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Baikal Teal
태극오리, 반달오리
■ 언제 : 2024. 03. 04.(월)
■ 어디 : 구미
■ 누구랑 : 현장에 먼저 온 지인 4분과 함께
■ 탐조 내용 : 가창오리 5,000여 마리 추정, 흰꼬리수리 아성조 두 마리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를 중고 처리나 해야겠다 싶어 꾸물거리고 있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구미에 가창오리떼가 몰려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 겨울에 주남저수지에서도 만났지만 거리를 주지 않아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 녀석들의 군무가 보고 싶어 금강하구와 예당저수지를 찾아간 적도 있다.
가깝게 봐야 주남저수지였는데 오늘은 우리집에서 50여 km 지점에 나타난 것이다.
무리 수는 어림잡아 5,000여 마리 정도로 추정했는데 정확하진 않다.
거리를 주지 않아 멋지게 촬영하진 못 했으나 중요한 건 근교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내가 알기론 이 지역에 이 많은 무리가 나타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리과(Anatidae)로 예니세이강에서 동쪽으로 캄차카반도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한국, 일본 및 중국에서 월동한다. 월동 무리의 대부분이 한국을 찾아오며, 9월 하순에 도래하고 3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그 많은 무리 중 딱 한 마리 이 녀석만이 그래도 조금 가깝게 다가온다. 이 녀석 이후론 가깝게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행운이다. 수컷의 태극무늬가 아름답다.
가창오리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가창'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으나, 첫 발견지는 경남의 주남저수지라고 한다. 가창오리란 이름은 수컷의 태극 문양으로 생긴 머리가 예뻐 마치 길거리에서 손님을 끄는 역할을 하는 창녀인 가창(街娼/ 거리 가, 창녀 창)이 화장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가창을 붙였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가창오리는 한때 밀렵으로 인해 그 수가 줄어 '국제 자연 보전 연맹'의 취약종에 오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그 수가 증가하여 관심종으로 멸종 위기 등급이 낮아졌고 환경부에서도 2012년 5월에 멸종위기동물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얘들은 군집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염병에 취약하고, 2000년 10월,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는 13,000여 마리의 철새가 가금 콜레라로 인해 집단 폐사했는데, 그 중 90%가 가창오리였다고 한다.
금강하구둑에서 관찰되는 가창오리의 군무는 실로 장관이며, BBC의 '살아있는 지구'라는 다큐멘터리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오늘 구미의 낙동강에서 발견된 얘들은 몇 번 군무를 펼치긴 했지만, 군무를 촬영하기엔 강폭이 좁아 금강하구둑에서 보던 현란한 쇼를 연출하진 못했다. 그래도 먼 곳까지 가 군무 촬영에 실패했던 나로선 이 정도만 해도 탄성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얘들이 올 겨울의 마지막 선물일 것 같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우리랑 반대쪽에서 쉬고 있다. 멀고 다 짤렸지만 이런 장면을 기록으로 표현하고자 찍어본다.
가창오리를 보려면 금강하구가 가장 핫한 곳이었지만 요즘은 가창오리의 이동 경로가 다소 불안정해져 금강하구 외 봉선저수지나 주남저수지, 예당저수지 등으로 자주 옮겨다닌다.
겨울이면 전세계 가창오리가 우리나라로 날아와 월동을 한다. 예전에는 주로 그 많은 무리가 함께 움직이며 군무를 펼치고 했지만, 요즘은 분산되어 보이는 추세다.
600mm 단렌즈라 한 프레임에 더 많은 무리를 담지 못해 많이 아쉽다. 이럴땐 줌렌즈가 좋은데 어쩔수 없지...
근래 본 군무 중 가장 화려한 광경이다. 유부도에서 본 도요물떼새들의 군무 이상이다.
느닷없이 연락받고 한달음에 달려가 찍은 것치곤 꽤나 짭잘하다.
언제 다시 이런 광경을 마주할 수 있을지... 날씨가 흐려 빛이 없어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뜻하지 않게 얻은 수확이라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