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딱새
또 다른 곳
■ 언제 : 2024. 06. 25.(화)
■ 어디 : 000 - 도솔암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긴꼬리딱새, 동박새, 박새
근래 전라도 모처에선 긴꼬리딱새 촬영이 유별나다.
가고 싶었지만 가지 않았다.
멀기도 하고 이 녀석을 찍지 않은 것도 아닌 데다 나까지 거기 한몫 끼고 싶지 않아서다.
오늘은 나 홀로 지난번에 갔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았다.
여긴 오롯이 혼자 독식하는 여유로움이 묻어 있는 곳이다.
바람까지 불어 더위를 식혀주니 촬영자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다.
오늘은 이 녀석과 나
단 둘만의 싸움이다.
누가 멍청하고 누가 더 지혜로운지의 줄당기기
때론 이기기도 하고 때론 지기도 한다.
속이는 者와 속는 鳥
오늘 싸움은 내가 이겼다.
여긴 둥지를 찾기 어렵다.
둥지 찾기는 아예 포기하는 게 나은 환경이다.
그저 뭣이 나타났는지 경계하기 위해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주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
성공률은 70%를 상회했다.
더 이상 있자니 늘 같은 장면 그게 그거고
여기까지 왔으니 도솔암이나 가볼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팔색조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솔암까지는 40여 km
집에까지 가자면 충전 km 수가 부족하다.
오늘 여길 온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미처 전기차를 완충시켜 놓지 않아
여길 한 군데 더 들리면 올라갈 때 충전을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여길 간다고 해도 팔색조를 본다는 건 장담하기 어렵다.
한 번쯤 보고 찍기는 했다지만 요즘은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단다.
현재 여긴 소리마저 잠잠한 상태 그런 상황이다.
충전을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볼 확률도 없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거리가 가까워 그 가까운 거리가 아까워 욕심을 냈다.
보고 못 보고는 오롯이 내 운이다.
아무도 없다. 스산한 바람만 내 몸뚱이를 휘감고 지나간다.
좀은 으슥하기도 해 그냥 갈까 하다가
조금만 찾아보자며 30여 분간 찾아도 보고 10여 분간 불러도 봤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허공을 떠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지쳐 내가 돌아갈 이름이여
"팔색조"
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에선 남아 있는 충전량이 목적지까지 부족하니
가까운 충전소를 찾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휴게소 충전비는 비싸서 5,000원 치만 충전시켰다.
집에만 오면 되니까 그만큼이면 에어컨 틀어가면서 넉넉하게 갈 수 있다.
긴꼬리딱새는 고마운 하루
팔색조는 밉상스러운 하루
오늘 하루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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