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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운문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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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산(1,188m) 산행을 끝으로

영남알프스 산군은 휴식기에 들어가다.


 

 

■ 언제 : 2013. 11. 23.(토)

■ 어디로 : 밀양 운문산(1,188m)

■ 누구랑 : 아내

위치 :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과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다.

■ 산행 기점 : 석골사

      위치 :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원서3길 167    문의처 : (055)352-6557(석골사), (055)359-5639(문화관광과)

■ 산행 경로 및 구간 거리

     석골사 주차장 - 0.2km - 석골사(바로 위에 억산 가는 갈림길) - 0.5km - 억산, 팔봉재 갈림길 이정표 - 0.8km - 범봉 갈림길 이정표 - 0.1km - 딱밭재 갈림길 이정표(2-1지점) - 0.4km - 정구지 바위 - 1.0km - 돌탑군 - 0.8km - 상운암 - 0.4km - 석골사, 운문산, 딱밭재 삼거리 - 0.3km - 운문산 - 4.0km 추정 - 함화산 방향으로 석골사 회귀

산행 거리 8.7km

■ 산행 지도

 

 

 

  운문산(1.188m) - 듬직하고 중후한 영산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1240m)에서 서쪽 능선으로 아랫재를 거쳐 연결되는 이 산은 한마디로 듬직하고 중후한 산이다. 이 산을 멀리에서 바라보기 좋은 곳은 국도 20호선 중, 동곡에서 방지로 넘어가는 방지재의 방지쪽 도로변이다. 억산 능선으로 연결된 운문산의 모습은 아주 후덕스럽고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또 한곳 이 산을 바라보기 좋은 곳은 운문사를 지나자마자 개울을 건너는 목골쪽으로, 목골에 조금 들어서면 운문산은 잠시 위용을 나타내는데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보는 모습은 영산다운 신비한 모습이다.청도쪽에서 운문산을 오르는 길은 사리암을 지나 천문계곡을 통하여 아랫재에서 우측 산능선으로 오르는 방법과 운문사에서 목골계곡을 통하여 천문지기골로 올라 딱밭재에서 좌측 능선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딱밭재에서 우측 능선을 타면 억산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운문사 위쪽은 자연 휴식년제로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또 하나 운문산을 오르는 방법은 금천 박곡리를 지나 대비사를 거쳐 억산에 올라 팔봉재와 범봉을 넘어 딱밭재로 오르는 능선길이다.자연 휴식년제로 입산이 통제되고 있는 운문사 안쪽 골짜기에는 비경이 많다. 천문동 계곡, 사리암의 배넘이골, 학소대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대개 사리암 입구를 지나는 큰골 주변에 있다. 그러나 운문사를 지나 바로 개울을 건너는 목골로 들어서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계곡의 옥류는 흐르는 것이 아니고 아예 구르는 듯하며 전인미답의 안골은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딱밭재로 오르는 활엽수림의 터널은 가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달디단 향기를 품어내고 딱밭재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평탄하면서도 때로는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운문산 정상에서 청도쪽으로는 구름아래 낮은 연봉이 줄지어 있어 연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경남쪽의 등산로가 인파에 시달려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은데 비하여 깊고 짙푸른 소와 오랜 물살에 부드러운 선으로 조각된 계곡의 암반, 때묻지 않은 원시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청도의 운문계곡과 산은 신의 아름다운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청도군청 홈>

 

 이 글은 청도군청 홈에 소개된 글이라 주로 청도군의 시각에서 바라본 운문산의 소개 내용이 대부분이다. 밀양쪽에서 오르는 운문산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으니 이 글은 청도 방향에서 본 운문산 소개글로 보면 된다.

