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날, 지리산이 주는 복을 받으로 갈까요.
-이 좋은 봄날에 지리산 서북능선을 걷는다.-
■ 언제 : 2016. 5. 5.(목) 어린이날
■ 어디로 : 지리산 만복대(萬福臺), 1438m
■ 누구랑 : 아내랑
■ 산행 경로 : 성삼재휴게소 - 0.5km - 당동고개 들머리 - 1.0km - 고리봉 - 1.8km - 묘봉치 - 2.2km - 만복대 - 2.2km - 정령치 휴게소 <총 7.7km>
흔적
만복대는 지난해 2015년 6월 27일 전임교 GB산악동아리 회원들과
정령치에서 성삼재를 목표로 일기가 불순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산행을 감행했던 적이 있었다.
막상 정령치에 도착하니 비가 오락가락해 다소 망설이긴 했다만
비가 계속해 내린다면 돌아올 각오를 하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결국 산행 20여분 만에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가 내려
만복대 산행은 불발로 끝나고 대신 노고단까지 가는 것으로 만족을 한 적이 있었다.
주절주절 비가 내렸음에도 지리산까지 온 것이 아까워 노고단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랬던 성삼재-만복대-정령치 구간을 오늘 아내와 다시 찾았다.
당초에는 이번 5월 연휴가 꽤 길어 처가에 진을 치고
괴산 일대의 산군을 찾기로 했었는데
5일 늦은 밤부터 시작해 6일엔 전국적으로 비가 많다는 예보가 있어
비가 오지 않는 5일 낮엔 저번에 비로 인해 가다가 못간 만복대를 다녀오고
비가 온다는 6일에 처가로 가 이틀 밤 정도를 묵으며 괴산 명산을 찾기로 계획이 수정되었던 것이다.
萬福臺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 그리고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걸쳐 있는 봉우리다.
지리산의 많은 복을 지니고 있다는 만복대는 지리산의 서북능선으로
지리산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2구간인 성삼재에서 정령치로 가는 길에 있다.
지리산 주능선으로 가는 길에 비해 다소 유순한 길이기는 하나
그래도 성삼재-정령치 구간은 거리가 멀어 그리 호락호락한 길은 아니다.
성삼재에서 만복대까지 5.3km,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 2.0km에 달하는
무려 7km가 넘는 길을 고만 고만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를 되풀이해야 한다.
작년에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했다가 불발로 그쳤을 때는 정령치를 기점으로 삼았는데
이번에 아내랑 함께 했을 땐 성삼재를 기점으로 삼았다.
어느 코스든 길게 쭉 넘어야 하니 왕복 산행을 하지 않고서야
종착지에서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먹고 성삼재에서 정령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성삼재에서 출발을 하니 성삼재에서 만복대 구간이 너무 길었다.
차라리 작년에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했던 정령치쪽에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거리가 짧고 오름도 성삼재에 비해 더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가는 내내 괜히 성삼재를 기점으로 삼았다 싶었다.
만약 얼레지와 물푸레나무에 만발한 하얀 꽃이 보이지 않았다면 무척 지겨웠을 것이다.
햇볕도 따가워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성삼재는 마한 시절 성씨가 서로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라 하여 이름이 그리 붙었다.
늘 가던 성삼재였지만, 오늘에서야 성삼재의 의미를 알고 간다.
만복대로 가는 길은 다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내가 본 견지로는 무엇보다 노고단에서 반야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100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빼어난 봉우리라는 점이다.
만복대로 가는 줄곧 지리산 주릉을 보면서 간다.
지리산 품속에 쏙 들어가면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고리봉에서 만복대에 이르는 3㎞ 정도의 능선은
지리산에서 가장 드넓은 억새 평원이 펼쳐져 있기도 한 곳이다.
물론 지금은 때가 아니어 억새가 출렁이는 물결을 볼 수 없지만
가을이 익을 때쯤이면 장관을 연출하리라.
바래봉은 지금 철쭉제가 한창이다.
만복대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멀지 않은 곳이건만
만복대의 철쭉은 이제 봉긋한 봉우리가 솟아나고 있다.
서로 이웃한 곳이면서 상황은 영 딴 판이다.
곧 만복대의 철쭉도 장관을 이루리라.
이번 만복대-정령치 구간은 길이 멀어 다소 무료하기도 했지만,
그 무료함은 발레하는 여인의 모습을 한 환상적인 얼레지가 줄곧 달래주었다.
2015년 4월에 김해 무척산을 갔다가 예기치 않게 얼레지 대군락을 발견하고 올해 처음 만났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지금쯤 얼레지는 거의 다 지고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리산 만복대는 지금 얼레지가 한창 피고 지는 중이었다.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얼레지와 한판 신나게 놀다온 산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산 주릉을 밟았을 때와는 달리 다소 무료할 수도 있었던 산행을
얼레지가 어르고 달래주었다.
기대 이상의 산행 길이었다.
난, 계절에 상관없이 기회만 닿으면 언제든 만복대 구간을 넘고 싶었다.
늘 가던 지리산 코스를 벗어나 서북능선을 걷고 싶었던 것이다.
서북능선을 걸으며 지리산 주능선 100리길을 내내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늘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지리산을 가까이서 보며 걷는다는 것
그 또한 지리산 종주 못지않은 매력이 넘치는 길이다.
만복대를 다녀옴으로써 우리 부부는 이제 지리산과 꽤 많이 친숙해졌다고 본다.
지리산을 다 짚어보지는 않았지만, 웬만큼은 다녀간 것 같다.
그럼에도 지리산은 자꾸 우릴 부른다.
