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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회

2019. 7월 육부회 정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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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정기모임은 가까운 비슬산으로!



■ 언제 : 2019. 7. 21.(일) ~ 22.(월) 1박 2일

■ 어디로 : 현풍 비슬산  숙소 : 비슬산자연휴양림 호텔아젤리아

■ 누구랑 : 육부회 회원(집사람만 빠짐. 집사람은 중국 백두산 기행)




흔적


올 여름은 여름이면 대프리카라 불리던 대구를 대변하던 신종 합성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선한 날씨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모임 당일인 일요일마저도 선선하더니

억수 같은 비를 쏟아내던 태풍 '다나스'가 지나가니 기다렸다는 듯 폭염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루는 시원하게 잘 보냈고 하루는 더위에 지쳐갔다.


숙소는 비슬산 '호텔아젤리아'였다.

1시에 현풍할매곰탕 집에서 만나 할매곰탕으로 점심을 때우고,

마나님 중 일부는 마트로 오늘밤 숙소에서 먹을거리를 준비하러 가고

그 나머지는 모두 숙소로 갔다.


숙소는 마땅한 곳이 없어 가까운 맛으로 정했을 뿐인데 의외로 좋았다.

우리 일행이 지내기엔 제격이었다.

2층 다락방엔 10명도 너끈히 잘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가족끼리 지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오후 일정은 반딧불이전기차를 타고 대견사지를 가기로 되어 있는데,

숙소에서 천왕봉과 대견사지를 바라보니 아직까지 구름이 꽉찼다.

조망이 좋지 않을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

일행 대부분이 다음날 아침에 올라가잔다.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 구름 속에 들어 앉는 기분도 느낌이 괜찮을 텐데

모두 지금 올라가 봐야 시계 제로 상태라 일정을 바꾸잔다.


나야 우리 집사람이랑 월백설백천지백인 산천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우리 일행 대다수는 그 느낌을 크게 가져본 적이 없을 거다.

마치 선계에 들어 신선이 노니는 그런 기분

직접 가 봐야 그 느낌이 올 건데 그 느낌을 전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이 좋은 곳에 와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도 없어

비슬산자연휴양림을 가볍게 걸었다.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산기운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화란춘성(花蘭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하더니만

이내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우거진 것이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계곡을 집어 삼킬듯 흐르는 거센 물결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멀리 가야 좋으랴.

가까운 우리 고장에도 비슬산 같은 좋은 산과 계곡이 많다.

집에만 들어 앉아 있을 일이 아니다.

산으로 가자. 나이들수록 병원으로 갈 일이 아니다.

틈만 나면 산으로 가자.

산만이 우릴 더 오래 살릴 것이다.


저녁은 수화니님 부부가 안내한 고깃집으로 갔다.

나름 규모 있는 큰 개울을 끼고 있어 운치가 있었다.

점심은 곰탕으로 저녁은 한우살로 잘 먹었다.

술은 모두 예전만 못하다.

다음날 운전을 해야하니 음주 단속 기준이 강화된 이후로

저녁 술자리가 예전 같지 않다.

차라리 잘 됐다. 강제로라도 덜 마시게 되니 취기가 없어 더 좋긴 하다.

그런데 술장사 하는 사람들은 어쩌나?

장사가 영 안 되겠지.


배도 든든하게 채웠고 하니 바람도 쇨 겸 해서 송해공원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송해공원을 해거름에 찾기는 처음이다.

멋진 야경 사진을 더러 봤기에 마침 잘 왔다 싶었다.

이참에 나도 야경 사진 촬영 연습이나 좀 했으면 싶어서다.


야심한 밤이 아니었기에 조형물의 일부만 빛이 켜졌다.

부부 사진을 찍어가며 저수지의 어스름한 저녁을 만끽했다.

어둠이 더 밀려올 때까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일정상 함께 움직여야 하니 그럴 여유는 없었다.


난, 송해공원에 오면 추억이 많다.

친구 녀석이 기세못이라 하는 이 저수지에서 꽃농장을 경영했고,

대학 시절 그 친구 덕에 초등학교 같은 반 했던 여친들과 놀러도 많이 왔었다.

요즘도 계속 꾸준하게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숙이는 시집가고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제일 예쁘고 공부도 제일 잘 했는데...


나랑 참 친하게 지냈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못가에 번지는 어둠 속으로 그녀의 실루엣이 투영되는가 싶더니 이내 잠영해 버린다.

한 때 사랑할 뻔했던 추억도 이젠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나 보다.


새벽 3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할 만도 한데 깊은 잠이 들지 않는다.

요즘 잠을 설치는 바람에 다음날이면 상태가 영 좋지 않다.

개운한 날이 잘 없다. 눈도 침침하고 땡기기 까지 하는 것이 영 기분이 더럽다.

그런데다 사진기를 들다보며 사진을 찍노라면 눈이 더 피로하다.

어느 순간 느꼈지만 사진기 렌즈가 눈을 더 많이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아침은 어제 마트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간단하게 때웠다.