 

 

 흔적

 

 영남알프스는 울산 쪽으로 울주군 상북면ㆍ삼남면에 걸쳐 있고, 밀양은 산내면ㆍ단장면에, 양산은 하북면ㆍ원동면에, 청도는 운문면에, 경주는 산내면에 걸쳐 있는 광활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흔히 영남알프스라 함은 가지산(1,241m)을 필두로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의 7개 산을 지칭하나, 운문산(1,195m), 문복산(1,015m)을 포함하여 9개의 산군을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특히 이 9개의 산군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 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속하며 그 유명세가 실로 대단하다. 한 지역에 100대 명산에 속하는 산이 4곳이 있다는 사실과 100대 명산에 손색없는 또 다른 산이 즐비함은 이 지역 주민들에겐 크나큰 홍복이 아닐 수 없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영남알프스 자락에는 얼마나 많은 천연고찰이 민족의 숨결과 함께 뿌리내리고 있는가?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면 먼저 양산 통도사를 시작으로 청도 운문사와 사리암, 밀양 표충사, 울산 석남사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며, 그 외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는 고만고만한 지역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야말로 이 지역은 예부터 터가 좋은지 명산대찰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절이 많다는 것은 좋은 터가 많다는 반증이리라.


이런 명소가 즐비한 영남알프스의 9개 산군을 아내와 나는 고헌산과 문복산을 제외한 7개의 명산을 다녔다. 인접한 구만산을 포함하면 8개의 산을 다녀온 셈이다. 주로 2011년 10월과 11월에 집중해서 다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오늘,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운문산을 다녀왔으니 이로써 영남알프스는 나름대로 만족할 만큼 풍족하게 돌아본 셈이다. 이제 당분간 영남알프스 구간은 잠시 휴식년제를 가지고, 앞으로는 가보지 않은 또 다른 산을 찾아 정처 없이 먼 길을 나서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운문산에 와보니 이제 산에 오르는 것이 힘에 부친다. 언제 힘들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마는 오늘은 유달리 다리에 힘이 더 없다. 이제 올레길이나 둘레길, 자드락길, 소리길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오만가지 형태의 길을 찾아다녀야 할 것 같은 나약한 마음이 든다.


운문산으로 접근하는 길은 밀양시와 청도군의 두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밀양으로 접근하기 쉬우면 석골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좋고, 청도가 가까운 사람은 자연휴식년제로 입산 통제가 된 지역을 피해 운문사 사리암을 출발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구간이 좋을까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하다가 가장 구미가 당기는 밀양 산내에 있는 석골사를 들머리로 잡았다.


석골사에서 운문산 정상까지는 4.3km로 비교적 먼 길이다. 왕복 산행만 하더라도 석골사 주차장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9km 거리에 있다. 석골사를 시작으로 출발하면 처음에는 산책길과 같은 순순한 길이 연이어져 코스 선택을 잘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대략 2km 정도는 1,000고지가 넘는 요량하고는 산행길이 유순한 편이나 그래도 명색이 영남 지방에서 1,000고지가 넘는 산인만큼 그리 호락호락 할리가 만무하다. 정상 2.3km 이전부터는 된비알이라 하기에는 다소 약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오르막길을 내내 올라가야 하니 절대 만만하지 않다.


석골사에서 운문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곧장 가는 길과 다른 곳으로 갈라지는 길이 몇 군데 있다. 곧장 가는 길은 석골사에서 정구지바위와 상운암으로 계속 이어 가면 되지만, 갈림길은 석골사 가까운 곳에서 억산으로 가는 방향과 뒤이어 팔풍재로 가는 길 그리고 범봉으로 올라 운문산으로 돌아가는 길과 딱밭재로 돌아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산행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면 되지만, 우리는 곧장 가는 길을 택하여 올라갔다.


