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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방

토지/최참판댁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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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의 본산 최참판댁 탐방


 


언제 : 2020. 3. 18.()

어디로 : 지리산 화엄사-쌍계사-최참판댁

    지역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66-7(평사리 483)

누구랑 : 아내



화엄사에서 쌍계사로 가는 길은 섬진강가를 따라 가면 된다.

어디 적당한 곳을 찾아 준비해간 꼬마김밥으로 점심을 때워야 한다.


강가의 분위기 좋은 곳은 영락없이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우리가 있을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우리 두 식구 앉을만한 곳 어디 없으랴 싶어 내쳐 가다 보니

마침 전망 좋은 곳에 사람 없는 자리가 예쁜 쉼터가 보였다.

아마 섬진강 전망 쉼터였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우리 두 사람 잠시 쉬었다 가기 안성맞춤이었다.


꼬마김밥과 커피 한 잔하며 섬진강가에 지친 발걸음을 내려놓았다.


이제 최참판댁으로 간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본산을 가는 것이다.


오늘 가고 싶은 곳은 다 간다.

화엄사에서 삼색삼매도 보고 쌍계총림쌍계사도 갔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 최참판댁에선 박경리도 만나고

서희도 만나고 길상이와 용이도 만난다.

소설 속의 무대를 어떻게 구성해 놓았는지 자못 궁금하기 짝이없다.


소주차장엔 차량이 우리밖에 없던데 막상 마을로 올라가니 관광객이 꽤 있었다.

선물파는 가게도 대부분 문을 열었다.


가다 보니 천연염색을 한 가벼운 모자가 눈에 띄는데 한 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게에 들어가면 코로나로 인한 우리 나름의 수칙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여진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보니 여긴 마스크도 끼지 않았다.

아직 코로나로 인한 청정지역인 셈이다.


조금 꺼리긴 했지만 모자를 하나샀다.

아내도 덩달아 마음에 드는 모자 하나 손에 쥐더니 사고 싶어했다.

현금을 주면 가격을 좀 깍아 주거나 천연염색된 머플러를 하나 더 준단다.


지갑에 딱 오만원 있었다.

지갑을 다 털고나니 빈털터리가 되었다.

아내도 현금은 1원짜리 하나 없었다.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니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된 마을이 나온다.

마치 소설 속 무대인 브라운관으로 빠져 들어간 듯 착란을 일으킬 정도다.


소설 속의 무대를 재현한 곳인 줄 알고 있었다만,

갈수록 여기가 박경리의 원래 토지 마을이 아니었나란 착각이 든다.


이 마을은 대하드라마 "토지" 외 10여 개의 드라마 촬영과

2006년 "마파도 2", 그 외 각종 영화 제작,  TV 예능 및 교양프로그램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 덕에 이 마을은 하동군에서 각광받는 문화 관광지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최참판댁 앞 너른 마당에는 셀 수없이 많은 촬영 포스터가 나열되어 있다.

몇 번 촬영했는지 세어 보다가 포기하고 멀리서 전부가 나오도록 촬영만 한 컷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박경리의 토지 집필기간은 26년이라고 한다.

소설 한 편에 오롯이 2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것이다.

한 작가의 삶이 소설 한 편에 다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 덕에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소설 속의 토지 마을로 재탄생했다.

최참판댁에 서서 바라보는 평사리 들판너머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잔물결은

바라보기만 해도 부드럽고 편안해 보인다.


들판 가운데 있는 소나무 두 그루를 '부부송'이라 하는데

이 소나무는 서희와 길상을 연상케 한다.


많은 작가들이 이 소나무를 찍으로 온다.

토지만큼 유명세를 탄 소나무다.


최참판댁에 오니 할 말이 많다.

사진으로 대신 설명하면서 마무리 해야겠다.



주차장에서 나오면 박경리 토지 문학비가 반긴다. 이제 박경리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는 것 같은데...


저길 다 돌았다. 언제 올지 모르니 온 김에 다 봤다.

영화촬영, TV예능촬영 등 각종 드라마 제작 포스터가 담벼락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촬영지의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악양 들판 중심에 선 소나무 두 그루. 저 소나무를 일컬어 '부부송'이라 한다. 흔히 소설 속의 두 주인공 서희와 길상을 뜻하는 부부 소나무라 한다.  

이 주변에 있는 산들은 물론 지리산 자락이겠지. 너른 들판과 산 그리고 강... 소설 속의 주무대로 안성맞춤이다. 박경리는 우연히 이 마을을 딱 한 번 지나가면서 토지의 주무대를 이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작가의 혜안이 보이는 대목이다. 

너른 앞마당과 대궐 같은 집 여기가 최참판댁이다.

배롱나무엔 새싹이 돋기 시작하고, 진달래는 앞서 꽃망울을 터뜨렸다.



시골마을의 정석인 풍경이다. 이 사진을 보면 다들 어릴 때 시골에서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겠다.


앵도나무에 꽃이 활짝폈다. 내가 제대한 학교 옥상에도 앵도나무꽃이 폈을까? 보고 싶다 앵도나무. 앵도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를 따다 우리 선생님들한테 나눠주곤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네.


흔히 천리향이라 부르는데 정명은 '서향'이다. 팥꽃나무과로 서향(瑞香)은 이름 그대로 상서로운 향기가 나는 나무다. 중국이 고향이고 늘푸른잎을 달고 있으며, 다 자라도 2미터를 넘기 어려운 작은 나무다.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 외엔 심을 수 없다. 서향은 3~4월에 피는 꽃의 향기를 맡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있다면 줄잡아 1~2킬로미터 밖에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하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의미로 천리향(千里香)이라고도 하며, 좀 더 과장하여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이미지를 다른 기법으로 촬영해 봤다.


앵도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 왔다. 남녘이라 좀 빠른 모양이다. 울 학교 옥상엔 아직 피지 않았을 텐데...


굴뚝과 대밭 사이 장독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시골스런 정취다.


앵도나무 꽃이 참 예쁘다. 드라마에서 보던 서희의 어린시절 똑소리 나던 '이재은'을 보는 것 같다. 




이 나무를 감싸고 있는 나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회양목 같은데 회양목이 덩굴나무처럼 이렇게 타고 오르기도 하는가?


뱀딸기



아이고 산책길로 들어서니 꽃마리도 보고 뱀딸기 꽃도 본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제 때 필 건 다 핀다. 



박경리 문학관





용이네집 가는 길







부부송을 보러갔다. 저기 경운대 한 대 세워져 있고 아무도 없다.


편하게 차를 세우고 부부송과 마음껏 대화를 나눈다.


오른쪽이 키가 크니 길상이고 왼쪽이 서희련가?


서희와 길상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이제 갈 길 급하건만 자꾸만 머무르게 한다. 







이제 가련다.

악양들판도 떠나고

화엄사 분홍매/흑매/들매화도

쌍계사와 화개장터도 떠나련다.


섬진강 물이 말없이 흐르듯

우리도 흔적없이 가련다.


지리산 자락에 바람이 떨어지니

바람결에 떠밀려

우리도 그리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