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눈이 멀고 꽃향기에 발걸음이 주저앉은 소백산 꽃바람 산행
■ 언제 : 2014. 8. 15.(토) 광복절
■ 어디로 : 소백산 비로봉 1439m
■ 누구랑 : 태릉숙, 위풍당당
■ 상세 경로 : 어의곡 주차장(새밭주차장) - 비로봉 (편도 5.1km, 왕복 산행)
흔적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소백산 야생화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며칠 전 아내랑 지리산 50리를 지리하게 걷고 왔음에도 또 다른 산 소백산엘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내는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고생 꽤나 해 소백산 산행을 하자면 아마, 기겁을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나도 아직 지리산 산행의 여파가 남아 심신이 온전치 않다만,
그래도 개학하면 아무래도 원거리 산행이 어려우니 소백산 정도는 한 번 더 다녀와야
방학이 끝나도 아쉬움이 덜 할 것 같다.
아내랑 지리산에 가기 전에 총무한테 산악동아리 7월 정기산행을 추진하지 못했으니
8월 정기산행 날짜를 맞추어 보라고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아내랑 헥헥거리며 지리산 반야봉을 지나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는 데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인 즉슨 산행이 가능한 사람은 세 명 밖에 안 된다고 한다.
허 ~ 참, 참가 인원이 세 명이라~ 세 명이라면 너무 작다.
총무로부터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그래도 정기산행인데 세 명으로 뭐하겠나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혼자서 어디라도 한 번 더 가야할 판국인 데
혼자보다는 세 명과 함께하면 더 좋지 않겠나란 생각이 들었다.
해서 비록 참가 인원은 작지만 함께 가자고 연락을 취한 후에
한 명은 사정이 생겨 빠지고 태릉숙이랑 위풍당당그녀랑 함께
도합 세 명이 소백을 찾아 길을 나섰다.
자칫했으면 혼자갈 뻔 했던 길을 그래도 셋이서 함께 해 얼마나 든든한지 몰랐다.
함께한 숙이와 위풍당당그녀와는 올 1월에 겨울 덕유산 능선을 맘껏 누비고 다닌 적이 있었다.
태릉숙은 거의 산다람쥐 수준이고, 위풍당당그녀는 나랑 수준이 엇비슷해
세 명이 함께하면 서로 다 다름에도 죽이 잘 맞는 편이다.
서로 서로 잘 챙겨주기 때문에 별로 불편함이 없다.
그러니 셋이서 어디 다니면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스타일로 자유롭게 산행을 한다.
어쩌면 서로 달라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소백산은 삼가리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삼가리 코스는 작년 6월에 아내랑 다녀온 코스였다. 비로사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코스인데 난이도를 중급 정도로 보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코스는 한 번 다녀갔던 길이라 가지 않았던 다른 길을 가고 싶다.
희방폭포 쪽으로도 한 번 다녀갔으니 이번에는 어의곡으로 들어가고 싶다.
난이도가 적당하고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인만큼
더운 날씨에 우리가 소백을 찾기에는 가장 적합한 장소라 여겨졌다.
들머리가 삼가리인 줄 알고 있을 숙이와 위풍그녀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않고
나 혼자 이러쿵 저러쿵 궁리를 하면서 어의곡으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지었다.
이 친구들 한테는 어의곡으로 가자고 하면 그냥 따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만나 어의곡으로 가자고 했더니 숙이가 하는 말이
자기도 작년 겨울에 꼭 이 코스로 눈밭을 헤집고 다녀간 적이 있단다.
난, 어의곡으로 가고 싶은데 숙이도 한 번 다녀갔다고 하니 갑자기 어떻게 해야하지 살짝 고민이 된다.
숙이도 역시 나처럼 다른 길로 가고 싶을 텐데 어쩌지...
이럴 땐 운전수 마음대로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대로 하자니 쬐금 미안하기도 해
다시 한 번 더 얘기했더니 이 친구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란다.
이 친구들 마음 씀씀이가 그래도 요량이 있고 선배라고 한 발 물러 서 줌이 내심 고맙다.
이럴 땐 고마운척하고 내 가고 싶은데로 가는 것이 상책이다.
난, 무조건 어의곡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고마워'하면서 그냥 어의곡으로 내달렸다.
