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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호남의 소금강으로 일컫는 영암 월출산 기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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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월출산 기행 2


 

 

朝霧謠(아침 안개를 노래함)

 

월출산이 높더니만은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었다.

두어라 햇살이 퍼진 다음 안개 아니 걷으랴.

 

고산 윤선도 산중신곡

 

 

 

 

월출의 월은‘달(月)’이 아닌‘산(山) 이란 의미다. ‘달’은 원래 고구려어로‘산’을 의미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달’을 백제 지명에 많은‘돌(石)’을 고구려 지명의‘달(月)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 돌이 많은 바위산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충청북도 제천의 월악산, 전라남도 담양의 추월산, 경상북도 영양의 일월산 등 ‘월(月)’자가 들어가는 산의 대부분이 바위가 많은 산이라 이 또한 설득력이 있다. 특히 월출산은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하여 향로봉, 구정봉, 달구봉 등 수많은 암봉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러한 견해가 한층 더 그럴 듯하게 들린다.


절리작용에 의해 바위 덩어리들이 금이 가고 잘려나가 다양한 형태를 이루는 월출산 기반암은 영암에서 광주의 땅 속을 연결하고 있는 홍색 장석(長石)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지형산책 2권 187p ~189p

 

 

 

 

 

 

지금부터 똑딱이 사진 기행 2가 이어집니다.

 

 

 

천황봉에서 월출산 주능선을 타고 아래 보이는 바람재 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군이 구정봉의 장군바위이며 '큰바위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군바위의 윗 부분은 아홉개의 조그마한 웅덩이가 패여져 있는 월출산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구정봉이라 칭하는 곳이다.

 

바위가 크고 무겁긴 하지만 지난 여름 태풍과 긴 세월의 풍파에도 아랑곳 없이 저런 모습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다니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거대 암릉이 마치 성곽처럼 둘러쳐져 영암과 강진을 수호하는 파수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디든 똑딱이를 들고 셔터만 눌러대면 이런 모습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월출산이다.

 

월출산 산봉에 살을 에이는 듯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주춤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하늘이 파랗게 개이고 포근함을 느끼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응달에는 눈이 얼어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이런 곳엔 빨리 가는 것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는 것이 상책이다.

 

월출산의 기암은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많지만 이 친구들도 나름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찍어봤다. 월출산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찍어대면 옛날 필름 카메라 시절이라면 필름값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돼지바위. 이 방향에서는 마치 독수리가 비상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요렇게 보니 정말 돼지 머리가 얹혀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저 계단을 지나 암릉을 돌아가면 바람재 삼거리가 나온다. 바람재 삼거리에서 능선을 따라 우회하면 베틀굴과 큰바위얼굴 그리고 구정봉을 볼 수 있다. 구정봉에서 도갑사 가는 방향으로 조금가다가 바람재로 다시 내려와 경포대지구로 하산한다.

 

 

바람재에 이르기 전에 남근바위가 나온다. 남근바위는 구정봉 가는 길에 있는 베틀굴과 마주 보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베틀굴의 형상은 여인의 거시기와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남근바위와 베틀굴이 서로 마주 보고 있음도 괴이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봄이면 남근바위 상부에 철쭉이 피어 생동감을 더 준다고 한다. 위에 가는 나뭇가지가 보이는 것이 아마 철쭉인 듯 싶다.

 

바람재삼거리. 천황봉에서 바람재까지 1.1Km이나 험준하여 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바람재에서 경포대와 도갑사로 가는 방향이 나누어지니 이후 산행계획에 따라 산행코스를 정하면 된다.

 

바람재에 있는 지도를 보고 우리는 베틀굴과 구정봉을 탐방하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다시 바람재로 내려와 경포대지구로 하산한다. 아쉽지만 마애여래좌상은 포기를 했다. 월출산은 천황지구에서 경포지구로 돌아 내려왔으니 2/3는 돌아본 셈이다.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도갑사를 기점으로 돌아봐야겠다.

 

바람재에서 베틀굴로 올라가면서 거쳐온 천황봉과 바람재를 배경으로 월출산의 깊은 속내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천황봉을 다녀 온 산객의 말을 빌리면 구정봉의 장군바위는 그 형상이 큰바위 얼굴과 흡사하다 하여 큰바위 얼굴로도 부르며 기네스북에 등재 되어있다고 한다. 머리 윗 부분에 구정봉이라 불리는 아홉개의 조그마한 웅덩이가 패인 암혈이 있다.

 

베틀굴 가는 길에도 이정목이 있다. 불과 100m 지점이다.

