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둘레길탐방동아리 첫 행사
■ 언제 : 2016. 4. 30.(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군위 화본역, 대율리 한밤마을
■ 누구랑 : HN동아리탐방 회원 8명, 오후 남○○명 합류
■ 운전자 : 나, 정○○ 부장
흔적
올해 조직된 교직원둘레길탐방동아리 첫 활동이 시작되었다.
4월 초에 조직해 조직 기념 탐방을 바로 하고자 했으나
모두 학기초라 시간 내기가 어려워
4월말에야 첫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단위학교 교직원 동아리 활동으로는 적지 않은 2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첫 행사였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겨우 8명만 참석을 했다.
다들 학기초라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참가한 교사 중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 여교사들이 주류를 이루어
장소 선정에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갈 곳은 많지만, 막상 길을 나서자면 갈만한 곳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아마, 여행 계획을 세워본 사람들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첫 행사는 여교사 일색인 만큼
앞으로 계속 이어질 동아리 활동에 자신감과 흥미를 고조시킬 수 있는 장소가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
팔공산 하늘정원을 시작으로 고만고만한 곳으로 동선을 그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정원 주변 군위군 일대는 편하게 탐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이번엔 주로 내가 다닌 군위군 일대를 토대로 행선지를 그렸다.
오늘 메인 코스는 당연히 팔공산하늘정윈이다.
하늘정원을 시작으로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을 찍고
차량으로 대략 20~30분 거리에 있는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화본역을 탐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군위군 대율리 한밤마을을 탐방하는 형태로 그림을 그렸다.
이정도 탐방길이면 처음 참가하는 젊은이들도 크게 힘들어 하지 않고 좋아할 것이다.
차량을 이용해 꽤 긴 동산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비로봉 8부 능선쯤에 하늘정원으로 가는 들머리가 나오고,
그 너머에 공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팔공산 하늘정원은 내가 상당히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다.
무려 1,193m나 되는 팔공산 주봉을 2km만 가면 정상에 닿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는 길도 순해 이 길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들머리 초입부터 비로봉에 이르기까지 온갖 야생화가 즐비하게 늘어져
산을 찾는 이의 발걸음 또한 가볍기 짝이 없는 길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길엔 아쉽게도 팔공산 하늘정원의 봄이 더딘지
봄꽃이 더디게 피어나고 있었다.
햇볕이 예년에 비해 강하기에 봄이 빠르게 왔나 싶었는 데
내 마음 속에만 빠르게 왔지 정작 팔공산의 봄은 기대했던 것 만큼 빠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그저 보여주는 것이라곤 노란 돌양지꽃과 제비꽃 그리고 괴불주머니 정도가 다다.
주로 등로 가까운 길섶 형편이 그랬지만, 그렇다고 숲속을 헤집고 다닌다고 별다르게 보여 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꽃을 보겠다고 숲속을 무작정 헤집고 다니지 않는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심지 않는 주제에
둔탁한 등산화로 잡초 하나라도 짓이기는 짓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내 하찮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뭇생명들을 가볍게 여겨선 아니될 것이다.
산을 다니며 그저 보여 주는 만큼만 보면 된다.
이번에 못보면 다음 기회에 보면 되고
다음에 못보면 그 다음에 보고
그러다가 못보면 안 보면 된다.
난 늘 그런 식이다.
적당히 예상은 했지만, 동행했던 회원들의 만족도는 기대이상이었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앞서 얘기했지만,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은 무려 1,000고지가 넘는다.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고, 들머리를 어디로 잡든 2시간 이상은 땀을 뻘뻘 흘려야 당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가장 쉬운 코스로 접근해 비교적 편하게 올랐으니 처음 온 사람은 그저 놀랄 수밖에.
교감쌤을 비롯한 동료교사 모두 연이어 탄성을 자아낸다.
나는 수시로 다닌 곳이지만, 다른 사람은 모두 처음 접하는 길이다.
이구동성으로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함께 한 보람이 있다.
그에 반해 비로봉은 언제봐도 초라하다.
각 방송사 송신탑 사이에 있어 모양이 볼썽 사나울 뿐더러 정상석마저 다른 산에 비해 누추하기 짝이 없다.
산이 안고 있는 역사와 그 규모에 비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섰다.
비로봉까지 솔찬히 왔었지만, 오늘따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 누가 그럴듯한 정상석 하나 다시 세울 뜻있는 사람 어디 없나?
오늘 가야 할 탐방 코스가 두 군데 더 남았지만, 비로봉까지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모두 나처럼 그런건가?
아마 그럴거라 생각하며 마애석조여래입상을 거쳐 내친김에 동봉까지 간다.
산이라곤 생전 처음 따라 나선 젊은 여선생이 둘이나 되 다소 우려가 되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고, 예상 외로 잘 간다. 역시 나보다 더 잘 간다.
늘 느끼지만, 걱정은 날 위해 해야지 넘 걱정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산을 아주 잘 탈 것 같은 영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 에○든이 의외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산이라곤 다녀본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180cm나 되는 훤칠한 키에 기럭지가 길어 성큼성큼 잘 가게 생겼더만
동봉 올라가는 계단에 이르르서는 무척 힘 들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영국이란 나라는 산악지대가 거의 없고 낮은 구릉만 있는 정도이니
에○든한테는 쉽지 않은 산행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친구가 이국에 와서 난생 처음 산을 올랐다면
힘이 든 만큼 오늘 산행은 평생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
동봉에 오니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줌씨가 보이지 않는다.