어의곡은 새밭마을이라고도 하는데 소백산 비로봉을 찾는 코스로는 다소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이다.
난, 그래서 여기가 더 좋기도 했지만, 실상은 새밭골이 인적이 드문 곳이라
소백산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어의곡 주차장에서 소백산 비로봉까지는 5.1km로 정상까지 가는 최단 코스다.
난이도가 ‘중’ 정도 되는, 가는 길이 그리 험하지 않은 대체로 무난한 코스라고 보면 된다.
어의곡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계곡을 새밭골이라 하는데
이 골짝으로 흐르는 물은 수량이 풍부하고 산길이 시원하며 늘 습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중과 같은 고비류랑 음지식물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내가 예상했던 많은 야생화가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아마 이쪽으로 오면 희방폭포나 죽령고개로 넘어가던 곳과는 또 다른 야생화 풍경이
나를 반기고 있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머리 속에 이런 그림을 그리며 이쪽으로 왔는데
‘아뿔싸’ 비록 똑딱이지만 카메라를 놓고 그냥 왔다.
아침에 허둥대느라 카메라를 깜빡 잊고 길을 나선 것이다.
스마트폰 보다는 그래도 카메라가 나은데,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이 좋은 곳에 와서 ‘오늘 사진은 별로 건질 것이 없겠구나’ 라는
불안한 예감이 새밭골의 엄습한 기운과 맞닥뜨린다.
설상가상이라더니 스마트폰도 배터리 잔량이 54% 밖에 안 남았다.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하는 T-map을 2시간 넘게 사용하면 보통 90% 이상 충전이 되더니만,
오늘따라 충전양도 턱 없이 부족하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가던 중에 멸가치를 비롯해
이 여름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것 같아 보이는 눈빛승마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생전에 한 번 보지도 못했던 흰모시대까지 눈에 띈다.
잔량이 부족한 스마트폰으로 마구잡이로 찍다보니
역시 안부에 이르기도 전에 배터리가 소진되어 버린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위풍그녀가 내가 야생화를 좋아하는 줄 아는지라
안타까운 마음에 자기 폰을 기꺼이 나한테 내어 주며 마음대로 찍어랍신다.
할 수 없이 위풍그녀의 스마트폰을 내가 독차지하며 이것저것 마음껏 꽃과 풍경을 담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내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하다.
잘 찍히는지 찍히지 않는지 구분이 잘 안 되면서 찍기도 많이 찍었다.
대략 200여 장 넘게 찍은 것 같다.
비로봉 아래 넓은 고원은 그야말로 알프스의 대초원과 진배없는 황홀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 오늘 소백을 찾았는데 막상 올라오니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구름이 걷혀 소백산 조망을 훤하게 틔워 주는가 싶더니
금방 구름이 온 천지로 몰려와 순식간에 시야를 덮어 버린다.
덮었다가 열어주고 덮었다가 열어주고 그러기를 계속 되풀이 한다.
이렇게 구름이 너울대며 곡예를 하는 소백산정엔
둥근이질풀이 지천에 널려 산정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가 하면
노란꽃이 어여쁜 솔나리와 마타리도 황금빛을 내뿜으며 소백산정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그뿐인가 흰모시대를 처음 본 것을 시작으로 흰송이풀도 처음 만나고
산톱풀도 이렇게 높은 산에서 군락을 형성하며 자라는 모습 또한 처음 접해보는 광경이다.
눈길 한 번 주면 바로 비로봉인데 비로봉까지 쉽게 발이 닿지 않는다.
왜냐면 소백산정의 여름 풀밭이 아예 내 발걸음을 붙들어 맸기 때문이다.
동행한 두 사람은 기다리다 지쳐 진작 가고 없건만
혼자 비로봉 아래 드넓게 드리워진 초원에서 무려 30~40분을 더 놀다간다.
그래도 이 친구들 쓰다 맵다 말 한 마디 없이 내가 올라올 때까지 진득하게 잘 참고 기다려 준다.
이미 내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라 나한테 잘 단련이 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들은 지들끼리 사진 찍어가며 잘 놀고 있다.
이럴 때 보면 아주 듬듬하고 마음씀이 넉넉한 친구들이다.