조만간 또 달려가야겠지.
어디로 갈지 나도 궁금해진다.
사진으로 보는 가고팠던 지리산 서북능선 만복대
성삼재는 마한 시절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이 고개를 지켰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전경. 여기오면 늘 이 자리에서 사진을 담는 것으로 지리산을 시작한다.
이번 방문길은 이쪽 노고단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 만복대 방향이다. 그리운 마음에 맘속으로 품기만 한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약 200m 지점에 만복대로 가는 들머리가 나온다.
어라, 이게 뭔가? 얼레지가 아닌가? 아니 지금쯤 모두 지고 없어야 하는데 여긴 아직 이렇게 멀쩡하게 피어 있단 말이지. 올해는 얼레지 구경 못하나 싶었는데 횡재한 느낌이다.
처음 만나는 헬기장을 표식으로 남기고
또 때 늦은 할미꽃도 만난다. 난, 산행하면서 할미꽃 만나기가 쉽지 않던데 오늘 웬지 일진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피지도 않은 모습이 앞서 얼레지도 그랬고 지리산 만복대의 봄은 꽤 늦나보다. 바로 인근에 있는 바래봉은 철쭉제를 시작했다는데~
이건 또 뭔가? 족도리풀 중에서도 무늬족도리풀이 아닌가? 그런데 이 애들은 고개를 땅에 박고있어 이런 애를 찾자면 눈 꽤나 부라려야 한다.
에고, 이제 겨우 성삼재에서 0.5km~
그 흔한 병꽃나무의 꽃핀 모습도 올해 여기서 처음이네요.
하염없이 조릿대 사이로 난 폭신한 길을 따라 간다.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산정에 올라서면 이맘 때 흔히 보는 노랑제비꽃
성삼재가 갈수록 멀어져 보이니 만복대가 점차 가까워 지는구먼~
노고단 야생화가 생각나 자꾸 노고단을 바라본다.
흰젖제비꽃인가? 제비꽃 종류가 많아 볼 때마다 그림을 맞추고 이름을 찾아야 한다. 이제 이름 맞추기도 귀찮다.
성삼재에서 출발하면서 바라본 산동네도 다시 보고 간다.
성삼재가 자꾸 멀어진다. 만복대는 더 가까워지고~
고리봉. 성삼재에서 표지석이 있는 첫봉우리다.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대도 난 찍을 때마다 폼이 안 나온다.
바래봉은 철쭉제가 진행 중인데 여긴 철쭉꽃망울이 맺히고 더러는 피어 있고 그렇다.
댓잎현호색. 그냥 현호색으로 통합되었다고 한 것 같은데~
큰구슬붕이도 올해 처음 만난다.
산정 능선엔 물푸레나무꽃도 한창이다.
쥐오줌풀도 심심하면 눈에 띈다.
능선에 핀 물푸레나무의 꽃은 지친 산객의 피로를 풀기에 그저 그만이다.
어라, 얼레지가 또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떼거리로 무리지어 있다.
발레하는 무희의 모습. 널 두고 바람난 여인이라 했던가?
허, 이 친구 인물 보소. 바람끼 다분하네요.
작년 김해 무척산에서 처음으로 대군락지를 만나고 만복대에서 또 엄청난 군락지를 만난다.
풀솜대도 곧 하얀꽃을 피우겠지.
심심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쥐오줌풀
물푸레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솜방망이의 자태도 뛰어나고~
이제 가야할 곳 보다 온 길이 더 많네요.
철쭉도 색깔이 다양하다.
만복대에서 두 번째 헬기장
(쇠?)물푸레나무 군락도 만나고~
색감 좋은 세잎양지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미나리아재비는 팔공산, 최정산에 가면 흔해 빠졌는데 지리산에서 봤다고 더 귀티가 나네요. 이놈은 언제봐도 기름기가 번들번들하다.
병꽃나무
만복대가 보인다.
꽃망울 머금은 철쭉. 이제 곧 터지겠다.
성삼재가 저멀리 아스라이 보이네요. 넘어온 능선. 많이도 왔다.
저 바위는 사람을 꼭 저렇게 세우나 보다.
어휴, 지나온 능선을 보니 까마득 하네요. 언제 이만큼 왔지. 사람 발걸음 한 발짝 한 발짝 참 무섭다.
만복대는 이제 저만큼 밖에 남지 않았다.
만복대 이제 거의 다왔다.
또 지나온 길을 쳐다본다.
만복대,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이다.
점점 가까워 지는 만복대
만복대 닿기 전에 다시 뒤돌아 넘어온 능선을 바라본다.
저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넘어온 능선길
먼저간 아내는 날 기다리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군~
바래봉 철쭉은 난리도 아닌데 만복대 철쭉은 형편이 이렇다.
고원에 바위 하나 있는 저기를 어째 그냥 지나칠소냐.
조망이 좋아 다시 뒤돌아 넘어온 길을 바라본다.
또 본다.
드디어 만복대다. 먼저온 아내부터 한 장 찰칵~~~
이제 정령치까지 2km만 가면 된다.
나도 찰칵~
정령치로 가는 길에도 얼레지~
처음 보는 나무 같다. 시닥나무
이맘 때 얼레지는 천국이구만~
철쭉
드디어 정령치까지 왔다.
동물 이동로를 만드는 현장
먼저 내려간 아내가 마침 바래봉에서 정령치로 손님을 태우고 온 택시를 만나 쉽고 훨게 성삼재로 이동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남원이나 구례에서 택시를 부르면 3만원이나 그 이상을 주어야 할 텐데 우리는 운 좋게 13,000원에 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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