꽤 긴 상운암 계곡을 따라 고즈넉한 산사에 안착하니 여기가 바로 상운암이다. 운문산의 상부에 위치한 상운암은 조계종 제15교구인 통도사 말사인 석골사 산내암자로 예로부터 천진보탑으로 이름난 정진 터였다고 하나 지금은 전쟁 직후 모든 당우가 소실되어 1960년에 지어진 요사채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상운암이 현재 호화로운 모습으로 치장을 한 채 대중을 반겨줄리 없다. 꽤째째한 모습이 오히려 세속적이지 않아 좋고, 돈 많고 화려한 절의 처마 밑에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예쁜 단청보다 바람이 숭숭 새는 엉성한 암자의 모습이 더욱 정겹다. 현재 청정수행 도량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날씨가 차가워 그런지 아무도 없고, 빈집에 바람과 구름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모습이  정답다. 불현듯 문고리를 열고 들어가 동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러나 상운암 요사채는 비어 있다고 아무나 막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리라. 염치불구하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먼저 자리 잡은 빈객인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그들이 다니면서 본 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한적한 상운암에서 보온밥통에 넣어온 따뜻한 시래깃국에 밥 말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운문산 정상으로 갔다. 상운암에서 운문산까지는 0.8km 떨어져 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산행하면서 정상까지 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왠지 지겹기도 하고 발걸음이 평상 시 산을 찾는 기분과는 많이 달랐다. 아마, 꽃을 보지 못하고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세속의 찌든 때가 살며시 보이는 모습이 서글픔으로 다가와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벌써 예까지 왔거늘.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 싫으면 언제든 발길을 되돌릴 생각을 하고 찬찬히 묵묵하게 걸었다. 그러다보니 어느틈에 우리도 모르게 상운암을 지나 정상까지 당도하였다.


막상 정상에 당도하여 운문산 1,188m의 커다란 정상석 앞에 서는 순간 희비가 엇갈린다. 항상 높은 산 정상에 다다르면 그 정상이 안겨주는 포만감과 감흥은 늘 별난 맛이 있는 법이다. 힘이 들 땐 언제든지 포기하고 싶었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모든 어려웠던 순간이 봄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이 정상 등정의 매력이다. 아마 산꾼은 그런 마음을 만끽하고 싶어 산에 오를 것이다.


운문산 정상아래 높고 낮은 연봉이 쭉 이어져 있다. 산 넘어 산이 파도처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정상에서 마음껏 운문산이 내 주는 파노라마 같은 조망을 즐기고 있자니 시간이 지체되는 줄도 모른다. 정상에 도달한 시간이 늦어, 오면서 거치지 않았던 딱밭재로 가서 딱밭재 능선길 조망을 즐기면서 왔던 길로 회귀할려고 했는데, 가지고 간 지도를 살펴보니 함화산 쪽으로 가는 것이 빠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감돈다. 정상에 있는 몇 안되는 산우에게 물어보니 모두 함화산 가는 방향을 아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딱밭재 삼거리로 가는 사람은 있어도 함화산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도에는 분명히 함화산 방향의 등선이 짧게 나타나 있고 주능선 길 마냥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분명 길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왔던 길 좋은 길로 가자고 만류하는 아내의 의견을 묵살한 채 고집을 부려 기어이 함화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우리가 그쪽으로 가니 우리보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따라 오더만, 뒤이어 젊은 부부 1팀이 가세하여 이내 우리를 앞질러 가고 없다. 이 양반들 우리 따라 나섰다가 아마 식겁 했을 것이다.


도상 표시로는 분명 길이 좋을 것 같았는데 역시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은 무슨 문제가 있어도 있다고 봐야 한다. 거기다가 이정표 역시 석골사 방향은 표식조차도 없었다. 아내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역시 막무가내식 고집이 화를 자초했다. 꽃 지고 잎 떨어진 을씨년스런 철쭉 군락을 지날 때만 해도 ‘봐라, 길이 얼마나 좋노. 딱발재로 갔으면 분명히 해 진 후 도착 할 텐데’ 하면서 의기양양했는데, 아뿔싸 좋은 길은 20여 분 정도 그게 다였다. 이후부터는 사람 발길이 닿은 흔적도 없는 길이 나오더니 급기야 경사는 급해지고, 낙엽은 얕게 덮인 곳이 발목을 덮는 정도였지 보통 정강이 높이까지 쌓여 있는 깊고 긴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용을 쓰며 내려왔던지 아내의 원성은 고사하고 지리산 당일로 10시간 넘게 산행했던 것보다 더 큰 후유증으로 나타났다. 보통 나 같은 경우는 산을 천천히 슬금슬금 다녀서 그런지 웬만해서는 다녀오고 나면 다리가 뭉치거나 한 적은 거의 없는데 이번은 된통 고생한 모양이다. 며칠째 계단을 내려갈 때 절룩거리고 있다. 물론 아내는 나보다 더 심하다. 잘못된 판단 뒤에 돌아오는 아내의 원성은 자못 심각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날따라 산에 안 댕길라 칸다. 큰일 났다. 앞으로 누굴 데불고 댕기지...^^^ 함께 다니기엔 마눌이 질로 편한데.


