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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산

한라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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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의 제주 여행

-보이는 대로 가슴에 쓸어 담은 제주 이야기-

 

 

언제 : 2016. 1. 10. ~ 1. 15.(56), 110일 저녁에 출발, 115일 아침 비행기로 도착, 실제 여행 기간은 4 

어디로 : 제주로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숙식은 :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조카네 집에서

산행코스 : 어리목 - 4.7km - 윗세오름 - 3.7km - 영실 - 2.5km - 영실 버스정류장    총 10.9km 

 

 

제주 여행 넷째 : 제주 여행의 백미 한라산 등반

 

산행코스 : 어리목 - 윗세오름 - 영실

 

1. 어리목 - 윗세오름

 

 

흔적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의 감흥

 

5박 6일의 제주 여행

그 백미는 두말할 나위 없이 한라산 등반이다.

제주 여행에 소요된 날짜는 모두 6일이었다.

하지만 제주에 가는 날인 1월 10일은 저녁 비행기를 탔고

  대구로 귀향하는 1월 15일은 아침 비행기를 탔으니 제주 여행을 한 날은 오롯이 나흘이 전부다.

 삼일간 여기저기 다니기도 많이 다녔지만, 제주의 혹독한 바람도 많이 맞았다.

제주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나흘째 되는 날은 한라산을 겨냥하고 있었다.

한라 산행은 제주에 올 때부터 작정을 하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사흘간의 제주 여행을 하면서 워낙 심한 바람을 많이 맞아 과연 갈 수나 있을는지

그것이 더 큰 우려로 다가왔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거실 창문을 열어보았다.

창 너머 길거리에 있는 야자수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거실 창문을 열었는 데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정원수와 길거리에 심어진 나무의 흔들림이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딸아이와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아내를 데리고 한라를 등반하기란 애시당초 틀린 것 같다.

결국 이번 방문길엔 한라를 갈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제주 여행의 재미가 졸지에 반감되는 순간이다.

 

어쨌거나 제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만큼 집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일단 성판악에서 백록담 코스는 포기하고 날씨가 허락한다면, 비교적 쉬운 어리목-윗세오름-영실코스로 가든지

그도 아니면 어리목-윗세오름 왕복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아파트 문을 밀고 나왔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 주차장으로 나오니 거실에서 보던 날씨와는 많이 달랐다.

삼일간 여행할 때 보다는 날씨가 많이 숙진 것 같아 보였다.

그동안의 못된 날씨로 인해 여행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지만, 마지막 날 날씨가 도와 줄 것 같았다.

난, 단박에 백록담에 가고픈 욕심이 생겼다.

윗세오름까지는 간 적도 있고해서 언제 다시 또 오려나 싶어 그리하자고 식구들을 종용했다.

그런데 아내가 도대체 안 된단다. 2년 전에 백록담을 한 번 다녀간 경험이 있던 아내가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단다.

산행 솜씨도 솜씨지만, 사진 찍고 꾸물거리느라 그런 식이라면 택도 없다며

그냥 처음 계획대로 어리목으로 가잔다.

나원 참, 난 갈 수 있을 것 같은 데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산을 함께 다녀보고도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하니

내 산행 실력이 아내한테마저 불신을 받는 것 같아 가기도 전에 기분부터 상했다.

그러면 어리목으로 가지말고 영실로 가자 했더니 이번엔 딸아이가 어리목으로 가고 싶어한다.

딸아이가 그렇게 얘기하니 아내도 거의 무조건반사로 어리목쪽을 사수한다.

어쩔 수 없이 백록담이고 영실이고 모두 양보하고 어리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난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참!

 

애월읍 하귀리에서 어리목까지는 20여km 거리, 대략 25분쯤 걸려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리목 주차장에 당도하니 이게 웬 일인지, 밤 사이에 도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백설기 같이 하얀 눈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요즘 제주에 눈이 내린지 꽤 된지라 바람은 원 없이 맞아 봤어도 눈 구경은 당체 할 수 없어 아예 포기했는 데

하루 상간에 한라에만 눈이 소복하게 내린 모양이었다.

