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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잡이

[여행] 경기도 남양주·양평·여주 ‘남한강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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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기도 남양주·양평·여주 ‘남한강 자전거길’

한국교직원신문 2014-11-24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쌀쌀한 강바람을 맞으며 남한강 자전거길로 변신한 북한강철교를 달리고 있다.

두 바퀴로 달린다,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은 정선의 아우라지 사공들이 뗏목을 만들어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수송로이자 문경새재를 넘은 영남 유생들이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충주에서 나룻배를 타고 한양으로 가던 과거길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루터와 주막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지만 강마을의 운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팔당대교에서 출발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남양주, 양평, 여주, 충주의 그림 같은 강마을을 정거장 삼아 충주 탄금대에서 132㎞에 이르는 여정을 마무리한다. 두물머리를 비롯한 자연명소와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 등이 강 따라 이어지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살아있는 역사·자연박물관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의 아름다운 보(洑)가 남한강의 운치를 더한다.

기차 사라진 자리엔 자전거 가득

남양주 팔당에서 양평까지 이어지는 27㎞ 길이의 중앙선 폐철로 구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녹슨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시멘트로 포장된 자전거길은 터널과 강변을 달려 지금은 쉼터 역할을 하는 추억의 간이역도 만난다.
중앙선 폐철로 구간 중 첫 번째 절경은 260m 길이의 봉안터널. 설레는 가슴을 실은 추억의 무궁화호 열차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역을 향해 달리던 길이다. 이제 기적 소리는 사라졌지만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터널은 자전거가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달려올 때마다 불을 밝혀 반갑게 맞는다.

봉안터널을 빠져나온 자전거길은 큰 원을 그리며 추억의 간이역인 능내역으로 진입한다. 먼 기적 소리와 함께 기차가 사라진 능내역은 한동안 고독의 대명사로 남았었다. 홀로된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능내역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은 남한강 자전거길이 역사 앞을 지나면서부터. 자전거 여행객들로 북적이면서 지역상권이 되살아나고 능내역은 기차가 달릴 때보다 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능내역 바로 앞에는 다산 정약용이 태어나고 만년을 보낸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로 다산유적지가 있다. 다산은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로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사화에 연루돼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인물. 다산유적지에는 복원된 고택과 함께 묘소, 기념관, 사당 등이 들어서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 질 녘 황금색으로 물드는 다산유적지 주변 팔당호는 한 폭의 산수화.

남한강 자전거길은 운길산역 조금 못 미쳐 두 번째 절경인 북한강철교를 건넌다. 중앙선 기차가 다니던 460m 길이의 북한강철교는 쇠보다 강하다는 천연목재로 바닥을 깔고 곳곳에 흐르는 강물이 보이도록 강화유리를 설치하면서 자전거길로 변신했다. 아울러 북한강철교 양단에는 카페와 화장실, 그리고 쉼터도 설치해 시원한 강바람을 벗 삼아 땀을 식히도록 했다. 최근에는 북한강철교가 유명세를 타면서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북한강철교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한강팔경 중 제1경인 양평 두물머리. 사계절 모습을 달리하는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으로 자갈과 모래 등이 퇴적해 생긴 삼각주. 한양의 뚝섬나루와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나루터로 번창했으나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나루터 기능이 사라졌다.

강마을 풍경이 아름다워 결혼사진·영화·광고·드라마 촬영 장소로 유명한 두물머리는 늦가을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몽환적이다. 푸른 어둠 속에서 물오리가 한가롭게 자맥질을 하면 수면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 군락이 부글부글 끓듯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숨바꼭질을 한다.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느티나무는 수령 400년이 넘는 고목으로 두물머리의 터주대감이다.

강 따라 펼쳐진 세 개의 보(洑)

양평에서 중앙선 전철과 이별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누렇게 탈색한 억새가 강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강변을 달려 여주 땅에 들어선다. 그리고 순식간에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를 거쳐 여주 이포보를 만난다. 비상하는 백로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포보 주변으로 생태관광 명소로 부상한 초지와 습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남한강은 여주에서 ‘여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린다.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이라는 뜻의 여강은 남한강 물길 중 여주를 휘감아 도는 약 40㎞ 구간을 따로 부르는 이름. 여강을 품에 안은 고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고려 말의 문신인 목은 이색은 여주를 가리켜 ‘반은 단청 같고 반은 시와 같다’고 극찬했다.

에메랄드빛 여강을 중심으로 산과 들이 서로 보듬은 여주의 산하는 자전거가 달리는 곳마다 한 폭의 산수화나 다름없다. 옛사람들이 대동강의 평양, 소양강의 춘천과 더불어 남한강의 여주를 우리나라 3대 강촌으로 꼽은 이유다.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은 산자수명한 고을에서 여주 쌀과 여주 도자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포보에서 강변길 9㎞를 꿈결처럼 달린 자전거는 남한강의 두 번째 보인 여주보를 건넌다. 남한강의 중심에 위치한 여주보는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측우기를 형상화했다. 여주보에서 세종대왕릉, 영월루, 금모래은모래공원, 강천보, 목아박물관, 신륵사를 거쳐 여주세계생활도자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주 8경을 한달음에 둘러보는 테마자전거길.

