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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둘탐동아리

2017. 첫 야생화탐방동아리 활동/팔공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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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행사, 이번엔 기어이 실행했네요.

팔공산으로 기분좋게 나들이 하고 왔습니다.



■ 언제  :  2017. 6. 3.(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 - 서봉 - 하늘정원 - 오도암 

■ 누구랑 : 동료 직원 7명 참가



흔적

 

올해도 본교 교사를 대상으로 야생화탐방산행동아리를 조직하였다.

작년에도 둘레길탐방동아리를 조직하여 몇 차례 활동하였으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그런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올해 역시 조직한들 활동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질까 싶다만,

그래도 일단은 조직부터 하고 봤다.

 

모두 야생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야생화 탐방이란 타이틀로 조직하였으니

나름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였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아직은 관심만 있고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다니다보면 저절로 이름을 줄줄 불러줄 그런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지 아니한가?

언제 내가 우리 토종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할 줄 알았던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자유롭게 부르고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구분할 줄 알았던가?

다니다 보니 보게 되고

보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된 거지.

 

이 산 저 산 쏘다니며 꽃을 보고

꽃을 보기 시작하니 나무도 보였다.

산을 오르기 힘들면 꽃과 나무를 핑계로 쉬어가며, 그러기를 5년 정도 되풀이 하니

이제 겨우 웬만한 애들 이름은 부르고 다닐 줄 안다.

우리 야생화동아리 회원들도 나처럼 다니다보면

꽃과 나무가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하나 둘 우리 풀 우리나무를 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 행선지는 팔공산이다.

당초 8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출발 당일 부득이한 사유가 생겨

2명이 빠지고 6명이 출발하게 되었다.

창체부장님은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 불참하게 되었고,

1학년부장님은 아침에 일어나니 느닷없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1학년부장님은 어젯밤 손수 장만한 간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학교에 왔다.

앞앞이 여덟 명 몫을 알뜰하게 챙겨 놓았다.

들꽃 같은 수수한 마음 씀이 고맙기 그지없고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 또한 컸다.

 

팔공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무려 1,193m에 달한다.

그런 높은 봉우리를 하늘정원에서 출발하면 그저 먹는다.

이 코스는 만만하기도 하고 꽃도 많아 내가 가장 선호하는 곳 중의 한 곳이지만,

오늘 처음 함께한 동료들도 충분히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6월 초입의 이곳은 풀과 나무에 핀 꽃이 지천이다.

 

날씨가 맑고 바람마저 선선하다.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오늘 우리는 하늘정원에서 비로봉을 거쳐 서봉으로 가

다시 하늘정원으로 회귀하여 오도암으로 내려갈 심산이다.

이 정도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맞춤형 명품 코스라 해도 무방하다.

 

주봉인 비로봉이 1,193m이나 하늘정원 초입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하면

그 출발 지점이 무려 1,000m에 육박한다.

수태골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오르는 것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다.

2학년 부장은 작년에 일부분 함께 왔던 길이라 대략 코스를 알고 있으나

나머지 함께한 동료들은 이런 푸근한 길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모두 오늘 팔공산의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져든다.

 

하늘로 가는 데크를 오르자니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은 티 없이 맑다.

뒤돌아 파도처럼 겹겹이 쌓인 마루금을 보노라면 경탄을 금치 못한다.

, 이곳을 지날 때면 늘 습관처럼 먼 산을 들다본다.

눈앞에 있는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보고

먼 산도 주시한다.

 

자고로 산은 다양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산에 다니며 나름대로 습득한 산에 대한 철학이다.

산을 즐기다보면 내가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데려다 주었음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아직 그 경지를 느끼지 못한 사람은 어느 순간 그런 깨달음을 얻을 때가 올 것이다.

물론 내가 그 정도 수준이란 얘기는 아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옮아가는 길목이라 그런지

아직 하늘정원은 그 화려한 진면목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동가홍상이라고 온 김에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현재 상황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비로봉으로 가는 길섶에 좀조팝나무만 다 폈어도 분위가 훨씬 상향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지금 한창 피어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6월의 초입이 아니던가?

이즈음 팔공산은 팔공산을 찾은 이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하얗게 촘촘하게 꽃핀 눈개승마가 초입부터 환하게 숲을 밝힌다.

저 녀석들은 어떤 때는 꽃이 핀 모습이 이쁘고

어떤 때는 누르스름한 것이 보기 좀 그렇다.

오늘은 하얗고 깨끗한 것이 예쁘게도 피었다.

