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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가산산성 가을 산행 - 베일을 벗은 가산산성 성곽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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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에 숲이 우거진 이후 처음으로

성곽 전모를 드러낸 가산산성 가을 산행

 

 

언제 : 2012. 10. 2.(화)

누구랑 : 나홀로

왜 : 명절 증후군 씻으러

어디로 : 칠곡 가산산성

산성 탐방코스

 

가산산성 남문(진남문) - 2Km - 남포루 - 1.5Km - 가산바위 - 0.8Km - 중문 - 1.4Km - 동문 - 3.3km - 해원정사 - 0.2Km - 진남문 

총 산행거리 9.2Km

가산산성 개요

 

 팔공산 서쪽에 자리잡은 가산산성은 해발 901미터의 가산에 쌓은 석축산성으로 가사면 가산리와 동명면 남원리의 일부에 걸쳐 있다.

골짜기와 능선의 지세를 적절히 이용하여 축조했기 때문에 포곡식(包谷式) 테뫼식(山頂式)이 혼합된 산성으로, 내성․중성․외성을 갖추고 있다.

가산산성이 수축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정유재란이 끝난 뒤였다.

 인조 17년(1639) 경상도 관찰사에 제수된 이명웅이 준공하였으나 이 성을 쌓기 위해 10만여 명 이상의 엄청난 인력과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고 감사의 가혹한 독려로 공사 도중 많은 사람이 죽기까지 하여 민심의 동요가 심해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듬 해 7월 체직되고 말았다.


- 포곡식(包谷式) : 성곽 안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계곡을 감싸고 축성된 것)

- 테뫼식(山頂式) : 성곽의 축조 지형이 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하여 산의 7․8부 능선을 따라 거의 수평되게 한 바퀴 둘러쌓은 것. 산성의 모습이 마치 머리띠를 두른 것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 5권 복거총론 내용 참고

 

 

흔적 

 명절 뒤의 포만감을 씻어 내리기 위하여 가까운 가산산성을 찾았더니 유사이래 성곽의 전모를 드러낸 적이 없던 가산산성의 성곽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그 긴 역사의 뒤안길을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출발하여 성곽을 따라 가산바위 쪽으로 걷노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 속의 파노라마를 헤치고 다니는 듯 한 착각이 든다. 관할청에서 숲에 묻혀있는 산성의 형체를 드러내기 위해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노력을 한 것 같다. 잘 한 일이다.

 

 성곽 길 양 쪽의 잡목과 숲을 모두 쳐내 산성의 형태가 확연히 드러나니 그 길을 걷는 기분 또한 묘하다. 윗 글에서 언급했듯이 막상 산성의 형세가 뚜렷하게 드러나니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시달림과 고통을 받았을지는 실로 눈이 시리도록 아픔으로 다가온다.

아이러니컬하지만 굶주린 백성들의 고통과 피로 얼룩진 유산이 지금은 대구, 경북 지방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전쟁의 상흔에 얼룩지고 고통 받은 조상이 일구어 낸 역사의 산물이지만 이제는 그 상처마저 잘 여미고 다스려 그 아픔까지 잘 보존해야겠다.

후세에 길이 남아 후손들로 하여금 과거의 상처와 백성들의 아픔을 깨우치도록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많은 이들이 가산산성을 찾아 성곽을 거닐다보면 역사의 숨결을 하나 둘 깨우치리라. 

 

 

스마트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진남문 앞에 있는 가산산성과 팔공산을 잇는 안내판. 내가 가고자 하는 지점을 부각시켜 찍었다.

내가 간 코스 : 진남문-산성을 따라-남포루-가산바위-중문-동문-해원정사-진남문으로 회귀

 

가산산성 진남문. 진남문을 통과하여 좌측 산성길을 따라간 이 코스는 아내하고도 박부장하고도 함께한 적이 있는 코스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코스를 미리 정한 후 가산산성을 찾는 것이 좋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코스는 비교적 안전한 코스로 오늘 탐방한 이 코스와 아니면 해원정사 위 오뎅파는 포차가 있는 주차장길에서 오르는 곳이 있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산책길로 적당한 코스다. 또 다른 한 곳은 한티휴게소에서 동문가는 길이 있다. 나는 주로 이 코스들을 선호한다.

 

이 코스도 비교적 탐방 안내도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큰 혼돈없이 갈 수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진남문에서 해원정사 방향의 계곡 하상이 잘 정비되어 있다. 야생화에 관심이 없을 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오늘 와서 보니 이 부근이 야생화 군락지다. 주로 흰빛깔과 붉은 빛깔을 고루 갖춘 고마리와 물봉선이 아직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남문 바로 위의 산성 길 초입. 이 길 따라 남포루로 계속 올라간다. 남포루까지 가면 오르막 산행은 거의 끝난다.

 

남원리와 학명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조오기 지기가 터 닦아 놓은 별장지도 한 눈에 들어온다.

 

태풍 산바의 영향에도 아랑곳 없이 남원리의 들판은 황금 빛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중간중간에 적당히 쉬어갈 수 있는 바위지대가 더러 나온다.

 

 

오소리인지 너구리 굴인지 제법 깊고 크게 패여져 있다.

 

가끔 밧줄 구간도 나오나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오르기 힘든 곳은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이동에 불편이 없다. 계단에 올라서면 조망권이 좋다.