수리취, 정영엉겅퀴, 층층잔대, 오이풀, 참취꽃, 파란여로 등등
그리고 늘 봐도 이름이 늘상 헷갈리는 산형식물을 눈에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찍고서야 비로소 비로봉에 올랐다.
비로봉에 오르니 역시나 감회가 새롭다.
그러니까 소백산 비로봉은 오늘로 세 번째 오른다.
아니구나. 두 번째인 모양이다.
한 번은 희방사에서 연화봉을 올라 죽령고개로 넘었으니 비로봉과는 별개라 봐야 된다.
비로봉에 처음 발을 닿았을 때는 아내와 함께 비로사가 있는 삼가리에서 올랐으니
그때가 처음이고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소백산 언저리를 왔다 간 흔적은 더러 더러 있었지만,
산행을 목적으로 소백산 높은 고봉을 오른 것은 오늘이 세 번째인 셈이다.
다녀야 할 산이 많음에도 소백산만 세 번이나 오다니 소백산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역시 오늘도 소백산 비로봉의 바람은 시원했다.
이 무더운 날 시원한 자연산바람이 불어주는 곳, 산 이외에 어디 있으랴.
바다... 그래 바닷바람도 산 못지않겠지.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소백산 비로봉에서 맞는 바람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비로봉 바람이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백산 바람인데 비로봉 바람이 그냥 있을 리 만무하다.
가뜩이나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카메라로 찍어 익숙하지 않은 데
산들바람까지 쉼없이 불어 꽃잎을 살살 흔들어대니
오늘 좋은 사진 건지기는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폰의 액상화면으로는 보기가 괜찮아 내심 기대를 했는 데
막상 집에 와 컴퓨터로 옮겨 보니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비로봉까지 올라 왔는데 그냥 바로 올라왔던 길로 하산하자니 쪼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연하봉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 슬렁슬렁 주목감시초소까지 내려갔다.
햇빛을 가려주는 초소 한편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비로봉을 바라보니
비로봉이 저 멀리 꽤 멀어 보인다.
눈에 보이는 만큼 이렇게 길게 내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멀어 보인다.
피곤이 엄습하여 착시현상이 나타나나 보다.
초소에는 산불 및 생태구역 보전을 위해 감시를 하는 국공지킴이 두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 지체를 했기 때문에 어의곡으로 하산하자면
숲이 우거진 곳이라 해가 빨리 떨어진다고 하며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그럴 것 같아 점심을 빠르게 먹고 소백산지킴이 두 사람에게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권하고, 서둘러 일어섰다.
비로봉에서 초소로 내려오는 높은 산등성에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200~400년 묵은 주목이 군락을 이룬 채 자라고 있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망봉과 연화봉에 이르는 능선에 30,000여 그루의 주목이 성장했다는 데
지금은 비로봉에서 주목감시초소로 오는 곳 외에는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것이나마 소중하게 여겨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산불이 발생해 모두 일시에 또 사라져 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주목감시초소에서 비로봉으로 다시 올라가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정기를 흡입하며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주목의 정기를 제대로 받았는지 막상 올라가니
눈에 보이는 만큼 그리 멀거나 힘들지 않았다.
소백산에 올라 누릴 것 다 누렸으니 이제 하산 할 일이 걱정이다.
시간이 빠듯 해 하산 시간이 그리 녹록하지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사진도 찍을 만큼 찍었으니 사진 촬영한다고 시간을 더 이상 소진할 여유도 없다.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움직이면서 되도록 빠르게 하산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빠뜨린 풍경이나 야생화가 있으면 올라올 때 만큼은 아니지만 셔트를 누른다.
못 말린다. 못 말려.
어의곡에서 비로봉 가는 길은 바닥에 돌멩이가 깔려있어 내려가는데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 더러 있다.
그러나 경사가 급한 곳은 데크가 놓여 있어 그리 큰 위험 부담은 없다.
지리산 화개재에서 뱀사골을 내려오는 급경사 바위 덩어리 길에 비하면 여기는 새발에 피다.
하지만, 어쨌든 조심하면서 잰걸음으로 싸게 싸게 내려왔다.
하산 길은 오름 길과 달리 비교적 빠르게 내려왔는지
어의곡 새밭주차장에 당도하니 아직 해가 좀 남아 있다.
