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부부랑 함께 어울린
울산 명소 십리대밭길 잠깐 & 대왕암
■ 언제 : 2017. 2. 1.(수)
■ 어디로 : 울산 십리대밭길 냄새만 맡고 대왕암으로
■ 누구랑 : 대학 동기 남*이 부부랑 함께
흔적
오늘은 느닷없이 울산을 가고 싶다.
말로만 듣던 십리대밭길도 가고 싶고 울산대왕암도 가고 싶다.
울산엔 대학 동기 남*이가 있다.
울산 모 공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남*이는
방학 때면 한 해 두 번 동기회를 통해 만나지만 부부가 함께 만난 적은 없다.
연애 시절 함께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아련하기만 하다.
아무 생각 없던 아내를 부추겨 느닷없이 울산으로 향했다.
원래 예정에 없었기에 출발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침 일찍 서둘러 관음불교대학 감포도량 산자락에 복수초가 피었는지,
경주 토함산 자락 시부거리 계곡에 복수초와 노루귀 소식이 있는지 살펴볼 요량으로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게 조금 아쉬웠다.
남*이 아내는 오랜만에 만났다. 태화강변에서 무려 30여년 만에 다시 본다.
그런데도 낯이 설지 않다. 무시로 드나들며 만난 사이 같다.
아내끼리도 마찬가지다. 세월의 공백이 그리 길었음에도
전혀 낯설어하거나 서먹서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갑기만 하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우리는 먼저 태화강 십리대밭숲으로 들어갔다.
대밭의 대나무가 어찌나 실하고 빽빽한지 우선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하늘 높이 솟아 구름을 찌른 대밭이 태화강을 따라 무려 십리에 펼쳐져 있으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으리라.
담양에 있는 죽녹원의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길이가 2.4km라고 하니
울산의 십리대밭길의 길이는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대숲길이라 칭할만하다.
두 부부가 울울창창한 대밭 사이를 걷노라니 다급하게 달려온 것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한가롭기 그지없다.
시원시원한 대숲을 함께 걸으며 난, 대숲 사이로 뭔가 미리 핀 야생화가 없나 싶어
유심히 살피며 걸었지만 아쉽게도 눈에 띄는 녀석은 아무것도 없다.
대밭 주변에선 노랑망태버섯이 잘 자라는데 지금 시기에 피어 있을 리 만무하다.
속으로 ‘그렇지’하고 되뇌며 걷노라니 갑자기 대밭 십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시간 울산에 당도하였고, 대왕암을 가자면 대밭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십리대밭길은 그 향기로 만족하고 대왕암으로 바로 갔다.
울산에 있는 대왕암은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싶고 보고 싶었던 것에 반해 굳이 남겨 둔 이유를 찾자면
그것은 기왕 울산까지 간다면 남*이 부부를 만나 함께 걷고 싶었기에
그 기회를 맞추어 가려고 늦장을 부리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흔히 대왕암(大王巖)이라 하면 경주 감포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수중왕릉을 얘기한다.
신라 31대 신문왕이 삼국통일을 이룬 부왕 문무왕의 뜻을 받들어
수중왕릉을 조성한 것이 대왕암이다.
여기는 여러 번 다녀갔었다.
오늘은 울산 동구 동대로에 있는 또 다른 대왕암을 찾았다.
대왕암은 대왕암공원 끝에 있었고, 과거에는 이곳을 울기공원이라 칭했다.
“울기(蔚埼)”는 울산의 끝이라는 뜻으로 일제 때 붙인 이름이라 일제 잔재를 없애고자
현재 대왕암공원으로 그 이름을 수정하였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언젠가 소풍을 온 꼬맹이들에게 인솔 교사가
울기공원에 대해 일제의 잔재라 이름을 대왕암공원이라 변경하였다고 설명을 하니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던 꼬맹이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선생님, 그러면 울기등대는 왜 대왕암등대로 바꾸지 않았나요’란 질문을 해
인솔 교사를 당황하게 한 얘기가 나온다.
나 역시 바꾼 김에 다 바꾸지 울기등대는 왜 이름을 그대로 남겨 놓았지란 생각을
그 꼬맹이와 함께 해 본다.
울기등대는 일제 잔재의 산물이지만, 그 역시 사료적인 가치는 있다고 봐
현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으며
현재의 등탑과 (구)등탑이 나란히 서 있다.
울산 대왕암은 감포 문무왕의 호국용 전설과 관련되어 이어지는 이야기로
문무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용이 되고자
이 바위에 잠들었다고 한다.
그런 대왕암은 붉은 기운을 앞세우고 하늘로 용솟음치며 독도를 침탈하는 일본을 향해 일갈하는 듯하다.
문무대왕비의 그 기개 또한 과연 문무왕의 호국 정신 그대로 이어 받았다.
친구 남*이가 오늘 제대로 대왕암을 안내한다.
울산에 오랜 세월 살면서 본인도 그의 아내도 오늘처럼 이렇게 대왕암공원을 알뜰하게 살핀 적이 없단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덕분에 서로가 대왕암공원을 알뜰살뜰 살폈다.
우린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B코스로 가 A코스로 돌아 나왔다.
그 정도면 대왕암을 나름대로 살핀 편이라 할 수 있다.
울산 대왕암은 바위가 모두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대왕비의 호국영령이 붉은 빛으로 화했는지 모를 일이나
아마 모르긴 해도 붉은빛을 띤 이유는 암석 속의 철분이 산화된 것이 아닐까 라고 짐작해 본다.
