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팔공산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

728x90


코로나19를 떨치기 위한 팔공산 나들이



■ 언제 : 2020. 3. 2.(월)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왕복)

■ 누구랑 : 아내



흔적

 

바야흐로 우리나라엔 지금 신종바이러스 전염으로 극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이 하루새 599명이 늘어났고,

32일 현재 총 확진자는 4,335명 사망자는 수는 26명이나 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곳곳에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병원균을 퍼뜨린 중국에서조차 우리를 막고 있다.

 

중국이 우릴 막는다. 그래도 우린 지들을 받아 주고 있는데.

그럼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은 지금 어떠한가?

2019.12.31.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27명 보고된 이후,

그 이유를 다음해 1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질병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사망한 사람은 2,912,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826명에 이른다.

전염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보다는 낮다고 하지만

죽어가는 숫자를 보아선 딱히 그렇지 만도 않다.

 

우리나라는 초고 개학을 3주나 미루었다.

처음엔 전국적으로 1주일 연장했는데 진정의 기미가 없고,

사태의 심각성이 일파만파 확대되어

대구가 개학을 2주 더 연장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오늘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전국적으로 모든 초고 개학을 2주 더 연장한다는 발표를 했다.

사스와 메르스가 왔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인 마스크 구입은 이미 대란이 일어났고,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영화 "감기"에서 보듯 생필품을 사재기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전염되고 관공서 직원, 보건소 직원, 경찰뿐만 아니라

속출하는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자가 격리를 시키고,

자가 격리 중 확진자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죽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총 확진자 4,335, 사망자 26명 중에서

대구에서만 확진자가 3천 명 넘어섰고 사망자 수가 17명에 이른다.

대구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나 다름없다.

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도 입국 금지 조치 당하고,

자국 내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가기 눈치 보여 길 나서기조차 어렵다.

그야말로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무슨 망조가 들었나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나 참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어쨌든 일은 당한 일이고, 지금은 누굴 탓할 일이 아니라

더 이상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고, 치유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총선이 다가와 정치하는 사람들은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겠지만,

이 악몽 같은 총체적인 난국에 포퓰리즘 정책을 운운하며

당리당략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은 그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리석은 정치인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당에 최선을 다하고,

현자는 민심과 국민의 안위를 우선한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악용하려 든다면

그런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과감하게 심판을 해야 한다.

여도 야를 탓하지 말고, 야도 여를 탓할 일이 아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제발 힘 좀 모아 해결책을 도모하는 모습을 봤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사색당파 놀음에서 벗어나 나라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제발 하나 되는 모습 좀 보여주면 소원이 없겠다.

 

지금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기가 차도 안 한다.

이제는 인터넷 댓글 부대도 동서 양면으로 나뉘었다.

마치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맞서 온라인상에서 맞불 싸움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싸움은 누구의 계획적인 조작으로부터 심화된 건지

자연 발생적으로 성장한 건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온라인상에선 또 다른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경상도전라도가 어딨고, 니 편 내 편이 어딨노.

맞는 사람 편들고, 잘 하는 사람한테 손들어 주면 되지.

서글프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주절거리다 나라 걱정 내가 다하는 것 같다.

주제 넓다.

선인들이 그랬듯 정부와 우리 정치인들이 잘 해 주리라 믿는다.

우리 국민들도 언제 진정될지 모를 위기 상황이지만,

이 또한 사스나 메르스가 지나가듯 지나가리라 믿으며

어려운 국면을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 TV를 켰을 때 사망자 숫자 제자리, 격리해제 수 증가

확진환자 수가 제자리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요즘 시국에 대구 사람이 타지로 옮겨 다니는 건 조심스럽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신천지로 인해 대구가 순식간에 전염의 온상이 되었다.

어디 가면 대구사람이란 걸 숨겨야 할 판이다.

시국이 이러하니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만, 그럼에도 난 며칠 전에 아내랑

충청도 모처에 있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산소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다녀오려 했더니만,

이놈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어 조심스럽게 다녀오기로 했다.

이 시국에 대구에서 왔다면 눈총 받을 것이 뻔하고,

우리도 조심해야 했기에 빵도 사고 물도 따로 준비했다.

