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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6번 국도의 선물 강원도 태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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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국도의 선물 강원도 태기산

                                            2015-10-12

<펌>한국교직원신문

 

구름처럼 밀려온 감동
       마음에 차오른다

가을이 깊어 간다. 강원 횡성, 두메의 가을 풍경도 무르익어 간다. 조붓한 고샅길에 핀 코스모스가 정겹고, 귀족풍의 흰 자작나무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방인을 맞는다. 태기산에 오르면 두 번 놀란다. 차로 쉬 오를 수 있는 것에 먼저 놀라고, 발아래 펼쳐진 우리 산하의 빼어난 모습에 이어 놀란다. 높은 산까지 발품 팔아 올라야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만끽하는 게 황송할 지경이다. 이것만으로도 횡성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지 싶다.

해넘이, 생애 두 번 못 볼 장관

가을, 딱 이맘때 횡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태기산(1261m)에 있다. 구름과 안개 그리고 주변 산들이 서로 희롱하며 절경을 펼쳐내기 때문이다. 일교차 큰 가을날 새벽이면 태기산 주변엔 어김없이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넘실대는 구름 뚫고 고산준령들이 섬처럼 떠 있는 풍경, 상상이 되시는지. 가을비 내린 오후라면 더 좋다. 생애 두 번 보기 힘들 만큼 멋진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도 있다.

태기산은 횡성과 평창, 홍천의 경계에 걸쳐 있다. 산자락 곳곳엔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이었던 태기왕의 전설이 깃들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갈 무렵, 태기왕이 남은 병력을 이끌고 이 산에 들어와 산성을 쌓았다. 무려 4년 동안 농성하며 버텼으나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군의 집요한 공격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고, 태기왕도 이 산에서 생을 마쳤다. 태기산 이름의 유래다. 인근에 태기왕이 올랐다는(박혁거세가 다녀갔다는 설도 있다.) 어답산(御踏山·789m)과 태기왕이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도 있다.

변화무쌍한 구름 춤사위 경이로와

태기산은 횡성 최고봉이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국도 6호선 양두구미재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이용하면 정상 바로 밑까지 간다. 거리는 약 4㎞다. 정상엔 군부대가 있어 오를 수 없다.

태기산 임도에서 만나는 전망이 빼어나다. 수많은 준령이 어깨를 겯고 늘어서 있다. 임도 주변엔 전나무와 낙엽송 등이 짙은 숲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숲엔 참당귀, 구절초 등이 흐드러졌다. 벌써 가을이 한창인 게다.

정상 못미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있다. 바람개비를 100만 배쯤 뻥튀기한 모양의 발전기 20여 기가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다. 멀리서는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가까이 서면 윙윙대며 돌아가는 40m짜리 풍력발전기 날개의 기세가 여간 등등하지 않다.

구름이 산과 두메, 그리고 풍력발전기 사이사이를 출렁대며 돌아나간다. 때로는 곧추서기도 하고, 때로는 밀물처럼 으르렁대다가도, 어느새 여인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이곳저곳 어루만지며 흐른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춤사위가 여간 경이롭지 않다.

남루한 일상 달래는 자작나무숲 ‘차 한 잔’

우천면 두곡리의 ‘미술관자작나무숲’에선 희디흰 가을과 만날 수 있다. 소설가 정비석의 표현대로 ‘아낙네의 살결처럼 흰’ 수피의 자작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전시 공간이자 정원이다. 갤러리에선 사진작가인 원종호 관장의 사진작품과 화가들의 미술작품이 번갈아 전시된다. 정원이 주는 감동도 크고 깊다. 늘어선 자작나무와 야생화들 그리고 길 위를 촘촘하게 덮은 병꽃풀 ‘카펫’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져 있다.

