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기서도 솔부엉이를 만났다.
■ 언제 : 2021. 5. 26.(수)
■ 어디로 : 경북 모처
■ 누구랑 : 혼자
황조롱이와 찌르레기 육추 장면을 촬영하고
솔부엉이 안부가 궁금해 그를 찾아갔다.
몇 번 갔다가 빈 둥지만 보고 왔는데 오늘도 역시 그럴 거라 생각하고
그냥 무심코 습관처럼 탐조차 들렀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것에 비하자니 거리가 만만찮다.
90km가 넘는 먼 거리다.
빈손으로 올 것을 생각하니 내가 요즘 뭐 하는 건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탐조하는 재미도 있으니 일삼아 좀 걸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여긴 숲이 꽤 좋다.
노거수도 많고 나무에 둥지를 틀만한 크고 작은 구멍도 많다.
분명 뭔가 있을만하다.
그런 마음으로 왔다가 늘 빈손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도착하니 뻐꾸기 울음소리부터 들린다.
이 녀석은 늘 소리만 들려주고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오늘은 뻐꾸기를 찾아야겠다는 다부진 마음을 가져 보았지만,
욘석은 희한하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면 반대쪽 숲이 우거진 곳에서 소리가 나고
또 그쪽을 가면 또 반대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새를 찍으러 다니면서 가장 많은 소리를 들은 게 이 녀석이지만,
난 아직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내 언젠가 기필코 널 보고 말리라.
꾀꼬리가 후다닥 날아오더니 곁을 주지도 않고 날아가버린다.
오늘은 널 보러 온 것이 아니니 나도 너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련다.
후투티도 짝을 지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주변에 둥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널 품을 여유가 없다.
니들끼리 자유롭게 놀도록 하거라.
무심코 솔부엉이 둥지 곁으로 다가갔다.
몇 번 헛걸음 했기에 당연히 빈 둥지겠거니 아무 생각 없이 둥지로 향했다.
근데 갑자기 둥지에서 뭐가 후다닥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솔부엉이였다.
알을 품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놀라서 둥지밖으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저도 놀랐겠지만 실은 내가 더 놀랐다.
무심코 갔기에 내가 더 깜놀했다.
얘는 지금 포란에 들어갔다.
그걸 몰랐었기에 저나 나나 놀란 건 매양일반이다.
어차피 둥지까지 왔기에 둥지를 살짝 엿보았다.
알이 세 개 있었다.
처음 본 상황이라 휴대폰으로 인증을 하기 위해 샷을 날리는 순간
갑자기 사라졌던 녀석이 내 목덜미 뒤로 날아가며 날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알을 보호하기 위한 어미의 보호 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이크! 이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물러났다.
확인을 했으니 됐고, 포란에 방해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멀찍이 물러서
어미의 모습만 보고 가려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솔부엉이는 포기하고 주변에 다른 애들 또 없나 싶어 탐조에 들어갔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 숲이 우거진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 어미가 또 후다닥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미의 마음을 알기에 멀찌감치 자리를 피했다.
이 녀석은 암컷이다. 솔부엉이는 암.수 구별이 어렵다.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이기에 암컷이라 여긴다.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탐조하고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소리를 따라 걷기도 하고,
걷는 것 외 다른 재미가 없어
솔부엉이 둥지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고 떠나려는데
주변 나뭇가지 위에 뭐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바로 어미 솔부엉이였다.
내가 안 보이자 둥지로 들어가 알을 품다가 인기척이 들리자 다시 나와 주변 나뭇가지에 앉았던 것이다.
이번엔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녀석이 날 주시하고 있어 망원을 겨냥하면 곧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최대한 조심하며 한 컷 한 컷 인증샷을 찍는데 의외로 녀석이 요지부동이다.
위해를 가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는지 아니면 귀찮으니 얼른 찍고 가라는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잠시 모델이 되어 준다.
나도 알았다며 후다닥 셔터를 누르고 돌아섰다.
고마웠고 미안했다는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쁨은 배가됐다.
멀리 왔지만,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노랑할미새는 양념~ 저절로 날아와 찍혀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