황포돛배가 거울 같은 강물에 반영을 드리운 남한강을 거슬러 오른 자전거길은 남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강천보를 만난다. 황포돛배의 돛을 형상화한 강천보는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옆에 위치한 한강문화관 전망대에 오르면 시리도록 푸른 남한강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강문화관에서 여강길과 이별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여주보를 건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가 자생하는 강천섬을 향해 줄곧 강변길을 달린다. 강천섬에서 다시 남한강과 헤어진 자전거길은 섬강을 건너 강원도 원주 땅을 스친다. 그리고 강원도와 충청도, 경기도의 물길이 한곳에서 만나는 세물머리를 굽어보며 남한강대교를 건너 충청도로 진입한다.

박강섭 국민일보 여행전문기자


여주의 매력 찾아 떠나는 여강길

여주 여행의 참맛은 강바람을 가르며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것이지만 좀더 자세하게 여주를 살펴보려면 4개 코스 57㎞로 이루어진 ‘여강길’을 걸어야 한다.

여주종합터미널에서 조선시대 여주 관아 정문이었던 영월루를 거쳐 도리마을까지 남한강 남쪽강변을 따라 걷는 제1코스(옛나루터길)는 15.3㎞. 황포돛배선착장을 지나면 김세레나의 가요 ‘갑돌이와 갑순이’를 주제로 만든 조각공원이 위치한 금은모래강변이 나온다.

여강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제1코스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아홉사리 과거길’이다. 흔암리의 청소년수련원과 여흥 민씨 집성촌인 도리마을을 잇는 아홉사리 과거길은 숲길이 좁고 험해 아홉 구비를 돌아간다는 뜻. 문경새재를 넘은 영남의 유생들이 한양으로 걸어갔다는 길로 강변과 이웃한 나지막한 숲길은 남한강의 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즈넉하다.

신륵사에서 목아박물관을 거쳐 강천섬까지 연결된 제3코스(바위늪구비길)는 14㎞로 자동차로도 강천섬까지 곧바로 이동해도 된다. 남이섬의 1.5배인 강천섬은 여의도처럼 강물에 실려 온 흙과 모래가 퇴적해 생긴 섬으로 산책로가 정비돼 있다. 안타깝게도 강변에는 4대강 공사 중 옮겨 심은 느티나무 수십 그루가 대부분 고사해 기괴한 풍경을 그린다.

세종대왕릉에서 신륵사를 잇는 8㎞ 길이의 제4코스(5일장터길)는 가장 짧은 구간인데다 여주 도심을 통과하므로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한 세종대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영릉(英陵)으로도 불린다. 세종대왕릉에서 산책로로 연결된 영릉(寧陵)은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효종의 왕릉으로 앞에는 인선왕후의 능이 있다.

남한강이 흐르는 여주의 청정 농산물과 약초, 잡화, 화훼 등 다양한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여주5일장은 수도권 최고의 재래시장. 매주 토요일에는 여주농산물 번개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연인교로 불리는 다리를 건너면 여주 여행의 핵심인 신륵사관광지가 기다린다. 황포돛배 선착장과 연결된 신륵사관광지에는 여주도자기를 전시·판매·체험하는 대형 한옥건물인 여주도자세상이 위치해 사철 체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




여 행 수 첩

◆ 가는길
서울에 사는 자전거 마니아라면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한강을 거슬러 오르면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난다. 남한강자전거길 중 핵심 구간만 맛보려면 청량리역에서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양평 양수역에서 내려 북한강철교부터 능내역 구간을 달려도 좋다. 양수역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 볼거리
남한강 자전거길의 출발점인 남양주시에는 천마산 (812m), 축령산(879m), 운길산(606m), 수락산(640m) 등 경관이 수려하고 정상에서의 조망이 시원한 산이 많다. 특히 수종사로 유명한 운길산에 오르면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자수명한 양평군에는 소나기마을을 비롯해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한 유명산(862m)과 중미산(834m), 용문산관광지, 세미원, 박물관과 갤러리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특히 양평에는 산악자전거(MTV), 사륜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 공간은 물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많아 주말에는 젊음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매년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 여주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맥을 이어오는 고장으로 600여 개의 도요에서 국내 전통 및 생활 도자기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는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명성황후 생가와 삼국시대에 축성된 파사성,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신륵사도 볼거리다.

◆ 먹거리
수도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남양주와 양평은 팔도음식의 전시장이나 마찬가지. 팔당대교 인근의 초계국수는 국수로 만든 냉면으로 유명해 자전거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양평해장국으로 유명한 양평에는 선지를 넣어 얼큰하게 조리한 해장국집이 많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정식은 여주의 별미. 물 좋은 여주에서 생산되는 여주미는 임금에게 진상하던 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