운문산 산행을 끝으로 영남알프스 9개의 산군 중 7개의 산을 다녀왔다. 모두 다 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웬만큼은 영남알프스를 돌아본 꼴이다. 영남알프스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산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인 만큼 전국에서 많은 산객이 사계절 항상 들끓고 있는 곳이다. 과연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이 이렇게 다닥 다닥 모여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이제 영남알프스는 웬만큼 다녔으니 아쉽지만, 이쪽은 당분간 휴식기를 취해야겠다. 앞으로는 앞서 얘기 했듯이 둘레길을 찾아갈 것인지 자락길을 찾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이제 산이 점점 힘들고 지친다.

 

 

 

 

 

 

운문산(호거산) 사진 기행

 

 

운문산 정상석에는 ‘운문산’이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져 있고, 그 오른쪽 옆에는 새긴지 얼마되지 않은 ‘호거산’이란 또 다른 명칭이 자그마한 글씨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명산대찰인 운문사 현판에는 ‘운문산 운문사’가 아닌 ‘호거산 운문사’로 표시되어 있다. 운문산과 호거산은 같은 곳인지 같은 곳 다른 이름인지 혼돈이 심하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도 없는 호거산은 과연 어디를 말하는 걸까? 알아보니 여러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평범한 풀이는 '호거산이 운문산'이라는 설이다. 운문산에서 절 이름을 따왔고, 옛 사람들이 운문산을 호거산으로 불렀다는 연유에서다.

하지만 운문사에서 운문산까지는 약 5.2㎞. 풍수전문가들은 이 산이 운문사의 주산이 되기에는 지세나 기운이 약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복호산을 호거산으로 보기도 한다. 신원리에서 복호산을 바라보면 산 이름대로 '호랑이가 엎드린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고산자 김정호도 대동여지도에 운문사를 감싸는 산에 호거산으로 표기했다. 운문산과 억산 사이에서 절 오른쪽으로 불거진 산줄기가 호거산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능선에 있는 범바위나 호거대(일명 장군·등심·등선바위)가 '호거'라는 설명이다. 설은 난무하지만 아직 정설은 없다.


그러니 산을 찾기에 급급한 우리 같은 사람은 운문산인지 호거산인지 바로 불러줄 여력이 없다. 더 이상 혼돈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이름을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 석골사에 있는 주차장. 보시는 바와 같이 주차장은 자리가 많이 협소하다. 늦은 시간에 주차장에 당도하면 차량 주차가 곤란하여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 시간이 늦어 주차가 어려울 경우에는 마을 어귀에 주차를 하면되지만, 산행 시작 지점인 석골사까지는 길이 멀어 애로가 많을 것이다. 

 

석골사는 관계자 차량외 일반 차량은 진입할 수 없다. 그러나 석골사 입구 가까이 소규모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주차가 가능하다면 산행에 별 어려움이 없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바로 석골사가 나타난다.

 

석골사 대나무 대문에 붙어 있는 좋은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대문 밖에서 바라본 석골사 전경. 하산 후 속속들이 탐방하고자 했으나 하산 시간이 늦어 결국 석골사 내부 전경은 탐방하지 못했다. 다시 가기 어려울텐데 다소 아쉽다. 하산하는데 너무 애를 먹기도 하고 저녁에 동기회 참석 시간이 너무 지체될까 싶어 내려오면서 먼 발치에서 본 것으로 대신했다.

 

석골사 지척에 처음 나오는 운문산과 억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억산으로 가는 길도 석골사를 기점으로 하면 되겠다. 

 

억산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 것 같고 운문산으로 가는 길은 여유만만하다.

