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류·동물

후투티 육추

728x90

결국 후투티가 육추 하는 장면도 봤다.

스스로의 힘으로!!!

 

 

■ 언제 : 2020. 6. 22.(월)

■ 어디로 : 경주 모처

■ 누구랑 : 혼자

 

 

 

흔적

 

어떤 기자가 쓴 인터넷 기사를 보니 모처에 호반새가 나타났다고 같은 내용을 수도 없이 늘어놓았다.

그놈이 보고파 몇 번 갔다가 공치고 왔던 곳이라 기사를 본 순간 마음은 벌써 거기 눌어붙었다.

 

이틀 전 흰눈썹 황금새를 찍은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아침 벼락같이 달려갔다.

마침 경대병원 예약 진료가 10시도 안되어 마쳤기에 진료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갔다.

퇴직하신 교장선생님과의 점심 약속도 깬 채 말이다.

 

현장에 찍사들이 한 명도 안 보인다.

순간 "없구나"

오늘도 역시 헛다리 짚었다 싶었다.

 

아쉬움에 일전에 호반새의 동정에 관해 물어봤던 해설사 분한테 상황을 알아보니

역시 아직은 시기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혹시 싶어 홀로 계곡을 어슬렁 거려봐도 호반새는 기척이 없다.

계곡에 흐르는 물이 좋고 바람이 시원해 물가로 내려갔다.

 

채 10분이나 쉬었나. 지금 가면 점심 약속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따리를 싸고 운전대 앞에 앉았는데

카메라를 멘 어떤 사람이 바로 내 앞에서 삼각대를 펼치고 뭔가를 찍으려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뭘 찍으려는지 궁금해 가만히 지켜봤다.

느티나무 가지가 흐드러진 허공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하는 것이

분명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물까치가 있단다.

장착한 카메라 방향을 바라봐도 어디에 있는지 안 보인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그제사 물까치 꽁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 사람은 이미 여길 봐 두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포란 중이고 새끼가 부화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어미의 모습이 선명하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이 양반은 뭘 좀 알고 있을 것 같아 는지시 요즘 여기말고 어디서 뭘 찍는지 물었다.

새 사진은 정보가 가장 중요함을 새를 찍으면서 알게 되었기에

사람을 만나면 슬쩍 슬쩍 잘 물어본다.

 

모처에 가면 아직 꾀꼬리와 후투티 육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후투티는 더러 보긴했지만 육추 장면은 아직 본 적 없다.

말씀하신 그 장소엔 이미 후투티 육추는 끝난지가 꽤 된 걸로 알고있다.

하지만 꾀꼬리에 혹해 혹여 조복이 있으면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헛걸음 할 요량하고 바로 달려갔다.

후투티 육추는 운수 좋다면 첨성대에서도 볼 수 있단다.

 

첨성대에서 후투티의 육추라...

구미가 당겼다.

 

그 분이 알려준 첫 장소로 갔다.

예상대로 사진 찍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산책나온 사람과 나무 그늘 밑에 더위를 삭이는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투티 몇 마리가 풀밭을 헤메는 모습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육추는 이미 끝났다고 단정했다.

여긴 4월부터 육추가 시작되었으니 지금까지 있을 턱이 없다.

포기하고 첨성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후투티 한 마리가 후루룩 날아오더니 갈참나무 가지에 앉았다간 금새 날아갔다.

부지불식간이었지만 반사적으로 내 눈은 그놈이 앉았던 곳을 향했다.

그놈이 앉았던 갈참나무엔 새 둥지 같아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방금 왔다간 후투티가 부리에 벌레를 물고 다시 날아와 앉았다.

후투티 둥지였다.

내가 찾은 것이다.

붉은부리찌르레기 둥지를 찾은 후 자력으로 두 번째 찾은 둥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자력으로 새의 둥지를 두 번이나 찾았다.

아니 수목원에 직박구리가 알을 낳기 위해 둥지를 만드는 것을 봐 놓았으니 세 번째다.

나도 이제 서서히 고수의 반열에 들어서려나 보다. ㅎ

 

이놈들과 4시간쯤 놀았다.

꾀꼬리는 어딨는지 알 길이 없으니 첨성대나 가봐야겠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해가 짱짱하다.

첨성대는 땡볕이다.

후투티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기다려나 보자.

아직 이소하지 않았다면 나타나겠지.

30분쯤 기다렸나 녀석이 나타날 기미가 없다.

 

마침 첨성대를 관리하는 분이 지나가길래 물어봤더니

다문다문 보이긴 했는데 어제 오늘은 잘 안보이더란다.

 

첨성대와 후투티의 육추

상상만 해도 멋진 조합인데 아쉽다.

 

역시 새 촬영은 정보가 생명이다.

늦었는 것 같다.

 

아쉽긴 했지만, 정보가 어두웠던 탓이리라.

하지만 오늘은 공치진 않았다.

 

자력으로 한 건했으니 그로서 대만족이다.

아직 유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걸로 봐

조만간 유조가 둥지 밖을 빼꼼 내다볼 것이다.

 

그때 다시 와야겠다.

 

 

 

 

 

여긴 청설모와 다람쥐가 많다. 둥지 속을 노리는지 연신 둥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인지 둥지 속에 어미 한 마리가 들어 있다. 둥지 안에 한 마리, 둥지 밖에 두 마리가 서로 번갈아 가며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어떻게 된 연유일까? 둥지 속 성체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들어가 있는 건지 그렇다면 밖에 있는 두 마리는 뭔지 감이 잘 안 온다.

 

이 녀석이 새낀줄 알았는데 날아 가는 모습을 보니 어미다. 그럼 왔다 갔다 하는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뭐지...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오색딱따구리 & 흰배지빠귀  (0) 2020.06.27
흰눈썹황금새  (0) 2020.06.23
흰눈썹황금새 육추  (0) 2020.06.20
호랑지빠귀 육추  (0) 2020.06.11
물까치  (0)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