예정대로 대견사지를 가기 위해 반딧불이전기자동를 타러 갔다.

그런데 날씨가 어제랑 다르게 오늘은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여름은 대프리카가 무색할 정도로 시원한 여름이었는데

태풍 '다나스'가 물러나니 곧 바로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면 그렇지...


집사랑이랑 내야 뭐 대견사지는 자주 온 편이다.

하지만 여긴 갈 때마다, 와서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기 일쑤다.

현풍 시가지 너머 보이는 구비구비 낙동강 물길이 그렇고

대견봉으로 가는 편안한 산책길은 더 없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천왕봉까지 갈 시간이 없어 비슬산의 여름 야생화를 많이 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만,

그런대로 힐링하기는 그저 그만이다.

천 고지가 넘는 산을 반딧불이전기자동차를 이용하니 오가기도 용이하다.


대견봉까지 오니 모두들 다 좋아한다.

이렇게나 좋은 곳엘 왔는데 다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이번 모임은 여길 온 것으로 충분하다.

이번 모임은 일부러 가까운 곳을 정했지만, 최상의 선택을 한 셈이다.

수화니님 부부가 알선한 숙소도 마음에 들었고,

먹거리도 비슬산 대견봉도 송해공원도 다 좋았다.


이제 점심을 먹고 이번 정기 모임을 마감해야 한다.

마침 오늘이 중복이다.

회장님이 마나님들을 위해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회원들의 중론을 모아 오늘이 중복이고 하니 유가사 가는 길에 있는 옻닭 집을 가기로 했다.

이 동네는 옛날부터 백숙이니 옻닭, 오리고기로 유명한 동네다.


옻닭 역시 수화니님 부부가 알선한 식당으로 갔다.

역시 계곡 좋은 명당처에 자리 잡은 식당이었다.

태풍이 많은 비를 쏟아 부었기에 계곡엔 물이 철철 흘러 넘치고 넘쳤다.

갇혀 있는 방보다 물가 자리에서 먹는 게 좋았던지 자리는 이미 물가에 예약되어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어젯밤 잠을 설쳐 그런지 몸 상태도 엉망이다.

시원한 곳이었지만 34℃를 웃도는 맹폭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옻닭은 맛만 좋았다.

옻닭은 국물 맛으로 먹는다 해서 뜨거운 국물을 두 사발이나 들이켰다.


평상에 잠시 드러 누워 있자니 이제 그만 가잔다.

잠이 솔솔 왔지만, 가자고 해 일어났더니 갑자기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댄다.

이런, 옻닭 먹을 땐 비지땀 흘려가며 먹었는데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인다.

 일어서자니 부는 바람이 아깝다.

나 보다 먼저 드러 누웠던 고 대감이랑 장 대감이 일어나기 싫은지 조금 더 있잔다.

나도 그랬으면 싶었지만, 하는 수 없는지 다들 툴툴 털고 일어선다.


현풍 읍내 팥빙수 먹으러 가잔다.

원래 팥빙수 계획은 없었는데 서 교감과 박 회장이랑 나랑

당분간 서로 만나 당구 한 게임 할 시간이 없기에 오늘 헤어지기 전에 당구 한 게임 할 요량으로

세 명이 당구 타령을 해댔더니 그로 인해

팥빙수 한 그릇 자리가 덤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모두 팥빙수 먹으러 간 새 우리는 당구장으로 갔다.

150 짠돌이 서 교감, 200 컴퓨터 당구 박회장

평소 이 사람들을 상대로 한 판 이겨볼 요량이면 식겁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당구가 잘 된다.

몸 상태는 별로 좋지 않은데 당구공 굴러 가는 자리가 잘 보인다.

150 놓고 초구에 8개나 쳤다.

결과는 내가 1등, 서 교감 2등, 꼴등은 컴퓨터 당구가 했다.


큰일이다. 박회장은 병원에서 말하기를 스트레스 받으면 아픈 허리가 더 아프다 캤는데

의사한테 당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아프다고 했다는데,

오늘 병원에 입원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살살 해 줄 걸... ㅋㅋㅋ


박회장님, 초롱이 엄마 수고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더운 여름날 좋은 시간 보냈고,

아내가 불참해 없었지만 혜민이 엄마가 잘 챙겨주시어

아내 없는 줄도 모르고 잘 지냈습니다.

 서 교감 화 낼라. ㅋㅋㅋ


아, 참! 고 대감 그리고 현철이 엄마

오이하고 오이고추 잘 먹었습니다.

내 나고 그렇게 큰 오이는 난생 처음봤습니다.

농사를 어떻게 그렇게 잘 지으시는지요.

나중에 한 수 가르쳐 주십시요.


모두 더운 여름 잘 지내시고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비슬산 시원한 계곡물에 무념무상이신 우리 회장님 내외


소재사. 올리다 보니 사진 순서가 뒤죽박죽이네. 


여기 우리 마눌님이 빠지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