160km 정도 거리를 2시간 정도 운행하는데 휴게소 한 번 들리지 않았다.

산소는 아내와 나밖에 없었고,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도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앉은부채 자생지를 들리고 싶었다.

마침 앉은부채의 개화 시기도 적기였다.

거길 가자면 50km 정도 더 가야했다.

몇 년 전부터 앉은부채를 만나기 위해 먼 길 다녀가긴 했다만,

대구에서 일부러 가기란 쉽지 않은 길이다.

, 여길 와 봐서 안다. 앉은부채가 희귀종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의외로 사람이 없다.

작년에도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신경은 쓰였다.

신종 코로나19에 누가 걸렸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도 모른다.

서로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어떤 날은 금호강변을 따라 만보 걷기도 하고, 동네 공원을 돌기도 했다.

한 번은 수목원을 갔더니 산책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운동하는 사람, 산책나온 사람, 나처럼 꽃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차피 온 김에 그냥 가기도 그렇고 해 매화도 종류별로 찍고, 풍년화, 히어리

납매, 복수초, 노루귀 등 눈에 보이는 꽃은 죄다 찍고 왔다만,

다음에는 안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마음먹고 팔공산 하늘정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지가 있는 가산산성에 가면 복수초는 실컷 보고 오련만,

아무래도 가산산성은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가산상성보다는 팔공산 하늘정원이 나을 것 같았다.

 

지금 하늘정원을 가면 꽃은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하늘정원의 식생을 잘 알기에 이미 알고 갔다고 보면 된다.

집구석에만 틀어 박혀 있자니 온 몸에 좀이 쑤셔 운동 삼아 산바람 쐬러 간 것이지

꼭 꽃을 보러간 것만은 아니다.

비로봉까지 갔다 오면 대략 4km는 걸으니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리라.

 

생각대로 하늘정원은 휑했다.

날씨도 차가웠고 바람도 제법 셌다.

다행히 등로를 오가는 길에 사람들과의 교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기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팔공산도 오랜만에 왔다.

2019104일에 오고 처음이다.

심심하면 가던 것에 비하면 오래간만에 발걸음한 것이다.

 

하늘정원을 지나 공군부대를 받쳐 놓은 만물상이 압권인 코너를 돌아가면

갯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난 이 길은 앉아서 삼천리다.

아마 이 시기엔 이 녀석들만이 유일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생각대로 갯버들이 늘어졌다.

역광에 투영되는 갯버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수꽃은 빨갛고 노랗게 물이 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녀석들과 한참을 놀고나니 아내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아마 SBS방송 기지국까지 갔을 거다.

 

청운대 아래 절묘한 자리에 자리잡은 오도암이 눈에 들어온다.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암이다.

나는 하늘정원에 오면 시기적으로 어디에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대충 안다.

꽃도 꽃이지만, 풍경 사진도 내가 즐겨찍는 각이 있다.

새로운 구도로 신선한 광경을 담아보려 해도 늘 내가 담는 거기밖에 각도가 안 나온다.

늘상 다녀도 내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장면은 거기서 거기다.

 

비로봉에 왔다.

최근에 다녀 갔을 때만 해도 없던 표식이 방송국 경계 철망에 하나 매달려 있다.

대구공고 36산악회란 이름이 붙었다.

모양이 나쁘진 않더라만, 굳이 그렇게 붙일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팔공산 비로봉에 오면 나도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본 정상석은 꽤 있어 뵈던데,

우리 팔공산 비로봉 정상석은 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대구의 진산이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도 남을 우리 팔공산 아니던가.

저 상태로 오랜 세월 비바람 맞았으니 이제 좀 때 빼고 광 낼 때도 됐지 싶다.

저거 건의하려면 어디서 해야 되지? 건의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왔던 길 돌아 어슬렁거리며 하늘정원으로 갔다.

야생화가 지천인 곳에 야생화도 없고,

겨울이 다간 계절이라 눈도 없는 길을 걷자니 재미가 없다.

