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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엽수방

13기 대구팀 연수동기 팔공산 가산산성의 가을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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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가산산성에도 가을빛이 감돌더라.

 

 

■ 언제 : 2020. 9. 14.(월)

■ 어디로 : 팔공산 가산산성 가산바위

■ 누구랑 : 최교수님이랑 막내랑

 

 

흔적

 

가산산성 가을은 어디쯤 왔으려나.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던 산성길 보랏빛 꽃향유는 다시 돌아왔을까?

팥배나무의 열매는 빨갛게 익었을까?

"아직 익지 않았을거야." 혼자 중얼거려 본다.

 

홀로 나서는 길 누구라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 대구팀 동기생들 단톡에 메세지를 보냈다.

참가하겠다는 사람은 두 분이다.

최교수님이랑 막내둥이다.

 

최교수님 삶의 구현 방향은 '누죽걸산'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걸어야 산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하루 만보는 기본이고 이만보 걷기를 실행하는 사람이다.

걷자고 하면 어디든 달려올 사람이다.

구미에서 바로 달려왔다.

 

우리 멤버 중 막내둥이가 제일 바쁘게 산다.

산행하면서 얘길 들으니 마침 오늘 시간이 비어

대표님이 또 혼자 갈 것 같아 동행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왔단다.

유아숲해설하랴 다섯 살배기 아이 키우랴 정신없이 바쁜 사람이 마음씀이 곱기도 하다.

 

오르막길보다 평이한 길을 걸었다.

동문쯤에서 산성길로 접어들어 내려올 심산이다.

 

초입부터 물봉선이 지천이다.

고마리도 많이 보인다.

흰색도 많았지만 새색시처럼 연지곤지 찍은 애가 더 많다.

최교수님은 가리키는 대로 보이는 대로 열공하기 바쁘다.

묻기도 잘 묻고 배우기도 잘 배우고 습득력도 빠르다.

막내는 관심을 가지고 듣고 보고 하지만 성향이 원래 그런지 느긋한 모습을 보인다.

그게 매력인 친구다.

 

가을은 산성에 먼저와 있었다.

이미 가을 채비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꽃과 나무를 보면 절기를 알 수 있다.

얘들이 기온에 가장 민감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만 봐도 그리 느낄 수 있다.

 

가산산성 임도는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가로질러 오르는 길을 피하고 평이한 길을 걸으면 더 오래 더 많이 걸어야 한다.

걷다보니 시간은 6시간 넘게 걸렸고 거리는 14km 보다 더

걸음은 무려 2만보 넘게 걸었다.

대단한 늘보산행이다.

아마 산에 가면 나만큼 늘보인 사람은 없을 게다.

나랑 함께하면 모두 늘보되기 마련이다.

 

이 꽃 저 꽃, 이 나무 저 나무 탐사하면서 동문까지 왔다.

들머리에서 동문까지도 꽤 먼 거리다.

처음 계획은 동문에서 산성길로 접어들어 하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여기까지 오니 가산바위까지 가고 싶었다.

아직 한 번도 가산바위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여기까지 와 그냥 돌아서긴 내가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최교수님이 좀은 걱정이 됐다만 염려없으시단다.

여장부다운 기백이 넘쳐흐른다.

가산바위는 평수로 따지면 대략 80여 평쯤 된다.

두 분은 처음 발을 닿아 그런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자주 왔던 나도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하산할 땐 산성길을 따라갈 생각이다.

내리막길이 좀 있어 최교수님 무릎이 살짝 신경쓰였지만 크게 험하지는 않으니

스틱에 의지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산성을 따라 가는 길은 환상이다.

가산에 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조망도 좋지만 길섶에 재멋대로 자란 야생화가 지천이고

팥배나무 열매가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길이다.

 

가을꽃의 대명사인 구절초와 쑥부쟁이

바람에 날리는 꽃향유, 가는장구채, 등골나물 등을 보며 꽃길을 걷는다.

이 길을 걸으면 마치 내가 꽃이 된냥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오늘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나쁘진 않지만 내가 늘 느끼고 감흥을 받던 그런 모습은 아니다.

산성길도 석축 보수공사하느라 길을 막아 돌아가야 했고

남포루로 내려가는 길은 아예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남포루에서 남문으로 하산해야 조망이 좋은데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못내 아쉽다.

 

산성길을 찾아 내려가다 길을 잘못들어 다시 돌아나오기도 하고

야자잎을 깔아 놓은 길을 따라 내려오니 기껏해야 동문이다.

최교수님은 오늘 공주가 안 왔다고 우릴 등한시한다며 놀려먹는다.

 

내려올 땐 올라오기 버거워 외면했던 길을 더러 이용하면서 왔다.

그래야 하산 시간을 좀이라도 단축할 수 있다.

막내는 이미 시간이 지체된 지 오래라 유치원에 아이를 맡겨놓은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야 한다.

 

모두 좋아했다.

걷기도 많이 걸었고 보기도 많이 봤다.

숲해설 과정에 입문했으니 모두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많이 알고싶을 게다.

그러자면 산으로 가야한다.

걸어야 한다. 무작정 걷기만 하던 버릇은 이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보면서 걷는 길

걸으면서 배우는 길

그 길은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가산바위에서

 

여길 처음오신 최교수님은 가산바위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거의 정신줄을 놓다시피...

 

막내도 가산바위까지는 처음인지라 가산바위의 풍광에 그저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산딸나무 열매

 

고마리

 

 

 

골등골나물

 

구절초

 

까실쑥부쟁이

 

나래가막사리

 

나비나물

 

 

닭의장풀

 

담배풀

 

 

둥근이질풀

 

 

물봉선

 

 

미국쑥부쟁이

 

미역취

 

비수리

 

산박하

 

생강나무

 

선괴불주머니

 

솔이끼

 

쇠무릎(우슬)

 

어수리

 

 

유혈목이(까치독사)

 

이질풀

 

쥐꼬리망초

 

참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