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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나무

노루귀(청)/올괴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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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청)/올괴불나무

 

■ 언제 : 2022. 3. 24.(목)

■ 어디 : 의성

■ 누구랑 : 주0이랑

 탐조물 : 노루귀, 올괴불나무

 

 

오늘은 주0이랑 함께 했다.

이 친구, 나랑은 교직 첫 발령지에서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는 막역한 친구다.

체육교사라 덩치도 크고 인물도 좋다.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고 발령받고선 운동부를 맡아 지도한

성실하고 맡은 책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임감 강한 그 자체인 교사로 평생을 일관했다.

이런 친구가 느닷없이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백혈병인가 뭔가가 와 사선을 넘나들다 힘겹게 목숨 부지했다.

 

항암 치료하고 골수 이식 수술 들어가기 전엔

건강을 챙긴답시고 황매산을 비롯 여기저기 함께 다니긴 했는데, 수술 후엔 뜸했다.

코로나가 급증하고 전염성 강한 오미클론이 강타하는 바람에 함께하기 쉽지 않았다.

괜히 면역성 약한 친구와 함께 다니다 병이라도 옮길까 봐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오미클론의 기세는 사그라들기는커녕 더욱 급증하는 추세다.

누적 확진자 수가 무려 1,000만이 넘었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감염된 상태다.

걸리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 꼴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함께 다닐 수 있을까 우려되는 바 아니지만

이 친구는 걸어야 한다.

집에만 죽치고 있어선 안될 친구다.

 

내 하는 짓이 새 찾아다니고, 꽃 찾아다니는 게 일이다 보니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많이 다닌다.

이런 곳을 다닐 때마다 친구 생각이 났지만,

그도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마음만 뻔했다.

 

친구의 청도 있고 해 이젠 함께 다니기로 했다.

덕이 많은 친구라 챙겨 주는 이들이 많지만 나랑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은 모양이다.

근 40여 년 교직 생활하면서 교직에서 만난 친구는 나 하나라고 밥 먹듯 얘기하는 친구다. 

내가 다니는 곳은 주로 자연이라 코로나 걱정은 다른 곳보다는 낫다.

이제부터 자주는 아니더라도 산수 좋은 곳으로 갈 땐 함께 다녀야겠다.

 

오늘은 청노루귀와 깽깽이풀이 유명한 경북 모처의 산사로 갔다.

청노루귀는 많이 보였지만 기대했던 깽깽이풀은 아직 시기가 일렀다.

깽깽이풀은 작년에 이보다 더 빠른 3월 초순에 가서 많이 봤는데 오늘은 당최 보이지 않는다.

 

나는 꽃을 찾아다니고 친구는 산책을 했다.

걷기 딱 좋은 곳이다. 절이 있고 산이 있고 계곡이 있어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이다.

친구는 절까지 걸으며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고 나는 나대로 꽃을 찾아 계곡을 훑었다.

 

청노루귀는 많이 보였다. 작년엔 다 지고 가서 그런지 몇 개체 못 봤는데

알고 보니 여긴 완전 청노루귀 밭이다.

청노루귀가 이렇게 많이 서식하는 곳은 보기 어려운데

언젠가 포항 인근에 이 녀석 찾아 나섰던 생각을 하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개체 수는 많은데 대체로 얘들 상태가 그리 달갑잖다.

색깔도 희뿌연 하고 모양도 그닥 이쁘지 않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와야겠다.

어차피 깽깽이풀도 못 봤으니 또 와야겠지.

 

친구는 생각보다 아주 흡족해했다.

자기는 이런 곳이 좋다고 내가 하는 행동에 전혀 구애받지 말란다.

내 하는 짓에 상관없이 자기는 혼자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활동성이 강한 친구라 이렇게 다니기 쉽지 않은데

이 친구 아프고 나더니 많은 걸 내려놓았다.

 

그래 이제 우리 나이는 가지려고 애쓰기보단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욕심은 명을 줄이고 비우면 오래가는 법

같이 비우고 비우면서 우리 상황에 맞는 걸로 채워 나가세.

 

우리 젊은 시절 그때처럼

기분 좋게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얘는 잎을 보니 일반 청노루귀랑은 달리 보인다. 마치 섬노루귀처럼~ 

 

얘는 냉해를 입어 상했는 것 같기도 하고

 

얘도 위에 아이처럼 잎이 다르다. 뭐지???

 

이 정도 자랐으면 청색감이 좋아야 하는데 아마도 작년에 비가 많이 오지 않고 상황이 좋지 않아 제 색깔을 잘 내지 못해 보인다.

 

색감이 이래야 정상인데 이런 얘들이 많지 않다. 다문다문 보일 뿐이다.

 

계곡에 듬성듬성 올괴불나무가 보인다. 얘도 토슈즈가 그리 탐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