 

처음 만난 억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10여분 오니 두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은 역시 억산과 팔풍재로 올라가는 길이다. 아직까지 운문산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다. 시간이 여유있으면 억산이나 팔풍재로 올라 운문산을 찍고 우리가 올라갔던 방향으로 하산하면 될 것 같다. 

 

위 사진 팔풍재 가는 갈림길에서 7분 정도 올라오니 또 갈림길이 나온다. 준비한 지도로는 아내가 가고 있는 왼쪽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지도를 눈여겨 들여다보니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파악했던 노선이다. 조금 올라가다 다시 내려와 운문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도 아마 팔풍재로 가는 길인 모양이다.

 

위 사진이 있는 갈림길을 지나 계곡을 가로질러 가면 이제 서서히 암반으로 형성된 등로가 이어진다.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이런 로프구간도 가끔 나타난다.

 

저어기 보이는 억산과 팔봉재를 넘어 오른쪽 능선으로 쭈욱 가면 운문산이다. 

 

낙엽활엽수에 붙어 있던 색바랜 잎들이 떨어지고 나니 서서히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아직 노랗게 물들어 모질게 매달려 있는 저 잎이 지고나면 어느틈에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겠지. 떨어져 쌓이는 낙엽을 보며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감을 실감한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나보다는 더 잘 간다.

 

석골사에서 경로 이탈없이 상운암으로 쭈욱 올라가는 길은 특별히 조망이 좋은 길은 아니다. 상운암 계곡과 함께 올라갈 수 있어 다행이나 그저 묵묵하게 가끔 한 번쯤 뒤돌아 보면서 가면 된다.

 

암반을 따라 한 고개 올라오니 또 평탄한 흙길이 나온다. 이런 길은 낙엽이 깔려있어 오히려 운치가 더 해 좋다. 

 

이 지점에서 범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면 계속 상운암으로 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상운암으로 처음 계획했던 길로 간다.

 

위 사진의 범봉과 상운암 가는 갈림길

 

또 낙엽이 깔린 평온한 길이 나온다.

 

일단 산 중에 있으니 열매를 보고 작살나무로 보자. 좀작살인지 새비나무인지는 아직 분간이 안된다.

 

조난 신고 표시 2-1 지점이다. 석골사에서 여기까지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산행이다.

 

2-1 지점에서 딱밭재로 올라 능선을 타고 운문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길에 상운암을 들러도 된다. 그리고 상운암에서 우리가 올라 온 길로 하산하면 대체로 무난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 상운암 방향으로 가서 운문산에 정상으로 갔다. 하산할 때 운문산 정상에서 딱밭재로 가서 이 지점으로 하산하여 오거나 아니면, 당초 올라갔던 코스로 하산했으면 나았을 건데 괜히 함화산 방향으로 가서 생고생을 했다. 함화산에서 석골사 방향은 오르내리는 등로가 험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굳이 밧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으로 계속 경사가 심해진다.

 

이 바위가 '정구지 바위'인 모양인데 바위에 새겨진 노란색 글씨를 못봤다. 상운암 방향을 표시한 붉은 글씨만 봤다. 정구지 바위는 옛날 마고할멈이 정구지를 앞치마에 담아 올라가다 잠시 이 바위 위에서 쉬다가 흘려 지금까지 정구지가 남아 있다고 전해온다.

 

 

상운암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산죽만 푸르고 대부분의 낙엽활엽수는 잎이 떨어져 빈 가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힘들게 꾸역꾸역 올라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또도도독 또도도독'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린가 싶어 무시하다가 계속 들리길래 소리나는 쪽으로 하늘 한 번 쳐다봤더니 딱다구리 한 마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다. 언젠가 칠곡 남원리에서 가산을 올라가다가 딱다구리가 쪼아 놓은 흔적은 본 적이 있어도 실제 내 눈 앞에서 딱따구리가 이렇게 쪼아대는 모습은 처음본다. 신기하여 이 놈이 하는 짓을 한 참 들여다 본다. 이 놈 이름은 아마도 '오색딱다구리'인 모양이다. 

