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길잡이

[여행] 겨울여행의 멋과 맛 - 강원도 영월

728x90

 

[여행] 겨울여행의 멋과 맛 - 강원도 영월

한국교직원신문 2013-01-07

 

 



1월은 일 년 중 가장 의미 깊은 달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2013년 1월이란 말 앞에 정말 무덤덤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어떤 희망이 싹 트고 계획한 일들이 잘 되고 있는지 저울질하는 때도 바로 1월이 아닌가. 1월을 잘 넘기면 한해가 순조롭게 풀린다는 말도 있다.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한 주의 계획은 월요일에 세우고, 한해의 계획은 새해 첫날에 세운다는 말은 영원한 진리다. 여행은 계획을 잘 실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여행을 통해 나른한 심신에 신선한 기운을 채워올 수 있다. 여행은 곧 에너지다.

 




주천강 타고 즐기는 신선의 풍경 ‘요선정’


새해의 첫 여행은 한적하고 고즈넉한 순백의 자연이 있는 강원도 영월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직장동료끼리 하얀 눈밭을 거닐며 새해의 희망을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역사의 편린들이 아로새겨진 역사 유적지와 각각의 테마를 지닌 박물관, 입맛 도는 먹거리까지 여행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강원도를 비롯해 중부 내륙지방은 온 산하가 꽁꽁 얼어붙었다. 계곡과 강과 산이 대부분인 영월은 겨울 체감 기온이 유독 차다.

영월 여행은 원주 외곽인 신림에서 88번 지방도로 옆으로 소담하게 흐르는 서만이강에서 시작하는 게 편하다. 중앙고속도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천강의 상류인 서만이강은 ‘섬안’에서 비롯된 말. 옛날에는 뒤로는 산이 우뚝하고 앞에는 강물이 흘러 섬처럼 고립된 마을이었다. 허옇게 얼어붙은 강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지만 가까이 가서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 청신할 수 없다. 

서만이강은 치악산 서쪽 자락의 물줄기들이 모여 이루어진 큰 하천이다. 이름을 단 모든 강물은 그 끝이 있게 마련. 온갖 사연을 싣고 흐르던 서만이강도 마침내 주천강과 합쳐지는데, 그 길 끝에 신선이 놀고 갔다는 ‘요선정’이 있다.

참으로 풍치 좋은 곳에 오도카니 서 있는 요선정(邀仙亭·사진1)에 오르면 발 아래로 그림 같은 서만이강이 펼쳐지는데, 앞산을 바라보면 마치 학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습이다.

조선시대의 숙종이 이곳을 찾아 경치에 탄복해 시 한 수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조선 중기 때 양사언은 큰 바위에다 ‘신선이 놀다간 자리’라는 뜻의 ‘요선암(邀仙岩)’이란 글자를 새겨 놓았는데, 지금도 흐릿하게 흔적이 남아 있다.

평창군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酒泉江)은 원주시 신림면에 들어서면서 서만이강, 영월군 주천면에 이르러서는 다시 주천강이 되고, 영월읍에 다다라서는 서강이 되었다가 영월읍 남쪽에서 동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먼 옛날 물 대신 술이 흘렀다는 주천강을 따라 두 개의 마을이 들어섰는데, 무릉리와 도원리다. 이 두 마을은 참으로 아름다워서 ‘무릉도원(무릉리와 도원리를 합친 이름)’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적막을 삼킨 적멸보궁 ‘법흥사’

주천강이 만든 또 하나의 계곡이 있으니 바로 법흥계곡이다.

찻길과 나란히 달리는 법흥계곡은 사암봉, 사자산, 백덕산 등의 고산들이 에워싸고 있어 깊은 적막감마저 느끼게 한다. 물(1급수)이 맑다 보니 산천어, 열목어 같은 민물고기도 쉽게 볼 수 있다.

법흥계곡 끝에는 천년고찰 법흥사가 있다. 사자산 남쪽의 이 절은 서기 643년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하나다. 정면 삼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집인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불단 뒤쪽으로 커다란 창만 뚫려 있는데, 이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법흥사로 오르는 산길 양쪽으로는 늠름한 소나무들이 키 재기하듯 우거져 있는데 기개가 넘친다. 굳이 불자가 아니라도 솔 향내를 맡으며 걸어볼 만한 산길이다.


