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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왜가리/중대백로 서식지 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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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백로와 왜가리 서식지 탐조



■ 언제 : 2020. 4. 19.(일)

■ 어디로 : 경북 모처 왜가리마을에서

■ 누구랑 : 홀로




촬영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탐조하는 이들의 기본수칙이다.

야생화도 그렇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을 훼손시키는 주범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다녀온 왜가리 서식지는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마을을 통과하는 도로변에 우리 마을이 왜가리 서식지 임을 공공연히 알리고 있다.

우리 마을이 왜가리 군락지임을 서슴없이 공개하는 것이다.


왜가리는 경북의 도조이면서 군위군의 군조이기도 하다.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보호자 역할을 하니 탐조차 방문한 사람들이

허튼짓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을이 왜가리 마을이란 간판을 내 건 이유랄 수도 있다.


오늘 탐조하러 온 이는 내가 유일하다.

언젠간 가야지 하다가 결국 오늘에사 왔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마을 뒷산에 하얀점이 빽빽하게 박혀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행길이라 어딘지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곤 단박에 왜가리마을임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왜가리마을에 웬 백로 천지인지 왜가리마을은 다른 곳에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가까이 가니 왜가리 반 백로 반 정도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백로가 더 많아 보였다.


왜가리와 백로 촬영을 하고 싶을 땐 내 사는 곳 가까운 금호강가를 자주 찾는다.

올해는 예년 같진 않았지만, 금호강가엔 애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애들은 무덤덤하게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찌나 예민한지

조금이라도 가까이 접근하면 벼락같이 날아가버린다.


그런 경험도 있고해 왜가리마을에서는 삵괭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대충 헤아려보니 두 군데 무리지어 있는데

한 곳에 백여 마리쯤 앉아 있어 보였다.


이 녀석들이 외부인의 침입에 놀라 한꺼번에 날아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촬영은 고사하고 마을 사람들한테 무안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더 우려되었다.


조심조심 한 발짝 한 발짝 집 담을 방패 삼아 숨죽이며 촬영했다.

다행히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는 녀석은 없었다.

마을 뒷산에 둥지를 틀고 살아와 그런지

사람 발자국에 크게 개의치 않아 보인다.


용기가 생겨 가까이 더 가까이 접근했다.

그래도 녀석들은 전혀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

다문다문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있는데 걔들도 나 때문이 아니라

둥지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부지런히 물어 나르는 녀석들이다.

전혀 나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물론 나도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금호강가에서 보던 백로와 왜가리처럼 애들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 그런지

나름대로 사람과 친숙해져 있는 모습이다.


밭일 하는 사람, 농기구를 정비하는 사람, 지붕을 고치는 부부

비교적 마을 분위기는 한산하였다.

사진을 찍는다고 눈총주는 사람도 없었다.

지붕을 고치던 부부는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도 대수롭잖게 여기며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주었다.


최대한 가까이 접근했다.

가깝게 접근하니 멀리서 보이지 않던 왜가리와 백로의 육추 장면까지 다 보인다.

비록 나뭇가지에 가려 새끼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 것은 아니었지만,

목을 쭉 뻗고 기지개를 켤 때는 날갯짓까지 보이기도 했다.


육추 장면을 자세하게 찍고 싶어 더 가까이 접근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가지 않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보이는 만큼만 담았다.

어둡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가려 쓸만한 사진은 못 건졌지만,

난생 처음 육추 장면을 볼 수 있어 그로 만족했다.


이제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더러 방문을 할까 싶다.

가다 보면 좋은 장면도 얻으리라.


*


왜가리마을 탐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마을 아주머님 한 분이

사진 찍으러 오셨냐며 살갛게 말을 건네주신다.

그렇다고 하니 여긴 새가 많다고 훈훈하게 말씀을 건네주시며,

여기까지 왔으면 가까운 돌담마을도 보고 가시란다.


대율리 한밤마을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거기 세 번이나 다녀간 적이 있다.

역시 내 생각한 대로 아주머님은 대율리 돌담마을이 참 이쁘다며 꼭 보고 가시란다.

그렇지 않아도 가는 길에 들렀다 갈 참이었는데 그렇다고는 말 못하고

 "예.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들릴께요."


이 분도 그렇고, 촬영하기 좋게 좀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해 주신 지붕 고치던 부부도 그렇고,

농사일 하시다가 외지인 한 번 쓱 보고 말던 주민분들까지

모두 살가운 분위기다.


일하는데 괜히 사진 찍는답시고 방문한 것도 미안스러웠는데

살갑게 대해 주시니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왜가리와 백로가

이 마을 주민분들한테 복이나 듬뿍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여기가 왜가리마을이오 하면서 마을 표식이 섰다. 찾아 오라는 소리라 해석해도 무방하리라. 주차는 가급적 마을에 해를 끼치지 않는 곳에 하는 것이 좋다. 새를 찍으러 오자면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한텐 알게 모르게 폐를 끼칠 수 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찾아 가는 게 도리일 것이라 사료된다. 


마을 벽화에 환영한다는 문구가 정답게 다가온다.


나는 도로변 한갓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왔는데, 와서 보니 차량이 붐비지 않을 땐 여기 주차해도 무방하겠다. 마을 분위기로 봐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문패에 적힌 이름은 정보 보호 차원에서 지웠다.


하얀 건 중대백로, 까맣게 보이는 건 왜가리다.


후다닥 날아갈까 싶어 담 뒤에 숨어 줌을 당겨 살짝 촬영해 본다. 이 부분만 해도 40여 마리가 앉았다.


여기 백로는 대부분 중대백로다. 지금 둥지에선 육추가 한창인 것도 있다.


이 나무엔 왜가리가 더 많다. 맨 꼭대기 층엔 왜가리가 자리잡았다.


백로보다 왜가리가 더 상위포식자인지 가장 높은 곳엔 주로 왜가리가 점령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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