전 날 마라도 갈 때 눈발이 조금 비치긴 하더니 그때 한라에는 눈이 제법 내린 모양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광경에 넋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하얀 설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리목 어귀부터 제주특산식물인 하이얀 눈에 덮인 제주조릿대가 산적한 길을 따라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내 사랑나무가 보인다. 졸참나무와 당단풍나무의 줄기가 붙어 연리목이된 나무다.

한라산에서 영원히 함께할 인연을 맺은 사랑나무란다.

졸참나무와 당단풍이 연리목이 된 경우란 흔치 않으니 기념할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제비동산으로 올라가는 데 까치집 같아 보이는 새집이 하늘 높이 걸려있다.

다름아닌 한라산의 겨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겨우살이였다.

겨울을 살아가는 반기생식물로 「겨울+살이」에서 겨우살이로 되었으니 겨울을 대표하는 식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눈 덮인 한라의 겨우살이는 산객의 가쁜 호흡을 달래 주고도 남음이 있다.

더욱이 한라의 겨우살이는 대부분 붉은겨우살이로 붉은꽃이 촘촘히 맺혀있다.

실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얀 눈에 덮인 붉은겨우살이가 더욱 돋보이며 지친 산객의 발걸음에 기를 심어준다.

일전에 김천의 수도산에서 봤던 겨우살이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윗세오름으로 올라가는 데 커다란 바위에 100m 간격으로 해발고도를 표시해 놓았다.

너무 잦은 간격으로 나타나 있어 되려 반갑지만은 않다.

힘들게 올라왔건만 겨우 100m밖에 못 올랐군. 어휴, 아직 멀었구나란 생각밖에 안 든다.

200m 간격으로 표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든 자의 별 희한한 궁상이다.

 

올라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오늘 한라산에 오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는가. 정말 오기를 백번 잘 한 일이다.

내 고장 팔공산과 지리산, 덕유산, 태백산, 함백산, 계방산 등을 산행하며 눈꽃과 상고대는 질리도록 보았건만

이게 한라의 설산이며 눈꽃이며 상고대라니

이 어찌 감동에 벅찬 환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날씨가 춥다고 웅크리고, 바람이 분다고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이런 장관을 어떻게 맞이할 수 있겠나.

오롯이 움직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어젯밤 눈이 제법 내린 모양이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이지만 하늘이 열려 한라산을 볼 때면 한라산 꼭대기 부만 하얀 모습을 띄고 있었는 데

오늘은 완전 횡재를 한 날이다.

마치 한라가 우리 식구를 위하여 축복을 한 아름 내려준 것 같다.

 

다들 잘 알겠지만,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가는 길은 사제비동산 진입까지 대략 2.4km가 힘들지

나머지는 완만한 경사길이라 산행하기 아주 좋은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라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산행길이 바로 어리목구간과 영실구간이다.

백록담까지 부담이 된다면 이 정도 구간이면 족할 것이다.

 

사제비동산도 만세동산도 모두 눈에 덮여 천지가 하얀 설국이다.

눈으로 떡칠한 구상나무 위로 까만 까마귀들만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오늘 한라산엔 산을 오르는 자와 하얀 눈과 까만 까마귀들이 전부다.

하양과 까망의 오묘함이 절묘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가다보니 어느새 윗세오름까지 왔다.

윗세오름에 오니 사람들이 꽤나 바글바글 모여있다.

윗세오름에 오르면 컵라면 한 사발 하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있다.

우리도 따끈한 컵라면을 먹을거라 생각하며 점심 대용으로 간편식인 오메기떡과 과일만 조금 준비했다.

그런데 컵라면 하나 사다 먹자면 하세월이다.

얼마나 줄을 길게 서 있는지 안 먹는 게 더 낫다. 우리는 이내 컵라면을 포기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깊은 눈밭을 헤쳐 층층이 길게 뻗은 나무턱에 살포시 내려 앉은 눈을 걷어치우고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높이 올라갈수록 장관이었지만

윗세오름대피소에 눈이 내려 앉은 모습은

그야말로 신세계라 해도 무방하고 별천지라 해도 누가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눈 내린 윗세오름의 정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이고 있었다.