‘선암마을’ 한반도 속의 한반도를 품다

법흥계곡에서 나와 88번 국도를 타고 주천면 쪽으로 가면 우리 땅을 빼닮은 선암마을(옹정리)이 나온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을 이루는 지점으로, 마을 뒷산(오간재 전망대)에 오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와 똑같은 지형(사진6)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선암마을을 자세히 보면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이다. 이런 지형 때문인지 행정지명도 한반도면이다. 이 절묘한 풍경은 선암마을 주민이었던 고 이종만씨가 우연히 마을 뒷산에 올랐다가 발견한 것이다.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서강이 바다이고 만주벌판에서 뻗어 내린 듯한 북쪽 산줄기는 백두대간처럼 우람하다. 더 자세히 보면 북한 땅 신의주쯤에는 중국과 한반도를 잇는 압록강 철교가 실제처럼 놓여 있고 그 앞으로 솟은 시멘트 공장은 압록강 너머 중국 단둥의 공장지대를 연상케 한다.
마을 사람들은 고추, 콩 같은 밭작물을 재배하며 살아가는데 근래 들어 운치 있는 펜션도 여러 채 들어섰다.

선암마을은 서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으로 마을을 부드럽게 감싸고도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절로 감동이 밀려온다. 사철 사람들이 몰려드는 동강이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서강은 인적이 뜸해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한 마을 앞 습지에는 수달과 삵, 돌상어, 묵납자루, 층층둥글레, 어름치, 붉은새매, 황조롱이 같은 멸종 위기종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로 내리친 듯 둘로 쪼개진 ‘선돌’

선돌마을에서 나와 소나기재를 넘는다. 영월읍 방면 38번 국도와 연결되는 소나기재 정상에는 ‘선돌(일명 신선암·사진2)’이란 비경이 기다린다.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이다. 둘로 쩍 벌어진 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선돌은 말 그대로 기암괴석이 마치 공중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두 개의 바위 사이로 펼쳐진 강줄기와 강을 끼고 소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선돌은 때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아침에는 강 안개에 젖어, 오후에는 석양에 잠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이 광활하다면 이곳 선돌은 웅장한 멋을 풍긴다.


‘청령포’ 소나무 아래 어린 단종을 만나다

선돌에서 영월읍 쪽으로 5분 정도 가면 단종의 능인 장릉(사진3)과 유배지인 청령포가 있다.

장릉은 조선왕릉(모두 40기)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잘 단장된 장릉으로 들어서면 단종(1441~1457)의 슬픈 이야기가 귓속에 맴도는 듯하다.

하늘을 향해 키를 뻗은 소나무와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임금의 무덤은 참배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무덤 아래로는 홍살문과 정자각이 자리 잡고 있고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모신 영월 사람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이 있다. 그 옆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藏版屋)과 신령스런 샘물이라는 뜻의 영천(우물)도 보인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다는 청령포는 장릉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나룻배를 타고 청령포로 들어가면 먼저 그가 유배돼 살던 집에 가본다. 집을 둘러 빽빽이 들어찬 금강송과 청령포 한가운데에 불끈 솟은 600살 관음송도 두 눈을 번쩍 뜨게 한다. 당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觀) 들어(音) ‘관음송(觀音松)’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은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기고 1457년 이곳 청령포에 유배되었다. 그러나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유배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해 그해 10월 사약을 받고 삶을 마감한다.

한편, 단종의 마지막 거처였던 관풍헌은 영월읍 내에 있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에 홍수가 나자 단종이 거처로 썼던 건물이다. 단종은 이곳에 머물며 인근의 자규루에 올라 자규사(子規詞)와 자규시(子規時)를 읊었다고 전한다. 

원통한 새가 되어 제궁을 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을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야 이 한이 다 할까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 밝은데
피 눈물 흘려서 골짜기에 진 봄꽃이 붉구나
하늘도 저 슬픈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시름에 젖은 내 귀에는 잘 들리는가’
      

                                                                                                                                                    자규시-단종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어라연’


동강 상류(거운리)에 있는 어라연(漁羅淵·사진4)으로 간다. 어라연은 예로부터 물고기가 많아 강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난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동강의 상류에 속하는 어라연은 경치가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으로, 동강의 많고 많은 비경 중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세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삼선암(三仙岩)이라고도 불린다.

강폭이 넓고 물살이 세서 여름철에는 래프팅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지금은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동강은 영월읍 하송리의 합수 지점에서 서강을 만나기까지 정선· 평창· 영월 3개 군에 걸쳐 흐르는 51km의 물줄기다. 동강은 주변에 그림 같은 마을을 여럿 두고 있다.

