고맙다.
많고 많은 제비꽃 중에 이 녀석 이름이 제일 쉽다. 노랑제비꽃이다.
요 녀석은 잎이 고깔모양이 맞나. 고깔제비꽃인 모양이다.
남도현호색이다. 야생화 탐사차 나온 다른 이들이 있어 알게 됐다. 보현산에 와 처음 만났다. 운이 좋다.
피나물은 아직 다 피지 않았다. 절정일 땐 천수누림길 주변을 온통 이 녀석들이 먼저 반긴다.
미나리아재비
박새 군락과 피나물 산지
멋쟁이 친구들
피나물
박새군락
마나님들께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잘 가네요.
주차장에 와 남은 참외를 깍아 배급하고~
그냥 가기 아쉬워 두마리 산촌생태마을로 왔다.
마나님 4인방
권회장과 연예인
와우! 뒷태가 멋있네요.
매발톱이 이쁜지 스마트폰으로 요리조리 각도를 잡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뻐 찰칵했지요.
80이 넘는 친구들이라 세 명이 서니 시원합니다. 난, 저기 낑기면 안 된 사진이나 찍을란다.
다육이를 산다고 분양받고 있네요. 가성비 만점~
보라노랑무늬붓꽃. 이 친구가 보현산의 또 다른 보배지요.
민눈양지꽃
큰개별꽃
노랑무늬붓꽃
구슬붕이. 천문대 가는 길 잔디밭에 자잘하게 별처럼 깔렸다.
정상. 정상을 그저 먹지요.
노랑무늬붓꽃
정상 너머 대충 자리잡고 앉아 먹습니다.
나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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