 

거기 편안하게 앉아 오메기떡을 먹자니 떡고물이 하얀 눈 위로 눈발 날리듯 조금씩 떨어진다.

마침 대피소에서는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

산객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면 본능인 야성을 잃고 급기야는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까마귀한테 일부러 먹이를 주지는 않았지만

까마귀가 우리가 흘린 떡고물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까마귀가 우르르 몰려와 우리의 흔적을 부지런히 제거하고 있었다.

 

윗세오름에서 점심을 떼우고 영실로 가는 찰나

지금까지 내내 하얀 구름 밭에 가려 조망이 전무한 상태였던 한라산의 하늘문이 갑자기 열리기 시작했다.

희뿌연한 한라에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희뿌연 장막이 드리운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내리더니

파란 하늘이 열리고, 파란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한라의 남벽이 그 전모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아! 그때의 황홀감이란 도대체 뭐라 해야 하나?

실로 이루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순간을 맞이했다.

 

뭐라 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아니다. 천지개벽은 너무 무겁다.

그냥 행불무득(行不無得)이라 해야겠다.

행함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고 했으니

오늘 한라에 옴을 행(行)했으니 그로 인해 득(得)을 했다고 봐야겠다.

윗세오름에서의 하늘은 오늘 약 30초쯤 이런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우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절대 긴박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진사들에겐 전시 상황보다 더 긴박했을지 모를 순간이다.

불과 30초 정도에 카메라 셔터를 수십 방 날렸다.

그리고 쓸만한 사진 겨우 몇 장 건졌다.

정말 기가막힌 순간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설백의 한라

느릿느릿 그러나 미친 듯 그의 품에 안겼다. 

 

 

성판악으로 갈까요. 영실로 갈까요. 차라리 어리목으로 갈까요. 하다가 결국 어리목으로 왔다. 그런데 어리목의 이 모습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산정에만 조금 희뿌연하게 보였는 데~ 오늘 완전 땡 잡았다.

 

차량도 아래 버스정류소 있는 곳에서 여기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영실쪽은 그게 아니었나 보던데~ 오늘 아침에 영실쪽은 길이 미끄러워 차량 사고도 빈번했었다 던데. 

 

어리목 들머리다. 제주특산식물인 제주조릿대가 흰눈에 덮여있다. 제주조릿대는 가장자리가 흰테를 둘렀다.

 

제주 어리목 사랑나무.

 

졸참나무와 당단푸나무가 합체된 연리목. 수종이 서로 다른 두 나무가 연리목이 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인 데 심히 귀한 대접을 받을만 하다.

 

당단풍의 가지가 아예 졸참나무의 표피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제주의 계곡은 대부분 건천이다. 화산암으로 된 돌멩이와 현무암 지층이다 보니 물을 가두고 있을 형편이 안 된다. 

 

이제 겨우 어리목 목교를 지나고 있나보다. 언제 가려나 요원하기만 하다.

 

어제까지와는 달리 바람은 죽었고, 날씨도 덜 추운데 한라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더욱이 까치집처럼 보이는 겨우살이는 높이 있어 사진에 담기가 어렵다. 이때 카메라를 살짝 탓해 본다. 돈 좀 더 줄 걸~

 

해발 천고지네요. 1,700까지 올라가야 하는 데 언제나 갈까요. 예상 외로 딸아이와 아내는 잘 간다. 

 

1,100고지. 한 참 헐떡거리며 올라온 것 같은 데 이제 겨우 100m 더 올라왔네.

 

올라갈수록 눈이 심상찮아 진다.

 

1,200 고지부터 쌓인 눈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진다.

 

우와 이거는 완전 상고대다. 고개들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면 그 자체로 죽음이다.

 

구상나무에 흰눈이 떡칠을 했다.

 

본격적인 설국의 나래로 빠져들어 갈까나요.