동봉에 올라 아줌씨를 보면 하나 팔아 줘야겠다 싶어 더러 애용하고 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파는 아줌마가 보이지 않았다고, 웬지 있어야 할 자리에 뭣이 없는 그런 기분이다.
동봉에 오면 늘 대하던 분이라 없으니 괜시리 동봉이 낯설기 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동봉하면 아이스크림 아줌씨가 어느순간 동봉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망권은 비로봉보다 동봉이 낫다.
먼 곳은 박무로 인해 약간 흐릿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어제 내린 비로 황사, 미세먼지, 송화가루가 씻겨 조망이 좋은 편이다.
인물 사진도 찍고, 단체 인증샷도 한 후 다음 코스를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하늘정원을 지나서 청운대 끝자락 오도암으로 가는 길목으로 인도했다.
여기는 절벽 끄트머리 바위 무더기 틈에서 자란 명품 소나무가 있는 곳이다.
하늘정원을 찾는 사람은 많아도 여기에 명품 소나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시 우람한 자태와 기묘한 곳에서 자란 소나무를 보더니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서도 모두 명품 소나무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찍으며
팔공산 하늘정원의 첫 방문과 동아리의 첫 기행 기념을 남긴다.
그런데 오늘은 이 길에서 반가운 광경을 목격했다.
뭔고하니 바로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안전데크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었다.
늘 그쪽으로 한번 내려가고 싶었는 데 그럴 때마다 차량 회수 문제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길이 가팔라 아내랑 함께 가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그곳에 안전을 위해 계단을 만들고 있으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나.
완공되고 나면 다시 아내랑 함께 와
아내더러 차를 가지고 아랫쪽에 가 대기하라고 하고 나 혼자라도 먼저 가 보아야겠다.
아내가 불평하면 다음에는 반대로 하지 뭐...
♣
화본역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주역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중앙선 열차의 간이역이다.
1936년 12월 10일 현재의 역사가 준공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하루 상·하행선이 각각 3번 정차하지만,
과거 영천 장이 서는 날이면 기차가 복잡할 정도를 지나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2011년 화본역 그린스테이션의 일환으로 준공 당시의 모습을 복원하여 옛스런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철로 옆에는 당시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에 급수를 제공하던 급수탑이 아직 건재해 있어
그때 그 시절을 잘 대변하고 있다.
화본역과 같은 간이역은 대 도시에 사는 사람은 쉬 접하기 어렵다.
일삼아 이런 화본역과 같은 간이역을 찾는 사람들은
젊은이는 낭만을
연륜이 있는 사람은 추억이 서려있기 때문에 찾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간이역은 추억을 회상하고 남기는 사진 촬영의 명소라고 보면 된다.
어린애를 동반한 가족 단위나, 노부모를 모시고 바람 쐬기 좋은 장소다.
오늘도 젊은이들은 저마다 셀카봉을 들고 사진찍기 바쁘다.
화본역이 젊은이에게 사랑을 싹트게 한다.
우리 젊은 친구들도 화본역이 좋았었나 보다.
길게 늘어진 기찻길만 봐도 청춘의 열기와 젊은 낭만이 그냥 샘솟 듯 솟구치는가 보다.
철로 위를 걷기도 하며,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이런 기분은 비단 젊은 친구들 뿐만이 아니다.
교감쌤도 2학년부장님도 젊은이 못지 않은 감성적인 정열을 내보인다.
아니 더 하면 더 했지 전혀 젊은이한테 밑지지 않는다.
그대들은 아는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흔히 군위를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한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부를 수 있도록 군위군에서 많은 홍보를 한 결과다.
담벼락엔 대부분 삼국유사에 나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군위에 오면 갈 곳이 많다.
화본역 바로 건너편는 엄마 아빠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탈바꿈한 지금은 폐교가 된 산성중학교도 있다.
젊은 친구들은 후일 다시 화본역에 오거든 가까이 있는 산성중학교도 찾아보기를 권한다.
♣
화본역에서 우리가 넘어왔던 한티재 가는 길에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이 있다.
가는 길에 있는 데 모르면 몰라도 안다면 마을 탐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적한 농촌 마을의 돌담이 정감 있고
돌담을 덮은 담쟁이가 오늘따라 유달리 때깔이 좋다.
작년 겨울 초입에 왔더니 집집마다 산수유의 빨간 열매가 알알이 맺혀 돌담마을의 풍경을 더하더니
오늘은 신록의 계절을 맞아 신선한 봄바람이
돌담 사이 불고 있다.
모두 피곤하기도 하고 지쳐 있기도 했지만
그냥 갈 수 없어 나름대로 마을을 한바퀴 휘둘러 보며
오늘 하루 여정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
교감쌤과 2학년부장님은 집에 일이 있어 학교에 도착하자 바로 귀가를 했다.
바쁜 일이 있음에도 오늘 온 종일 시간을 내 주어 무척 고마웠다.
남은 6명은 일이 있어 뒤늦게 합류한 남쌤과 함께 옛골묵집에서
묵밥과 함께 간단하게 수육을 시켜 동동주 딱 한 잔만 돌리는 것으로 뒷풀이를 끝냈다.
난, 동동주가 남아 버려 두고 가기 아까워 석 잔을 마셨다.
힘이 들었던지 석 잔 마셨는데 알딸딸하다.
모두 귀가하고
난, 사우나로 직행했다.
다녀오고 나니 오늘 하루 나다닌다고 뻐근했던 몸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개운하다.
1부. 팔공산하늘정원(칠곡군 동명면)
2부. 군위 화본역(군위군 산성면)
3부. 대율리 한밤마을(군위군 부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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