 

계단 위 전망이 좋은 곳에서 바라본 팔공산 마루금

 

남원리너머 유학산 쪽을 바라보며

 

남원리

 

오르는 도중 군데군데 괴석이 자리잡고 있어 지루함을 달래준다.

 

가산산성의 대표적인 가산바위가 웅장한 모습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성곽을 쭈욱 따라 가면 가산바위가 나온다.

 

가산산성은 인조 17년(1639년)에 축조를 했으니 근 반세기의 역사를 품고있다. 성벽 돌틈 사이에 피어난 구절초가 애잔하다.

 

가산에서 투구꽃을 보다니 참으로 반가웠다. 관심이 없어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늘 산성 능선에 접어드니 투구꽃이 지천에 늘려있다. 2년 전 소백산 연화봉에서 죽령으로 넘어 오면서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오늘은 원없이 투구꽃과 함께 걷는다. 마치 산성 축성 후 전장이 한창일 때 투구를 쓰고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가산바위를 향해 진군한다.

 

여릿재와 중문을 빠지지말고 계속 성곽을 따라가면 가산바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펑퍼짐한 가산바위에 올라서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칠곡시내와 팔공산 유학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짙게 피어 오른 꽃향유를 보니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산성 좌우로 벌초하듯 주변을 밀었는데도 산박화를 비롯한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있다.

 

오랜세월을 묵은 나무들이 처참하게 잘려나가 아깝기는 하지만 선머슴아 머리 잘라 정돈한 것 처럼 산성의 전모가 드러나 오히려 청결함이 더 돋보인다.

 

숲 군데군데 투구꽃이 병정놀이 하듯 숨어있다. 

 

산성을 따라 중문으로 가는 이 길에서 보기 드문 억새가 하늘거리고 있다.

 

중문으로 빠져 나가는 곳 주변엔 개여뀌가 붉게 물들어 있다. 물론 여기뿐만이 아니고 올라오는 내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게 뻗은 산성의 자태를 보라. 얼마나 오랜 세월을 숨어 지냈나. 이제 해묵은 세월을 모두 떨쳐버리고 이 곳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은 반세기 전의 선조들의 피땀 어린 고통을 지금이라도 감내했으면 좋겠다.

 

산성을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 보니 성벽이 갖춘 모습이 더욱 선명하다.

 

바로 앞에 가산산성을 대표하는 가산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다시 한번 왔던 길을 되돌아 본다.

 

바로 앞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가산바위다.

 

중문을 거쳐 동문으로 내려오는 길에 웬 붉그죽죽한 버섯이 단풍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하산 길 등로 주변엔 뿌리가 모두 드러난 채 지탱하고 있는 위태로운 모습의 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태풍에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으나 조만간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 갇다.

 

등로 바로 옆 기슭에는 아에 토양층이 굴처럼 패여있어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자주 봤지만 이번 만큼은 웬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번 태풍에 꺽이고 뿌리 째 뽑혀버린 거목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는데 저 모습을 한 나무는 어떻게 버텨내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치를 취하는게 맞지 않을까?

 

얼마나 강한 바람이 불었으면 이 큰 나무가 마치 맨홀 뚜껑을 뒤집어 놓은 것 처럼 홀라당 벗겨져 있다.

 

 

가산바위. 대략 평 수로 따지자면 80평 정도 넓이가 된다. 가산을 찾는 산객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가져온 점심을 펼쳐놓고 요기를 한다.

 

 

산객들이 흘리고 간 음식 찌꺼기가 있어 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단애에 붙은 덩굴식물은 벌써 단풍이 빨갛게 물들고 있다.

 

가산바위 아래로 내려와 50여 미터를 가니 학명리로 내려가는 등로가 표시되어 있다. 진남문에 주차하지 않았으면 이쪽으로 내려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으나 차량 회수 때문에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 길로 내려가더라도 이 곳은 산객의 발길이 뜸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가기가 싶지 않을 것 같다.

 

보라, 상단부도 아닌 하단부가 저렇게 90도로 꺽여있다. 얼마나 센 바람이 불었으면 이렇게 굵은 나무가 한 방에 쓰러질 수가 있나. 이 놈을 보니 위에 뿌리만 걸친 채 서있는 나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 없이 많은 탐방객이 드나드는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어찌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나. 

 

중문에서 동문쪽으로 가면 산성 주차장 초입이 나온다. 길은 아주 평이하고 산바람을 맡고자 하는 사람은 산보하듯 거닐면 된다.

 

찢어지고 뿌리 째 뽑혀버린 나무를 보니 태풍의 영향이 심각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근 칠곡시내는 세 번의 태풍 모두 잠잠하게 지나갔는데 여기는 상황이 달랐나 보다.

 

선괴불주머니, 물봉선, 고마리, 산수국 등 온갖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춤을 추고 있다. 윗 지방에는 물봉선이나 선괴불주머니류는 이미 계졀에 묻힌지 꽤 되었을텐데 여기도 끝물이기는 하나 그래도 아직 한창이다.

 

해원정사

 

 

 

진남문을 통과하여 좌측 산성길을 따라 가산바위 찍고 중문을 거쳐 동문으로 해서 한 바퀴 휘둘러 다시 진남문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