 

이런 장면을 뭐라 할까요. 내 집 가까운 동네산이나 팔공산에서 더러 눈 덮인 산을 봤지만, 제주에는 자주 오기 어려워 그런지 더 큰 감흥으로 다가온다.

 

얼른 사제비동산까지 가야 덜 힘들 텐데~ 아직 800m 남았다.

 

이런 젠장 아직까지 1,300m 지점이군.

 

높아도 좋고 멀어도 좋다. 가는 길이 이렇게 줄 곧 환상인데 뭔 걱정이고. 느릿 느릿, 쉬엄 쉬엄 나의 고유한 트레이트마크다.

 

할 말이 없다. 어제 왔다면 이런 모습은 보지 못 했으리라.

 

파란 하늘과 하얀 상고대. 겨울산이 내어 주는 환상적인 모습이다.

 

지금부터 시야가 흐릿하다. 높이 갈수록 더 그렇다.

 

아내는 내가 어디까지 오는가 기다리며 여유있게 산행을 한다. 

 

이제 어리목 구간의 고비인 사제비동산까지 200m밖에 남지 않았다. 사제비동산 턱까지 오르면 그때부턴 살만하다.

 

이런 모습은 그만 찍어도 되는 데 뭘 이렇게 많이 찍었나. 버린 사진이 수두룩한데 자꾸 버리자니 아까워 올렸나보다.

 

나도 한 번 폼잡아 보고~

 

이제 1,400고지

 

길이 완만해 진다.

 

주변은 모두 구상나무 군락이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더니, 구상나무는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인가 보다.

 

안개가 장막을 쳐 주변이 희뿌연하다.

 

우리가 오고 난 뒤에 제주에는 1m가 넘는 눈이 왔다던 데 이 구상나무들이 온전해야 할 텐데~

 

시야는 전무하다. 온천지가 하얗다.

 

구상나무가 왜 이리 많지. 그래도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구간의 구상나무는 많아도 아직 멀쩡하다. 그런데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가는 길의 구상나무는 많이 고사한 상태다.

 

길이 많이 수월해졌다. 내게 딱 어울리는 길이다.

 

까마귀가 갈 곳을 잃어 구상나무 위 눈내린 가지 위에 앉았다 날았다 한다. 내게서 이런 그림이 나오다니 실로 연하장 같은 장면이다.

 

하늘문이 단 한 번도 열릴 기미가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늘을 열어주지 않으려나 보다.

 

까마귀가 화룡점정이다. 사진을 살려 준다고 모델이 된 채 앉았다. 고마운 까마귀~

 

사제비동산까지 다 왔다. 이제부턴 놀아가면서 간다.

 

지금 내 친구는 까마귀밖에 없다. 서양에서는 까마귀가 오히려 길조로 대접 받는다지...

 

까마귀 한 마리가 비행하는 모습이 가까이 있는 데 날씨가 흐리니 멀리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길이 좋으니 길을 가던 산객들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올라 올 때는 내 말고는 사진 찍는 사람이 그리 없던데~

 

나무 이로 눈이 시루떡 쌓아 놓은 것 처럼 더덕더덕 붙었다.

 

눈과 구상나무가 합체하여 만든 그림 

 

 

가녀린 가지에 붙은 눈이 마치 하얀 깃발처럼 매달려 있다.

 

이 여자분들은 중국 여인네들이다. 모녀지간 같아 보였는 데 꽤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제주 관광와서 한라에 오를 생각을 했으니 제대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봐야겠다.

 

갈수록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이제 만세동산이다. 1.5km만 가면 윗세오름대피소에 당도한다.

 

우리가 오고 난 이후로 제주에 폭설이 내렸으니 지금 저 길도 모두 묻혔으리라. 눈이 오는 산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이 많이 오는 한라에는 저리 높은 빨간 깃발을 세워 놓았으리라.

물품을 실어나르는 모노레일도 작품으로 거듭난다. 지금 한라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형상이 그대로 작품이다.

