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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강원도 정선 함백산 기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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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더 깊은 겨울을 품고 있는

함백산의 봄이 오는 풍경


함백산(1572.9m) 만항재(1,330m)



 

■ 언제 : 2013. 2. 28.(목)

■ 어디로 : 강원도 정선 함백산

■ 누구랑 : 아내

■ 날씨 : 맑고 화창


■ 등산 코스

만항재(하늘 숲 공원) - 5분 - 함백산 등산로 이정표 - 45분 - 함백산 기원단 - 7분 - KBS 함백산 중계소 안내판(산불감시초소) - 3분 - 함백산 중계소로 가는 포장도로와 산길로 가는 갈림길 안내판 - 45분 - 함백산(산길로 갔을 때) - 5분 - 헬기장 - 10분 -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본 주목 군락지 - 10분 - 함백산 정상으로 회귀 - 1시간 - 만항재

추정 거리 대략 10km 쯤

소요 시간 3시간 10분 쯤


 

■ 등산 지도 : 만항재에서 정상 그리고 주목군락지 왕복 산행

 

 

 

 

흔적

 

 

 

태백산맥에 솟아 있고 백두대간의 심장부이자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을 찾아 새벽 일찍 길을 나선다. 먼 길 나선 김에 다음 날 정선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가리왕산도 함께 찾고 싶어 떠난 길이다.


새벽 밥 차려 먹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난데 없이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긴 화물 트럭이 정지해 있는 나의 애마를 백미러부터 긁기 시작하더니 왼쪽 범퍼와 헤드라이트를 순식간에 박살 내버렸다. 화물차 길이가 워낙 길기에 일부러 가지 않고 찬찬히 갈 수 있도록 꼼짝하지 않고 정지해 주었건만, 내가 베푼 성의는 간 곳 없고 아끼는 나의 애마만 박살이 나버렸다. 운전 경력 20여 년 만에 자의든 타의든 처음 겪어보는 사고다. 참으로 황망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나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함백산과 가리왕산을 갈 거라고 단단히 준비해 왔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량 파손 정도로 보아 이제 산은 물 건너갔고 이 상황을 수습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가해 운전자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 기분 나쁜 표정을 하면서 각자 보험처리 하잔다. 가해 차량은 전혀 손상된 곳이 없고 나는 전혀 잘못한 것도 없이 내 차만 박살났는데 각자 보험처리 하자니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하는 수 없이 각자 상대 보험사에 연락하여 뒤처리를 수습하는데 결과는 상대가 100% 과실로 인정되는 것 같았다.

 

인사사고 건에 대해선 상대 운전자가 고약하게 나오길래, 너도 욕 좀 봐라 싶어 고약하게 대응하고 싶었지만, 우린 다친 곳도 없는 것 같고, 더욱이 화물 운전하는 자가 전북에서 멀리 대구까지 고생하며 온 사람이라 굳이 쓸데없이 애를 먹이고자 하는 마음은 들지도 않았다. 벌어 먹고 사는 힘든 인생들인데 뭐할라고 마음 고생 더 시킬 필요가 있겠나 싶어 기왕 벌어진 일 오늘 산행가기란 틀렸구나란 생각에 산행을 포기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필요하면 차량 렌트를 해준단다. 아직 사고 처리 중이라 100% 과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차량 렌트를 하면 우리도 부담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우리도 과실이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만큼 지불할 각오를 하고 이왕 나선 걸음 차량을 렌트하여 가던 길을 가기로 작정을 해버렀다. 혹시 차량 렌트를 하여 움직이면 상대 운전자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금액이 크지 않고 어차피 보험 처리하니 부담 가질 거 없단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7시에 나섰다가 9시 30분이 넘어서 함백산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올해 삼재가 드는 해라고 하더니 조그마한 사고가 더러 더러 발생한다. 찝찝한 마음에 가지 말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삼재에 대한 우려를 일시에 날려버린다.

  

출발이 많이 늦었다. 부랴부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만항재를 찾아 가다 보니 만항재 올라가는 길에 정암사가 있었다. 산행부터 하고 정암사를 탐방하려고 했는데 마침 정암사가 만항재 가는 길가에 있어 절부터 먼저 들리기로 하였다. 이 때 시간이 근 1시가 다 되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함백산은 원래 내일 가리왕산을 가기로 되어있어 처음부터 만항재를 기점으로 함백산을 올라가는 비교적 수월한 코스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큰 부담은 가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산은 가봐야 알 일이라 빨리 서둘러야 했다.


