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새 육추 1타 2피
■ 언제 : 2022. 7. 19(화)
■ 어디 : 경주 안강
■ 누구랑 : 혼자
■ 탐조물 : 호반새
올해도 여길 여러 번 다녀갔다.
호반새가 둥지를 틀기 전부터 시작해 들락거렸으니 그럴 수밖에.
매년 이 시기만 다가오면 늘 그랬다.
기다리면 때가 오는 걸 성질이 급한지 늘 앞서 간다.
얘가 육추를 하는 시기엔 멀리 서울, 인천서도 불원천리하고 달려온다.
그에 비하면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나는 호사롭다.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지만, 얘를 볼 땐 그나마 우리 지역에 있는 사람이 덕을 많이 본다.
어제도 서울서 왔다는 양반은 1박 하고 간단다.
올해는 얘들이 두 곳이나 육추를 한다.
서원 위쪽에 둥지를 먼저 틀었고 조금 늦게 아래쪽 주차장 옆에도 둥지를 틀었다.
현재까진 위쪽 둥지엔 새끼가 보이지만 아랫쪽 둥지는 새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엔 이소한 솔부엉이와 어미가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나는 솔부엉이 가족을 만날 겸해서 위쪽부터 갔다.
아래쪽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지만 위쪽은 둥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 한 분이 먼저 와 계셨다.
뒤이어 여성 한 분과 4명으로 구성된 지인 한 팀이 합류했다.
그런데 여기 둥지가 어째 요상하다.
아래쪽엔 진사님들이 바글바글한데 여긴 한가롭기 그지없다.
아마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숲 속이라 감도가 좋지 않아
아예 아랫동네에 모두 진을 친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아직 새끼가 이소한 건 아닌 아니란 걸 알기에
나는 여기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여전히 호반새는 기척이 없다. 둥지 속에 있는 새끼도 숨 죽이고 있는 터라
마치 이소한 후 폐가가 된 그런 느낌마저 든다.
상황을 파악할 겸 난 틈새를 이용해 먼저 솔부엉이 탐조에 나섰다.
주변 숲을 샅샅이 훑었다.
근데 분명 어제까진 있었던 걸로 파악된 녀석들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열흘쯤 모습을 보여주더니 아마 사람 눈길이 귀찮아 자리를 옮긴 것 같다.
호반새 둥지로 돌아오니 4명이 한 팀인 지인 분들은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없었다.
여긴 별로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래쪽에 둥지를 틀지 않았으면 여기가 돗대기 시장이었을 텐데
지금은 모두 아랫쪽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쪽은 땡볕이고 그래도 여긴 그늘숲이라 장시간 죽치고 있긴 여기가 더 좋은데
사진 찍는 사람들은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진빨이 잘 받는 곳, 그런 곳을 선호한다.
당연하겠지.
하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
아래쪽은 여기서 철수하고 내려가는 길에 들리기로 작정하고 삼각대를 펼쳤다.
여기서 기다려볼 생각이다.
여긴 지금 세 명밖에 없다.
호젓하고 그늘 있고 때때로 불어주는 골바람이 여길 있게 한 이유다.
욕심 없이 기다리는 우릴 갸륵히 여겼는지
어미가 30분 내지 1시간 간격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먹이는 주로 개구리였다.
아래쪽에 진을 치고 있는 지인한테 연락이 왔다.
거기 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며 여긴 어떤지 물었다.
거긴 먹이를 물고 온 녀석이 몇 시간째 가지 위에 앉아 요지부동이란다.
당최 둥지를 향해 날아갈 기미조차 없단다.
내가 선택을 잘했다.
현재까진 아래쪽보다 내가 있는 위쪽이 더 재밌다.
3시쯤 아랫동네로 이동했다.
꼼짝 않던 녀석이 대포 부대에 적응을 했는지 이제 움직임이 활발하단다.
반면 우리 쪽은 감감무소식이다.
상황이 역전됐다.
들은 대로 이젠 아랫동네가 재밌다.
주식인 개구리는 물론이거니와 뱀까지 물고 왔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고 찍을 곳은 있다.
렌즈가 딸렸지만, 그건 형편대로 찍으면 될 일이고.
내일도 가고 몇 번 더 가고 싶지만 이제 기회가 없다.
열흘 정도 멀리 가 있어야 하니 아마 다녀오고 나면 여기 상황도 종료될 것이다.
2/3는 철수했다.
나는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끝까지 남아 촬영했다.
어미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타나기를 고대하며 기다렸다.
그러고선 또 마지막 한 번 더를 고집하며 버텼다.
마지막 기회가 왔는 순간 두고 온 메모리카드 대신 상비용 메모리카드를 사용했더니
결국 얘가 말썽을 부렸다. 다다다닥 눌렀는데 툭 끊긴다.
아깝게도 마지막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그만 가라는 말인갑다.
툴툴 털고 일어섰다.
근 6시가 다 되었다.
10시 30분경에 도착해 6시까지 있었으니 있을 만큼 있었다.
짜슥들, 이젠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
좀 아쉽다.
한 번은 더 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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