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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 을미년 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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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말띠는 바람같이 지나가고

 양떼가 우르르 몰려오는 을미년 새해맞이

 

 

 

언제 : 2014. 12. 31.(수)~2015. 1. 1.(목)

어디로 : 경주 감포 신년해맞이

누구랑 : 세 부부(우리, 수화니, 빈나리)

 

 

 

2014년 청말이 바람같이 지나간다. 불과 6시간 후면

양떼가 우르르 몰려온다.

 

양은 보통 떼거리로 다니니

아마, 2015년은 풍성한 한 해가 되려나보다.

 

송구하고 영신하기 위해

경주 감포에 있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일행이 십여년 전에 다녀간 적이 있는 횟집을 일찌감치 예약하여

하룻 밤 사이에 두 해를 걸머졌다.

 

세계 최초의 해저 무덤인 신라 문무왕의

해중왕릉이 있는 양북면 봉길리

 

그곳은 말띠 해를 보내고 신선한 양떼를 몰고 오기 위해

 대대적인 굿판을 벌이고 있었다. 대왕암 앞의 봉길리 해변은

전국의 내노라하는 무속인이 모두 모여 굿판 페스티벌을 벌리고 있는 중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과연, 그 위세에 마가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늦은 밤, 수화니 님과 대왕암 앞의 봉길리 해변을 거닐며

무속인들이 벌이는 해맞이 잔치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대경일보가 후원하는 한 마당 축제와 함께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빛바랜 브라운관에서 보신각에서 울려 퍼지는 재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2014년 청말띠는 그렇게 바람처럼 휙 지나갔다. 

 

 

감포 봉길리 해변에 양떼 구름을 몰고 을미년 새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바다 위를 나르는 갈매기도 새해를 축복하는냥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비상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바닷가 시골마을은 어느틈에

새해맞이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바닷가 얕으막한 산기슭에도, 정자에도, 해변에도 추위에 무장을 한 사람들로 금새 꽉 찼다.

 

수평선너머 구름 위로 신년을 밝히는 찬란한 해가 떠오르자

기도하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신년 새해를 소망하는 사람

모두 저마다의 소원 성취를 위해 빌고 또 비는 모습이 이채롭다.

간절하게 소망을 원하는 이에게 모든 소망이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을미년에 태양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저 만큼 올라가 버린다.

태양이 뜰 때까지 기다림이 길었지 떠 오르니 금방 솟구쳐 올라간다.

올 한 해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려는지 어느틈에 고개를 들고 쳐다봐야 한다.

 

반백 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바닷가 앞에서

이렇게 해맞이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

 

그 옛날 군 시절, 동경사에 배치되어 민통선 안 해안 초소 근무할 때도

바닷가 위로 떠오른 태양을 본 기억이 없다.

태양을 곁에 두고 있었으면서도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엄한 광경에 대한

동경이 없었다. 군 생활의 빡빡함 때문이었는지, 감정의 백치였었음인지 그때는 그랬다.

 

나이들어 가니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그냥 대수롭게 보이지 않는다.

뭐든 내용이 있고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들어 가면서 그리움이 넘치고

사물에 맺혀 있는 심오한 사연을 깊게 알고 싶어진다.

 

이제 평생 다닌 직장도 마무리해야 할 단계가 온 것 같다.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이고, 해가 뜨면 지기 마련이니

시작을 했으니 끝도 있으리라.  

 

오늘, 새벽 을미년 새해에 떠오른 동해바다의 찬란한 태양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한 순간 머리 위로 올라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순리이리라.

 

이제 두 해 정도 남기고 평생 직장인 교직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젊고 능력있는 패기만만한 젊은이를 위하여 자리를 비워주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나 젊은이들 눈에 비추어질 내 모습이 더 추해지기 전에 가야할 것 같다.

 

힘 있을 때, 그나마 아이들이나 동료들이 믿고 따를 때 

적당히 마치는 시기를 맞추어야 할 것 같다.

 

난, 을미년 새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기보다 끝내기를 준비했다.

수화니 님은 작년 10월 말로 마감을 했고, 박부장 님은 올 2월에 마감을 할 것 같다.

나도 많은 고민 끝에 전전긍긍하다가 일단은 보류했지만, 곧 뒤따라 갈 것이다.

 

그리고 대략 2~3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름답고 예쁘게는 아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끝을 맺고 싶다.

 

세 부부가 함께 지는 해 보내고 오는 해 맞이하며

울리고 가끔 웃기기도 한 국제시장을 보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모두 건강하고 가정에 바람들지 않고

탄탄하게 이어가기를 염원한다.

 

갑오년을 보내고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며

산행 늘보가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대왕암 앞 봉길리 해변에서 갑오년을 보내고 을미년을 맞이하기 위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추운 바닷가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변 축제장에 모여있다.

 

피곤한 사람들은 놔두고 수화니 님과 둘이 숙소에서 왕복 4km 쯤 떨어져 있는 대왕암 해변가로 밤길 나들이를 갔다. 아침에 해맞이를 위해 해변가로 가니 해변으로 갔으면 금방이더만, 밤길이라 길을 모르니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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