시간에 쫓기느라 그 물 좋은 계곡도 마다하고 그냥 내려왔었는데
정작 주차장에 당도하고 보니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물 좋은 계곡에 발이라도 좀 담그고 가야겠다 싶어
피로에 절어있는 발바닥을 차가운 계곡물에 담갔다.
그랬더니 열이 나 화로와 같던 발바닥이 시원한 것이 일시에 피로가 가셨다.
내친김에 세수를 하고 머리도 감으니 땀으로 찌든 육신이
새밭골 바람과 차가운 물에 훨훨 씻겨간 것 같다.
아무도 없으면 거침없이 홀랑 벗고 드러누웠으면 딱 좋겠다.
소백산 처음은 아내랑 연화봉을 올라 죽령고개로 넘었고
두 번째 역시 아내랑 삼가리에서 출발하여 비로봉을 처음 올랐으며
이번 세 번째는 숙이와 위풍그녀와 함께 비로봉엘 또 올랐다.
언제와도 좋은 산 소백산!
다음에 또 언제올란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또 오리라. 아마, 와야 할 것이다.
그 때를 다시 기약하자.
스마트폰으로 보는 소백산 비로봉
- 꽃바람 산행기 -
우리는 어의곡매표소에서 출발. 매표소 무료, 주차 무료. 돈을 안 받는디요.
어의곡 주차장(새밭주차장). 이곳은 계곡을 즐기러 온 행락객 일부와 민박집에 거처하며 놀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고 산객은 뜸함. 천동이나 삼가리 쪽은 오늘 광복절이라 붐빌 것이 예상되어 다소 한산한 어의곡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기도 함.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오면 어의곡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반에는 새밭골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자갈과 흙이 뒤섞여 있는 등산로를 따라 간다. 숲이 우거지고 그늘이 져 오히려 아랫동네 보다 훨씬 시원하고 좋다.
산길 경사가 완만한 편이나 지속적인 오름길이다. 쉬워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원래 산길이 그런 것 아니던가?
웬만큼 올라가니 쉬어가라고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쉬어 가라고 만들어 두었으니 당연 쉬어 가야지~ 여기서 쉬면서 활짝 핀 눈빛승마를 본다.
산벚나무 줄기에 새로운 가지가 뻗어나와 자라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위풍그녀도 오늘 잘 올라간다. 데크로 조성된 계단길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 있다.
우리랑 함께 가면 늘 앞서가고 참고가는 태릉숙
먼저 간 태릉숙이 뱀을 발견하고 빨리 와서 보란다. 보니 살모사다. 이 놈의 살모사는 사람을 봐도 피해가지를 않는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해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아마, 어젯밤 비로 인해 체온을 조절하나 보다. 산행하면서 두 번째 본 살모사다. 제천 자락길에서 본 살모사는 까치살모사로 이놈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데크로 조성된 계단길이 길다.
모시대도 많이 본다. 며칠 전 지리산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보고 왔는데~
황토로 빚어진 산중 오솔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끊어진다. 낙엽송이라 일컫는 일본잎갈나무가 쭉쭉 뻗어 있다.
간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랫부분은 빛을 보지못해 나뭇가지가 메말라 가고 있다. 꼭대기는 아직 잎이 푸르던데...
자작나무인가? 거제수 나무인가? 군락이 있다.
물푸레나무 군락도 나오고 온통 숲으로 덮여있어 걷기 참 좋은 길이다. 산을 다니다보면 등로에 있는 흙길을 밟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 토양 유실이나 걷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커다란 바위를 깔아 놓은 길을 장시간 걷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신갈나무의 아랫도리는 마치 곰이 겨울 잠을 자도 될만큼 큰 구멍이 뚫려있다.
웬만한 동물 한 마리는 겨울을 나도 되겠다.
이제 서서히 산중 초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초원엔 온갖 야생화로 뒤범벅이다.
산양이 살기엔 아주 적합한 환경인 것 같은데 지리산에 산양이 있다는 말은 못들어봤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험한 길도 없고 풍경에 눈이 멀고 꽃바람이 불어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금방 조망이 트여 소백의 산봉우리를 모두 보여 주더니 이내 구름에 갇혀 시야가 전무해진다.
또 걷힌다. 이러기를 계속 되풀이한다.
스마트폰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잡을려고 했더니 잡히다가 말았다.