온 나라가 가뭄이 들어 걱정이 태산 같건만,

팔공산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뭄도 타지 않고

모든 식생이 제 역할에 충실을 기한다.

 

이즈음 팔공산 하늘정원에서 비로봉 가는 길은

꼬리말발도리가 주인공이다.

물론 예쁘게 핀 함박꽃도 주인공 대열에서 빠뜨릴 수 없지만

한껏 물이 오른 꼬리말발도리가 세력이 훨씬 더 좋다.

 

이 산 저 산 다녀 봐도 꼬리말발도리가 여기만큼 잘 자라 있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알고 보니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도

아직 꼬리말발도리를 조우하지 못한 사람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그 만큼 어디에서나 막 볼 수 있는 흔한 친구가 아닌 것이다.

이런 친구가 내가 심심할 때마다 가는 팔공산에는 널려있다.

그 참, 팔공산! 알면 알수록 가면 갈수록 매력 만점인 산이다.

 

하늘정원에서 가면 비로봉은 꼭 거쳐야 할 필수코스다.

비로봉은 주봉인 만큼 당연히 의무감을 갖고 올라야 할 이유가 있고,

우리가 간 코스로는 식은 죽 먹기인 만큼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는 길에 한 발짝 살포시 얹고 가면 된다.

 

비로봉에 올라 단체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서봉으로 향했다.

서봉으로 가는 길은 아래 동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아닌

내가 전용하는 재밌는 샛길이 있다.

이 길은 마애약사여래좌상으로 가는 길인데 통행이 빈번하지 않고,

아는 사람들만 애용하는 길이다.

, 하늘정원에서 서봉으로 가자면 늘 이 길로 다닌다.

지겹지 않고 재밌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바위덤에 올라서면 사통팔달이고 햇살이 좋아 아예 아지트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오늘 함께한 동료들은 모두 이 길이 처음이다.

 

마애약사여래좌상으로 내려가 팔공산에 이런 곳도 있음을 보여 주고, 서봉으로 갔다.

서봉으로 가기 전 가파른 오름길이 있지만,

데크를 설치해 놓았기에 예전만큼 험난하지 않다.

그리고 가파른 계단이 조금 나온다고 하나 지금까지 온 길을 거저먹었기에

명색이 산을 찾은 이라면 이 정도는 걸어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으로 가면 된다.

 

서봉에 올라서면 동봉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비로봉과 동봉의 바위군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확 트인 서봉에 올라 실컷 조망을 즐기고,

서봉 아래 너럭바위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각자 풀어 놓으니 푸짐한 것이 먹고도 남는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1학년 부장이 애써 장만한 간식거리가 제일 푸짐하다.

덕분에 잘 먹었다. 1학년 부장의 예쁜 마음이 돋보인다.

1학년 부장님, 잘 먹었소이다.

 

서봉에서 비로봉으로 돌아가는데 한 무리의 꽃사냥꾼들이

바위 무더기 속을 들락날락한다.

뭐가 있다고 들락거리지 싶어 그냥 가려다 한 마디 불쑥 내뱉었다.

거기 뭐 있습니까?’

저기요. 저기 큰옥잠난이 있습니다.’

뭐라꼬~~~’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더니 뚱딴지같이

여기에 무슨 큰옥잠난이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팔공산을 그렇게 드나들었어도 팔공산에서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웬만한 들꽃 카페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명색이 꽃 사진 찍으러 다닌다는 사람이

이런 기회를 놓쳐서야 쓰겠나?

눈앞에 있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행들은 벌써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서둘러 가야 하지만 도저히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버리고 갈 수는 없다.

바위 무더기를 건너뛰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엔 한 무리의 사냥꾼이 대포를 들이대고 있다.

무리들 틈에 외부인이 낀 꼴이 되었으니 난, 눈치를 보며 곱게 차례를 기다렸다.

 

개체 수가 많지 않고, 꽃이 아직 활짝 핀 상태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마치 심마니가 심 봤다를 외치는 것만큼이나

나도 오늘 심을 본 것이나 다름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내 아지트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야 이루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오늘 꽃 탐사 중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친구라 얘기할 수 있다.

 

이 친구의 이름은 큰꽃옥잠난이라고도 하고 키다리난초라고도 한다.

검색해 보니 같이 쓰기도 하고 아예 다른 종이라 한다는데

무엇이 확실한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일단은 큰꽃옥잠난이라고 동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키다리난초가 정명인 것 같다.

에구, 어려워라.’

 

이 녀석 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지체되었다.

30분은 더 경과된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숙선생한테 전화가 온다.