정암사는 워낙 유명한 명산 고찰이라 더 이상 설명을 부연하지 않고, 블로그 '함백산 산행기 2’에 정암사를 소개한 내용으로 대신하며, 여기는 주로 함백산 산행 내용을 중심으로 엮어 나가고자 한다.


함백산은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고산이다. 그러나 이미 1,330m의 높은 만항재에서 시작하니 그리 어렵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함백산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코스는 3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1코스 싸리재(두문동재), 2코스 적조암삼거리, 3코스 화방재를 많이 애용한다. 그러나 이 세 코스는 비교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곳이니 정상에만 가고 싶다면, 형편에 따라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등산로를 활용하면 쉽게 갈 수도 있다. 그 중 우리가 선택한 만항재를 기점으로 한 코스 역시 비교적 수월하게 함백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 중 하나다. 이보다 더 빠르게 가자면 대한체육회 태백선수촌이 있는 곳에서 오르면 가장 빨리 올라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곳이 곳곳에 있으니 함백산을 오르는 산객은 개인 형편에 맞추어 코스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많은 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만항재는 지금은 고요한 바람과 함께 적막만이 밀려온다. 드문드문 만항재의 하늘숲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드넓은 고원의 적막감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가뜩이나 늦은 시간에 정암사에 들러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 이제는 빨리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만항재에서 마음껏 여유를 부리며 급하게 서둘지 않는다. 느긋함이 몸에 베여 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우리한테는 어색하다. 꾸물거리다 만항재에서 1시 50분 쯤 출발한다. 40~50분 쯤 걸려 작은 고개 두 곳을 지나니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으로 가는 도로와 맞물린다. 여기서 내려온 방향으로 직진하여 함백산이 정면으로 바로 보이는 산길로 간다. 갈림길인 이곳에는‘함백산 KBS 중계소’로 가는 입간판이 서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100m 쯤 올라가면 중계소로 가는 왼쪽 포장길과 오른쪽 산길로 가는 갈림길이 또 나온다. 포장길로 가면 1.8Km 가야하고, 오른쪽 산길로 가면 1.2Km에 불과하다. 함백산 정상가는 산행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봐야하니 포장길 보다는 더 빠른 산길을 택해서 간다. 산길로 가는 길은 지금부터 계속 가파른 오르막 산행길이 이어지고, 얼어있던 눈이 녹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질퍽질퍽하다. 게다가 해동기에 약해진 틈을 타고 산사태가 발생하듯 등로에 깔려있는 돌을 잘못 밟으면 약해진 지반이 뭉개지면서 돌무더기가 와르르 무너지니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40여 분 뒤죽박죽이 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엔 마치 첨성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돌탑과 함께 정상석이 있고, 그 옆으로는 함백산 KBS 중계소가 드넓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온 방향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볼거리가 없다. 단지 힘에 겨워 뒤돌아보면 그림 같은 태백산맥의 고산준령이 가파른 호흡을 가다듬어 줄 뿐이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하면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어떤 산이라도 정상에 서면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함백산의 정상은 우리나라 여섯 번째 높은 산이라 그런지 아래로 내려 보는 풍광이 여느 산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산의 이름을 일일이 알 수 없어 나열하기 어렵지만 아마 태백산맥의 고산준령이 모두 함백산 아래 머리를 조아린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함백산에서의 바람도 심상치 않다. 산이 높아 그런지 바람이 엄청나게 강하게 몰아친다. 그래도 힘들게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갈 수 없지' 하는 마음이 들어, 우리밖에 없는 정상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똑딱이로는 풍경을 스마트폰으로는 파노라마를 찍는답시고 호들갑을 떤다. 남들이 보면 사진작가 쯤 되는 줄 착각할 정도다. 함백산 정상에 부는 거센 바람도 웃고 갈 일이다. 둘밖에 없고 아무도 없어 다행이다.

 

