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친구들과 함께한 팔공산 나들이
■ 언제 : 2020. 4. 3.(금)
■ 어디로 : 팔공산하늘정원-비로봉-동봉(왕복)
■ 누구랑 : 이해병 부부/권회장 부부/우리 부부/박 작가/권**/이**
흔적
팔공산 하늘정원 코스는 올 들어 두 번째다.
3월 2일에 아내랑 갔다 온 후
오늘은 고등학교 동기부부와 친구들 몇몇이서 나들이삼아 갔다.
방문한지 한 달이 되었기에 뭔 꽃이라도 좀 볼 줄 알았더만 역시나였다.
꽃이라곤 예정에 없던 동봉 가는 길섶에 핀 돌양지꽃이랑 노랑제비꽃을 본 게 다다.
그나마 동봉까지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애들도 못 볼 뻔 했다.
팔공산 하늘정원은 우리 부부의 놀이터라 해도 다름없다.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우리 부부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팔공산 하늘정원을 찾는다.
오늘은 세 부부와 사정이 있어 마나님을 모시지 못한 친구 세 명이 함께했다.
모두 멋있고 나름 한 가닥 하는 친구들이다.
토목설계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
석물공장 대표며 돌조각 작가인 친구
늘 푸근한 뼛속 깊이 영원한 해병대일 수밖에 없는 친구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진 싱거운 친구
늘 말없이 빙긋 웃는 평생을 지적공사에 뼈를 묻고 퇴직한 친구
그리고 함께했던 마음이 푸근하고 너그러운 마나님들
모두 9명이 함께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하긴 했지만,
모두 건강한 상태라 코로나에 관한 걱정은 잠시 접기로 했다.
주 중이고 오후 3시쯤 산에 올라 그런지 인적은 드물었다.
하늘정원에서 아저씨 두 분, 동봉에서 만난 아가씨 세 명
오늘 우리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섯이다.
스쳐 지나간 사람이 몇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모두 생각보다 산을 잘 탄다.
역시, 나보다 산을 잘 못 가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다.
참 저질 체력이다.
어제 혼자 와룡산 용두봉 갔을 때도 그 얼마 높지도 않은 산을 몇 번이나 쉬어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큰일이다. 앞으로 가야 할 산도 많고,
특히 제주에 가 오름을 모두 다 올라야 하는데
이런 저질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68여개의 오름 중 이제 20개 오름 정도 올랐는데,
언제 다 오를지 그야말로 꿈같기만 하다.
모두 비로봉까지 왔다.
기념사진도 박았다.
박 작가는 돌멩이를 주워들고 조그마한 돌탑을 쌓는다.
졸지에 비로봉 앞에 멋진 돌탑이 만들어졌다.
난, 항상 비로봉 정상석을 보면 푸념하곤 했다.
시골 동네 야트막한 산 정상 표지석보다 더 초라하기 때문이다.
팔공산이란 이름에 비해 비로봉이란 정상석이 그 위용을 떨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친구인 석공예 작가가 앙증맞은 돌탑을 세웠기 때문이다.
오늘 비로봉은 덜 초라해 보인다.
대구 팔공산이라면 국립공원 이상 가는 도립공원이다.
아내와 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거의 다 가봤다.
팔공산이 품은 역사와 문화, 산세의 규모면에서 보면
우리 지역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아니 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낫다.
권회장이 몇 번 의아해 하는 소릴 들었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단다.
실은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난 팔공산이 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섭섭하지만은 않다.
국립공원 지정여부에 따라 행․재정적인 지원 문제나
상권의 활성화 문제가 대두되겠지만,
어차피 팔공산하면 국립공원 그 이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고,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이미 몸살을 앓을 만큼 앓고 있다.
팔공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팔공산에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달갑잖다.
팔공산은 나로서 충분하다.
난, 이런 생각이다.
비로봉에서 내려온 권회장 마나님께서 동봉을 바라보면서
저기 보이는 게 동봉이냐며 묻는다.
맞다고 했더니 가고 싶어 한다.
아내와 난 잠시 망설이다 동봉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동봉까지도 오랜만의 나들이라 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동봉까지 간 사람은 부부 세 팀이고,
공교롭게도 혼자 온 남정네 세 명은 비로봉에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훈이는 허리가 안 좋은 것 같아 그렇지만,
판*와 박 작가는 산을 잘 가던데 갔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산은 갈 수 있으면 많이 갈수록 좋다.
산에 가면 산이 그렇게 가르친다.
더 가고 또 오라고.
조망 좋은 산에 와서 그런지 다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역시 산 보다 좋은 곳은 그 어디도 없다.
산에서 사는 인생도 살만한 인생이다.
남들만큼 산을 좀 잘 탔으면 좋겠다.
어제도 오늘도 또 그리 느꼈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 어렵다.
참 저질 체력이다.
박 작가가 만든 3층석탑. 덕분에 초라한 비로봉이 산다.
하늘정원에서도 돌탑을 쌓는다. 아마 이 친구는 돌과 천생연분인 듯...
비로봉 가는 길에서 본 공군부대를 받치고 선 만물상. 팔공한 하늘정원 만물상이란 이름은 내가 붙였다.
청운대 아래 오도암이 보인다. 오늘은 차도 두 대이고 해서 오도암을 가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안내하고 싶었다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저기 동봉을 바라보던 권회장 마나님이 동봉을 가고 싶어한다. 당연 권회장도 갈 폼을 잡고, 해병대 부부도 갈 참이다. 우리고 갔다. 그러고 보니 홀로 온 남정네 3명만 돌아섰다. 여름이면 비로봉에서 동봉가는 저 길이 꽃길이라 즐겨 다닌 길이지만, 유독 봄이 늦은 팔공산엔 지금 꽃을 볼 시기는 아니다. 아마 5월이나 되어서야 볼 수 있을 거다.
작가의 근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어디든 돌이 있으면 쌓는다. 덕분에 예쁘고 앙증맞은 돌탑하나 완성했다. 다녀 간 기념이리라.
이 높은 산에 자연석을 깍아 만든 석조마애여래입상이다.
서봉 가는 길에도 마애불이 있다. 저 길도 더러 다닌 길이다.
하늘정원만물상
노랑제비꽃이 올라왔다. 산에선 흔하지만 애도 보자면 산정부까지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제비꽃이다.
저 동봉을 우리 부부는 항상 수태골로 해서 올랐는데 하늘정원을 안 이후론 꾀가 나 수태골은 잊은지 오래됐다.
단애에 선 늘 푸른 소나무.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바위종다리. 이 녀석 가는 길에 또 만났다. 오늘은 제법 그럴사한 모델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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