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 탐조
■ 언제 : 2021. 5. 24.(월)
■ 어디로 : 포항
■ 누구랑 : 혼자
오늘 탐조의 주인공은 쇠제비갈매기와 쇠물닭이었다.
덤으로 흰배지빠귀 육추도 담고 황조롱이 곁으로 또 갈참이었다.
쇠제비갈매기 포란 현장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나 혼자밖에 없었다.
다들 포란이 끝나고 육추가 한창일 때 그때 많이들 오겠지.
지금 이 녀석들은 해안 모래사장 여기저기서 산란을 하고 포란 중에 있다.
지난번과는 달리 포란하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런데 지난번에 왔을 땐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걱정이 앞선다.
얘들이 하필 피서객들이 드나드는 해안 백사장에 둥지를 트는 바람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더욱이 알 색깔과 모래 색깔이 비슷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고귀한 생명을 짓밟을 수도 있다.
한적했지만, 그물을 던지며 고기를 잡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모래사장을 달리는 무슨 큰 차
쇠제비갈매기 알이 있는 바로 옆에 바퀴 자국이 나 있기도 했다.
바퀴가 뭉개버린 알이 있을지도 몰랐다.
오늘 실제 목격한 사례로 봐선 어떤 쇠제비갈매기는
모래사장에 착지해 주변을 두런두런 살피는 애도 있었다.
"마치 내 알이 어디 갔지 하는 표정이다."
사진기 들고 다니는 내가 다 무안할 지경이다.
얘들이 육추가 끝날 때까진 가선 안 되겠다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 피서객들도 드나들테고
진사들도 꽤 많이 몰려올 것이다.
온전할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서식지 관리를 위해 알을 낳은 곳엔 나무 막대기를 꽂아 주의하라고 표식을 해놓았다.
하지만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일주일 전쯤 내가 처음 여기왔을 때만 해도 난,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여기 늘 촬영가는 사람들은 내용을 알지만
일반 피서객들은 얘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알이 밟히지나 않을지 자못 걱정스럽다.
차라리 알이 있는 곳엔 키작은 붉은 삼각깃발을 세워 "여기 쇠제비갈매기 알이 있습니다."
라고 써 놓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또 대놓고 얘들의 근거지를 알리는 꼴이 되어 더 수난을 받을란가?
그도 합당한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색다른 묘안이 없을라나?
출입을 금하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육추가 끝나고 이소한 후 개방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그럼 우리 같은 진사들은 어쩌지.
도리없지. 안 가야지.
이 녀석이다. "도대체 내 알이 어디갔지"라며 한동안 서서 날아갈 생각은 없고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다. 보는 마음이 쨍했다.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물떼새 (0) | 2021.05.25 |
---|---|
흰죽지제비갈매기 (0) | 2021.05.25 |
쇠물닭 가족 탐조 (0) | 2021.05.25 |
황조롱이 유조 다섯 마리의 육추 현장 (0) | 2021.05.25 |
찌르레기 육추 장면 (0) | 2021.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