정상에서 놀다보니 시간이 벌써 3시 50분을 가리킨다. 이제 왔던 길로 신속하게 내려가야 할 판인데 발길은 내려가기는 커녕 오히려 정상너머 중계소 밑을 슬슬 내려가고 있다.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내 뒤를 졸졸 따라 온다. 난 그저 왔던 길로 가기 싫어 돌아 나가는 길을 찾고 있었던 건데, 막상 정상너머 가보았더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밖에 없었다. 그쪽으로 가면 길은 좋지만, 올라왔던 길보다 더 멀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해가 지는 시간도 있고하니 조금이라도 빨리 하산하려면 아무래도 왔던 길로 내려가는 길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 그래서 내려가는 길은 재미없지만, 왕복 코스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우리는 하산하는 다른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면서 뜻밖의 행운을 만난다. 오늘 우리가 산행한 함백산 코스는 그저 정상에 다다르기 위한 밋밋한 산행에 불과했다. 그저 태백산맥이 연결되는 산마루를 본 정도로 만족을 해야 했다. 그런데 하산하는 다른 길을 찾다가 뜻밖에 헬기장 아래 서식하는 주목 군락을 만났으니 순간적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마냥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벼락 행운이라도 얻은 듯 천년 주목에 취해 어울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4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이제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40분 쯤 내려가야 하는 길은 질퍽질퍽하고 길이 좋지 않아 그곳으로 내려가기 싫었지만, 하산 시간을 앞당기려면 왔던 길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하산 길 40여 분은 등로 상태가 좋지 않은 길이나, 앞만 보고 올라왔던 길을 이젠 반대로 내려가면서 시야가 확 트인 조망을 바라보면서 가니 온 천지가 품 안에 가득 들어온다. 태산준령에 올라 바라보는 이 기분 어디다 비할 수 있으랴. 내려가는 길이 질퍽하여 신발에 흙덩어리가 더덕더덕 붙어도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디서 이런 광경을 보고 감상에 젖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도 없는 함백산을 그것도 느즈막한 시간에 아내와 단 둘이 태산과 동행하며 내려왔다.

 

오늘 산행은 차량 사고로부터 시작되어 이렇게 행복하게 끝이 났다. 함백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굳건하게 서 있건만, 마음 급한 우리는 다음에 가도 될 일을 기어코 오늘 가고야 말았다. 정선에서 하룻밤 유숙을 하고 다음날 가리왕산을 가려고 했던 계획은 정선지역의 비싼 물가로 인해 하룻밤 지새우기가 싫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 하루 무겁고 지친 몸을 이끌고 렌트했던 차량을 몰고 집으로 무사귀환을 했다. 어쨌든 아침에 출발할 때 차량 사고가 있어 함백산 산행 계획이 틀어졌다가 강행하여 함백산과 정암사까지 다녀왔다. 하룻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나 오늘 하루 결실은 좋은 날이었다. 산다는 것은 시작도 좋아야 하지만, 끝이 더 좋아야 하는 법이다. 

 

 

 

 

 

 

사진으로 보는 함백산 기행

 

 

만항재 하늘숲 공원. 아기자기한 눈 사람은 눈이 아니라 스티포폼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네요. 만져보지 않았으면 속겠습니다.

 

만항재 하늘숲 공원 풍경. 겨울의 끝자락에도 불구하고, 하늘숲 공원엔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태백과 정선에는 천고지가 넘는 고산에 도로가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다. 눈꽃 산행을 즐기는 날에는 이곳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주차를 할 곳이 없어 난감하다. 도로변에 대충 주차하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늘 한적한 시기에 맞추어 가니 주차난에 허덕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도 함백산 산행길엔 드문드문 산객과 마주칠 뿐이다. 우리는 만항재를 기점으로 하면서 여유있게 주차를 하고 마치 주변을 전세라도 낸 듯 마음껏 향유하고 간다.

 

만항재 하늘숲 공원 풍경

 

태백시 혈동,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면이 맞닿은 지점의 만항재는 해발고도가 무려 1330m에 달한다.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높고, 고갯길이 산의 정상보다 위에 있는 곳이 많다.

 

눈에 묻혀 있는 하늘숲 공원의 나무는 추워 보이기는 커녕 하얀 담요를 포근하게 덮고 있는 것 같다.

 

만항재에서 고한으로 내려가는 도로로 몇 백미터 쯤만 내려오면 함백산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는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지점을 향해 고개를 넘어간다. 눈 앞에 함백산 정상이 뚜렷하게 보이나 작은 고개를 두 개 넘어야 본격적으로 함백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시작은 눈이 덮여있는 길을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올라간다. 정선에 도착한 시간이 늦은데다 정암사부터 탐방하고 나니 함백산 산행 출발이 오후 2시로 꽤 늦은 편이다. 그러나 만항재에서 출발하니 정상까지는 그래도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무려 1,300고지에 해당하는 만항재를 뒤돌아 보며,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변 산을 조망해 본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도 온통 하얀 눈밭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함백산의 겨울은 유달리 혹독하건만, 그래도 봄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겨울눈은 꽂꽂한 자태로 망울을 머금고 있다.

 

도대체 눈이 얼마나 깊게 쌓여있는지 궁한한가 아내가 눈밭에 발을 담구어 본다. 에구머니나 눈 속에 발이 푹 파묻혀 버린다.