 

이리 찍어도 엽서요. 저리 찍어도 연하장이다.

 

산객이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심심찮게 보인다.

 

만세동산이 구릉. 난, 여름에 여기서 한라의 야생화를 봤으면 좋겠다.

 

길만 쳐다보면 간다. 시야가 전부 가렸다.

 

윗세오름대피소에 물건을 운반하는 모노레일 

 

이 또한 보기 그럴 듯하이~

 

어휴, 시야가 갈수록 더 층층시하다. 아무래도 오늘 한라의 남벽을 보기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고지대에 생조하는 눈향나무도 있는가 본 데, 당체 눈에 덮여 있어 볼 수가 있어야지.

 

어라, 이제 뭣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름 밭에 희망이 샘솟는 성이 아련하게 나타난다.

 

그렇구나. 여기가 바로 윗세오름대피소일세.

 

그러고보니 나는 여기까지 애들을 인솔하여 데리고 왔었구나. 그때도 아마 눈밭이었는 데 그저 애들을 인솔하여 앞만 보고 간 것 같다. 애들과 함께 컵라면을 먹은 기억이 난다.

 

1,700m고지다. 아내를 대상으로 인증샷

 

곧 3.7km 지점에 있는 영실로 가야한다. 그래도 점심은 먹고가야지. 지금은 돈내코 방향에서 오는 사람이 있는 데 잠시 후 돈내코 방향은 입산 통제를 하는 방송이 나온다.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2.1km를 갈려고 했는 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포기를 하고 영실로 바로 내려간다.

 

우리가 다녀가고 내린 폭설에 윗세오름안내소가 무사했을려나.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가족끼리 인증. 난 굳이 인증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저 빈 정상석 정도로 만족하는 데 오늘은 함께찍었다. 이 사진을 찍어 준 여자도 어여쁜 중국처자였다.

 

주로 빈 사진을 찍는다.

 

자, 저기서 십수 년 전에 아이들 인솔해서 컵라면을 먹은 기억이 난다.

 

참으로 환상적이며 별천지다.

 

바위에 새겨진 표지석 뒤로 보이는 길은 돈내코로 가는 방향이기도 하며,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이다.

남벽까지 2.1km에 불과한 데 못 가서 아쉽다.

 

빈 표지석 담는 것은 습관이다.

 

남벽을 가지 못한 아쉬움에 남벽으로 가는 길이라도 잡아본다.  

 

우리 가족을 제외한 오늘 유일한 친구는 여기 있는 까마귀들이다. 이 애들은 그래도 좀 작은 편이다. 예전에 아이들 데리고 왔을 때 본 까마귀들은 엄청컸는데...

 

까마귀와 노니는 딸아이

 

오늘 사진의 수훈갑은 단연 이 애들이다.

 

어라, 근데 이게 뭔 천지개벽이란 말이가? 갑자기 하늘문이 열린다.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열린다.

 

불과 30초쯤 하늘이 요술을 부린다. 그동안 제주여행하면서 바람 맞은 댓가를 지금 이 찰나적인 순간에 모두 보상을 받는다.

바로 직전까지와는 세상이 다르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모두 난리가 났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순식간에 벌어지는 이 모습에 미치고 환장하지 않을 사람 과연 그 누구란 말인가?

 

천지가 개벽하는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놈들은 그저 초연하기만 하다. 늘 경험해서 그럴까? 니놈들의 의연한 모습이 오히려 더 감동이다.

 

구름이 조금 더 밀려나가는 가 싶더니~

 

드디어 한라의 남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살짝 열어주는 가 싶더니 이내 닫을 준비를 한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상황이다. 이 광경은 오늘 우리 가족의 복이고 한라가 우리에게 주는 은총이다. 조금만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났더라도 이 모습은 볼 수 없었으리라. 지성이면 감천이래더니 그동안 제주에서 모진 바람 맞고 여행다닌 우리 가족에게 주는 진정 제주의 은혜가 아닐런지... 

 

하늘은 금방 닫혔다. 방금 일어났던 마술 같은 쇼는 이내 사라지고 없고 또 다시 암흑의 바다가 펼쳐진다.

