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부엉이
■ 언제 : 2024. 06. 15.(토)
■ 어디 : 000원 - 000릉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솔부엉이, 호반새
솔부엉이 촬영은 이 정도면 거의 졸업 수준
이 녀석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호반새 소식이나 알고 싶었고 호랑지빠귀가 요즘 눈에 잘 띄지 않아 찾고 싶어 왔을 뿐이다.
어제 근교에선 큰유리새가 겁 없이 사람 곁으로 휙휙 날아오더니
여기선 호반새마저 사람을 공격하고
솔부엉이는 아예 대놓고 육박전을 감행할 태세로 덤벼든다.
요즘 새들이 왜 이러지?
짜슥들이 겁을 상실했나 아니면 내가 만만디로 보이나...
여기 솔부엉이는 그동안 잠잠했을 거다.
잠자는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으니 녀석이 그냥 있을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육추 중일 수도 있다.
그러니 녀석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처음엔 모자를 쓴 내 머리를 팍 스치고 지나가더니
심지어 내 가슴팍으로 날아들어 총알같이 비켜가기도 한다.
그러길 한두 번이 아니다.
보호 본능이 본인의 위험을 넘어서는 행동이다.
짜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그렇게 물렁하게 보이나.
내 오늘 널 그냥 두지 않으리...
너의 그 겁 없는 행동이 내겐 기회라는 걸 넌 모르냐 새대가리야.
내 오늘 널 기필코 잡고 말리라.
이런 기회는 내게도 없으니 너도 단디 각오하도록
그런데 녀석이 너무 가깝고 너무 빨리 다가와 생각처럼 잡기가 쉽지 않다.
초점은커녕 제대로 겨냥조차 어렵다.
나를 향해 다가올 땐 워낙 다급해 뷰파인더로 겨냥할 겨를도 없고
그냥 총구만 녀석을 향해 따발총을 갈겨대듯 다다닥 갈겨댄다.
수 백발의 총알은 하나도 맞은 게 없다. 맞을 리 있겠나...ㅋ
작전 급변경
사정거리를 넓히기 위해 내가 녀석으로부터 더 멀찍이 떨어졌다.
내 가슴팍에 달린 울음소리로 달려들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몇 차례 날 향해 날아들었다.
실패도 거듭했다.
하지만 몇 차례 실패한 후엔 점점 성공 확률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혼자 녀석과 논 시간은 30분쯤 된 것 같은데 그 시간에 원하는 사진은 웬만큼 건진 것 같다.
혼자 찍고 있던 날 보고선 뒤늦게 카메라를 꺼낸 사람을 위해 잠시 더 놀아주다가
이젠 더 괴롭히지 말자며 마감했다.
짜슥, 놀랐을 거다.
생전 이런 일이 없던 곳에 마치 정적이나 무법자가 나타나
아지트를 공략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지아비로서 그냥 있을 순 없지.
장하다. 솔붱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잘 놀아주어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했다.
다음에 오면 다시 안 부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