 

너무 높이 있어 당겨 보았더니 희미하다. 그래도 검색이 가능할 정도로는 분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구야, 이놈이 먹이 찾느라 멀쩡한 나무 다 파제꼈네.^^^

 

또 올라간다. 가고 또 가보자.

 

녹색잎을 띤 산죽만 제 색깔을 내고 여름내 싱싱한 기운을 내뿜던 잎들은 오는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앙상한 가지만 잔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뻗어나와 연리목이 되어 버린 애들도 있다.

 

돌탑군까지 왔다. 석골사에서 2.8km 지점에 있다. 누가 쌓았는지 참으로 정성이 갸륵하다.

 

상부에 가까워지니 흘러내리던 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모습도 본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뿌리의 모습이 예술이다.

 

이제 등로는 아예 돌밭이다.

 

푸르름은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산죽밖에 없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저 나무는 얼마나 긴 세월을 이겨냈을까?

 

운문산을 오르내리면서 동백꽃같이 화려한 꽃과 껍질이 벗겨지는 줄기 모양이 보기 좋아 온대지역에서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 노각나무도 더러 만난다.

 

드디어 상운암에 당도한다.

 

긴 산행을 하시는 분은 상운암에서 식수를 보충하면 된다.

 

상운암에서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려고 많이 참았다. 우리를 위해 비어 있는 야전 간이 식탁에 아내가 먹을거리를 펼치고 있다.

 

함석판으로 된 상운암과 관음전 

 

요사채에는 나뭇가지로 엮은 문고리로 어설프게 잠겨있고 아무도 없다. 그저 바람과 구름만이 쉬어갈 뿐이다.

 

점심 식탁 자리가 근사하죠.

 

보온밥통에 담아온 따뜻한 시래깃국에 밥말아 먹었더니 최고~~~ 태양광 집열판도 있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네요.

 

상운암의 모습은 위 사진과 요 모습이 다다.

 

상운암 주목. 일반 주목과는 달리 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 자라면서 많은 가지가 뻗어 있다.

 

상운암 주목에도 꽤 연륜이 묵은 냄새가 풀풀난다.

 

자, 이제 상운암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늦었지만, 운문산으로 가볼까나.

 

상운암을 돌아나와 우회하여 운문산 정상으로 향한다. 이 길엔 잔설이 녹지 않고 아직까지 얼어 있다.

 

상운암에서 운문산 정상까지는 0.8km

 

상운암에서 20여분 올라가면 딱밭재와 운문산으로 가는 안부가 나온다. 운문산 정상에서 기점인 석골사로 가려면 정상에서 함화산 방향으로 가지말고 다시 딱밭재로 가는 이곳으로 돌아와 석골사로 내려가는 것이 편하다. 우리는 이 길이 초행이라 멋도 모르고 함화산 방향으로 갔다가 길이 험하고 낙엽쌓인 길을 가느라 미끄러워 애를 먹었다.

 

운문산 정상석, 오른쪽 옆에 호거산이란 지명은 선답자의 정상석 사진에도 없었는데 아마 이름을 새겨 넣은지 얼마되지 않는 것 같다.

 

호거산이란 정확하게 어디를 얘기하는지 추정만 하는 것 같고 일반적으로 운문산을 호거산이란 이름으로 병행하는 것 같다.

 

함화산 방향을 하산하면서 바라본 운문산 정상. 함화산을 거쳐 석골사로 하산하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깊게 쌓여 많은 위험이 따른다. 낙엽에 미끄러지면 다치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한다. 

 

5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서산에 해가 떨어진다. 하산하면서 낙조를 보는 재미는 어디에 견줄 수 있겠나만, 길이 험해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하산하면서 석골사가 보이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이로서 오늘 산행은 늦은 시간에 출발하여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먼길 돌아 무사히 원점회귀를 했다.

 

운문산 산행을 끝으로 영남알프스 일대의 산은 당분간 방문을 멈추고 다른 곳을 찾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산 많다. 이 산의 끝이 어디까지 일런지 다녀봐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