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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창원 주남저수지 철새 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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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창원 주남저수지 두 번째 철새 탐조



■ 언제 : 2018. 2. 26.(월)

■ 어디로 : 창원 주남저수지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올해 들어 주남저수지를 두 번째 찾는다.

이제 신학년도가 시작되면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주남저수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곧 봄꽃도 올라오고 산천은 신록으로 물들어 갈 테니

올 겨우내 등한시 했던 우리 산야에 피는 꽃 찾아다니기 바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녘에는 벌써 복수초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납매와 삼지닥나무에 이어 변산바람꽃까지 등장한다.

늘 그랬다만 이맘때가 되면 절기는 꽃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함을 깨닫곤 한다.

 

지난 123, 철새 탐조를 목적으로 주남저수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이 보여준 환영 인사는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청둥오리 수천 마리가 군무를 펼치는가 하면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같은 기러기류가 연이어 파란 하늘을 뒤덮는 모습은

초보 출사자의 눈에는 가히 경이로운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지 않은 자, 감히 말하지 못하리라

 

아내랑 날짜가 맞지 않아 주남저수지를 함께할 때를 놓칠 뻔했지만,

그렇다고 의리 없이 혼자 쫄랑쫄랑 갈 수는 없다.

지난 번 왔을 때 철새의 군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던 아내의 모습이 아른거려

도저히 혼자 내뺄 수가 없다.

겨우 날짜를 하루 맞추었다.

 

지난번처럼 주남 카페를 지나 탐조대 부근에 차를 주차했다.

그런데 인근 논밭에 있어야 할 오리와 기러기 떼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둑방 너머 큰고니의 울음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순간, 벌써 애들이 또 다른 고향을 찾아 날아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고니의 존재는 둑방 위에 올라서면 금방 알 수 있지만,

다행히 둑방 위로 올라서기 전에 고니의 울음소리를 먼저 듣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두루미는 볼 수 있을까?

사실 오늘 탐조 목적은 두루미가 관건이다.

주남저수지는 재두루미 서식지가 있음에도 지난번 출사 땐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만나고 가야할 텐데...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의 고니는 대개 큰고니에 해당한다.

큰고니는 올겨울 볼만큼 봤으니 그만 봐도 된다만,

재두루미는 오늘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 녀석들이 있기는 한지 먼저 둑방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저수지 안쪽을 촘촘히 훑어나 봐야겠다.

 

큰고니와 기러기류가 떼거리로 모여 앉은 뒤로

재두루미가 잠자듯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맞기는 한지 재차 살폈지만 재두루미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재두루미의 존재 여부는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녀석들이 나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담지. 렌즈는 한계가 있고, 담고는 싶은데 애만 탄다.

굳이 담고 싶다면 날아오를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일단 기약 없지만 비상할 때를 기다려 보자.

 

연로하신 진사 님 한 분이 삼각대를 받쳐 놓고 철새 촬영에 여념이 없다.

한 눈에 봐도 내가 가진 렌즈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게 부러워 가까이 가 몇 마디 말을 붙였더니 홀로 나오신 분이라 심심했던지

말씀이 길어지고 카메라 렌즈 사양부터 조류 촬영 경험까지 이야기가 길어진다.

인품이 어질고 선해 보였으며 말씀도 재미있었지만,

이거 말을 잘못 붙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말씀을 듣고 있자니 안 되겠기에

적당한 때 말을 돌려 허급지급 내 갈 길을 갔다.

그리고는 재두루미 서식지가 있는 제방 끝까지 갔다.

 

제방 끝까지 탐조하고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다시 그 노 진사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오니 그 분은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진사님이 좀 전 보다 더 큰 왕대포로 포진하고 있었다.

앞의 분보다 제원이 더 큰 대포였다.

갑자기 왕대포의 포문으로 보는 재두루미와

앞서 봤던 제방에 비치된 망원경으로 보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그 렌즈, 한 번 들여다봐도 되겠습니까?’

제방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재두루미의 존재 여부를 이미 확인했지만,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과의 차이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왕대포 주인은 친절하게도 멀리 있는 재두루미 방향을 맞춘 후 보라신다.

깜짝 놀랐다. 장비의 차이가 이렇게 다를 줄이야.

멀리 있어도 정말 자세하게 보인다.

헤아려 보니 대략 24마리 정도 있었는데 망원경보다 기능이 더 뛰어났다.

 

인심 좋은 진사님이 저수지 반대쪽 논두렁에 앉은 흑두루미 4마리도 보여주었다.

깜짝 놀라 아니, 흑두루미도 있었는가요?’

저기 있잖아요. , 여길 한 번 들여다보세요.’

주남저수지에 흑두루미까지 있는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저수지 안쪽에 있던 재두루미 24마리 정도로 봤던 것도

모두 재두루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흑두루미의 비행이 있는 걸로 봐 그 중에 흑두루미도 일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감탄을 하며 연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날 보더니

왕대포 주인은 휴대폰을 꺼내면서 본인이 찍은 각종 새 사진을 보여준다.

알고 보니 파주, 철원, 심지어 일본 홋카이도까지

전문적으로 출사를 다니는 철새 마니아였다.

아마추어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준에 달해 있었다.

 

잘 봤다는 인사를 남긴 채 돌아서려는 데 때마침 재두루미 4마리가 비상을 한다.

왕대포 주인은 릴리즈를 이용해 연사로 타다다닥찍기 바쁘다.

찍히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나도 덩달아 카메라 셔터를 이용해 연사를 날렸다.

그런데 마침 마치 선물이라도 주는 양 귀한 흑두루미도 날아갔다.

다시없는 기회다 싶어 셔터를 마구마구 눌렀다.

 

자전거를 빌려 주남저수지 여기저기 다니던 아내가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마침 재두미와 흑두루미의 비상하는 모습을 보더니 그 신비로움에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옆에 있던 왕대포 주인이 이참에 카메라 바꿔주시라며 농을 건넨다.

왕대포 주인과 조금 멀어지자 아내가 한 마디 던진다.

지금 카메라로 찍어도 얼마든지 잘 찍는다며 그대로 찍어도 충분하단다.

 

재두루미도 봤고 덤으로 흑두루미까지 봐 이제 가자고 했더니

아내가 주남저수지의 일몰이 장관이라고 찍고 가잔다.

아내는 이미 탐조대에 근무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듣고 온 터라

일출은 어디서 일몰은 어디가 장관인 줄 알고 왔다.

일몰의 장관은 바로 내가 있는 재두루미 서식지 방향이란 걸 알고

그 정보를 일러주기 위해 일부러 자전거를 타다 말고 날 찾아 왔다.

 

주남저수지의 일몰은 정말 황홀했다.

큰고니와 기러기류가 저무는 황혼빛에 날갯짓하는 모습이 경이롭기 그지없다.

안 보고 갔으면 후회 막심할 뻔했다.

그런데 일몰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꾸물거린다면 놓치기 십상이다.

 

저무는 황혼처럼 이제 저 철새들이 떠나면 또 다른 어떤 애들이 여길 반길까?

저무는 황혼은 내일 아침이면 또 찬란한 빛을 머금고 저수지 위를 떠오르겠지.

겨울철새가 떠나면 또 다른 부류의 철새가 주남저수지를 채우리라.

논두렁 밭두렁을 어슬렁거리는 큰부리큰갈매기와 큰고니한테

오는 겨울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손 한 번 흔들어 주고 뒤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