 

 

2. 윗세오름 - 영실

 

흔적

 

윗세오름에서 영실까지의 감흥

 

 

윗세오름에서의 찰나적인 순간, 하늘문이 열리는 진기함을 맛본 후 그 진한 여운을 뒤로하고

우리는 영실 방면으로 갔다. 백록담을 못 간 대신 윗세오름에서 2.1km에 달하는 남벽분기점까지 갔다가

다시 윗세오름으로 와 영실로 내려가기로 그림을 그렸는 데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같아 남벽분기점은 생략하고 말았다.

내심 아깝긴 했지만, 지금 시간상으로 보아 남벽을 감행하기란 무리인 것 같았다.

때마침, 1시쯤 되었나 돈내코 방향은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영실로 하산하는 길도 서둘러야 하는 모양이다. 3.7km를 내려가야 한다.

3.7km라면 시간상으로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으나

영실로 가는 길이 또 어떤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모를 일이고

그에 반해 내가 또 얼마만큼 꾸물거릴지는 가봐야 알 일이다.

모름지기 내가 가는 산길은 가봐야 안다.

내 가는 길은 굳이 계절에 상관할 바가 아니다.

산마다 많은 이야기와 꽃과 나무가 있으니 내가 산을 간다면, 언제내려올지는 가봐야 안다는 말이지.

그러니 무조건 산에 가면 내겐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시간에 쫒기면 난 산에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우~와!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가는 첫 걸음에 바로 이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거익태산(去益泰山)이라더니 점입가경이다.

어리목구간보다 눈이 더 많고 절경이 더 많이 나온다.

어리목은 순하고 그에 비해 영실은 어리목보다 더 힘있게 생긴 구간이다. 

그런만큼 기암과 절경이 더 많은 곳이라더니 그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눈 폭탄을 맞은 나무들이 아예 원래 하얀나무들 같다.

오늘 한라산은 온 천지가 하얀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진 백산 같아 보인다.

잘 정비된 등로에 목책이 없으면 눈이 많아 어디가 길인지도 모를뻔 했다.

가는 길은 줄 곧 안개가 덮어 오리무중이다. 조망이 전무한 상태다.

 

조금 오다보니 데크로 이어진 전망대가 나오고 넓은 고원지대가 나온다.

바로 한라산 '선작지왓'이라 부르는 고원 초원지대다.

제주도 명승 제91호로 '작은 돌이 서 있는 밭'이란 의미로 키 작은 관목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고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고원 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로 분류되고 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오면 한라산의 다양한 식생환경을 즐길 수 있을 텐데 좀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런 선작지왓의 지금 모습은 물론 천지가 백이다. 

 

조금 더 가다보니 '시로미'란 식물이 자생하는 안내판이 나온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식물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과 한라산에만 관찰되는 희귀고산 식물로

해발 1,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높이 10~20cm의 늘 푸른 키 작은 나무라고 한다.

늘 푸르다 하니 눈이 덮여 있지 않았으면 볼 수 있었을 뻔했다.

 

그런데 윗세오름에서 영실 방향으로 가다보니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이 눈에 자주 띈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오를 때는 고사한 구상나무가 거의 없었는 데 영실 방향은 상황이 다르다.

그러고보니 조카네 책꽂이에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있었다.

유홍준씨가 펴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인데 7권은 전체가 제주편이었다.

제주편은 읽은 적이 없어 짬짬이 책을 펼쳐 읽었던 부분에 제주의 구상나무와 관련된 얘기가 있었다.

이 분야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서술한 내용인 데, 뭔 내용인가 하면

구상나무는 고산지대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인 데, 지금 지구의 온난화로

우리나라가 아열대성기후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현실로 다가옴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산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구상나무도 점차적으로 고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영실로 가는 구상나무가 죽은 이유도 그런 연유에 있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나 뭔가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구상나무는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라고 했다.