바닷가를 버티고선 바위의 형상이 각양각색이다.
갓 안에 쓰는 탕건과 같아 보이는 탕건암
탕건암은 마치 바다 속에 대포를 장착 해 놓은 것 같기도 한 형상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북 모양의 바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거북바위라는 이름도 있다.
그리고 대왕암 북편 해안을 따라 5개의 크고 작은 섬이 나열해 있는
한 때는 이곳에서 사금을 채취한 곳이라 하여 ‘사금바위’라 부르기도 하는 ‘사근방’이 있고
북편 해안 중 가장 넓은 바위를 일컫는 ‘넙디기’라 부르는 바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할미바위
할미바위는 아래쪽에 톡 튀어 나온 뭔가가 있어 또 ‘남근암’이라고도 한다.
일산만의 동쪽 바다에 있는 불모(不毛)의 섬 ‘민섬’
민섬은 길에 쭉 늘여 읽어 미인섬이라고도 불린다.
옛날 청룡 한 마리가 천연 동굴에 살면서 오가는 뱃길을 어지럽히자 동해 용왕이
신통력을 발휘해 다시는 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큰 돌을 넣어 막아버렸다는
전설이 있는 ‘용굴’, 용굴은 ‘덩덕구디’라 불리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울산 대왕암은 바위가 많다보니 붙일 이름도 전설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송림숲에 둘러싸인 하얀 (구)등탑과 현재 이용하는 하얀 등탑이
울산 바다를 오가는 세월의 빛으로 남아 있고,
한지혜와 김재원이 주연한 MBC드라마 ‘메이퀸’ 촬영지가 이곳이기도 했다.
메이퀸은 나도 열렬한 시청자이기도 했다.
억척스러운 소녀 한지혜의 사랑과 야망이 돋보인 드라마로 꽤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용굴을 지나 민섬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활처럼 휘어져 있는 도심 속의 피서지 일산해수욕장 이 보이고
그 너머 골리앗이라 부르는 크레인이 즐비한 현대중공업이 보인다.
이렇게 하루 여정을 끝내며 마지막으로 일산에 있는 종로쭈꾸미 집으로 갔다.
일산 수산물판매센터가 있는 곳으로 가 맛있는 회를 사주겠다는 데
남*이가 술을 먹지 못하니 나도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다.
회를 앞에 두면 괜히 술 생각이 나 한 잔이라도 걸치면
운전대를 아내한테 맡겨야 할 것 같아 그냥 쭈꾸미 전문집으로 갔다.
호되게 매웠지만 맛은 오늘 대왕암 트래킹하면서 느낀 심심한 맛 그대로다.
오늘 울산 구경 한 번 잘했다.
느닷없이 시부지기 길을 나서 먼 울산까지 다녀오다니
낮도깨비도 아니고 뭔 일인지 모르겠다.
남*이 부부한테 괜한 민폐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남*이 부부 덕에 가고 싶던 십리대밭길과 울산대왕암 구경 한 번 잘 했수.
언제 대구도 한 번 다녀가게나.
십리대밭길
태화강 십리대밭길 왕버들
울산 태화강 주변에 까마귀떼가 그렇게 극성을 부린다더니 오늘은 조용하네요.
왜가리 한 마리가 갈대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뭔가 축 쳐진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대숲으로 들어간다. 울울창창한 대나무의 기개가 하늘을 찌른다. 엄청나구만...
세월을 얼마나 먹었는지 대나무의 굵기도 엄청나다.
가냘픈 대나무가 모여 하늘을 덮었다.
날씨가 쌀쌀 맞은데도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대숲 사이는 바람을 막아 포근하다.
과연 소문대로 대나무의 기세가 대단하다.
십리대밭길에서의 죽림욕은 짧게 끝나고 시간 관계상 대왕암으로 간다. 긴 산책길은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로...
대왕암
우리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현위치에서 B코스로 가 대왕암을 본 후 A코스로 돌아나왔다.
문무대왕비를 상징하는 용 모양의 놀이터다.
동백나무는 큰데 꽃은 자그맣다. 애기동백인가???
털머위의 노란꽃은 다 지고 씨앗만 하얗게 맺혀 있다.
대왕암 주변엔 마침 바지선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저 배들은 고기잡이 배는 아닌 것 같은데...
자 이제 대왕암쪽으로 가볼까요.
다정스런 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남*이 아내도 생각보다 주름도 없고 아직 얼굴이 화사하네요. 친구가 잘 해 주는 모양이지...
친구는 울산에 사니 대왕암을 자주 와 봤겠지만, 이런 사진은 별로 없지요.
인물 사진 많이 찍지 않았는데 그래도 짬짬히 찍었는게 사진이 쬐끔 되네요.
바위 색깔이 왜 모두 저렇게 붉그죽죽하지... Fe이 많이 들었나.
저 다리를 건너면 대왕암이다. 다리가 있어 건널 수가 있다.
갈매기도 쉬고 우리도 쉬자.
이제 A코스로 이동 중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등탑
노인과 아지매
구 등탑
탕건암, 거북바위. 남*이와 나는 대포바위라 이름 붙였다.
탕건암
할미바위(남근암)
바위와 소나무는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언제 봐도 그렇다.
웃는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다. 늘 그렇게 사세나. 건강 잘 챙기시고...
민섬. 길게 늘게 미인섬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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