너른 풀밭의 바닥에는 둥근이질풀이 수를 놓고 늘 이름 헷갈리는 산형과 식물이 비일비재하다.
주기적으로 구름이 왔다 갔다 하며 시야를 흐리게 한다.
온 천지가 둥근이질풀이다.
고지는 바로 저긴데 당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랬으면서도 제대로 건진 사진은 거의 없다.
또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흐린다.
소백산 비로봉 인근은 흙이 좋아 꽃이 많은 모양이다. 아주 다양한 개체를 볼 수 있다.
이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그렇지 이 속은 마치 보물단지와 다름없으리라.
욕심내지 않고 그저 산길만 따라 걸으며 봐도 보는 만큼 다 건지기 어렵다.
이제 이 돌무더기만 지나면 비로봉다. 오늘은 정상석을 밟아보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놓여진 꽃길이 오늘 산행의 백미다.
잎이 지고 씨가 맺히는 일월비비추도 많고 꽃과 더불어 어울린 소백의 산봉우리는 마치 순한 양과 같다.
먼저 올라와 사진 다 찍고 조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날 기다리고 있다. 지겨웠을텐데~
비로봉에서 바라본 연화봉 가는 능선길
구름이 조망을 흐리게 했지만, 소백산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보는 마루금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능선길을 모두 걸은적이 있네요.
비로봉 돌탑. 구름이 비로봉을 에워싸고 있다.
비로봉 정상석. 오늘로 두 번째 방문이다.
함께한 기념으로~~~
원하는 일, 하고자 하는 모든 일 모두 만사형통하시오.
또 구름이 몰려온다. 구름을 잡자. 내 손에 잡힐려나...
비로봉 분위기 조망. 의외로 오늘은 산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광복절이고 마지막 연휴라 주차하기조차 난감할 줄 알았는데...
원점회귀만 아니라면 오늘 저기 국망봉으로 넘어가 보는 건데 좀 아쉽다. 언제 다시 오면 국망봉을 겨냥해서 오든지 아니면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넘어 가봐야 겠다.
비로봉에서 그냥 바로 내려가자니 뭔가 아쉬운 감이 있어 저 아래 보이는 주목감시초소로 내려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어의곡에서 올라온 길이다. 사진을 찍은 이유는 국망봉이 자꾸 눈에 어른거려...
연하천대피소(주목감시초소)로 내려 가는 길
저 아래 주목감시초소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
주목 군락지다. 60년대는 국망봉에서 연화봉에 이르는 능선길 전체가 주목으로 집대성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이 일대만 주로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형체가 선명하진 않지만 모두 주목 군락지다.
연하천대피소라 봤는데 이름표가 없다. 그냥 주목감시초소라 하자. 오른쪽 구석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초소엔 감시 요원 두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위풍그녀가 따끈한 커피 한 잔씩 태워 주고 시간이 늦어 점심을 빠르게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채 다시 비로봉으로 올라간다.
아이고, 우리가 언제 이만큼 내려왔지. 저길 언제 올라갈꼬???
200~400년 묵은 주목의 정기를 받으며 까짓거 한 번 가보자.
위풍그녀도 주목의 정기에 힘을 업고 슬금슬금 올라간다.
새밭골에 흐르는 차가운 물에 피로를 씻지도 못한 채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온다. 아무래도 하산 도중에 족욕을 하거나 쉬는 것은 언제 해가 떨어질지 불안하다. 그러니 안전하게 주차장으로 내려가 시간이 나면 쉬어 가기로 한다. 그리고 여기는 바위에 이끼가 많아 앉기도 불편하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아직 햇살이 짱짱하다. 주차장 옆 계곡이 놀기가 좋다.
하루 온종일 발을 꽉 죄고 있던 등산화와 등산양말을 벗어 던지고
차가운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근다.
물이 너무 차가워 채 5분을 견디기가 어렵다.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하니 피곤이 싹 가신다.
운전하면서 먼 길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오늘 또 큰 산 하나 넘었다.
오늘은 산을 넘었다기 보다는 꽃바람 타고 훨훨 날아 다녔다.
꿈결 같은 하루였다.
용량 관계로 꽃 사진은 이 코너에 탑재하지 않았다.
꽃 사진은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카테고리 야생화 사진방에 모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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