지금 죽은 구상나무는 죽어서까지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한편 생각하면 눈에 덮인 죽은 구상나무에 예찬을 곁들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에 하얀 눈이 덕지덕지 붙은 광경은 사진빨 잘 받아서 좋다.

 

하얀 눈에 빛이 반사되어 혹 설맹이라도 걸릴까 우려되어 가끔 먼 하늘을 습관처럼 쳐다본다.

푸른 나무라도 있으면 그 부분을 일삼아 집중적으로 응시한다.

평소 눈 안질이 좋지 않아 안과에 자주 다니는 편이다. 선글라스를 쓰면 좋은 데

나는 당체 선글라스를 끼고 활동하는 것이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몇 년 전에 설맹 예방 차원에서 선글라스를 하나 구입해 신년 1월 1일 거창 우두산에 신년산행 갔다가

어둔해 몇 번 헛걸음 딛다가 넘어진 후로 다시는 눈에 거추장스러운 선글라스를 낀 적이 없다.

 

영실이 가까워질수록 기암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실기암이 유명하다더니 높기만 했지 비교적 순한 한라산에 기암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지금까지 걷는 동안 보지 못한 모습이다.

여우가 먹이를 기다리며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하며, 토끼가 두 귀를 쫑긋거리고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

언제 돌아올지 모를 님을 기다리는 아낙의 하염없는 기다림

아기를 안고 망부석이 되어 버린 형상의 바위들을 보면서

이제부터 영실기암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되는 구상나무 고사목의 진경을 바라보며 내려가자니

드디어 영실기암의 진경산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병풍바위와 오백나한 또는 오백장군이라 부르는 영실기암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병풍바위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마치 병풍을 드리워 놓은 것 같으며

오백나한은 이상야릇하게 생긴 기암괴석들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데,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나한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군처럼 보이기도 하여

오백나한이라 하기도 하고 오백장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실이란 명칭은 한라산 남서쪽 산허리에 깍아지른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치솟아

마치 석가가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하여 지명을 그리 불렀다.

 

여기서 잠깐, 내친 김에

주의 신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잠시 살펴보고 가자.

설문대할망의 전설과 영실기암의 탄생 배경이 맞물리니

알고 보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한라산 영실에는 오래전부터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설화 속 설문대할망은 제주섬을 만든 여신입니다.

남신이 아닌 여신이 섬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는 제주 여성의 강인한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으로 흙을 날라 드넓은 바다 가운데 제주섬을 만들었습니다.

그 산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 봉우리를 꺾어 던지니, 떨어져 나간 자리는 백록담이 되고,

멀리 던진 봉우리는 안덕면 사계리에 떨어져 산방산이 되었습니다.

터진 치마 구멍으로 흘린 흙들은 360개에 달하는 오름이 되었습니다.

 

이 설문대할망은 키가 구 척이나 되는 거인이어서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는 제주시 앞바다 관탈섬에 걸쳐졌다고 합니다.

백록담에 걸터앉아 왼쪽 다리는 관탈섬에 오른쪽 다리는 서귀포 앞바다 지귀도에 딛고 빨래를 했습니다.

성산일출봉은 빨래바구니, 우도는 빨랫돌 삼았다고 합니다

  

설문대할망의 죽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해집니다.

한 가지 이야기는 큰 키를 자랑하던 설문대할망은 제주도의 깊은 물이

자신의 키보다 깊은지 시험해보려 발을 담그곤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라산의 물장오리에 들어갔더니 빠져 죽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물장오리 밑이 터져 끝없이 깊은 물인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설문대할망과 오백 명의 아들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흉년이 든 어느 날 어머니는 아들들이 먹을 죽을 끓이다가 발을 잘못 디뎌 죽 솥에 빠져 죽습니다.

아들들은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죽을 맛있게 먹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막내는 어머니를 그리며 한경면 차귀도로 달려가 바위가 되어버렸고,

나머지 아들들은 통탄하며 며칠을 지키고 서 있다가 모두 한라산 영실의 바위로 굳어졌습니다.

이들이 오백장군입니다." 