미탄 쪽 문희마을에서 보는 동강은 또 다른 비경으로 다가온다. 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칠족령길을 따라 2km쯤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휘돌아가는 동강의 물굽이가 장관이다.

동강변에 아늑하게 누워 있는 제장 마을, 소사 마을, 연포 마을의 호젓한 풍광도 볼만하다.

동강을 찾았다면 산소길도 걸어볼 만하다. 어라연 산소길은 3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영월읍 거운리~어라연(5.2㎞ 구간), 거운리~문산리(7㎞ 구간), 영흥리~별마로천문대(9㎞ 구간)를 잇는 이 길은 걸어서 3~4시간 코스다. 산소길은 산길이 아닌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김삿갓 발길 따라

영월 남쪽에 있는 김삿갓 계곡(곡동천)은 김병연(김삿갓)의 자취가 서린 곳이다.

방랑시인 난고(蘭皐) 김병연(1807~1863)은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하며 양반사회를 조롱했다. 길게 이어진 계곡 끝머리에는 그의 묘소와 옛집, 문학관, 노래비와 시비(사진5)가 있다.

김삿갓 문학관은 김삿갓 선생의 생애와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김삿갓 관련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방랑시인의 자취를 더듬으며 걷는 마대산(해발 1052m) 트래킹도 해볼 만하다.

여러 코스가 있지만 김삿갓 묘소와 옛집을 둘러볼 수 있는 노루목 코스를 권한다. 김삿갓 유적지에서 옛집까지는 1.7km 거리로 왕복 1시간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가족과 낮에는 박물관 밤에는 천문대도

어린이(학생)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영월 관내에 흩어져 있는 박물관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 답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책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곤충박물관, 묵산미술박물관, 국제현대미술관, 호야지리박물관, 화석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쾌연재도자미술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곰인형박물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영월종교미술박물관, 초등교육박물관, 근현대생활사박물관, 미디어기자박물관, 동강디지털소사이어티박물관, 인도박물관 등 20여 개나 되는 각 박물관마다 특별기획전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하나하나 둘러봐도 좋겠지만 관심 있는 분야 몇 개를 정해 골라서 둘러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영월사이버박물관(www.ywmuseum.com)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별마로천문대(www.yao.or.kr)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숙박을 하며 별을 관측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천문대에서는 영월 읍내와 동강 상류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지역번호 033)


◆ 교통편
▶ 자가용
 + 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 - 88번 도로 - 신림터널 - 황둔 - 서만이강 - 섬안교 - 법흥계곡 - 요선정 - 법흥사. 법흥사에서 적멸보궁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 - 38번 국도 - 영월 - 88번 도로 - 하동면 각동리 삼거리 - 옥동리 삼거리 - 김삿갓 유적지.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 - 안흥 - 42번 도로 - 방림 - 31번 도로 - 평창 - 42번 도로 - 미탄에서 정선 쪽 길 - 문희 마을.
▶ 버스
 +주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법흥사, 요선정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영월에서 김삿갓 유적지로 가는 노루목행 버스 매일 6회 운행. 50분 소요. 
 + 동서울터미널에서 평창을 경유하는 정선 방면 직행버스를 타고 미탄에서 내려 군내버스나 택시를 타는 방법도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월행 시외버스가  매일 10여 회 운행한다. 

◆ 숙박
영월 관내에 최근 펜션들이 많이 들어섰다. 동강(어라연)과 수주면 법흥계곡, 주천강, 김삿갓 계곡 주변에 엘솔펜션(374-1112), 아뜰리에펜션(375-7427), 숲속의 하얀집(374-7073), 수주섬모텔(372-0026)등이 있고 동강시스타(905-2000, www.cistar.co.kr)는 콘도와 스파, 골프장을 갖춘 풍광 좋은 숙소다.


◆ 맛집
주천읍에 있는 다하누촌(372-0121)은 질 좋은 쇠고기를 싸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도시에 비해 30~40% 정도 싸게 판다. 정육점에서 산 쇠고기를 인근 식당으로 가져가면 불판과 상추 등으로 상을 차려주는데 현지에서 먹는 맛이 아주 좋다. 읍내 장릉 옆에 있는 장릉보리밥집(374-3986)은 보리밥과 감자전이 별미다. 영월읍 덕포리의 성호식당(374-3215)은 다슬기 해장국이, 김삿갓 유적지 인근의 강원토속식당(372-9014)은 뜨거운 국물에 김치를 송송 썰어넣은 칡칼국수 맛이 아주 좋다.