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철원, 철새도래지 한 번 꼭 가고 싶었다.
■ 언제 : 2021. 1. 3.(일)
■ 어디로 : 철원 철새도래지(DMZ두루미평화타운)
■ 누구랑 : 아내와
두루미를 찾다가 재두루미만 찾고 결국 돌아섰다.
두루미 서식지가 폐쇄되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순 없었다.
서식지 주변을 기웃거리며 발품을 팔았다.
민통선 경계 지역 초소로 가자니 멀리 두루미처럼 보이는 새들이 떼거리로 모여 있다.
혹시 두루미일 수도 있다 싶어 먼거리지만 최대한 줌을 당겼다.
한 컷 촬영했는데 초소에 근무하는 군인이 다가와 여기는 군사기밀 지역이라 촬영을 할 수 없고
촬영한 사진은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뭐, 별거 없기에 방금 초소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비롯해 다 보여줬다.
다행히 내 사진엔 새와 새들이 있는 전답만 찍혀 있었다.
대구서 왔다며 몇 장만 찍자고 했더니 미안하지만 여긴 촬영장소가 아니라 안 된다고 했다.
자고로 군인은 자기가 맡은 임무와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자식보다 어린 나이의 군인이지만 말을 들어야 한다.
고생한다고 위로하며 이내 돌아섰다.
민통선 경계 지역을 벗어나 돌아나가는 데 길가 전봇대 위에 황조롱이 한 마리가 앉았다.
차에서 내리면 날아갈 것 같아 유사 시 재빨리 찍기 위해 아내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사진기를 들고 창문을 살살내렸다.
욘석, 그단새 눈치를 챘는지 하늘을 날아올랐다.
에이, 조금만 더 있어주지 하며 푸념을 하는데
아니, 이 녀석이 가질 않고 제자리서 호버링(hovering)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법 있어준다. 근데 내 마음은 급하다.
곧 멀리 날아갈까 싶어 사진기는 세팅해 놓은 그 상태 그대로 눌렀다.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느닷없이 황조롱이 한 마리가 내 머리맡에서 정지한 채 날개짓만 하고 있다.
탐조를 하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구나 싶은 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내도 신기한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마치 먼길 왔다고 선물 공세를 퍼붓는 것 같다.
찍사들의 로망이 공중에서 호버링하는 새를 촬영하는 것이다.
근데 나한테 오늘 이런 행운이 주어졌다.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상황이다.
먼길 내려가자니 하세월인데 가는 길이 달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