 

<펌> 공감리포터 문화포털 http://www.culture.go.kr/culture/themeView.do?seq=543 

 

위 전설의 내용은 <펀> 내용이다.

전설에 의하면 한라산 영실에 있는 오백장군(오백나한)은 499명이라고 봐야 한다. 

막내아들은 솥 안에 있는 죽이 어머니의 몸인 줄 알고 먹지 않은 채

홀로 떠나 바위섬인 차귀도가 되었으니까 나머지 499명이 영실에서 기암이 된 것이다.

전설이지만, 수치는 바로 잡자. 그거나 그거지만. 

 

안개에 묻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더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하늘이 열리더니 병풍바위가 보이고 오백나한의 영실 기암이 기염을 토한다.

그래도 영실로 내려오는 길에는 하늘문이 자주 열렸다 닫혔다 했다.

그때마다 병풍바위를 비롯 영실기암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파란 하늘이 열릴 때면 기가 막힌 장면이 연출된다.

오늘 이런 장면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때를 놓칠세라 카메라를 빠른 속도로 조작하여 재빠르게 장면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많이 썼다.

덕분에 쓸만한 사진 흡족하리만큼 건졌다.

 

바람이 없지 않았지만, 그동안 삼일간의 제주 여행에 비하면 오늘 한라의 바람은 조족지혈이다.

바람도 맞을만 했을 뿐 아니라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 오늘 산행길은 더 없이 흡족했다.

어리목쪽은 몇 번 가보았어도 영실쪽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 그래서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어쩌면 어리목-윗세오름-영실로 이어가지 못하고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왕복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왕에 가보지 않았던 영실과 윗세오름을 왕복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떠하든 간에 어리목에서 영실로 내려올 수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영실로 내려와 어리목으로 갈 때 택시비 20,000원이 든 건 아까웠지만,

내려온 길에 비하면 까짓 꺼 돈 20,000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언제 또 다시 이렇게 넘어갈 수 있으려나, 그리 생각하면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닌 것이다.

 

영실로 내려오니 붉은겨우살이의 붉은 꽃이 더 가까이 더 많이 달려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영실탐방로 입구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부지런히 걸어갔다.

무려 2.5km를 걸어야 하는 데 3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길가에 눈이 쌓이고 얼어 있어 빠른 걸음으로 가기 쉽지 않다.

그런데 길가의 나무에 기생한 붉은겨우살이는 눈치도 없이 갈길 바쁜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다. 모양이 좀 좋지 않은 겨우살이는 생략하고

모양 좋은 놈으로만 골라 찍으며 갔다.

한라산을 하직하자니 아쉬움이 남는지 도로변에 있는 붉은겨우살이가 

더욱 붉게 보이는 것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길도 미끄럽고 붉은겨우살이에 유혹당하며 가서 그랬는지, 결국 버스를 놓쳤다.

그래서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타고 어리목으로 가는 데 기사 양반의 입담이 끊임이 없다.

우리는 오늘 운이 좋은 편이란다.

아침나절만 해도 렌트카 타고 온 사람들이 산행을 감행하러 왔다가

미끄러운 길 때문에 접촉 사고가 많았단다.

어리목쪽은 덜하던데 영실쪽은 심했나 보다.

원래 영실쪽이 더 하단다. 기사 분 말씀이 그랬다. 지형지세상 그도 그럴 것 같았다. 

 

한라산! 다음에 오면 반드시 백록담을 가야겠다. 

그래서 한라의 식생분포는 어떠한지 어떤 풀과 나무가 자라는지

어떤 지형지세를 갖추었는지 여물게 살피고 와야겠다.

이번 방문길에 가지 못했으니 다음에 다시 제주에 와야할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이번 제주 여행은

참으로 알뜰하고 충실하게 다녔다.

나흘간 모두 성격이 다른 곳이었으나 그 어느 곳도 소홀한 곳이 없었으며

모두 훌륭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발길 닿은 모두가 다 좋았다. 

그러나 역시 이번 제주 여행의 백미는 한라산 등반이었음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날 비행기 타고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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