입장료는 만만치 않다. 어른 2만 원, 어린이도 1만 원이다. 여기엔 차 한 잔과 ‘치유’ 값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를 내면 우편엽서를 한 장 준다. 이걸 숲 가운데의 카페에 내면 각종 허브차, 혹은 바리스타가 로스팅한 커피를 내준다. 향긋한 차 향 맡으며 적요한 숲 가운데 앉아 있자면 남루한 일상은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호숫가 산책로 따라 걷는 낭만도

횡성호를 찾으면 호숫가를 산책하며 칙칙했던 일상을 털어낼 수 있다. 횡성호는 남한강 지류인 섬강의 물줄기가 횡성댐에 막혀 생긴 호수다.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모두 6개 코스(27㎞)인데, 5구간(4.5㎞)이 특히 인기다. 호수를 바짝 끼고 걷는 데다, 원점 회귀할 수 있는 유일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길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들머리는 갑천면 구방리 ‘망향의 동산’이다. 수몰마을의 옛 흔적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중금리 탑둔지에 있던 삼층석탑, 망향탑 등이 세워져 있다.

이맘때 횡성은 코스모스 천지다. 몇 해 전부터 횡성의 새 이미지 구축을 위해 코스모스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코스모스를 심었고 꽃 핀 자리마다 마을 축제가 열린다. 특히 우천면 오원리 등에 대규모 코스모스 정원이 조성돼 있다. 가을 분위기 한껏 돋우는 코스모스는 10월 중순까지 횡성 곳곳에서 하늘댈 것으로 전망된다. 

손원천 서울신문 기자

  

<사진설명> 위 : 비 갠 새벽 태기산 중턱에서 굽어본 횡성 일대 풍경. 고산준봉과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아래(왼쪽부터) : 풍경이 아름다운 미술관자작나무숲, 횡성호 산책로, 코스모스가 무리 지어 피어있는 횡성


‘추억의 맛’ 원조는 어디

횡성 여정의 마무리는 뭐니 뭐니 해도 안흥 찐빵이다. 먹어야 남는다. 안흥면 소재지에 들면 찐빵집이 얼추 열대여섯 군데나 된다. 처음 가는 이라면 어느 집 찐빵을 사야할지 ‘대략난감’일 터다. 결론부터 말하자. 찐빵 맛은 거의 평준화됐다. ‘추억의 맛’에 차이가 있다 한들 그게 얼마나 되겠나. 그래도 꼭 ‘원조’를 맛봐야겠다면 안흥면사무소 앞 ‘면사무소앞안흥찐빵’이나, 안흥면 초입의 ‘심순녀안흥찐빵’을 찾으시라. 두 집의 안주인은 자매다. ‘원조’는 동생이 운영하는 ‘면사무소앞안흥찐빵’이다. 하지만 유명하기로는 TV 등에 자주 소개됐던 ‘심순녀안흥찐빵’이 앞선다.

원래 안흥찐빵 가게가 있던 곳은 면사무소 맞은편의 차부(車部)였다. 여기서 두 자매가 횡성을 들고 나는 사람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핫도그와 호떡 등을 팔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찐빵을 조금씩 내놓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을 쳤다. 이후 언니 심순녀씨는 분가해 자신의 이름을 딴 빵집을 냈다. 동생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찐빵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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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새말이나 둔내나들목, 중앙고속도로의 횡성나들목에서 나간다. 경기 양평에서 원주·횡성 방향 6번 국도를 따라가는 방법도 있다.

◆ 맛집: 횡성의 자랑은 한우다. 주민들은 우천면 축협한우플라자와 주변 식당들을 주로 찾는다. 읍내에선 우가(061-342-7661)와 함밭식당(061-343-2549)이 고기 맛 좋기로 입소문 난 집들이다. 평창 방향 안흥면에는 횡성의 명물 ‘안흥찐빵’ 마을이 조성돼 있다. 갑천면의 고향반점(061-342-9210)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맛집이다. 짬뽕 국물맛이  진하고 붉어 맵고 짜게 보이지만, 외려 은근하고 시원한 편이다. 강한 맛을 즐기는 짬뽕 마니아들에겐 맹숭맹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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