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을숙도에서 횡재한 날
■ 언제 : 2020. 12. 6.(일)
■ 어디서 : 을숙도에서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아내랑 둘이서 을숙도 겨울철새를 보러 갔다.
열흘 전 서교장과 한번 갔다온 곳이라 여기 사정은 좀 알고있다.
서교장과 갔을 때는 생각보다 좋았다.
오늘은 열흘이 지났으니 모르긴 해도 지금 가면 그때보단 더 좋을 것이다.
그리 믿고 무조건 큰소리부터 쳤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내가 먼저 따라나섰다.
근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찍힌다더니 오늘은 큰고니의 상황이 그때만 못했다.
물때가 달랐던 것이다.
열흘 전 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왔다마는 1시간 정도야 사진찍다 보면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물이 빠지고 차는 시간이 달라진 걸 몰랐다.
큰고니는 저 건너 다리 가까이 모두 진을 치고 아예 움직일 낌새조차 없다.
그래도 있다보면 물이 빠질 것이고 큰고니는 절로 탐조대 앞으로 날아올 것이다.
만약 그리만 된다면 저 많은 무리의 큰고니가 비상을 해 일시에 날아오를 것이다.
은근히 장관이 연출되리란 기대감에 기다림이란 지루함은 오간데 없다.
마냥 기다리고 있을수만 없는 아내는 산책을 하러갔다.
여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을숙도라면 어떤 곳인가?
우리 대학시절 낭만과 사랑이 넘쳐나던 곳이 아닌가?
내겐 단 한 번도 그런 추억이 없었다만 얘기는 많이 듣고 살았다.
아내는 걷고 싶다며 을숙도를 한 바퀴 돌고 온단다.
같이 하지 못해 미안했지만, 마냥 넋놓고 기다리는 것보단 생산적이라 그러라고 했다.
나는 호시탐탐 이 녀석들과 대치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녀석들이 언제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예상대로 2시간쯤 지나니 녀석들이 서서히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많진 않았다.
이상하다! 움직일 때가 됐는데...
물때가 아닌가 싶어 탐조대 앞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아직까지 물이 많이 빠지지 않았다.
오늘은 일찍 올라가 아내랑 스크린 한 판 칠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스크린을 포기하던지 여기서 더 죽치고 있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지루해 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대충 찍고 자리를 뜨야하는 게 맞는데...
잊을만 하면 나타나 파란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맹금이 눈에 거슬린다.
저녀석을 잡아야 한다.
열흘 전에도 나타난 녀석이다.
그런데 너무 높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높이에 떠있다.
내 카메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을 뿐이다.
가뭄에 콩나듯 가까이 오는가 싶더니 곧 방향을 선회하여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러기를 몇 차례 여전히 멀었지만 그나마 사정권 안에 들었다 싶을 땐 그 틈을 놓칠새라
따발총 갈기듯 셔터를 쏘아댔다.
잘 잡혔는지 모르겠다만 형태는 볼 수 있을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뭔일!!! 집에 와 확인을 하니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흰죽지수리와 늘 담고 싶었던 솔개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맹금류라곤 솔부엉이와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정도밖에 취급을 못했는데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보고 싶었던 솔개도 잡아보고
흰죽지수리란 놈과도 조우했다.
흰죽지수리는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 겨울철새이면서 나그네 새로 통하고
주로 하늘을 맴돌며 땅 위에 있는 먹이를 찾아 기회를 노리는 녀석이다.
먹이는 주로 크기가 작은 포유류와 뱀 또는 수금류를 겨냥한다.
성조의 형태는 검독수리와 비슷하지만 꼬리가 짧고 날개폭이 균일하게 넓으며 날개끝이 사각형이다.
오늘 내가 본 흰꼬리수리는 성조가 아닌 어린새다.
성조랑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보여 도감을 찾아도 이름조차 얻기 힘들었다.
할수없이 내가 애용하는 조류 밴드에 문의를 하고 도감과 비교해 동정을 한 결과
흰꼬리수리 어린새란 확신을 얻었다.
좀 가까이 다가왔더라면 금상첨화였지만 그건 욕심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정도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것만도 큰 행운이다.
나도 넘들처럼 하늘 높이 나는 맹금류를 사냥하고 싶었는데 늘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럴때면 늘상 장비탓만 할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지 싶다.
하지만 아내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최대 난관이다.
그래도 퇴직하고 백수건달처럼 빨빨거리며 돌아다닌다고 눈총을 주거나
돈벌이 안 한다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 좋다.
그나마 다행이다.
당분간 공휴일엔 아내랑 놀아주고
주 중엔 그냥 혼자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볼란다.
근데 이것도 이제 지겨워질라칸다.
조만간 뭐라도 해야될 것 같다.
숲해설가 자격증은 취득해 놓고 혼자 놀고 있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흰죽지수리
솔개
대백로
쇠기러기
쇠오리
청둥오리 & 고방오리
큰고니
요긴 주로 고방오리가 많네요.
큰고니
여긴 에코센터 2층 유리창 너머로 담음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닭 & 덤으로 한국재갈매기 (0) | 2020.12.19 |
---|---|
주남저수지 겨울철새보러 올해 두 번째 방문 (0) | 2020.12.08 |
을숙도의 겨울철새 (0) | 2020.11.25 |
재두루미나 보러 가자. (0) | 2020.11.19 |
박새/곤줄박이/동고비/동박새 (0) | 2020.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