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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와룡산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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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 자락, 빠알간 영산홍 물결



■ 언제 : 2019. 4. 21.(일)

■ 어디로 : 와룡산 자락 와룡대교 너머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매년 이맘때면 와룡산 자락이 붉게 물든다.

와룡대교 너머로 벌건 물이 든다.


4월이 오면 '오라고' '오라고' 어김없이 유혹하건만

그때마다 눈요기만 하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원래 어제는 세 부부의 비슬산 참꽃 탐방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비슬산은 참꽃 축제가 한창이라

분명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애시당초 비슬산은 포기하는 것이 나으리라.


모두 생각이 같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비슬산 참꽃 구경은 스크린골프장으로 급선회했다.

남자 따로 여자 따로 1게임 하고, 매천동농수산물 시장으로 갔다.

시간이 좀 일러 매천동농수산물 회타운을 한 바퀴 돌며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늘 가던 횟집에서 문어 한 마리와 도다리 포함 6만원어치 회를 주문했다.


주문했던 회가 상에 올라오니 생각보다 양이 많다.

여섯명이 실컷 먹고 남는다. 애궂은 소주병만 늘어났다.

해가 창창해서 그런지 취기마저 살짝 돈다.

이 정도 술에 취기가 오르다니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보다도 느낌이 영 다르다.


오늘은 원래 와룡산 영산홍이 아니라 영천 보현산을 갈 심산이었다.

보현산의 나도바람꽃과 노랑무늬붓꽃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니 얘들도 오늘은 시기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보현산의 봄은 생각보다 늦게 온다.

나도바람꽃은 개체 수가 많아 먼저 핀 애들이 있을 수 있겠다만,

노랑무늬붓꽃은 아직 이른 것 같다.


보현산은 첫 때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매주 갈 수 없으니 시기를 잘 맞추어 가면 좋다. 

은방울꽃까지 함께 보자면 아무래도 한 주 늦추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쩌면 한 주 늦추어 가도 노랑무늬붓꽃과 은방울꽃은 못 볼 수도 있다.

욕심을 내어 다 함께 보자면 한 주 더 늦추어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오늘은 와룡산이 적격이다.

오늘은 와룡산 자락에 핀 영산홍을 보러 가는게 최선이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산홍이나 실컷 보고 남는 시간은 대구수목원이나 가야겠다.

짜투리 시간엔 대구수목원이 제일이다.


눈요기만 하던 와룡산 영산홍

멀리서도 이뿌더니 가까이 가니 더 이뿌다.

요즘 울 아파트 화단에도 영산홍이 한창이다.

그런데 같은  꽃이라도 아파트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꽃은 어디에 피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른 법이다.


와룡산 영산홍 군락은 전망 좋은 곳을 선점하고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의도적으로 심었는 것 같다.

고속도로나 인근 도로를 지나가노라면 와룡산 한 자락이

영산홍으로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그 모습에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직접 가서 보니 왜 영산홍을 이곳에 심었는지 알겠다.


영산홍이 붉게 물든 자락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두 그루의 소나무는 영산홍이 없어도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와룡산 자락에 강바람을 맞으며 자란 이 두 그루의 소나무는

사진 작가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소재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붉게 물든 영산홍 중심에 우뚝 선 두 그루의 소나무는

그야말로 압권이라 아니할 수 없다. 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

이 길을 지나다니며 늘 저 장면을 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소원을 풀었다. 


영산홍을 보고 내려오는데 맥이 빠진다.

멀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20분이면 올라가는 길인데 힘에 부친다.

어제 먹은 술탓인 모양이다.

요즘 술 한 잔 거나하게 하고나면 다음 날 당장 표가난다.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수목원도 가려다 말았다.

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우나나 같다가 푹 쉬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내도 오늘은 푹 쉬잔다.


바로 가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강 건너 겨울에 새 찍으러 다니던 강변으로 갔다.

영산홍이 만개한 모습을 올려 보기 위해서다.

같은 곳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니

강 건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역시 강 건너가서 보니 영산홍이 점령한 와룡산 자락 전부를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갔다.

내려오면서도 여기저기 길이 있는 곳은 일삼아 다니며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다.

오늘 와룡산 영산홍은 나 만큼 알뜰살뜰 살펴 본 사람도 없지 싶다.

그동안 미루어 왔던 과제를 해결한 것 마냥 뿌듯함이 밀려온다.

숙원사업 하나 해결한 느낌이다.

























박태기나무


각시붓꽃





각시붓꽃


각시붓꽃




고들빼기



오동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