 

저 눈이 언제 녹아 수풀을 이룰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때가 되면 저 눈은 녹을 것이고 그 자리엔 온갖 들꽃이 무성하리라. 이처럼 대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건물이 흉물스럽기만 하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오니 함백산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좌측에 보이는 도로는 만항재에서 고한읍으로 내려가는 도로다. 내려가는 길에 함백산 산행 2코스인 적조암 입구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길 옆에 정암사가 있다.

 

가는 길에 주변 산세를 조망하면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간다.

 

40여 분 고개를 넘어오니 넓은 공터에 함백산 기원단이 보인다.

 

함백산 기원단. 여기서 시산제도 지내고 각종 제례의식을 갖는가 보다.

 

기원단을 지나 7분 쯤 내려오니 태백 검룡소와 황지연못으로 가는 도로가 나오고 똑바로 가면 함백산으로 곧장 올라간다.

 

태백으로 가는 검룡소가 나오는 도로에 산불보호감시초소가 나온다. 저 길로 내려온다.

 

도로변에서 100m 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함백산 KBS 중계소로 가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길이나 1.8km 거리에 있고 산길로 가면 1.2Km 지점에 정상이 있다. 산행을 하기 위해 왔으니 오른쪽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계속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갈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쉬엄쉬엄 쉬어가 듯 왔으니 1Km 정도는 빡시게 올라가야 되지 않겠나.

 

예쁘게도 말라 붙었다. 요놈 이름이 뭐더라.

 

여기서 함백산 정상으로 앞만 바라보고 올라가는 길은 그리 재미가 없다. 다만 뒤만 돌아보면 탁 트인 정선과 태백의 고산준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메마른 나무에도 얼마나 촘촘하게 눈이 많이 돋아 있는지 계절의 변화가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눈이 녹아 질퍽질퍽한 길을 올라가다 보니 자꾸만 뒤돌아 보게된다. 올라가는 길은 경사도 가파르고 길이 질퍽하여 등산화를 떡칠하고 가지만 뒤돌아 보면 발 아래 늘어져 있는 고산준령이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태백 일대의 고산준령은 파노라마처럼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코 앞에는 정상석과 마치 첨성대 같은 돌탑이 보인다.

 

항상 먼저 올라간 아내는 쉬면서 나를 기다린다.

 

 

정상엔 아무도 없다. 텅 빈 정상석과 첨성대 같은 돌탑 그리고 세찬 바람만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정상에 올라 빈 정상석을 대상으로 사진 1장 찍을려면 당체 줄지어 대기하면서 사진을 찍는 산객들 때문에 옳은 사진 1장 얻기 쉽지 않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정상에 우리 부부만 달랑 있을 때 외롭기는 커녕 우리는 이런 분위기가 즐겁다. 얼마나 좋은가. 아무도 없는 높은 산 정상에 아내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이... 

 

정상에 있는 함백산 KBS 중계소.

 

함백산 정상에서 올라온 반대 방향(두문동재)을 조망하니 저 멀리 풍력발전소까지 눈에 들어온다.

 

함백산 KBS 중계소. 이 길을 따라 가면 앞서 설명한 검룡소 가는 도로와 만난다. 산길과 포장도로의 갈림길로 가는 길이다. 하산길이 가파르고 길이 질퍽해서 왔던 길로 가기 싫어 중게소와 연결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갔다가 혹시 딴길로 이어 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어 아래에 있는 주목 군락지만 탐방하고 다시 되돌아와 질퍽질퍽한 길로 간다.

 

함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의 중계소까지는 MTB 코스로 적격이다. 강원도 정선은 명산 MTB 코스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에구, 이 눈은 언제 다 녹고 함백산 들꽃은 또 언제 필꼬.

 

정상너머 헬기장. 헬기장 아래에 생천사천이라고 불리는 주목 군락이 있다.

 

포장도로를 휘 돌아가니 서서히 주목 군락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래 사진부터는 함백산의 주목이 대부분이니 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비록 상고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자락에 서서 설경을 배경으로 주목을 볼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이 나무는 이름이 뭣이더라. 다니면서 많이 본 친군데...

 

돌아가는 길에 스틱을 다시 한 번 꼽아봤더니 스틱의 2/3가 푹 들어가 버린다. 그 참 저 눈 언제 다 녹을라 카노. 땅 속에 숨어 있는 식물에 잎이 나고 꽃이 피어야 할텐데. 이제 웬만하면 봄을 위해 자리를 양도해 주지.

 

누군가 먼저 간 선답자의 흔적을 끝으로 올 해 1월 1일 부터 겨울 산행을 하면서 겪었던 그 많은 겨울 설경과의 만남은 함백산을 마지막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자 한다. 올 겨울 원도 한도 없이 눈과 함께 뒹굴었다. 참으로 대견스럽고 가슴벅찬 겨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