군위하늘정이란 정자에 다다르니 때마침 호랑지빠귀로도 보이고

며칠 전에 대구수목원에서 본 되새란 녀석인지

웬 새 한 마리가 바로 내 앞 돌바닥 위에 앉았다.

 

기회다 싶어 재빨리 셔터를 눌렀는데 셔터 세 방 만에 날아가 버렸다.

집에 와서 야생가이드북을 펼쳐 이름을 살펴보니

아니 이 녀석의 정체가 바위종다리가 아닌가.

참새목 바위종다리과 바위종다리속에 속하고 국내에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며,

북한에서는 백두산 천지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번식하는 텃새라고 한다.

예기치 않게 귀한 새 한 마리 만났다.

이 녀석은 10월 중순에 도래해 월동하고 3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경계심이 적어 가끔 쉬고 있는 등산객 바로 옆까지 서슴없이 접근해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 등을 먹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잠깐이지만,

내 앞에 앉아 서슴없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오늘 이 녀석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처음 만나기도 했거니와 밋밋했던 산행 길을 녀석이 가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팔공산을 백 번 넘게 다녔어도 바위종다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

팔공산에서 새를 만날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길을 나서 이런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난다면 그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코로나19의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이 녀석이 오늘 반분(半分) 풀어줬다. 




여기가 팔공산 하늘정원의 명품장면이다. 올 때마다 이 장면을 찍는다. 내겐 하얀 눈이 덮여 있을 때, 신록이 우거질 때, 단풍이 들었을 때의 모든 장면이 다 담겨 있다.


저기 중간 지점에 태풍 매미가 와 산사태가 나 몰골이 기상찮았는데 오늘 보니 나무를 식재해 깍인 사면을 초록으로 많이덮은 모습이네.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저렇게 심어 자랐지... 


갯버들 수꽃. 오늘은 이 녀석들이 유일한 벗이 되어준 애들이다.


이 지점이 갯버들 군락지다.


역광으로 햇빛이 투영된 모습의 갯버들인데 생각보다 미세하게 잡지를 못했다.








이 길은 길섶이 모두 좀조팝나무로 뒤덮인 길인데... 오늘은 휑하다.


오도암. 원효구도의길로 알려져 있다.


건너 보이는 동봉에도 사람이 안 보인다. 사시사철 사람 발길이 끊이질 않는데 오늘은 영 안 보이네. 코로나19 탓인가? 


팔공산 정상 비로봉. 하늘정원을 알기 전에는 늘 수태골로 해서 왔는데 하늘정원을 안 뒤론 약아져서 그런지 늘 수태골을 외면한다. 비로봉 정상석 좀 거시기 하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팔공산은 현재 도립공원이지만, 여느 국립공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 국립공원 승격 문제가 전부터 거론되더만 어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국립공원급 이상인 팔공산인데 정상석이 이리 볼품이 없어 되겠나. 누가 좀 근사하게 안 세워주나.


대구공고36산악회에서 요렇게 하나 매달아 놓았네. 언제 매달아 놓았지. 자기네 산악회 기념으로 매달아 놓았는지 정상석이 초라해 저렇게라도 대체해 놓은 건지 어쨌든 보기 싫지는 않네.


갯버들(수꽃)



바위종다리. 햐아! 요 녀석이 오늘의 하늘정원의 주인공이다.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몇 마리가 날아오더니 그 중 한 마리인 이 녀석이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모델이 되어 준다. 기특한 녀석이로고.


욘석은 다소 경계심이 적어 종종 산객의 곁에 가까이 다가와 먹을 것을 먹고 다니기도 한단다. 팔공산을 수백번 드나들었어도 오늘 처음 만났다. 진작 얼굴 좀 보여 주시지...

백운대의 자리잡은 찰피나무. 잎도 열매도 없이 빈가지만 무성하다. 이 녀석도 여기오면 놓치지 않고 보고 간다. 열매가 팥처럼 조롱조롱 매달려 있을 때,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딩 친구들과 함께한 팔공산 하늘정원 나들이  (0) 2020.04.04
치산계곡  (0) 2020.03.15
팔공산의 가을 내음  (0) 2019.10.04
팔공산 하늘정원의 봄  (0) 2019.05.06
가산산성 복수초  (0) 201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