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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흰눈썹황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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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흰눈섭황금새도 다 만나고...



■ 언제 : 2020. 5. 14.(목)

■ 어디로 : 화원유원지

■ 누구랑 : 홀로



대구수목원에서 꽃만 찍고 새는 재미 못 봤다.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절대는 노랑턱멧새가 너무 멀다.


처음으로 삼각대를 펼쳐 놓고 수목원의 새를 잡아 볼까했는데

점심이 어중간하다.

물도 한 통 가져오지도 않고

새 먹이만 한 통 꽉 채워왔다.


호두, 땅콩, 해바라기씨앗

많기도 하다.


수목원 가까운 중국음식점으로 가 짬뽕을 먹었다.

배도 채웠고 삼각대에 망원을 얹어 놓고

새를 잡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 수목원에 가자니 내키지 않는다.

사문진 나루터가 있는 화원유원지로 갔다.


요즘 방울새도 없고 지난 번에 한 번 갔더니

찍사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조용할 것 같아 그리 갔다.

어둔한 솜씨로 전문가들 틈에 끼여 챙피 당하긴 싫었다.


5월 12일 우포늪에 가 따오기랑 연습한 적이 있었다만

두 번만에 촌티를 벗어나긴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따라 웬 찍사들이 그리 많은지

어느 한 지점을 겨냥한 대포가 무려 열 대 정도된다.

저 정도 화력이면 어떤 적군이던 단 한 방에 초전박살내고도 남겠다.


살짝 분위기에 짓눌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놀만한 곳을 찾아 내 살림을 차렸다.


딴에는 녀석들을 유인코자 가져간 먹잇감을 펼쳐 놓았다.

딱새 몇 마리가 먹이 주변을 맴돌더니

경계를 느꼈던지 후다닥 날아가버리곤 두문불출이다.


주변 나뭇가지에서 딱새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서성거리다

약만 올리고 달아나곤 한다.

그리고 보니 유난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주 들락거린다. 


뻐꾸기 울음 소리가 요란하더니

아마 탁란을 하기 위해 이 주변을 서성거리는 게 아닌가 싶다.

뻐꾸기란 녀석은 약아 빠져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탁란을 하곤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출현이 잦고 저 녀석들 '뻐꾹'대는 울음소리를 듣자니

백밸백중 탁란을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 있는지 눈에 띄면 멀리 쫓아내 버리고 싶다.

사람이고 꽃이고 새고 간에

약아 빠진 것들은 상종도 하기 싫다.


그래도 모습을 보여주면 화상에 남기고라도 싶은데

얄밉게도 울음소리 외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미운 녀석인 건 틀림없다.


1시간 정도 기다렸나 그때까진 별다른 소식이 없다.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다.

끈기 하나라면 나도 자신있다.






오라는 새는 오지 않고 주변에 널어 놓은 먹잇감만 쓸쓸하다.

괜스레 삼각대에 설치한 망원렌즈만 죄었다 풀었다 되풀이하고 있다.


반갑지도 않은 딱새만 계속 얼쩡댄다.

심심하기도 해 딱새랑 어울려 논다.

삼각대에 얹어 놓은 망원을 시험도 할 겸 요리조리 딱새랑 친구하며 지낸다.


그러고 있자니 쇠딱다구리도 나타나고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는 꽃씨를 먹는지 꽃속에 있는 벌레를 잡는지

생쇼를 하고 있다.

저 녀석 담기가 눈 앞에 뱅뱅대는 날파리 한 마리 담는 것 마냥 쉽지 않은데

천금 같은 기회를 포착한 셈이다.

렌즈 좋겠다 요리조리 모양을 바꿔가며 오래간만에 녀석을 마음껏 요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 위로 딱새 한 마리가 살포시 앉는다.

처음엔 여사로 딱새인가 했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새하다.

일단 달아나기 전에 찍고 봤다.


혹시 이 녀석이 흰눈썹황금새일지 모른다 싶어

찍어 놓은 사진을 확대해 살폈다.


어이쿠 맞다. 이 녀석이 바로 흰눈썹황금새다.

이럴 수가!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생전에 처음이다.

이 녀석 이름을 안 건 오늘 오전에 갔던 대구수목원에서였다.

꽃을 찍고 가려는데 웬 중년의 여인이 새 사진을 찍길래

몇 마디 나누다가 흰눈썹황금새가 수목원에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녀석을 내가 여기 와 우연찮게 목도를 하게됐다.

나도 신기하다.

딱새를 보고 어떻게 이 녀석이 그 녀석인지 바로 직감했는지...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도사가 되어 가는 모양이다.


녀석을 알고나니 다문다문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쩌면 딱새인줄 알고 외면했던 녀석 중에 진즉 욘석이 있었는 줄도 모른다.

이젠 녀석이 보일라치면 여지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벌레를 입에 문 녀석의 모습까지 촬영이 됐다.

첫 수확치곤 짭잘하다.



두 눈 위로 흰눈썹이 선명하게 그어진 흰눈썹황금새!

평생 잊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이 녀석과 오후 한 나절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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