곧 간다며 얘기하고 서두르자니

비로봉으로 가는 얼마 되지 않는 오르막에서 숨이 가빠온다.

바쁘게 가야 함에도 오르막에 워낙 취약한지라

에라 모르겠다며 그 짧은 오르막을 잠깐이지만 두 번이나 쉬어 간다.

한꺼번에 팍 못 올라가겠는데 우야겠노.

그럴 땐 내 식대로 쉬어 가는 거지 뭐...

 

교장하고 체육부장은 내가 오리무중인지라

갑갑증이 났던지 하늘정원으로 먼저 가고 없었다.

날 기다린 세 분의 선생님들이랑 쉬엄쉬엄

가면서 보지 못한 꽃

오면서 보고 또 찍으며 갔다.

 

하늘정원에서 합류해 이제 오늘 마지막 코스인 오도암으로 갔다.

오도암으로 내려가기 전 팔공산 청운대의 단애 끝에 서 있는

명품 소나무부터 보여주었다.

이런 구석에 명품 소나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여기까지 왔으면 아는 사람은 보여 주고

모르는 사람은 보고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오도암은 원효대사가 오도(悟道)를 한 곳이라 하여

그 뜻에 기인하여 오도암이라 했다.

그래서 오도암으로 가는 길도 원효대사 구도의 길로 부른다.

오도암으로 가자면 오도암 못 미쳐 오은사란 절이 있는데

오은사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에 간이주차장을 마련한 곳이 있다.

그 주차장 맞은 편 숲속으로 오도암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원효대사 구도의 길이라 부른다.

그쪽으로 가면 오도암으로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반대로 오늘 우리가 방향을 잡은 청운대 쪽에서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는데

그 길은 작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험한 길이었다.

웬만한 산꾼들도 혀를 내두르는 그 길을 지금은 데크로 깔끔하게 조성해 놓았다.

나도 데크로 조성하기 전에는 감히 내려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던 길이다.

데크가 완성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데크가 완성된 모습을 보고,

급기야 상고대가 하얗게 서린 날 혼자 청운대에서 오도암까지 왕복을 했었다.

계단이 많고 경사가 급해 왕복하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길이다.

 

오늘 산행한 길은 비교적 손쉬운 길이었지만,

쉬운 반면에 역동적인 코스이기도 해

산행 내내 모두 건조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그린 산행 길대로 편리하게 움직이자면,

참석 인원은 6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편의를 위해 차량 2대로 이동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체육부장 차가 스타렉스라 한 차로 이동해도 되지만,

코스대로 가자면 두 대라야 편했다.

 

*우 선생 차는 원효 구도의 길입구 소 주차장에 세우고

체육부장 차로 모두 하늘정원 주차장까지 갔다.

그래야 하늘정원에서 오도암으로 내려올 엄두를 낼 수 있다.

아니면 일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늘정원에서 오도암으로 내려갔다가

급경사로 조성된 계단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

만약 그리했다면 모두 식겁했을 것이다.

 

덕분에 모두 데크로 조성한 계단을 따라 쉽게 오도암으로 내려갔다.

그렇지만 계단이 워낙 급한데다 그 수도 713개나 되니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예전의 계단도 없고 등로마저 희미했던

길에 비하면 아주 많이 쉽게 간 편이다.

 

오도암은 깊은 산골짝에 있어 그런지 신도들이 들끓는 부산한 암자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 와도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좋다.

우연히 스님을 뵈었다면 우리 일행을 위해 차 한 잔 청했으면 했다만,

일부러 스님을 찾아뵙고 그리하기엔 아직 면이 서지 않는다.

스님을 뵈었다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들려주었을 텐데 좀 아쉽다.

언젠가 아내랑 스님을 뵈었을 때 찻잔을 앞에 놓고

가식 없이 호쾌하고 편하게 말씀해 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우리 동료들은 산행 기분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나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그걸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고

비록 팔공산 일부 지역이지만 몰랐던 속내를 일부 맛보았으니

아마 그로서 만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행치고는 좀 편했겠지만, 그래도 결코 쉽지만 않은

재밌고 유익한 걸음이었으리라 여긴다.

 

원래 산이란 그런 곳이 아니던가?

쉽다고 해도 막상 가보면 어디 말대로 쉽기만 하던가?

좌우당간 교장을 위시해 오늘 참가한 동료들이

좋은 시간 가졌기를 바라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사진으로 보는 '17년 야탐산행동아리 첫 활동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데크 동산에 눈개승마가 활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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