 

베틀굴과 남근바위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베틀굴. 이 굴은 임진왜란 당시 여인들이 난을 피해 숨어서 베틀을 짰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깊이 10m 쯤 되는 굴 끝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어 이를 음수라 하며 음굴 또는 음혈이라 부르기도 한다.

 

베틀굴 속 내부 모습. 안 쪽 끝부분의 웅덩이엔 항상 물이 고여있다. 이를 음수라 부른다. 

 

베틀굴을 나와 로프를 붙들고 올라가면 바로 구정봉이 나온다.

 

이 형상이 바로 큰바위얼굴 모양이다. 너무 가까이서 찍었더니 오히려 얼굴모양이 더디게 보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찍는 것이 더욱 얼굴 형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구정봉 정상에는 강이나 계곡에 있을 듯한 물 웅덩이가 9개 있다. 이 웅덩이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 영암군 구림에 살던 동차진이라는 사람이 이곳 구정봉에서 하늘에 만용을 부리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아홉 차례의 번개를 맞아 죽었다. 번개가 떨어진 곳에 9개의 조그마한 물 웅덩이가 생겼고, 그 밖에 이 9개의 웅덩이에서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지형산책' 참고

 

구정봉. 구정봉의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이고, 이렇게 평탄한 암석면에 형성된 구멍의 정체는 풍화혈의 일종인 '나마'이다. 월출산의 나마는 속리산 문장대 암반에 새겨진 '나마'와 같은 과정을 거쳐 생겨난 것으로 사자봉 주변과 구정봉 위쪽에 집중되어 있으며, 평균 직경이 10~40㎝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지형산책에서

 

구정봉에서 바라본 영앙 일대 평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보 144호 마애석불. 이 안내판은 구정봉에서 도갑사와 바람재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다. 마애석불을 보자면 도갑사 반대 방향으로 가서 보고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대구까지 갈 길이 멀어 마애석불을 아쉽지만 그냥 지나쳤다.

 

여기는 구정봉에서 도갑사와 바람재로 내려가는 갈림길

 

구정봉에서 언제 올지 모를 천황산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구정봉을 돌아나오며 바람재로 내려간다. 바람재에서 경포대로 하산하기 위해서다. 경포대지구 하산 방향은 천황사지구에서 올라오는 길에 비하면 아주 순순하다. 경포지구는 행정구역이 전라도 강진이다. 천황사지구와 도갑사지구는 전라도 영암이고.

 

경포대지구로 하산하는 길도 바닥은 역시 돌무더기 길이나,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여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경포지구로 하산하는 등로 주변엔 키가 꽤 큰 동백나무가 많다. 동백나무에 활짝 핀 빨간 동백을 봤더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아쉽다.

 

애추. 급경사 진 낭떠러지 밑이나 산기슭에 풍화 작용으로 암석 조각이 굴러떨어져서 생긴 반원뿔 모양의 퇴적물 

 

애추 지역

 

경포대지구로 하산하는 길은 계곡에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물소리와 함께 한다. 비교적 월출산이란 돌산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는 순하고 편한 길이다. 월출산은 천황지구에서 올라가는 길이 가장 빡센 구간이니 보다 수월하게 산행을 하고자 하면 경포지구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포대지구 야영장. 시간이 허락하면 여름에 이곳에 철영을하고 본부를 만든 뒤 이 지역 일대를 여유가 있게 돌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젠가 그리 해봐야겠다.

 

야영장 사용료도 아주 저렴하다. 마음 맞는 누구랑 일주일 정도 묵었다 가야겠다.

 

경포대지구에서 바람재-천황봉을 거쳐 회귀하면 비교적 수월한 월출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경포대지구에서는 경포대야영장-바람재(구정봉과 베틀굴 구경하고)-천황봉-구름다리-경포대야영장으로 회귀하면 좋을 것이다.

 

어느덧 경포지구에 다다라 짧은 목교를 지나니

 

친절하게도 산객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발 씻는 곳까지 만들어 놓았다. 온종일 돌산을 걷다 보면 발바닥이 극도로 피로에 절어있을 텐데 여기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식히면 발바닥이 화를 덜 낼 것 같다. 

 

발 씻는 곳. 산객이 많을땐 아마도 편히 앉아 발을 담그기 어렵겠지.

 

경포지구에서 바라본 천황봉과 양자봉. 탐방안내소 직원한테 물어봤더니 천황봉과 양자봉이라고 한다. 오른족은 양자봉이 맞는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월출학생야영장. 경포대탐방지구에 있는 도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월출학생야영장을 끝으로 월출산 산행 1, 2부의 대단원을 마감한다.

 

양념으로 남도의 동백을 담아본다. 꽃봉오리가 핀 동백이 몇 개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