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함께한 황매산 나들이
■ 언제 : 2019. 10. 3.(목)
■ 어디로 : 합천 황매산
■ 누구랑 : 주*이랑 덕*랑
흔적
황매산! 올해 두 번째 방문길이다.
이번 방문길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늘 아내랑 동행하던 길을 이번엔 친구랑 동행했고,
친구랑 동행한 배경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아프다. 친구가!
건강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심신이 허해 병원에 갔다가
느닷없이 철퇴를 맞고 왔다.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즐겨하던 술도 담배도 일시에 끊어야 했다.
요즘은 모든 것 내려놓고 오로지 건강 회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친구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황매산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다.
친구도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18호 태풍 “미탁” 때문에
모처럼 생색낸 호의가 불발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현재 태풍 상황으로 봐선 안 가는 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태풍 진로를 예의 주시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다음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전화했다.
다음 날 아침이면 혹시 상황이 반전 될지 몰라
일단 전기차라도 충전해 놓아야겠다 싶어 충전기 앞으로 차를 몰고 갔다.
늦게 귀가했기에 충전기 자리가 비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운 좋게 한 자리 비어 있어 자동차 충전은 넉넉하게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가기 어렵다.
가망 없다고 봤던 날씨는 아침에 일어나니 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날씨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며 다시 전화해 가자고 했더니 친구도 좋단다.
어젯밤 운 좋게 충전을 잘 해 놓았다.
내가 황매산을 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황매산은 해발 1,113m의 높은 산이나 꼭대기 주차장까지 자동차를 몰고 갈 수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고산 평전엔 5월 철쭉제가 유명하고, 가을이면 억새의 하늘거림이 유난히 좋은 산이다.
산들거리는 억새의 흐느낌을 느끼며 황매평전을 돌아 나오는 길은 힐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내가 황매산을 택한 이유다.
주*이는 힘들다는 말은 안 했지만, 무리하지도 않았다.
운동을 한 사람이라 그런지 자기 조절을 잘한다.
며칠 전 정기검사 받을 때 혈액 투석을 해서 그런지 오늘 기분은 좋다고 했다.
다행이다. 황매산에 와 좋은 공기 맞으며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예상대로 황매산의 가을은 일품이다.
햇빛에 투영된 억새의 은빛 물결도 장관이려니와
그 못지않게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도 황매산의 가을을 한껏 부추긴다.
억새 밭 사이사이 가끔씩 고개를 내민 용담과
부챗살처럼 펼쳐진 산부추도 예쁘게 자리 잡았다.
물매화 있는 곳을 가면 정자가 있다.
주*이와 덕*는 거기 쉬라하고 나는 잠시 물매화를 만날 요량이었는데
팔각정은 허물어져 있었고, 물매화 서식지 주변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이가 앉아 쉴 자리가 없다.
바람은 또 왜 그렇게 심하게 부는지 이놈의 산은 당최 종잡을 수가 없다.
걸음이 잽싼 덕*는 여기까지 왔으니 혼자 정상을 다녀오라 하고
산만댕이에 주* 혼자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하고선,
나는 물매화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물매화 서식지 바로 앞에 와 그냥 갈순 없었다.
물매화 서식지가 공사 중이라 훼손되지 않았나 우려되긴 했지만,
다행히 개체 수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다문다문 물매화가 눈에 띄긴 했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물매화 촬영을 했다.
하필 이때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주*이가 걱정되어 시간을 오래 주체할 수 없었다.
집에 와 컴퓨터로 옮겨 사진을 보니 급하게 서둘러서인지
물매화는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물매화 서식지 옆에 “쓴풀”이 자라는 곳이 있다.
주*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라 몇 장 담고 가려는데 주*이 한테 전화가 왔다.
쉴 곳도 마땅찮고 바람이 심해 못 있겠다며 주차장으로 먼저 내려간다며, 그리로 바로 오란다.
생각 잘 했다 싶었다.
덕분에 난 좀 더 편하게 “쓴풀”을 담을 수 있었다.
“물매화”랑 “쓴풀”을 담고 보리수 열매가 가득한 곳까지 가니
어느 틈에 정상을 갔던 덕*가 내 옆으로 왔다.
정상까지 가는데 15분 걸렸단다.
이 친구 이 정도면 아직 준족이다.
눈 깜박할 새 정상까지 후다닥 다녀왔다.
그 참~ , 부럽네 부러워.
보리수 열매가 잔뜩 익어가고 있다.
한 알 따 맛을 보던 덕*가 아직 떫다며 여기 보리수 열매는 알이 작다고 했다.
주*이는 혼자 내려와 쉬고 있었다.
위에서는 바람이 드세 못 있었단다.
괜히 아픈 친구 데려와 감기나 들게 하지 않았는지 살짝 우려되기도 했다.
그래도 주*이는 좋았던 모양이다.
이번 황매산 산책이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병마를 이겨내고 예전처럼 아무 일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낄낄거리며 한 잔 마시고 싶다.
본인도 많이 노력하니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거라고 확신을 한다.
주*이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기본 체력과 긍정적인 성품은 남다르다.
핸드볼로 다져진 기본체력과 평생 체육교과를 담당하며 몸을 다져온 사람인 만큼
까짓 병마쯤 가볍게 이겨낼 것이다.
주*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이겨내자. 그거 요즘 별 거 아이다.
퍼뜩 나아서 예전처럼 맥주 한 잔 하자.
알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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